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장
콩한쪽을왜 나눠 (5)
‘홈.’
정우는 주변을 돌아봤다. 문파의 수장 을 대동하고 온 무인들을 주시했다. 한데 이전과는 좀 달랐다 문파의 뒤를 이을 후 계자를 대동했던 것과 달리 제법 연륜이 있는 무인으로 구성되었다. 최소 유니크 등급 7급이상으로 보였다
“우리 또래가 없네.”
“너 때문이잖아”
“ 나라니?”
“모르는 척 좀 하지 마. 네가 모른다는 게 말이 돼, 너같이 영악한 녀석이.”
염화는 맹한 표정올 짓고 있는 혹금단 주의 가면에 속지 않았다. 머리에 능구렁 이 수백 마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하는 게 가증스럽다
“아쉽네.”
“이거 봐. 애들 잡으려고 작정하고 있었
어.”
“애들은 다 그렇게 크는 거야.”
“넌 노는물이다르잖아”
흑금단주의 명성이 자자하다. 사실 명 성이라기보다는 불패금강의 뒤를 잇는다 는 악명이라고 해야 마땅했다. 수뇌부 회 의가 있는 동안에 혹금단주의 전투력올 궁금해했던 후기지수들이 개망신을 당하 고 말았다. 상기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염화의 오빠도 포함되었다 결론적으로 혹 금단주를 건드리고 좋은 꼴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것은 상 황을 주도하는 주둥이가 있기 때문이다. 어찌나 화술이 좋은지, 말로는 이길 재간 이 없다. 전투력분만 아니라 주둥이도 9 급이상이었다.
“노는데 장소 가리는 거 아니다”
“넌 가려야 해.”
“누가 보면 내가 먼저 괴롭히는 줄 알겠 다”
“상황을 유도하는 걸 모를 줄 알01”
정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후기지수들의 실력 상승과 잠재력을 격 발시키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을 하고 있는 데, 이를 매도하고 있었다. 온실 속의 화초 처럼 곱게만 자라서는 강해지지 않는다. 세상의 풍파와 망신도 겪어봐야 사람으로 서 완성이 되는 법이다. 이런 깊은 고심을 헤아려주지 않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미안.”
“눈치 빠르네.”
“너니까”
“아닐걸.”
순순히 받아들일 거란 기대는 하지 않 는다 염화는 괜한 말을 해서 오늘 훈련이 더 빡세졌다는 걸 깨달았다. 이 인간의 성 향을 알면서도 헛소리를 하고 말았다. 진 짜 사람을 가지고 노는 데는 일관성이 있 었다. 마치 작금의 상황도 유도했다는 뉘 앙스가 풍겼다. 솔직히 사람을 패기 위해 서 강제로 명분을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그 악마의 덧에 걸려 덧없 이 사라진다.
“봐달라고. 으옹!”
“끼 부리지마”
염화가 정우의 팔에 풍성한 가슴올 들 이밀며 부비부비를 시전했다. 섹시한 마스 크로 애교를 부리는데, 여자의 필수 아이 템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그 어떤 남자도 넘어가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할 가 공할 섹시미를 발산했다. 그러나 대상이 너무 나브다. 팔을 잡고 비벼댔지만 반응 이 없다. 나무막대기에 대고 끼 부린 격이 다
“너무하는거아냐?”
“내가 또 뭘?”
“반응을 좀 보여야지,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좀더 노력해.”
“뭐… 노오력!”
여기서 더 어떻게 노력을 하라는 거야? 막말로 발가벗고 춤이라는 추라는 거야? 사람을 초라하게 만드는 데도 재주가 있었 다. 여자친구 있다고 철벽을 치는 것도 정 도가 있지. 이쯤 됐으면 허점을 보이기라 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선택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양다리는 사절이다?”
“너 정도되면 양다리도괜찮0r
“양성평등을 외치는 현대 여성이 그런 말을 해도 되는 거냐?”
“너니까 그렇지.”
염화도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평소 남녀의 차이는 인정하지 않았다. 하 나의 인간으로서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요즘과 같은 시대에 일부다처제는 돌 맞을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혹금단 주라면 그렇게 해서라도 잡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사내다. 솔직히 말투는 싸가지 없지만, 저 무력은 가지고 싶었다
‘염화가 안달이 났구먼.’
‘아주죽네, 죽어!’
‘저리 좋을까?’
‘열살만 젊었어도.’
염화의 폭발적인 염기는 주변에 있는 사내들을 달아오르게 했다. 연륜이 없었 다면 당장에라도 달려들고 싶을 지경이다. 그만큼 염화는 염정성의 정기를 이어받은 염기의 화신이었다. 젊은 사내들은 혈기를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혹금단주는 그렇다 쳐도, 염화도 못지
않다’
‘가늠이 되지 않아’
‘제대로 흐]지 않으면 망신당할지도.’
각 무문에서 수장을 모시고 온 자들은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들의 목적은 혹금단주에게 있었지만, 염화도 대상에 포함되었다. 무림대회에 출전시킬 문파의 젊은 무인 중에 염화를 감당할 수 있는 자 가 많지 않았다 충분히 대비를 하고 전략 을 짜야 했다.
‘흑금단주가 출전하지 않는다고 하니, 염화가 가장 유력할지도 모르겠군.’
‘금강문의 장남도 주의해야겠지.’
칩룡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금강문의
이강현과 화천문의 염화를 주시했다. 하 지만 혹금단주가 아니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어디까지나 무림대회는 젊은 무인들의 역량을 겨루는 장이다.
드륵!
회의장의 문이 열렸다.
무문연합의 수장이 회의를 마치고 돌 아갈 준비를 했다. 다들 표정들이 무거웠 다. 회의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음을 증명 했다. 금강문주만이 유일하게 시원스러웠 다. 회의장에서 열변을 토했던 다른 문파 의 수장들과 달리 말 몇 마디 했을 뿐인데 실속은다 챙겼다.
이호극이 정우에게 걸어왔다.
“어떻게 됐는지 묻지도 않는 거냐?”
“물어보나마나지요.”
“이런 신통방통한 녀석을 봤나, 내 머리 꼭대기에서 노는구나.”
“순리를 따를 분입니다.”
“그 순리라는 것도 네가 만든 거잖아”
앨런가와 협상하고 있다는 걸 밝히지 않는 이상 무문연합의 선택은 정해져 있 었다. 설령 협상을 안다고 해도 되돌리진 못한다
“예약은 해놨지?”
“물론입니다.”
이호극은 곧장 3층의 호텔 뷔페를 찾았 다. 1인당 비용이 10만 원인 고가의 뷔페 이지만 문제는 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10만원은싸게 먹히는 거다.
“금강문주!"
“불패금강!”
호텔 안에서 이호극을 알아본 사람들 이 꽤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유명인사 부 럽지 않은 유명세와 신망을 받고 있었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사진을 찍었다 찰칵찰칵!
호텔 뷔페의 총책임자도 이호극을 알아
봤다.
한데, 안색이 좋지 않다.
‘망할!’
금강문주는 식신으로도 유명하다. 그 가 온 이상 뷔페는 초토화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여기는 뷔페, 먹어도 줄 지 않는 것이 기본 매너다.
“오늘은 내가 삽니다”
“고마워서 눈물이다나온다?”
화천문주와 염화도 뷔페에 초대를 했 다
정우가 한턱낸다고 했음에도 염화는 반 색하기는커녕 기가 찼다. 1인 비용으로 따 지면 비싸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하 지만 전번에 350만 원, 그 전번에 400만 원, 그 전번에는 420만 원… 한 달 식대로 들어간 비용을 따지면 문파가 거덜 나게 생겼다. 그런 주제에 고작 10만 원짜리 뷔 페로 입올 씻겠다, 솔직히 괘씸하다.
‘호오:
염화의 기색을 읽은 정우는 그냥 넘어 가지 않았다. 거론하지 않으면 자신이 얼 마나 대단한 능력을 얻게 됐는지 모르는 경우가 흔하다. 이럴 때일수록 각인을 시 켜주어야 한다.
“무극공은 여타의 공부와는 차원을 달 리하지. 세간에 알려지기라도 하는 날에 는 칼부림이 일어나고도 남을 만해. 이를 문파 간의 우호협정을 위해서 아무런 사 심 없이 알려주었건만 …
“그만, 알았어. 고맙다고. 됐지, 제발 그 만좀 해. 귀에 딱지 앉겠다”
“신공의 가치를 금액으로 매긴다면 족 히 수백억은 우습게 나갈 것 같은데. 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구두가 아닌 서면으로 작성을 하는 편이 낫지 않을?…
“내가잘못했어. 그러니까, 여기까지만 하자”
염화는 입을 닫았다 이 인간은 절대 그 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생색을 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답답한 건, 이 망할 인간 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이다. 무극공을 익히면서 느끼는 거지만, 정말 대단한 신 공이었다. 화천문의 독문심법인 염화일기 공에 뒤지지 않았다.
‘보면 볼수록 대단한 녀석이구나. 아주 들었다 놨다 맘대로 주무르네.’
화천문주는 딸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 았다
무력은 둘째 치고, 언변으로는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는다 자부했다. 그런데 흑금단주 앞에서는 호랑이 앞에 쥐였다. 숫제 상대가 안 되니, 알아서 설설 기어야 한다.
‘진짜, 저 인간한테는 아깝다! 너무 아 까워! 어째서 저런 망종한테 이런 복덩이 가달라붙어 있는 거야?’
하늘에게 레드카드를 각오하고 거칠게 따져 묻고 싶은 화천문주다.
갑자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
금강문주는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그 는 능력을 아끼지 않고 발휘하고 있었다.
음식 먹는데 뭔 능력이냐고?
가지러 가는 시간도 아까웠던 금강문
주는 허공섭물을 펼쳤다.
두둥실!
동시에 열 개의 접시를활용, 뷔페에 있 는 음식들을 골라 담고, 본인은 신속히 음 식을 흡입하고 있었다. 동시에 하나도 아 니고 멀티플레이를 펼쳤다.
‘저런 썩을!’
화천문주는 기가 차서 말문이 막혔다. 자신도 막 나가는 부류에 속하기는 하지 만금강문주한테는 두손, 두발다 들었 다. 허공섭물이 무엇인가? 지고한 깨달음 이 수행되어야 하는 심공이다. 보통의 무 인은 평생을 수련해도 도달하기 힘든 경지 다. 하지만 저 인간에게는 음식 나르는 서 빙기술에 불과했다 서빙의 신기원을 창조 해내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창조무공이 었다 우와!
정우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금강문 주와 다르지 않은 만행올 버젓이 저질렀 다
“서빙은 역시 허공섭물이지요.”
“그럼, 그렇고말고.”
화천문주와 염화는 망연히 저 둘을 지 켜봐야했다.
‘저 썩을 인간들!’
짜증 나게 만드는 재주도 용하다 못해
도가 텄다. 하물며 저 인간들 너무나 진지 했다. 장난이면 한번 웃고 말 일인데 숭고 하기까지 하다.
‘천이 이 녀석 그렇게 안봤는데, 여자 한테 지고 다니고 말이야.’
‘그렇습니다 위장을 단련시켰어야 했습 니다,
‘내 피를 이어 받았으면 음식점을 거덜 내겠다는 마인드는 기본이잖아’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제가 그 자리에 있지 않은 것이 천추의 한입니다.’정우와 이호극은 폭풍흡입을 하면서도 대화를 위 해 심어(心語)를 펼치고 있었다 전음입밀의 최고봉, 극한에 다다라야 가능하다는 소 림의 혜광심어를 초월한다. 서빙 따로, 먹 는 것 따로, 대화 따로. 3박자를 한 호홉 으로 물 흐르듯이 펼쳐냈다.
‘야, 왜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거냐? 남 먹는 거 쳐다보는 거 아니다. 어서 와서 처먹어’
‘문주님도 어서 식사하시지요.’
정우와 이호극의 심어가 화천문주와 염 화의 뇌리를 강타했다. 말하는 시간도 아 까워전음을사용한 것이다
“작작하시죠!”
“하나만 하든가!”
화천문주와 염화는 이 인간들의 정신 구조가 범상치 않음을 재차 실감했다. 실 상 자신들도 마음먹으면 할 수는 있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공력의 수발과 운 용, 감각까지도 완벽하게 통제를 해야 한 다. 절대의 경지에 갓 들어선 무인은 땀을 뻘뻘 홀려야 할 초상승 기술의 남발이었 다. 이를 태연하게 펼쳐내는 금강문주와 혹금단주가 대단할 따름이다.
‘이젠 감추지도 않네!’
‘아주 대놓고 광고를 하는구나!’
무인은 실력의 3할을 숨겨야 한다는 게 강호의 정석이다 무력이 드러날수록 위험 에 직면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인 간들은 삶을 지나치게 편하게 살고 있었 다. 누구도 자신들의 위협이 될 수 없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저러지 못한다. 아니면 진정한상(上)돌아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