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64화 (264/500)

제 5장

콩한쪽을왜 나눠 (2)

흑금단주의 무례한 발언에 조사실 안 이 험악하게 변했다 조 장로는 속으론 쾌재를 부르면서도 겉으로는 분기를 드러내며 엄하게 꾸짖었 다 조사단의 무인들도 동조하고 있었다.

금강문에 대한 꼬투리를 잡을 기회였다. 물론 상대가 금강문주였다면 달리 대했을 것이다. 그 앞에서 논리를 따지는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금강문주가 아니라 혹금단주다

“도해문의 야욕을 파악하고 견제한 접 니다. 그러니 자격이야 충분하다고 봅니 다”

“근래에 명성을 얻더니 눈에 뵈는 게 없 는것이냐!”

“그 전에 공정하지 않은 이유부터 검증 해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조사가 잘못되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고?”

“그렇습니다.”

“하지 못한다면 금강문에 정식으로 항 의하겠다! 차후 벌어질 후폭풍을 그대가 감당할수 있겠는가?”

조 장로의 발언에 조사단은 힘을 실었 다

그들에게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 까지의 공적만 해도 자신들에게는 부담이 되었다. 이를 상쇄할 만한 계기가 필요했 는데, 혹금단주가 알아서 제 발로 찾아와 주었다 공적에 눈이 멀어 조사단의 의견을 묵

살하려고 시도했다는 사실만으로 이의제 기는 충분하다. 천지분간 못 하는 애송이 의 콧대를 꺾어줄 때도 되었다.

‘증명할수 있을것 같으냐?’

조사된 자료를 근거로 해봤자, 시각의 차이다.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란 사 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더욱이 조사단의 통일된 의견을 혹금단주 개인이 묵살한다 면 명백한 월권행위다. 금강문의 위상을 깎아내릴 절호의 기회다.

씨익!

정우의 웃음을 본 조장로가 조소를 삼

켰다.

‘웃어,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은 애송이들이 흔 히 범하는 오류다. 천재라고 해도 인간인 이상 실수가 있다. 허세를 부린다고 사태 해결이 되지는 않았다

‘애송이로 봐주면 나야 좋지.’

정우는 상대방이 방심한다고 해서 봐 주는 헐랭이가 아니다. 오히려 약점을 파 고들어 집요하게 괴롭히는 성향이다. 건드 리기 전에야 조소를 보내고 비웃을 수 있 겠지만, 건드린 후에는 다들 울고 싶어도 울지 못했다.

“그럴 줄 알고 준비를 했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것이냐?”

“그럼 발동하겠습니다.”

“발동? 대체?…!”

조 장로의 물음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 았다. 갑자기 흐름이 변하더니 눈앞에 있 었던 혹금단주가 사라져버렸다. 인간이 연 기처럼 사라지진 못한다. 그렇다면 공간이 변해서 장막을 형성했다는 뜻이다

“설마?”

“ 결계.”

갑작스러운 결계.

조 장로는 물론 조사단 전체를 당황스 럽게 만들었다. 혹금단주의 돌연한 행동 에 놀람이 가시고, 분노가 들끓었다. 근래 에 잘나간다고 해도 도가 지나친 행위였 다. 반드시 무문연합에 알려 흑금단주를 벌해야 했다.

“전 단주 장난이 지나치지 않소!”

“어서 결계를 열어라!”

“오늘 일올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 오!”

정우는 결계의 밖에 서 있었다. 흥분하 고 있는 그들을 무심히 지켜보았다. 여전 히 예상된 범위를 한 치도 벗어나진 않았 다 자료를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이 방은 대회장 안에 있었다. 또한 1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쾌적한 공 간이다 정우는 무문연합에 자료를 제출하기 전에 대회장을 찾았고, 준비를 해놓았다. 물론 이런 사태를 진심으로 바라진 않았 다. 조사단이 제대로 했다면 벌어지지 않 았을 일이다. 그러니 조사단의 책임이었다

“결계는 여러분이 조사한 대회장의 기 문진과 결계를 압축시켜 놓은 겁니다”

결계 안에 울리는 흑금단주의 설명에 조 장로를 비롯한 조사단이 분개했다. 허 튼소리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당장 결 계를 열라고 언성을 높였다.

“결계를 열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것 이다!”

“그렇소이다, 전 단주! 이번 일은 결코 가벼이 넘어가지 않올 테니 단단히 각오하 시오!”

강 대주는 심각한 표정올 지었다. 혹금 단주의 말대로라면, 흡혼진을 펼쳤다는 뜻이 된다. 만약 그렇다면 단순하게 볼 일 이 아니었다.

“이따위 결계가통할 것 같은가”

조 장로는 코웃음을 쳤다. 결계의 위험 성을 인지는 하고 있으나, 그보다는 본인 의 권공을 믿었다. 천공권이라는 별호가 말해 주듯이 결계가 권공을 막아낼 수 있 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

-천공팔권 3식, 천공파(天功破).

기운의 흐름을 부수어내는 권파(華破) 다

결계도 기운의 일종, 천공파를 막아내 진 못한다. 이대로 천공파에 꿰뚫려 분쇄 될 것이라 확신했다.

“과연!”

“천공권이시다!”

조사단도 조 장로의 공력에 놀람을 감

추지 못했다

푸아아아앙!

7성의 공력이 실린 권공이 결계를 두드 렸다. 거친 파장이 결계 안을 맹렬히 흔들 어놓았다. 그러나 조 장로의 확신과 조사 단의 기대는 멀쩡한 결계로 인해서 허무하 게 끝이 나버리고 말았다.

“이럴수가!”

“말도 안돼!”

그들의 놀람은 당연했다. 권공의 위력 은 엄청났다. 자칫 휩쓸릴 뻔하지 않았던 가. 그런데 결계가뚫리기는커녕 혼적조차 남지 않았다.

“감히!”

조 장로의 안면이 수치심으로 붉게 물 들며 일그러졌다. 보란 듯이 출수했건만 보란 듯이 와해되었다. 비록 전력은 아니 더라도 모두의 앞에서 망신을 당하고 말 았다 그는 가만있지 않았다

천공팔권의 상승 초식인 천공신(天功神) 과 천공멸(天功滅)을 연이어 분출했다.

퍼퍼퍼퍼퍼펑!

거친 파장이 일어났다 어김없이 사라지 기를 반복했다.

“허억, 허억!”

공력을 토해낸 조 장로의 숨이 거칠어

지면서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렸다. 이를 확인한 강 대주는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시했다

“그만하십시오. 이건 흡혼진입니다.”

강 대주의 말에 모두는 정신이 번쩍 들 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게 육신이 무기 력했다. 가만히 있는데도 뭔가가 빠져나가 는것처럼 허하다.

때마침.

“홉혼진은 정기신을 흡수합니다. 알다 시피 모조리 빠져나가면 미라가 되어 결계 의 지배를 받게 될 겁니다.”

“이... 악독한!”

“증명을 원하시니, 저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점 양해해주시기를 바랍니 다:’

“?이놈!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정우의 느긋함이 조 장로와 조사단의 분노를 자극했다. 위험한 진에 가두고서 그딴 소리를 하니 분기는 더더욱 타올랐 다 그들은 가지고 있는 공력과 속성을 끄 집어내며 결계를두드렸다.

푸아아아앙!

공력과 결계의 상충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으나, 변화를 주진 못했다.

결계는 굳건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좀처럼 흐름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강 대주는 다른 이들과 달리 결계를 풀 기 위해서 노력했다.

흡혼진은 대회장을 조사하면서 파악해 놓았다. 안타깝게도 일단 결계가 발동올 하면 내부에서는 풀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그렇지.’

나름 각 무문에서 뛰어난 자로 선별이 된 조사단이다. 그들이 비록 문파를 대표 하진 않는다고 해도 결계를 부수지 못할 정도라니. 예상보다 더 지독하다.

‘기운을 차단해도 빠져나간다.’

공력을 분출하지 않아도 조금씩 결계에 빨려들어 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혹 금단주의 공언대로 미라가 되어 결계에 사 로잡히게 된다

“허억, 허억!”

공력과 속성을 발출했던 조사단은 점 차 지쳐가는 자신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결계를 부수기는커녕 정기신만 소모한 꼴 이었다 미라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이런 짓을 하고 금강문이 무사할 성싶 으냐?”

“그러게 공정하게 조사를 했어야지요.”

“헛소리 지껄이지 마라! 어서 풀지 못

햇!”

“아직도 모르겠습니까. 결계는 대회장 에 설치된 흡혼진을 축소시켜 놓은 겁니 다 그런데도 여러분은 흠집을 내기는커녕 맥없이 사로잡히고 있습니다?”

조 장로와 조사단은 뒤통수를 처맞은 듯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조사실에 쳐진 결계는 완전하지 않았 다. 그런데도 빠져나가질 못했다. 만약 대 회장에 설치된 진이 가동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체감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과 마주했다.

무문의 절대고수라면 과연 뚫어낼 수 있을까? 결계를 상대해보지 않았다면 확 신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확신은커녕 불신이 자리했다.

두웅

정우가 손짓올 하자 결계는 사라졌다.

원래의 공간으로 돌아왔지만 그 안에 자리한 조사대는 처참했다. 온몸이 땀으 로 젖어 있으며, 얼굴에는 낭패감이 서려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인정 해야 한다는 분노도 뒤섞였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래도 공정한 조사

였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

“?설령 그렇다 한들 네놈의 방식은 잘 못되었다! 이런 식으로 강압을 행사할 권 리는 없단 말이다!”

조 장로의 억눌린 분노가 조사단의 심 정올 대변했다. 이성적으로는 충분히 이해 가 된다. 그러나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 았다. 조사단의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 는다고 해서 실력 행사를 한다면 누구도 무문연합의 결정에 따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맘대로 작성을 하십시오, 여 러분의 입맛에 맞게.”

정우는 강요하지 않았다.

속으로 분노한다 해도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 그들이 체감하는 바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대회장을 부수지 않 는 이상 결계의 위력은 언제든 검증이 가 능했다. 그땐 조사단도 저처럼 강하게 나 오지 못한다.

휙!

정우는 미련 없이 돌아섰다.

“이놈 거기 서지 못할까?”

조 장로의 외침이었다.

그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했 다. 살면서 오늘처럼 모멸감이 들기도 처 음이었다. 놈은 자신을 철저히 농락했다. 핏기도 가시지 않은 애송이의 농간에 넘어 가 자존심을 구겼다

쌔앵!

보법을 펼치자 질풍처럼 나아갔다.

조 장로의 권공이 혹금단주의 등을 노 렸다.

“위험해!”

강 대주가 위험을 알렸지만, 그보다 조 장로의 권공이 빨랐다. 혹금단주의 등판 을 강타한 권공이 폭발하며 공간을 울렸 다 꽈아아앙!

주먹을 내지른 조 장로가 조소를 지었 다. 제아무리 대단한 놈이라도 방심하고 있었고, 등 뒤를 내주었다. 척추는물론 오 장육부가 산산이 부서지고도 남았다 스윽!

정우가 돌아봤다.

“쳤냐?”

“?■…어떻게?”

조 장로의 안색이 돌변했다.

결계에 공력을 빼앗기기는 했어도, 남 아 있는 전력을 권공에 실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혹금단주는 멀쩡한 신색이었다. 비현실적인 현실에 넋이 나갔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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