제 2장 남매의 일상 (1)
금강문의 훈련장
강현, 강우 강천, 세경이 비지땀을홀리 고 있었다. 세경은 참석하지 않아도 되었 으나 부창부수라 하여 함께했다 그런 세경에게도 훈련은 버겁기만 하다. 훈련이 끝나기도 전에 원상복귀 속성을 운용해야 겨우 따라잡을 수 있었다. 강천 과의 꽁냥꽁냥 계획은 시작부터 물 건너 갔다
‘천랑이 강한 이유를 알 것 같아’
훈련의 강도가 무지막지했다. 더 놀라 운 사실은 자신처럼 속성올 사용하지 않 는데도, 회복이 빠르다는 점이다. 강천도 충분히 강하지만, 아주버니들도 엄청났다. 이 집안의 혈통을 짐작하게 해주었다. 신 체의 우월함은 본가와 비교를 해도 뛰어 나면 뛰어났지, 못하지 않았다.
‘여하튼 그때 싸우지 않은 게 다행이었
세경에게 가장 큰 놀람을 선사한 이는 다름 아닌 흑금단주였다. 그의 강함은 겁 천마검과 혈검을 쓰러뜨림으로서 증명이 되었지만, 실제로 보지 않아서 반신반의했 었다. 직접 목도하지 않으면 믿지 않는 편 이다. 본가에서 운이 좋았다는 풍문이 돈 걸 감안하면 축소되었음을 직시했다.
‘괴물 같아!’
강현, 강우, 강천만 해도 세경이 감당 하기 어려울 만큼 강하다. 그런 세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달려들었음에도 속수 무 책인 걸 본 순간, 말을 잇지 못했었다 그뿐이랴?
흑금단주의 손속은 같은 문파에 소속 된 무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단호 하다. 잡아채서 패는 장면만 보면 불구지 대천의 원수인 줄 착각할 수도 있었다.
서른도 넘지 않은 나이에 절대지경에 올랐으며, 실전에도 강했다. 전투수행능력 과 임기응변 역시도 타의 추종을 불허헌 다 무인으로서는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 이 아니다. 변방의 무인이라고 해서 과소 평가했다가는 대륙이 잡아먹힐 수도 있었 다
‘남녀의 차별은원치 않지만.’
세경은 남녀의 평등을 주장하는 현대
여성이었다. 남자가 하는 일은 여자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힘들다고 남자에게 미 루는 걸 원치 않는다. 그러나 흑금단주의 훈련만큼은 남녀 차별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기본 훈련이 끝나갈 즘, 사실 기본이라 고 해도 훈련의 양은 본 훈련과 거의 비슷 하다. 이를 기본처럼 수행하고 있는 강현, 강우, 강천의 체력이 보통이 아님을 증명 했다 드륵!
훈련장의 문이 열렸다
두둥!
빛에 가린 검은 그림자가 너무도 잘 어 울리는 인물이 훈련장 안으로 들어섰다. 장대한 사운드가 환청처럼 들려온다. 발 자국 소리마저 위압감이 실린다.
악마의 훈련교관 혹금단주.
꿀꺽!
세경은 마른침을 다셔야 했다. 오기로 버티고는 있지만, 혹금단주를 볼 때마다 오금이 저려 왔다. 저 인간의 훈련에 자비 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빠지지 못 하는 이유는 무공이 빠르게 상승한다는 사실이다. 훈련의 시간 대비 효율성이 뛰 어나다는 방증이었다 그렇기에 훈련에 빠 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오빠 어지간하면 나대지 않는 편 이 좋을거야’
팽세운이 흑금단주를 찾아가 도발하다 망신당한 사건이 알게 모르게 알려졌었다 그때 당시만 해도 세가에서 분란올 일으 키지 않기 위해 팽세운이 참고 넘어갔다고 하는데. 자신이 본 바로는 작은 오빠는 혹 금단주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는 능히 가문의 최고 고수에 비견되었다 겁천마검 을 절대 운으로 죽인 게 아니다 어중간하 게 까불면 어중간하게 뒈질 수도 있었다
“오늘도 훈련을 하시겠습니까?”
“물론이에요.”
혹금단주는 항상 의사를 타진한다. 하 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무골을 타고난 팽가의 혈통답군요. 훌 륭합니다.”
“입에 발린 말은듣고 싶지 않아요.”
정우는 세경의 단호한 성향과 두둑한 배짱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능히 여장부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실력과 배짱을 지녔다. 자질로만 따 지면 팽가의 혈통을 제대로 물려받은 인 물은 그녀였다. 아쉽게도 가문에서 남자 를 선호하는 바람에 후계에서 밀려나 있 을 분이다. 여차하면 바꿔줄 수도 있었다. 팽세기의 하는 꼴이 맘에 들지 않으면 갈 아치우면 그만이다. 종종 협박용으로 사 용하고 있었다
“좋은 자셉니다?”
“칭찬하지 마시지, 네 꿍꿍이를 모를 것 같아!”
강천은 꿰임에 넘어가선 안 된다며 세 경을 다독였다. 정우의 칭찬은 악마의 유 혹이다. 혹해서 넘어가면 지옥이 기다리 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며칠 전부터 훈 련에 참여하고 있는 세경이었다. 그런 세 경에게 굳이 훈련 참여를 재차 물어볼 이 유가 없다. 그 말은 오늘부터 훈련 단계가 업그레이드된다는 뜻이다: 사전 공지나 마 찬가지다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못을 박아 두고 제멋대로 하겠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우리 도련님은 아는 게 참 많아. 나를 너무 잘 안단 말이야.”
“흥 예전의 내가아니라고. 이거 왜 이 러셔! 쿠웩!”
알면서 왜 나대실까?
많이 알수록 살인멸구의 1순위라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으면 굳이 매 를 벌지 않아도 되었다. 명치를 처 맞은 강 천의 신형이 직선으로 벋어나며 훈련장의 벽면에 음각을 새겼다.
헙!
세경은 눈 뜬 장님이 된 기분이다.
‘ 언제?’
권격을 뻗은 일련의 동작이 보이지 않 았다 주먹올 뻗은 자세를 보고 나서야, 권 격을 출수했음을 깨달았다. 사실 튕겨져 나간 대상이 강천이라는 점도 중요했다. 2m에 달하는 강천이 공깃돌이 되긴 여간 해선 쉽지 않다.
“동선이 완벽하잖아”
“군더더기조차 없어.”
강현, 강우는 정우가 권격을 출수하는 과정을 보았다. 그들이 매일 수련한 일로 금강이다. 자세만 봐도 일로금강임을 예상 할 수 있었다. 다만, 금강문의 진신절기를 자신들보다 완벽히 구사하는 정우의 권공 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사실 배운다기보 다는, 권공을 더욱 발전시켜 새로운 수준 으로 끌어올린다. 그야말로 자기 입맛에 맞는, 자기만의 권공이 되었다
‘장식도 아니고, 도는 언제 사용할 거 냐?’
‘꺼낼 필요나 있을까?’
정우의 진신절기는 도법이다 그런데 평
소에 도법을 사용하는 걸 보지 못했다 케 이브 광석 아크리움으로 만든 정우의 애 병, 전생이 아공간에서 썩고 있다.
강현과 강우는 아버지를 상대로도 전 생올 꺼내들지 않는 걸 보고, 정우가 인간 이 아님올 재차 실감했다. 저 인간의 능력 은 여전히 측정불가해를 이루고 있었다. 다가가면 갈수록, 범접하기 어려운 격차만 확인했다.
“어째서?”
세경은 부지불식간 벌어진 일련의 과정 에 황당했다. 주둥이 좀 나불거렸다고, 다 짜고짜 주먹질을 한 격이었다. 강천은 금 강문의 직계혈족이다. 그에 반해 흑금단 주는 실력은 별개로 치더라도, 일개 단주 다. 단주가 문주의 아들을 훈련을 빙자해 서 두드려 패고 있었다. 가문에선 상상도 못할 패역무도였다. 한편으로 당연하게 받 아들이는 아주버니들이 이상하게 다가왔 다 정우는 세경의 의혹을 차분히 풀어 주 었다
“벽을 넘을 때마다 권공의 기본을 점검 해봐야합니다.”
“고작그런이유로.”
“고작이라니요, 금강문의 초석은 권공
입니다. 항시 바르게 익혀 나가야 합니다. 경지가 상승할수록 미세한 변화를 인식하 지 못해 실전에서 전력을 끄집어내지 못하 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를 바로 잡아주 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작업니다.”
“그래도 그렇지.”
팽세경은본전도못 찾고, 입술을 지그 시 깨물었다
혹금단주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걸 봤다. 감정 실어서 친 게 분명하거늘, 논리 가 지극히 정론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 은 각성 후 바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을 거란 착각에 빠져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무력이 상승할수록 육체의 컨트롤에서 차 이가 난다. 이를 바로 잡아 주지 못하면, 흑금단주의 말대로 실전에서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과 모 르는 것은 큰 차이였다.
‘천랑의 진전올 알아차린 거잖。E’
팽세경은 흑금단주의 날카로움에 소름 이 돋았다. 무관심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무엇하나 놓치지 않았다.
‘세기 오빠는 어떻게 이런 자를 포섭한 거지?’
그녀가 아는 팽세기는 뛰어난 자질도, 영특한 머리도 가지지 않았다. 인복이 있 다고 해야 하나. 전후사정이 어떻든, 금강 문과의 우호협정에는 도움이 되기는 했다. 그 점이 크게 부각되어 팽세기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귀영각주가 옆에서 보좌하고 있다는 것도 큰 이점이었다
‘세운 오빠한테는 미안하지만.’
정우는 눈여겨보지 않는 척하면서도, 세경의 작은 변화를 확인했다. 그녀에게 금강문이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며, 대적하 면 위험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벼르고 있을 팽 가주가 눈에 선하군.’
팽가에서 아무런 언지가 없기는 하나, 팽 가주는 딸의 돌발 행동에 분노하고 있 을 것이다. 당장은 직면한 문제와 가문의 체면 때문에 드러내지 못하고 있을 뿐. 기 회를 잡으면 절대 가만있을 위인이 아니 다
‘무공에 관해선 문외한도 아니고.’
단순하게 보이긴 해도, 팽세경의 무공 까지 폄하하진 않았다. 무공에 대한 열정 은인정해줄만했다. 그녀는보고느낀 경험을 팽 가주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을 것이다 그리되면 팽 가주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도 손을 빌려야 하는지에 대 해서.
‘지략이 뛰어날수록 남의 손을 선호하 지.’
최소한의 손해로, 최대한의 효과를 낸 다. 병법의 기본 전략이며, 명석한 인물일 수록 이런 방면에서 뛰어나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남의 손을 빌리다가 도리어 제 손을 잃 게 될 수도 있었다. 지략가가 주인이 되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전문학교 입시를 압둔 수연.
연일 훈련에 몰두했다.
현천공은 현재 벽을 허물어 7단의 초입 에 올라섰다. 육신의 탈피를 통한 또 다른 의미의 각성이었다. 이젠 각 무문의 어지 간한 후기지수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럼 뭐하냐고.
저 빌어먹올 오빠들, 쉴드의 방어력에 여전히 고전하고 있었다. 이 오빠들은 일 전에 봤을 때보다 훨씬 더 견고한 방어력 을 갖추었다. 도무지 비집고 들어갈 여지 를 주지 않았다. 뚫었다 싶으면 막아서고, 허점이다 싶으면 유인책이고, 정면 돌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도대체 뭘 처먹은 거야?’
쉴드는 방어기술만 좋아지지 않았다. 평균 전투력도 예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 는다 솔직히 1대 1로 싸워도 이긴다고 장 담하기 어려울 만큼 강해졌다.
겉으로 봐서는 감지가 안 된다. 기세는 허약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막상 붙 어 보면 답답함이 목 끝까지 차오른다. 이 길 것 같으면서도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것 같아서 빈정이 상 한다
“오빠들”
“응 말해.”
“어떻게 이래? 내가 더 강했었잖아”
“노력했으니까.”
오늘따라 노력이라는 단어가 짜증을 유발했다.
수연은 저 인간 군상들이 일반적이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진 따 같이 생긴 외모만 보고 폄하했다가는 큰 코 다치기 쉬웠다. 솔직히 방어력 하나 만큼은 자타공인 최고다. 이분인가? 간간 이 쏘아져 나오는 날카로운 반격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방어진형이 혼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완벽한 기회가 왔을 때만 역 습을 하기에 공격 빈도수가 적을 분이다.
‘이대로는 안돼.’
쉴드의 연차는 수연보다 아래였다. 짧 은 시간 추월당하고, 도리어 추격하는 입 장이 되었다. 오빠의 말대로 6단에서 너무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던 게 분명하다. 하 지만 현천공이 7단공에 올라섰음에도 실 마리를 찾지 못한 채 탈탈 털리고 있었다.
‘왜지?’
수연은 쉴드분만 아니라 오빠도 이해하 기 어려웠다. 오빠는 분명 자신과 똑같은 수준의 공력을 사용했었다. 그런데도 불 구하고 실력의 차이가 너무 컸다. 실상 같 은 공력을 부딪쳤을 때 받은 반진력은 엄 청났다. 내부가 진탕이 되어 한동안 거동 조차할수 없는상태가되었다. 차라리 공 력의 차이가 컸다면 이해라도 하지, 같은 공력도 아닌 5단공으로도 상대가 되지 않 는다.
그때.
“이유는본인이 더 잘알텐데.”
수연은 제공권올 제 집처럼 파고들어 온 존재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제공권 이 무용지물이 됐다는 건 방어가 무용하 다는 의미가 된다. 무인에게 있어 치명적 인 실수다. 그러나 침입자가 오빠라면 지 극히 당연했다. 오빠에게 제공권은 자동 문에 불과했다. 굳이 비교대상에 놓지 않 았다. 오빠를 쫓다가는 황새도 가랑이가 찢어진다. 내 오빠지만, 진짜 격이 다른 완 벽하게 재수 없는존재다.
“운용능력의 차이라 해도 갭이 너무 크 잖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와 아래에 서 위를볼 때 어떤 느낌일 것 같아?”
“단순한 운용능력의 차이가 아니라는 거야?”
“정답, 같은 공력이라도 경지의 차이는 무시하기 어려워. 제한을 해 봤자 실력은 사라지지 않지.”
고수는 하수에게 이와 같이 말한다.
-3 성공력으로 상대를 해주마.
고수에겐 3성이지만, 하수에게는 극성 으로 상대를 해야만 하는 차이가 있다. 하 지만 과연 공력뿐일까? 공력은 그저 수치 적 계산에 불과하다. 실제적으로 고수는 3성으로도 최선의 공수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육체는 이미 완성이 되었다. 미완 성의 하수에겐 공력의 제한만으로도 상대 가되지 않는다
“하물며 너의 무공은 나에게서 파생이 되었지.”
“그럼 뭐야? 여태 이길 수 없는 훈련을
한거잖0h”
“ 빙고.”
“망할!”
한 수 아래의 공력으로도, 수연은 정우 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수연이 짱돌을 굴 려봤자 정우의 손바닥 안이다. 닿지도 않 올 허공을 향해 이불킥만 한 꼴이 된다. 정우는 수연의 몸부림올 느긋하게 지켜볼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