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63화 (263/500)

제 5장

콩한쪽을왜 나눠 (1)

무문연합에서 파견된 무인들이 대회장 의 구석구석을 면밀히 살폈다. 시공을 담 당했던 백두삽 건설에도 의뢰를 넣어 건 축 설계도를 얻었다. 시공 담당자가 직접 나와 조목조목 설명을 해주었다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최대한 보안

을 철저히 유지해야 했다. 이번 일이 외부 로 알려지면 도해문의 책임으로 끝나지 않 았다. 무문연합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특히 사사건건 반목하는 길드에서 꼬투 리를 잡을 게 분명하다. 말은 안 했지만 다 크니스 길드의 해산에 있어 무문연합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다크니스 길드가 불 법을 저질렀다곤 해도 길드 연합에서 자 체적으로 해결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홀 러나왔다.

조사단의 책임자는 신룡문의 선검대주 강선일이다

그는 냉철한 성향이며 지략과 판단력이

뛰어나다는 평판을 받고 있었다. 또한 신 룡문의 지검(知劍)답게 기관과 진법, 설계 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갖추었다.

스윽!

강선일은 대회장의 구조를 전체적으로 살폈다.

최신의 시스템이 갖추어진 대규모의 대 회장이다. 근래에 지어진 어떤 대회장보다 훌륭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소름이 돋았 다

“겉으로 봐서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기관 진법에 해박한 강선일조차도 내부 의 설계도를 보지 않고서는 의심조차 못 했을 만큼 대회장은 완벽했다. 또한 무림 대회는 일종의 행사다. 사람들이 몰리고 시끌벅적해지면 더더욱 파악하기 어려웠 을 것이다.

그는 도해문이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었다. 하지만 대회장 내부의 비밀 설계도를 확인하니 부정하기 힘들다. 대회장의 규모가 크다고 해도 비 용적인 측면에서 더 들어간 이유가 설명되 었다.

“금강문이 큰일을 했어.”

만약 도해문의 악행을 미연에 발견하지 못했다면 무문연합은 역대 최악의 사태를 맞이했을 것이다. 대회장의 구조를 꼼꼼 흐!게 살필수록 더더욱 그렇다.

“금기시되는 홉혼진까지 사용하다니, 작정을흐}지 않고서야”

대회장 안에 가두어 사람의 정기신올 빼앗은 후 꼭두각시로 만들려는 것이다. 참석한 무문연합의 주축 무인올 지배할 수만 있다면 도해문은 단숨에 한국 제일 의무문이 된다 그뿐이 아니다.

실패할 때를 대비해서 멸살진과 대회장 의 바닥에 폭약까지 매설해놓았다. 도해 문은 짧은 시간 치밀하게 준비를 했다. 그 러나 이 음모의 배후에 일본의 무문이 있 었다. 일본 무문의 입장에서 한국의 무문 은 한반도 진출을 하는 데 눈엣가시다. 어 쩌면 최후의 패를 사용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

“민간인에게도 무림대회를 개방할 테 고.”

일반인들까지 피해를 입게 된다면 무문 연합은 살아남는다 해도 급격한 추락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애꿎은 사람들이 무 문 간의 다툼으로 피해를 입은 꼴이니 파 장은 일파만파일 테고.

조사는 보름간 지속되었다.

강선일은 조사가 마무리되어 갈 즈음, 보고서를 작성했다. 사건의 진실을 가감 없이 객관적으로 써 내려갔다. 완성된 보 고서를 각 무문에서 파견된 조사단과 검 토했다. 개인뿐만 아니라 모두의 의견이 합일되어야한다.

“이거 너무금강문 위주로 작성한 거 아 닌가?”

강선일의 보고서에 불만을 표출한 자가 있었다?

천무문의 장로 조정혁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권의 고수로 천

공권(天功章)이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었다. 조사단의 책임자는 강선일이지만, 그가 가 장 연장자였다. 되도록 젊은 무인을 위주 로 조사단이 꾸려져서 구심점이 필요했다.

“되도록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작성 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금강문이 발견하지 않 았다면 대회장에 참석한 무인 절반 이상 을 잃었을 거라니. 이는 각 무문의 역량을 간과한게 되네.”

조사단에 포함된 무인들은 고개를 끄덕 였다.

설령 도해문이 수작을 부렸다 한들 충

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봤다. 더욱이 이런 식으로 보고가 올라가면 가뜩이나 주가 상승 중인 금강문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 이 된다

“절반의 피해수치도 최소한으로 잡은 겁니다. 직접 보시고도 그런 말씀올 하시 는겁니까‘?”

“보기는봤네만 자네 말처럼 기관과 결 계가 대단하진 않았네.”

무인다운 발언이다.

금강문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지만 실상 기관진법과 결계를 대부분의 무인은 인정 하지 않았다. 더욱이 무림대회에는 각 무 문의 핵심 무인이 관전을 한다. 절대 급의 고수가 있는 이상, 기관이나 결계로 인해 피해를 입지는 않을 거라고 봤다.

“대회장에 설치된 기관은 일반적인 수 준이 아닙니다”

“그 말은 무문연합올 믿지 못한다는 말 처럼들리는군.”

강선일은 답답함을 느꼈다. 자신도 무 인이기는 하나 기관과 결계를 무시하진 않 는다. 그것이 얼마나 무지한 행동인지 체 감하고 있었다. 이들은 아직 기관의 무서 움을 몰랐다. 설령 안다고 해도 인정하지 않을듯했다.

‘안됐지만, 어쩔수 없네.’

강선일의 답답함과 달리 조 장로는 보 고서를 아예 무시하진 않는다. 경계해야 한다는 인식은 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번 사태를 금강문이 해결했다는 점이다. 이대 로 간다면 무문연합의 수장 역할을 금강 문에 내어주어야 할 판이다. 지금도 기고 만장이 하늘을 찌르는 금강문주가 무문 연합의 수장이 된다고 상상해보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문연합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제동을 걸어주어야 한다

‘안 되지, 절대!’

각 무문에서 차출된 조사단도 조 장로

의 의견에 동조했다

기관이나 진법은 둘째 치고, 금강문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되고 있었다. 도해 문까지 접수하게 된다면 금강문의 지배력 은 훨씬 커질 것이다. 그땐 어떤 문파도 금 강문올 통제하지 못한다.

‘어쩐다?’

강선일은 답답했다

각 무문이 이권을 챙기려는 걸 뻔히 알 면서도 제재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유는 신룡문주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되 도록 조사단의 합일된 의견에 반기를 들 지 말라고 했다. 괜히 미운 털 박히지 말라 는 당부다. 대세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중립적인 시각으로 판단하라고 했다.

“금강문의 공적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니, 이쯤에서 적당히 마무리를 짓자는 말일세. 이 일을 공론화해봤자 여 론만 시끄러워질 게 뻔하지 않나.”

“조 장로님의 말씀이 백번 지당합니다.”

조 장로는 노련했다

금강문의 공적을 무시해버리는 건 현명 하지 않았다. 금강문주의 성격상 가만있 을 리 없을 테고. 분란을 가중시킬 여지가 있었다. 그는 어느 정도 선까지만 인정을 하면서 조사단의 의견을 단합시켰다.

하아.

강선일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조사 단의 책임자이기는 하나, 모두의 의견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번 일올 맡은 걸 후회했다. 저번에도 그렇고, 각 무문의 이익올 위해 공정하지 않은 선 택을 하고 있었다. 당장은 서로의 이익에 부합할지 몰라도, 후일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어 걱정이 되었다 최종 제출 보고서가 마무리되어 갈 즈 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합니까?”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의 시선이

한 방향으로 쏠렸다. 익숙한 얼굴의 사내 가문 옆 벽면에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있었 다

“흑금단주!”

모두는 당황한 눈치였다. 아무도 혹금 단주가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올 눈치 채 지 못했다. 그렇다는 건 그들의 기감올 무 시해버렸다는 의미가 된다 조사단에 참여한 무인은 각 무문에서 인정을 받은 인재들이다. 지략분만 아니라 무공도 뛰어난 축에 속했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눈뜬장님이 되었다

‘언제들어온 거야?’

‘문을 열고 들어올 때까지도 몰랐다는 거잖아’

‘대체 무슨수작을부린 거지?’

조사단의 대부분은 인정 못 하고 있었 다

혹금단주가 가장 잘나가는 무인이라고 는 하나 후기지수에 불과했다. 그가 자신 들의 기감을 무력화시켰다는 사실을 순순 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이 속성을 발휘 해서 몰래 들어왔을 거라 추측했다.

모두의 불편한 시선에도 정우는 태연하 기만 했다. 입꼬리가 약간 뒤틀리며 비릿 한 미소를 머금었다는 걸 제외하면.

‘사람 마음이야 다 똑같지.’

정우는 조사단의 행태를 예상했다. 아 니, 조장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왜냐고?

이번 조사단에서 금강문은 인원을 파 견하지 않았다.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눈앞에 이득이 있는데, 내버 려둘 인간은 많지 않았다 금강문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었 다 국민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공 적까지 쌓아놓았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금강문은 한국 제일의 무문이 되는 건 시 간문제다 그러나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고 했다. 높아지는 관심만큼이나 반발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또한 멀리 있지 않았다. 단체가 망하는 까닭은 대부분이 외환이 아니라 내환이다. 자중지란올 일으키는데, 단체 가 바로 선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다고, 때를 놓 치면 안되지.’

정우는 금강문의 이권을 다른 무문과 나누어 가질 마음이 전혀 없었다. 아무것 도 하지 않았으면서 콩고물을 나누어 먹겠 다는 심보는 용납하지 않았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그러면 어떻게

하냐, 라고 따질 수도 있으나 무문은 이미 기득권이다. 뭘 더 나누어 주란 말인가.

모난 돌이라고 해서 정을 치고 싶으면 쳐도 된다. 하지만 명분이 있어야 한다. 어 설프게 건드리면 혹호문과 도해문의 절차 를 따르게 될 것이다. 연합 소속이라 하여 안심하고 있다면, 언제든 발등을 찍어줄 수 있었다

‘후후후.’

혹금단주의 돌연한 등장에 조 장로는 회심의 미소를 삼켰다. 어디까지 들었는지 는 중요?하지 않았다 혹금단주가 나서봤자 반감만 사게 될 것이다. 이 자리에 있는 누 구도 혹금단주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터.

“바브다고 들었는데, 전 단주가 여긴 어 인 일인가?”

“돌아가는 정황이 궁금해서요.”

“금강문은 조사단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올 하지 않았나?”

“그렇다 해도 공정하지 못한 처사를 묵 과할순 없지 않습니까”

“어디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거지? 우린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해서 보고서 를 작성했네.”

조사 자료를 통한 보고서 자체가 잘못 되지는 않았다. 금강문의 공적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 범위에 관해서는 조 사단의 자율이었다. 이에 대해 반문을 제 기하는 건 연합에서 합의한 조사단을 신 뢰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된다. 여러모로 혹금단주의 발언은 도가 지나친 행위였다.

‘그래 봤자 현실을 직시 못 하는 애송이 일뿐이지.’

조 장로는 다음 세대를 이끌 신룡이라 하여 떠받드는 걸 선호하지 않았다. 후기 지수는 연륜과 경험을 감당하지 못했다. 혈기만 믿고 까불다가 혼적도 없이 사라 진 불나방이 적지 않았다 제 명대로 살려 면 굽힐 때는 굽혀야 했다

“제가 보기엔 전혀 객관적이지가 않습 니다.”

“입을 함부로 놀리는군. 이는 조사단 전체를 부정하는 발언이네, 자네가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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