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65화 (265/500)

제 5장

콩한쪽을왜 나눠 (3)

“이것들이 좋게 말로 하니까 본문이 우 습게 보이나 봐.”

번개처럼 돌아섰다

정우가 주먹을 회전시켰다.

푸악!

멍하니 서 있던 조 장로의 안면과 정우

의 손등이 마주했다. 촌음도 걸리지 않았 다. 조 장로의 신형이 허공을 팽이처럼 고 속회전하더니 바닥을 내리굴렀다.

꾸웩!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진 조 장로는 게 거품을 물고 기절해버렸다. 권공의 고수로 이름을 알린 천공권의 최후치고는 지나치 게 초라했다

“저런!”

“뭐가 저런이야 넌 아닌 거 같아”

안타까운 탄성을 내뱉었던 무인은 앞에 나타난 혹금단주를 보며 기겁했다. 당장 벗어나야 하는데, 벗어나기는커녕 주먹이 얼굴에와 닿았다.

부악!

고개가 팩! 하고 돌아가더니 몸도 천장 을 향했다. 하늘이 보이지 않아 바닥과의 조우가 길진 않았다. 곧바로 천장올 강타 한 후, 바닥올 찍고, 정신올 잃었다. 상태 는보지 않아도 극명하다.

일격혼절.

“무슨!”

“말보다는 피하는 게 이로울걸.”

본성이 폭발한 정우의 폭압은 조사단 을 집어삼켰다.

그들이 채 방비를 하기도 전에 주먹을

선사했고, 모두한 방이었다. 나름 무공을 익혔다고 자부했던 자들이건만 상대가 되 지 않았다. 12명의 조사단이 쓰러지기까 지 30초도 길었다.

남은 사람은 강선일 대주 혼자였다

그는 망연한 사태에 할 말올 잃었다. 그 의 명석한 두뇌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현 실과 마주하고 있었다. 분명 조 장로의 기 습이 잘못되기는 했으나 이렇게까지 나오 다니 뒷수습은 생각도 하지 않은 것인가?

“자네 제정신으로 이러는 것인가’?”

“어느때보다 말짱합니다.”

미친놈은 미쳤다고 말하지 않는다.

강 대주는 태연하게 답하는 혹금단주 가 멀쩡해 보이지 않았다. 보통 미친 게 아 니라, 단단히 미쳤다. 조사단 개개인의 명 성이 흑금단주에 비해 부족할 수도 있으 나, 이들은 무문올 대표한다. 그 말은 문 파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뜻이 된다. 소 속된무문이 가만히 있지 않올게 불올보 둣 자명하다

“각 무문에서 자네에 대한 질타가 이어 질 걸세. 그럼 금강문이라도 자네를 보호 하진 못해! 어쩌려고, 조금 참아도 되지 않았나!”

“잘못은 제가 아니라 이들이 했습니다”

“이걸 보고도 그리 말할 수 있는가?”

“정당한 대가를 받았을 분입니다.”

조사단을 전부 때려눕혀 놓고 지나치게 태연했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홍분했던 강선일의 뇌리가 차갑게 식었다.

일련의 과정이 스쳐 지나간 것이다

‘과한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혹금단주의 참견이 옳다고는 할 수 없 다. 그러나 조 장로를 비롯한 조사단의 보 고서는 문제가 있었다. 그것을 눈앞에서 증명했다. 과격한 방식에 화가 났었다 해 도 조 장로는 무인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하고 말았다.

“조 장로님의 행위가 잘못된 건 인정하 네. 그러나 이리되면 금강문에 대한 반감 만심해질걸세.”

“불합리한 절차를 두고도 개선하지 않 고 방관한다면 어느 누가 무문연합올 공 정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저는 제 선택 에 추호의 부끄러움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벌하고 싶다면 하셔도 됩니다. 본문은 언 제나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흑금단주의 단호하고 자신감 넘치는 발 언에 강 대주는 반박하지 못했다. 불공정 한 관행을 따르고 묵살하는 것은 옳지 않 았다. 그러나 대세를 거스르는 행위가 가 져올 파급력을 감안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전 이만.”

흑금단주가 떠나고 난 후에도 강 대주 는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폭풍이 휩쓸 고 지나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내가 그를 잘못 봐도 한참올 잘못 봤구 나:

조 장로와 조사단을 때려눕힌 무력만 봐도 그는 후기지수의 반열을 넘어섰다. 용이라는 단어도 이제는 무색하게 되었다. 그는 능히 일문의 문주와 견줄 만한 무력 을 갖추었다. 하나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심기였다.

‘이 상황을 예측하고 있었어.’

바닥에 결계의 수식이 빼곡하게 그려 져 있었다 이를 이제야 발견한 것이다. 그 렇다면 조사가 진행되기 전부터 이런 상황 올 유추하고 결계를 그려놓았다는 의미가 된다. 결계에 대한 이해는 둘째 치고, 인간 의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하나 손속이 지나치게 과했다. 주장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라고 해도 질타의 대상 이 될수있었다

‘혹금단주가 과연 대비를 해놓지 않았

을까?’

무문연합에 사실이 알려지면 잘잘못을 떠나며 금강문에 대한 반감이 커진다. 연 합의 공적이 되어 비난받을 수도 있다 하 지만 그렇게 되도록 혹금단주가 가만히 있 지는 않올 것 같았다. 그는 작금의 상황을 한 치의 빈틈 없이 예측했다. 그렇다면 이 에 대한 대비도 해놓았을 게 분명하다. 무 턱대고 금강문을 비난했다가 무문연합은 역풍을 맞을 수도 있었다 강 대주는 놓치고 있는 부분을 확인하 기로 했다. 혹금단주의 자신감을 가벼이 볼 수 없게 되었다 뭔가가 있음을 직감했 다 떼구르르르!

우연일까?

강 대주의 발밑으로 단추보다 작은 구 슬이 굴러와 멈추었다.

“하!”

도청장치였다.

발설을 하는 순간, 조사단 내에서 이루 어졌던 녹취된 자료가 공개된다. 그리된 다면 무문연합의 추악한 일면을 드러내는 꼴이다. 무엇보다 금강문주는 대중의 사 랑을 받고 있는 무인이다. 무문연합 내에 서의 좋지 않은 소문은 일부에 불과하다. 무문연합이 강하다 해도 민심을 대적하진 못한다.

‘명백한 협박이구나:

제대로 조사하지 않으면 까발리겠다는.

촛불이 횃불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강 대주는 허탈함에 다리에 힘이 빠졌 는지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여태 누굴 상 대해도 기가 죽지 않았건만, 혹금단주는 그이상이었다.

‘문파에 괜찮은 여인이 있나?’

각 문파로 돌아가게 된 조사단은 그날 있었던 사건을 보고하지 못했다. 강 대주 의 설명에 침묵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다. 설마 그런 짓을 할까? 라는 의구심은 생기지 않았다. 흑금단주는 금강문의 무 인답게 제정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망신당한 조 장로도 이를 갈 분 발설하 지 않았다. 기습을 하고도 일격에 기절했 다는 말올 차마 꺼내지 못한 것이다. 더욱 이 재조사가 들어가면 결과는 불을 보듯 자명했다.

조사단의 보고서는 정우의 난동이 벌 어진 5일후에 제출되었다.

무문연합의 수뇌부가 인천 송도의 프라 자호텔에서 회동을 가졌다 수장회의는 각 무문에서 돌아가면서

열게 되는데, 이번에는 금강문에서 주최 했다. 이 호텔의 뷔페가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은 밝히 지 않았다. 회의 끝나고 호텔 뷔페에서 마 무리할 계획이다.

회의장 안.

다 가진 자는 여유 만만할 따름이다.

“다들 표정들이 왜 그러시나? 자자, 얼 굴들 펴고 활기차게 회의를 진행해봅시 다”

이호극의 무사태평한 신색과 달리 무문 의 수장들은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제출 된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명색이 한국을 대표하는 무문임에도 불구하고 뒷북만 친 꼴이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어디 가서 하소연하지도 못하고. 그래 봤자 제 얼굴에 침올 뱉는 격이다.

“도해문 사건에 대한 최종 보고서는 다 들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사태는 예사롭게 봐선 안 될 일입니다 자칫 큰 파 장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했습니다.”

“사태의 파장을 고려해 도해문을 무문 연합에서 제외해야 합니다만, 이럴 때일 수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도해문이 벌인 일은 묵과하기 어려웠다.

자파의 이익을 위해서 무문연합을 위태롭 게 했으며 외세까지 끌어들였다. 심증만이 아니라 증거까지 확실해서 덮어두기 힘들 다 그럼에도 망설이는 이유는 세력의 균형 때문이다:

도해 문까지 무문연합에서 제외되면서 불러올 파장이 만만치가 않았다. 일례로 무문연합의 수가 길드보다 부족해진다. 혹호문에 이어 도해문까지 유명무실해진 이상 남아 있는 무문은 여섯에 불과했다 무문연합으로서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 었다. 근래 들어 문제의 시발점을 제공했 다. 무문의 명성도 예전과는 달리 추락하 고 있었다

“무턱대고 제외시켜 버리면 길드와 연 합은 물론 언론에서도 이상하게 볼 겁니 다. 그들이 문제를 파고든다면 무문의 지 배력이 약화될 게 불을 보듯 자명한 현실 입니다”

“그럼 이 지경을 만들어놓고 유지시키 자는 말씀입니까?”

“현실적으로 공개적인 처벌은 어렵게 되었습니다. 무림대회의 일정을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요. 어느 하나도 쉬운 선 택은 아니지만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고 봅니다.”

무림대회 개최 일자를 언론에도 알린 상태다. 특별한 사유도 없이 무림대회를 연기하고, 도해문을 무문연합에서 제외시 켜 버리면 대회가 정상적으로 운용되기 어 렵다.

필시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도 해문의 비리도 밝혀질 가능성이 크다. 도 해문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인한 폐단으로 몰아세운다고 해도, 무문연합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좋을 리 없었다. 초록은 동 색,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 가. 유유상종이라고 여길 게 분명하다. 무 엇보다 한 번도 아니고 연이어 사고가 터 지고 있었다.

“도해문의 핵심수뇌부가 사라진 이상, 애꿎은 무인들까지 연좌의 죄를 묻는 건 온당치 못한 처사입니다.”

“그래서 어쩌란말씀이오?”

형평성의 문제가 걸렸다. 이를 해결해야 한다. 단순히 무문의 명예를 위해서, 불의 를 덮자고 한다면 안 좋은 선례가 남게 된 다 문주들 간에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었 다

절차적으로 따지면 도해문을 와해시키

고, 연합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온당하다. 그러나 그로 인한 후폭풍을 연합 전체가 감당해야 했다. 적절한 타협선이 필요하기 에 설전이 가열되었다.

‘어지간히도 싫은가 보네.’

이호극은 설전에 끼지 않은 채 느긋하 게 관전하고 있었다. 딱 봐도 도해문이 가 지고 있는 이권사업을 금강문에 넘기고 싶 지 않은 게 보였다. 대놓고 그리 말하지 못 하고 있을 뿐, 도해문을 유지시켜야 손해 배상을 하는 차원에서 끝이 나기 때문이 다. 배상 이후, 도해문을 각 무문에서 공 동으로 관리한다면 금강문에 온전히 이권 을 넘기지 않아도 된다.

“금강문주께선 어찌 생각하시오?”

“나야 뭐, 어찌 되든 상관은 없는데 앨 런가에서 가만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금강문주에게서 올바른 의견 제시가 나올 거란 기대는 다들 하지 않았다. 적당 히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물어봤을 분이 다 사실 반감을 가지고 깽판을 부리지 않 을까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한데 전혀 뚯밖 의 말을 하고 있었다

‘앨런가가 왜?’

‘이건 또 무슨소리야?’

‘개수작을?’

금강문주라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겠 는데, 앨런가의 비중이 분위기를 심각하 게 만들었다. 사실 도해문을 앨런가에서 조사하고 있다는 걸 안다. 그 일에 대해서 는 적당 선에서 보상올 하면 될 일이었다.

‘일우그룹 외에 더한 일이 있었던 건 가?’

‘앨런가와 충돌한 건 금강문일 텐데.’

‘혹시 떠넘기려고?’

‘저 인간이라면 충분히 그리하고도 남 겠지만.’

‘안되지, 절대!’

앨런가의 내부사정에 대해서는 알려지

지 않았다 일우그룹의 요청으로 앨런가에 서 파견되었다는 정도만 밝혀졌다 도해문 에서 충돌이 벌어지기는 했어도 금강문주 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다. 그에 대해 말이 나왔으면 벌써 나왔어야 했는데 잠잠했다.

신룡문주는 사안을 가볍게 여기지 않 았다

강 대주는 금강문이 그간에 알려진 것 처럼 막무가내는 아니라고 경고했다. 막 던진다고 아무거나 막 받아먹어서는 안 되 겠지만, 앨런가가 거론된 이상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했다

“전후 사정을 자세하게 말씀을 해주시

지요.”

“별건 아니고, 앨런가의 대공자가 도해 문주에게 살해당했답디다. 애들이 천지분 간 못 하고 나대면 종종 비명횡사하곤 하 지 않습니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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