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장
도해문을 끝장내다 (4)
정우의 주먹이 먼저였다
빠아아악!
진짜잘때렸다
슬로모션으로 봤다면 그 생생함을 엿 볼수 있을 텐데 아쉽게 되었다 너무나 빠 르고, 간결해서 누구도 보지 못했다. 그야 말로 죽빵의 정석이다. 처맞은 당사자, 도 해문주는 얼이 나가버릴 지경이었으니 말 다했지.
“?어째서?”
공력을 극대화하고, 속성까지 각성했음 에도 처맞은 도해문주는 당혹감에 젖어 들었다 이래선 안 되었다 놈을 무릎 꿇리 고, 대가를 치러주어야했다.
“세상은 원래 맘대로 안 되거든”
언제부터 현실이 원하는 대로만 됐던 가. 원래부터 잘 안된다?안 되니까, 잘되 기 위해서 노력할 뿐이다 되면 좋겠지만, 또 다른 벽을 만나게 되고.
그래도 안 되면 좌절을 하거나, 극복하 거나둘중하나다.
스윽!
도해문주가 바닥을 굴러 착지할 때, 정 우는 그 앞에 당도해 있었다. 신기에 가까 운 보신(步身)이었다. 순간적으로 공간 이 동을 했다고 해도 믿을 만큼 빠르다. 겨우 살아남은 무인들도 일련의 과정을 해태 눈이 되어 바라보아야 했다.
버어어엉!
킥의 위력은 허리와 반대 발의 축에서 나온다. 최적화된 운용을 자연스럽게 찾 은 정우의 발등이었다. 팔을 받치며 일어 서고 있는 도해문주의 배때기를 가열하게 두드렸다
슈0}아앙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연이어 실패한 나로호와는 비교도 되 지 않는 추진력이었다 기술력을 붕괴하는 킥력이다. 발사추진체가 필요 없다. 정우 에게 9,000억을 주면 따로 추진력을 만들 지 않아도 우주로 날리는 게 가능할 것이 다 삽시간에 100미터 상공을 의지와는상 관없이 날아오르게 된 도해문주는 오장 육부에서 아우성을 쳤다 크으윽!
고통이 입을 타고 터져 나오는 가운데
흑금단주를 찾았다.
“?없어?”
“ 없긴.”
지상에 있어야 했던 혹금단주의 목소리 가위에서 들린다 도해문주의 고개가 팩! 하고 돌아섰다. 목이 돌아가는 그 순간과 최적화된 권로 가 내리찍힌다. 마치 이때를 기다리고 있 었던둣 뿌아아악!
살가죽을 밀어내고 광대뼈를 함몰시킬
권공이 불을 붐는다. 우주로 가기를 열망 했던 도해문주 그 거창한 창공의 꿈을 박 살 냈다.
쿠아아앙!
유성으로 화한 도해문주
지면을 뚫고 들어가며 분화구를 만들 어냈다
“피날레는 화려하게.”
정우는 효율성도 좋아하지만 화려함도 잊지 않았다 두 주먹에 진기를 몰빵하자, 권기의 방울들이 모여들어 권형을 이루었 다. 순백의 강기가 정점에 이르자 게틀링 포를 발출하듯 지면을 향해 쏘아냈다 스*스스으스스&스 I
n n ii ii rrm
권강의 포화, 그야말로 강기의 폭우였 다. 주변의 접근 따위는 용납하지 않을 파 괴력과 화려함을 갖추었다;
지상의 멸망을 기다리듯
퍼퍼퍼퍼퍼펑!
연사를 넘어서는 속도임에도 불구하고 파괴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일대를 모조리 다 부수어버릴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정우는 멈추지 않고 발출했다
“?대체 언제까지?”
“저런 무식한!”
강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공력의
소모가 심하다. 하물며 연사로 발출하고 있었다 위력이라도 약하면 모를까 그렇지 가 않았다. 가까이 접근이라도 하는 날엔 공력의 흡입력에 휩쓸려 먼지가 될 수 있 었다
“이런, 삑사리가”
무식하단 발언을 내뱉은 무인은 식겁해 야 했다. 고의든 그렇지 않든 느닷없이 발 출된 강기가 공간을 분쇄해버렸다 허업!
무인들은 합죽이가 되었다
본인 딴에는 실수라지만, 얼굴은 전혀 실수가 아니었다 또 한 번 시답지 않은 발 언을 할 시, 실수를 남발할 수 있음을 시 사했다.
착
한 발로 스무스하게 착지를 한 정우 분 화구를 응시했다. 강기를 무차별로 난사 하는 와증에도 분화구의 형태에 신경 쓴 혼적이 보였다: 형태가 매끄러운데다가 형 이상학적인 모양을 구현했다
“힘을 좀 과하게 썼나, 아니면 기대에 못 미친 건가? 아무래도 과대평가를 했나 봐”
정우의 중얼거림이 대결의 종지부를 찍 고 있었다. 본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기 에 공력을 과하게 썼더니 끝이 지나치게 허망했다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미안하게 됐다”
미안한 사람의 표정과는 거리가 멀었 다
무형강기를 쉴 새 없이 오랜 동안 발출 했으면서 죽일 생각이 없었다니, 뻔뻔함의 극치였다. 본 사람이 없으면 그나마 이해 를 할 텐데 기백의 무인들이 두 눈 시퍼렇 게 뜨고 있었다 그런데도 마치 없는 사람 취급을 했다.
“혹시 내가 과했다고 보는 거야? 그렇 게 생각한다면 앞으로 나와봐. 성실하게 대화로 풀어보자고.”
무인들은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저 무 지막지한 폭압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수 틀리면 혼적도 없이 사라진 문주와 같은 신세가 된다.
“문파의 수장이 억울하게 죽었을수도 있는데, 항의조차 하지 않다니. 도해문주 는죽어서도 편히 눈을못감겠다 참으로 실망이야.”
죽은 사람을 능욕했다
무인들은 울화통이 터지는 걸 겨우 참 아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문파의 수장 이 비참하게 죽었음에도 항의는커녕 저항 할 의지를 잃었다. 실상 그러고 싶지도 않 은 것이다. 문주는 자신들을 도구보다 못 한취급을 했다
‘의리는 개나 줘버려.’
정우는 저들이 의리를 지키기 위해 나 서는꼴을두고 보지 않았다. 신의와 믿음 을 산산이 부숴버리고, 무인으로서의 자 긍심도 짓밟았다. 이제부터 저들은 무공 을 익힌 무인이 아닌, 자괴감에 사로잡힌 쓰레기에 불과하다. 기세가 꺾인 무인은 의연한 척해도 결국에는 그 상처가 발목 을잡게 된다 목적을 완수하려면 한 가지가 더 남았
다
“쥐새끼들은 처리해야겠지.”
정우의 시선이 가리키자, 항거불능의 기운이 공간을 관통했다.
척!
별안간 현천살형기에 사로잡힌 두 무인 은 발버둥을 쳤다 얌전히 있었던 그들은 억울한 표정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끝까 지 숨어 있었던 자들이기도 했다
“살려... 주십시오!”
“연기 잘하네.”
“그게 무슨?”
“할복자살이 쪽빠리들의 전매특허라
며.”
이차세계대전 당시 궁지에 몰리자 가미 카제 전법을 사용했다고 자랑하던 선전 문구가 상기된다. 별로 신용은 하지 않는 다 죽고 싶어 하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다 그런데 그 미친 짓을 당연하게 벌이는 족속이 일본이다. 죽고 싶으면 지네들만 죽으면 되는데, 그 당시가 일제강점기라우 리나라 사람도 포함이 되었다. 그게 아주 짜증이 난다:
“?어떻게?”
“결계에 장난을 쳤잖아”
임진명과 고성길의 안색이 바뀌었다 살
려달라고 비굴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담담하다. 죽음 따위는 두려워 하지 않았다. 응당 그리해야 한다는 사명 감마저 느껴진다;
“쪽빠리들의 세뇌는 어떤 식인 거냐 징 그러운 놈들일세.”
“네놈이 강하다 한들 결계에 들어온 이 상빠져나갈 순 없을 거다!”
임진명과 고성길의 본명은 쇼와 아키라 다
일본 무문의 무인으로 도해문주와 거 래를 한 이후 파견되었다. 그들의 역할은 도해문을 감시하고, 필요할 경우 위험분 자를 제거하도록 명을 받았다.
도해문주가 쳐놓은 결계는 무문에서 내놓은 진법을 변환하여 완성되었다. 그 러나 그 본질은 멸(滅)이었다. 결계의 축을 이루는 핵심이 쇼와 아키라다. 그들이 진 의 축이 되어 흐름을 바꾸면, 결계는죽음 의 절진으로 바뀌게 된다 물론 그들도 죽음을 피하진 못한다.
“장난은 너희들만 칠 수 있는 게 아니 지.”
“무슨 뜻이냐?”
“흐름이 변하지 않았지?”
“?이럴수가!”
쇼와 아키라는 가미카제 결계를 발동시 켰다. 이쯤 됐으면 진이 붕괴 조짐을 보여 야 했다. 한데 흐름이 변하기는커녕 원래 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한 절진이 되었다:
“같이 죽겠다는 놈들은 지겨워.”
심드렁한목소리에 짜증이 섞인다
정우는 그런 놈들을 선호하지 않았다. 가미카제라는 말만 들어도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이유는 5번의 전생에 있었다. 진 강백, 이 망할놈이 목숨을 도외시하며 매 번 동귀어진을 쓰는 바람에 낭패의 연속 이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열이 받는다 그 러니 이대로 죽게 놔두는 건 현명하지 않 다
“가볍게 공력부터 끊어내자”
“…차라리 죽여라T
평생을 수련해서 얻은 공력을 끊어낸 다 이는 무인에게는 사형 선고다. 차라리 목숨을 잃을망정 공력을 잃고 싶지 않았 다 흐
정우는 쇼와 아키라의 초연함에 콧방 귀를 뀌었다.
“죽을놈죽이면 손해잖아”
“?악마 같은 놈!”
일본놈이나중국 놈?이나 무인에게 있 어 내공은 목숨보다 소중하다. 또한 목적 을 위해 목숨을 서슴없이 버리는 놈이니 자부심도 남다르겠지. 하지만 그런 자부 심을 일일이 지키면서 죽도록 놔두진 않는 다 버러지는 버러지답게 구차하게 연명해 야 하는 법이다 별것도 아닌 쪽빠리 새끼 가당당한걸 보고싶지 않았다 푸악!
정우의 손짓에 쇼와 아키라의 단전이 파괴되고, 전신 기맥이 막혀버렸다. 무인 으로서의 생명은 끝났다고 봐도 된다. 가 지고 있는 속성이 회복과 재생이라면 가 능할 수도 있으나, 그것 역시도 미연에 차 단했다. 내부에 공력을 잠복시켜, 회복할 때마다 부수도톡 기억시켜 놓았다.
“혀 깨물면 곤란하니.”
사지근맥을 자르고 턱주가리를 부서트 렸다. 상처야 나중에 회복시키면 되는 일 이다. 회복이 안 되면 하는 수 없고. 딱히 궁금하지도 않다 정우의 목적은 도해문이지 일본 무문 이 아니었다: 단, 귀찮게 한다면 친히 찾아 가 줄 수는 있었다 그땐 히로시마나 후쿠 시마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휘
정우는 무용지물이 된 쇼와 아키라를 도해문의 무인들에게 던져주었다 가미카제 결계였다는 사실이 까발려진 이상 무인들에게 있어 쇼와 아키라는 같 은 편이라고 할수 없게 되었다. 철천지원 수에 더 가깝다.
“정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
정우의 중얼거림이 변곡점이 되었을까?
무인들은 방향을 잃었다. 문주에 대한 복수를 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현실은 분 했다. 어딘가에 토해낼 대상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있어 쇼와 아키라는 좋은 먹잇 감이었다. 성난 분노를 다스릴 제물이나 마찬가지다.
“죽는건 편해.”
죽이진 말라는 부언, 쇼와 아키라에겐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푸악!
명부마도는 칼을 떨어뜨렸다. 그의 두 눈은 초점을 잃어갔다. 얼굴에는 불신과 허망함만이 남았다 일선에서 물러나기는 했어도, 부단히 정기신올 수련해 누구와 자웅을 겨루어도 자신이 있었건만, 부질 없는 짓이 되고 말았다
“?…괴물같은놈!”
“꽤 즐거웠습니다”
“?…허!”
정녕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명부마도는 이 모든 상황이 꿈같았다. 자신과 함께했던 장로들은 금강문주의 가 공할 무위에 산산조각이 났으며, 남아 있 는목숨도 그리 길지 않았다.
“?…허망하구나!”
“허망할 게 뭐가 있습니까 싸우다 뒈지 는 건 무인의 축복입니다”
“?미친놈은… 상종하지 않는 게? …
기가 차다.
명부마도는 절명했다. 차라리 이쯤에서
숨을 놓아주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한 것 이다. 이호극과 더 대화를 나누다가는 죽 어서도 화를 다스리기 어려울 것 같았다. 저 인간의 정신 상태를 알고 있었다면 싸 우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애초에 건드려 선 안 되는 부류였다 명부마도가 죽자 이호극이 투덜거렸다
“거참성급한양반일세, 말도안끝났는 데.”
할 말이 의외로 태산이었던 이호극이 다
나름 즐거운 전투였다. 허심탄회한 대 화를 나누려고 심장을 적당히 부쉈건만, 명부마도는 미련을 버리고 가버렸다
두둥
흑금단이 결계를 파훼했다.
쇼와 아키라의 수작을 분쇄한 흑금단 은 일사천리로 도해문을 장악했다. 도해 문은 저항하지 않았다.
돌아가는 사태가 이상하다는 걸 파악 한 혈화가 내빼려고 하다가, 혹금단에게 딱걸렸다.
“이거 안놔 내가” 크아아악!”
양용익 부단주는 혈화의 안면에 죽빵 을 선사했다.
“누가까불래.”
혹금단은 단주와 금강문주에게는 한없
이 약하지만, ‘양학’에는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