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66화 (266/500)

제 5장

콩한쪽을왜 나눠 (4)

순간 귀를 의심해야 했다. 멀쩡했던 고 막을 점검하고 세반고리관이 정상 작동하 는지, 이석증은 아닌가 몇 번이나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어야 했다. 왜 저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우리 앞에 펼쳐진단 말인가? 그리고 저 망할 인간은 왜 저렇게 태평해.

그게 그리 가볍게 거론할 사안이냔 말이 다

“앨런가의 대공자를 전임 도해문주가 죽였다는 말씀입니까?”

“내 아들이 앨런가의 대공녀와 친구 사 입니다. 두말하면 잔소리지요.”

“어째서요? 도해문주가 미치지 않고서 야‘?”

“도해문주도 알고서 죽인 건 아니고, 어 쩌다 보니 엮인 거랍니다. 재수 없게 똥 밟 은격이지요.”

사실이란 소리다

그렇다면 폭탄 발언이 된다. 하긴 앨런

가의 개입이 수상쩍기는 했다. 단서를 찾 아내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였던 이유가 밝혀졌다. 다른 이도 아니고, 가문의 대공 자가 살해당했는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 당했다?’

‘ 하필이면.’

‘ 망할!’

무문연합도 앨런가를 무시하진 못한다. 하물며 대공자를 잃었으니 명분도 충분하 다 그러니 더더욱 도해문을 유지시켜서는 안 되었다. 무문연합에서 제외시키고, 연 관성이 없다는 입장 표명을 해야 했다. 혹 여 앨런가를 견제하기 위해서 무문연합이 공동으로 작전을 펼쳤다는 소문이라도 돌 게 된다면 낭패였다

‘이 인간이 이렇게까지 머리가잘돌아 갔었나?’

‘우리가 그간 지나치게 간과했구나.’

‘그도 어엿한 문파의 수장이거늘, 방심 해선 안되었어.’

도해문의 여죄가 밝혀졌다. 당연히 그 들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적당한 타협 선을 찾기는커녕, 앞장서서 도해문에 죄를 뒤집어씌워야 할 판이다 죄목이 늘어나는 만큼, 도해문이 가지

고 있었던 이권에 대한 모든 권리는 금강 문으로 이전될 수밖에 없다. 그들로서는 나눠 달라고 할 명분이 부족했다. 무엇보 다 도해문과 앨런가의 일이 마음에 걸린 다 괜히 먹겠다고 설치다가 탈 날 수도 있 었다. 차라리 금강문이 알아서 처리하는 편이 문파에 이득이라고 봤다. 금강문주 라면 후환이 두려워 망설이진 않을 테니 까 홍!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 속에서 화천문 주 권영일은 툴툴거렸다 금강문과는 협상 을 맺고 가장 우호적이야 하는데, 경쟁심 리는 여전했다. 일전의 실력 차를 만회하 기 위해 폐관수련까지 마다하지 않고 벼 르고 있었다. 여하튼 그때의 충격적인 사 건 이후로 염화일기공은 대성을 넘어서 새로운 경지에 다다랐다.

“코 막혔으면 코나 풀어!”

“기가 막혀서 그런다 해 처먹어도 적당 히 해야지, 혼자 다 처먹고 지랄이야!”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 짜식아!”

“부럽기는 그게 얼마나 갈 거 같아! 내 딸이 작정하면 금강문도 우리랑 처지가 다 르지 않을 거다? 이놈아!”

“그 말 취소해라 어디서 숟가락을 함부

로 얹어!”

이호극과 권영일의 일상적이지 않은 대 화에도 각 문주들은 놀라지 않았다 요즘 들어 보기 드물게 화천문주가 잠잠했을 뿐이지, 그러려니 했다. 더욱이 화천문주 가 한 말이 딱히 틀리지도 않았다 도해문 이 와해됨으로 가장 많은 이권을 챙기게 될 문파가 금강문이다. 그런 걸 알면서도 합의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 답답할 따름이다. 더 답답한 사실은 저 인간이 이 렇게까지 될 걸 알고 했다고는 보기 힘들 다는 점이다.

이호극은 권영일의 꼼수를 원천봉쇄했

다. 여지를 남겨주면 안 된다. 치고 들어오 기 전에 선수를 쳐서 박살 내야 다시는 그 딴 헛된 망상은 꿈꾸지 않는다.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안 되는 건 안 되는거다.”

“될지 안 될지는두고 보면 알겠지.”

“염화에겐 내아들이 딱이야.”

“어딜 감히 내 딸한테 비벼대!”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재들의 신들린 말 장난

현실 파악하고는 거리가 멀다. 주변의 망가진 분위기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꼰대 특유의 마인드가 발동했다

“비비다니, 여기가클럽이냐!”

“넌 입장 안됐잖아!”

말싸움이 길어지니 저급한 단어가 오갔 다 젊은 시절 클럽에서 둘이 만난 적이 있 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 시절 입구에서 막 아선 경호원은 온전하지 않았었다. 사실 간덩이가 붓지 않고서야 이호극과 권영일 을 물 흐린다고 출입 금지시키지는 못한다 그리되면 그날 클럽 문 닫을 각오를 해야 했다

“자자, 지금은 앨런가부터 해결을 해야 하지 않소.”

천무문주가 분위기를 전환했다. 작금

은 도해문과 앨런가의 사태부터 결론을 지을 때다. 지지부진하게 시간을 질질 끌 어봤자, 오해만 쌓일 소지가 다분했다.

‘해결은 벌써 했지롱’

이호극은 앨런가와의 협상 타결올 밝히 지 않았다. 정우가 함구하라고 했기 때문 이다. 굳이 그런 사?실까지 까발릴 이유도 없고. 뒷북만 치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제 때에 권영일이 나설 거란 것까지 예상했었 다

‘귀신이 따로 없구먼.’

이호극은 함께 생활한 지 10년이 넘어 가는데도 정우를 볼 때마다 새로웠다. 머 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맘 같아서는 뚜껑 따서 들여다보고 싶을 지경이다.

권영일과 이호극의 언쟁 이후 회의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다들 이번 사태의 비중올 더 크게 봐야 했다. 안타깝지만 도 해문의 이권 사업은 금강문이 가지는 걸 로 결론이 났다 싫은 놈에게 떡을 계속주 고 있으니, 다들 속이 말이 아니었다 도해문 사태에 대한 마무리가 될 즈음, 천무문주가 넌지시 물었다

“혹, 혹금단주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오‘?”

문주들의 귀가 촉각을 세웠다

조사단은 쉬쉬했지만 혹금단주의 전투 력은 퍼질 대로 퍼져 있었다 특히 전임 문 주에 비해 부족하긴 해도 도해문의 문주 를 일방적으로 제압했다. 밝혀진 진실을 토대로 하면 후기지수의 반열올 압도적으 로 넘어섰다.

혹금단주가 대회에 나온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자명했다. 그렇다고 나가지 말 라 종용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나이 제한 이라도 걸리면 좋겠는데 혹금단주는 젊었 다. 차세대 젊은 무인의 선봉장이라고 봐 야했다

“애들노는데, 안나간답디다”

이호극의 툴툴거림에 모두는 안심했다

혹금단주가 나가지 않는다면 기회는 있 었다. 그러나 내심 굉장히 아니꼬웠다. 안 나간다는 건 좋지만 말투가 거슬렸다. 역 으로 해석하면 각 무문의 후기지수들이 대단치 않다는 소리였다. 제 얼굴에 침 뱉 고서도 안도해야 하는 현실이었다.

‘아휴, 이 더러운 꼴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건지, 원.’

‘앓느니 죽지.’

‘죽창이라도 날리고 싶건만.’

물론 긁어 부스럼은 사양한다.

혹금단주를 출전시키기라도 하는 날에

금강문이 무림대회마저 다 해 처먹는 꼴이 된다. 무림대회에서 우승한 자에게 무문 연합의 무력단을 통솔할 권리를 준다.

그뿐이랴, 대회장 건설에 도해문 다음 으로 가장 많은 자금을 댔다. 사실 도해문 올 제외하면 다들 고만고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강문은 두 번째였다. 대회를 치르고 난 다음 대회장까지 날로 드실 수 있었다?

‘금강문이 우승하게 놔둘 수는 없다’

‘혹금단주가 아니라면 충분하지.’

‘이번에는 반드시 우리 문파가 우승해

야한다:

문주들은 야욕이 있었다. 무림대회에 서 우승한 무인에게 주어지는 권리도 중요 하지만, 다음 대 무문연합의 수장을 결정 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 발언권이 점점 커 지고 있는 금강문올 견제하려면, 무림대회 에서 반드시 성적올 내야 했다. 특히 금강 문이 우승하는 걸 반드시 막아야 한다.

“오늘은 혹화, 아니면 염화? 그도 아니 면 혹염환가?”

“아무렇게나 막갖다붙이지 마. 이상하 잖아”

단어 선택을 신중히 하라는 염화였다.

혹화와 염화를 합하니, 중2병에 걸린 헛소리처럼 들린다. 하지만혹금단주의 말 이 틀리진 않았다. 요즘 들어 자신이 염화 인지, 혹화인지 헷갈릴 때가 있었다. 무극 기를 운용하여 속성올 받아들이면서 발 생한부작용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염화의 머리카락이 적갈색을 띠고 있었다.

염화반 혹화반

반반 치킨을 연상케 한다.

“완벽하게 다스리려면 더 맞아야겠다.”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나 화병 나서 죽으라고.”

“화병도불의 기운이니, 염화일기공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다?”

“?그거 농담한 거야?”

“태연한 척하지 마라 속으로는 빵빵 터 지고있는거 다안다.”

“알긴 뭘 알아! 주둥이 터질 소린 하지 도마!”

말올 편하게 하기로 한 게 잘못이었다.

염화는 다른 건 다 떠나서 이 인간의 개 그감은 최악임을 실감했다 이렇게까지 웃 기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 다. 그런데 제 딴에는 또 재밌다고 박장대 소한다

‘종잡을수가없네.’

어떤 모습이 진짜인지 갈피를 잡기 어 렵다. 가벼울 때는 한없이 가벼우나, 잔인 할 때는 한없이 잔인했다. 화천문에서 보 여주었던 파격적인 전투는 여전히 회자되 어 간담올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땐 개기 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올 몇 번이나 했었 다

‘훈련할때는악마에 변태고.’

지독했었다

훈련을 하는 동안 혹화가 받아야 했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났다. 컨트롤이 되지 않고, 제멋대로 였던 혹화가 도리어 살려달라고 울고불고 매달렸었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혹화와 의 동조를 통해 염화일기공이 1단계 이상 발전했다

‘강해지면 뭐하냐고?’

염화는 그간 벽이 되었던 염화일기공을 발전시켰음에도 기뻐하기는커녕 자괴 감이 들기만 했다. 흑금단주와의 벽이 좁혀지기 는커녕 격의 차이만 확인했다. 영원히 닿 지 않는 평행선과 마주한 기분이었다. 그 리고 매일 기본적으로 처맞는다.

‘내가 이러려고 무공을 익힌 건가?’

다행이라면 흑금단주가 무림대회에 출 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인간이 출전 하면 그 대회의 우승자는 정해진 거나 다 름이 없다. 재야에 숨어 있는 고수가 나온 다고 해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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