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55화 (255/500)

제 3장

도해문을 끝장내다 ⑴

투어어엉!

괴열한 파열음이 울리며 청광이 번뜩인 다 두사람의 충돌로 인한파장이 공간을 벌리며 무인들의 접근을 불허했다.

까딱!

주먹을 풀어본 이호극은 막아낸 상대

를 보았다. 반백반미의 수염을 멋들어지게 늘어뜨린 건장한 노인네다. 사실 덩치로만 본다면 이호극에 비해 부족해 보이지 않 았다.

“아까부터 설렁설렁 하기에 끝까지 가 만있을 줄 알았는데, 본색을 드러내시겠 다”

“네놈의 아비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 했었거늘.”

이호극은 자신의 아버지를 언급했음에 도 코웃음을 쳤다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 은 아니라고 했었다. 또한 실력은 나이를 따지지 않았다. 무인의 척도는 강함이니, 배분은 의미가 없었다

“솔직히 아버지도 내 상대는 아니야 알 면서 왜 그래?”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는 건 여 전하구나!”

이호극의 권격을 막은 상대는 명부마도 김무정이었다 그는 사실 도해문의 일선에서 물러난 지 꽤 되었다. 문파의 위기가 아니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마법사를 상 대할 때만 해도 신임문주의 능력을 살필 기회라고 봤었다. 그러나 금강문주는 차 원이 다른 강자였다. 자기 아버지도 무력 으로 검증하겠다는 놈이니, 제정신처럼 보 이진 않았다

“노인장 사리분별은 해야지. 이번 사태 는 도해문의 책임이 확실하잖아”

“네놈에게 그딴 말 듣고 싶지 않다. 오 너라:’

금강문이 아닌 다른 문파라면 그러려니 넘어갈 수도 있으나, 다른 누구도 아닌 이 호극에겐 지적받고 싶지 않았다. 이호극을 아는 사람일수록 그런 성향이 더 강하게 부각된다.

“대우를 해줬더니, 노안이 왔나. 내 상

대가 될 거라보는 거야?”

“길고짧은건대봐야 아는 법.”

“안재도 이쯤 되면 각이 나올 텐데.”

명부마도는 전대의 무인이다.

격변의 세상 이전에 성권이라고 불린 이 호극의 아버지 이정협과 자웅을 겨룬 적 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와 현재의 무인은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미안한 말이지 만과거의퇴물에불과했다 이호극은 금강문이 배출한 불세출의 똘 아이, 아니 무인이다 역대 최강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무공을 소유했다. 이분이랴, 정우가 뇌력 광마신공을 전수해주면서도 새로운 경지 를 개척 중이었다. 이호극이 아버지를 존 경은 해도, 실력만 놓고 보면 상대가 안 된 다

“노인네라도, 잘못했으면 처죽여야지.”

“네놈에게 존장의 예의를 가르쳐주겠 다!”

명부마도는 처음부터 명왕공(明王功)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이호극보다 배분이 위에 있기는 해도, 경시할 수 없는 상대다. 최선을 다해도 승산이 있을지,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나 도해문은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다. 이대로 무너지는 걸 두고 볼순 없다 명왕공의 극의가 활화산처럼 피어올라 가공할 기세를 붐어냈다.

이를 체감한 이호극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이 정도까지 강렬한 기세를 발 산할줄은 몰랐다. 노익장의 과시다. 퇴물 인줄알았건만, 제법 싸울맛이 나는상 대다.

‘그렇다면.’

이호극도 마다하지 않았다. 노익장에 대한 예우로, 전력을 다해주기로 마음먹었 다 최선을 다해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만들어줄 작정이다.

거칠 것 없는 야생의 기운이 넘실거렸

“불패금강 우리도 있다!”

도해문의 전대 장로들까지도 합세했다.

명부마도 혼자서는 안 될 거란 판단이 섰다. 합공을 해서라도 금강문주를 막아 내고 말겠다는 전의를 불태웠다.

“암, 그렇고말고. 날 홀로 상대하면 안 되지.”

이호극은 다구리도 환영했다

명부마도 혼자였다면 서운했을 것이다 주변의 모든 무인들이 달려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미친놈!”

이호극이 장로들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와증, 정우는 오성도의 살기등등한 공격 을 재차 받았다. 처음에는 우호 차원에서 넘어가 줬음에도 실력 차이를 인정하지 않 고달려들었다 주제를 모른다면 알려주어야 했다

정우가 살수를 쓰기로 마음먹은 순간 오성도의 명줄은 차례로 끊어졌다. 오성 도의 3성은 동료의 죽음을 인식하기도 전 목이 잡혀 비틀렸다.

우드득, 우드득!

오른쪽으로 돌리고, 왼쪽으로 돌리고.

휙!

人]람은 닭 모가지처럼 회전각도 180도 를 넘어가지 못한다. 이쯤 돌리면 숨통이 끊어지고도 남는다. 사람의 육체는 살아 있을 때나 가치가 있었다. 혼이 죽어 버린 육체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했다.

명성을 지키기 위해 죽음도 도외시한다 고 하는데, 정우는 그딴 허울뿐인 기치를 믿지 않는다. 명성은 살아 있을 때나 가치 가있었다 휙!

정우는 주검을 짐짝처럼 치웠다

그야말로 찰나에 벌어진 참사다.

오성도의 도격을 무력화시킴과 동시에 사각을 점한 흑금단주는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빈틈을 여지없이 파고들어 와살수를 부렸다 과정이 기가막히다

1성은 후방에서 가한 권격에 심장이 파 열되어 즉사했고, 1성의 칼로 2성과 5성 의 수급을 잘라냈으며, 목적을 다한 칼을 던져 4성의 심장을 꿰뚫었으며, 마지막 3 성은 목을 비틀었다. 그때까지 걸린 시간 이 불과한호흡이 지나기 전이었다.

무인들이 합공할 타이밍도 빼앗았다. 오성도를 믿고 있었던 바가 컸다. 흑금단 주의 전투력이 후기지수 중에서도 톱 5 안 에 든다고는 해도, 오성도의 합격을 막아 낼 순 없을 거라 자신했었다.

오성도를 전멸시키고 나니 적막감이 감 돌았다. 혹금단주의 전투력이 예상을 훨 씬 상회하기 때문이었다.

부들부들!

오성도의 죽음에 도해문주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얼굴의 가죽을 뚫고 나오려는 붉은 핏줄이 분노의 강도 를 짐작하게 해주었다.

“네놈이 그러고도 살수 있을 것 같으 냐?”

“물론.”

“?뭐라고?”

“전대 문주도 아니고 이제 막 문주가 된 애송이가뭘할수있겠어. 안그래?”

본색을 드러낸 정우는 막말을 서슴없 이 퍼부었다

무엇보다 도해문주가 가지고 있는 콤플 렉스를 대놓고 지적했다. 전대 문주의 자 연스러운 직위 승계가 아닌, 좋지 않은 일 로 어쩔 수 없이 문주가 되었다 그러다 보 니 다른 문파의 업신여김을 받고 있었다

뿌득, 뿌득!

도해문주는 이가 부러져라 깨물었다. 이호극도 아니고 일개 단주가 자신은 물 론 도해문까지 무시했다. 끓어오르는 분노 를다스리기 어려웠다.

“정녕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오냐, 원한다면 네놈의 껍질을 산 채로 벗겨주 마!”

“할 수 있으면 해봐 단, 이빨을 드러낸 이상 나도 살려두진 않을 거다. 그러니 각 오하고 덤비는 게 좋을 거야”

정우와 도해문주의 살기가 팽팽하게 상

충했다?

거친 기운이 사방에서 요동을 치며 집 중되었다. 도해문의 무인들 역시도 살기충 천했다. 흑금단주가 오성도를 죽였다고 해 도, 여긴 도해문의 안마당이었다. 문주를 모독하고 문파를 얕잡아본 혹금단주를 살려둘순 없다.

‘건방진놈; 살려두지 않겠다!’

도해문주의 살의는 분노에 기반하지 않 았다

흑금단주가 가지고 있는 장부가 공개되 면 위험했다 어디까지 알아냈는지도 모르 는 불확실성이 불안감을 부추겼다. 그렇 다 하나 혼자서 이 많은 무인들을 상대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놈을해치우고, 앨런가도 처리한다.’

명부마도와 장로들이 이호극을 막아주 기만 한다면 부상을 입은 앨런가는 제압 할 수 있었다. 제압 후에 설득을 하거나, 거래를 해야한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이 지나쳐.”

도해문주의 속을 훤히 꿰뚫고 있는 정 우다

마치 다 이긴 듯이 짱돌을 굴려봤자 맹

점을 놓치고 있었다. 자신을 제압하지 못 하면 다음 수는 있으나 마나 한 계책이 되 었다.

‘신소리하면, 나도좀곤란해서.’

정우의 두눈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작금의 상황만 놓고 보면 답이 뻔히 나 온다. 도해문의 무인들은 문파의 주요한 결정 사항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아직 문 파를 통솔할 만큼 연륜과 경험이 쌓이지 않은데다가 신뢰가 부족했다. 문고리 안에 서만 업무를 보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 다 반대로 저들만 처리하면 잡소리는 나오

지 않을거다.

“흑금단주를 죽여라 놈을 죽인 자에게 상응하는 포상을 해주겠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도해문주가 명을 내리자, 수백의 무인 이 정우의 사방을 차단하며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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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우위는 안도감을 준다

한 사람일 때와 열 사람일 때, 백 사람 일 때 관점이 달라진다. 자기 의지와는 달 리 군중의 심리에 휩쓸리게 된다. 제삼자 의 관점에서 보면 냉철하지 못한 선택으로 보이나, 집단이 가지는 광기를 무시할 순 없다

“그래 뵜자, 개미는 개미일 분이야”

정우는 사방이 포위되어 있음에도 위 축되기는커녕, 살소(殺笑)를 머금었다. 이 런 일은 전생 때부터 비일비재했었다. 혼 자가 되었든, 다수가 되었든 중요한 건 슷 자가 아니었다 다구리가 최적화된 전략임 은 인정하나,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다를 수 있었다 푸아앙!

정우의 주먹이 뻗어나갔다

직선의 공간이 휑! 하고 뚫리더니 자리 하고 있던 10명의 무인이 나선의 무형권형 에 휩쓸려 찢겼다. 피륙과 뼈가 찢기고, 잘 게 부서져 공간을 더욱 넓혔다. 파편에 맞 은 무인들도 적잖은 충격을 받고 휘청거렸 다

“저런!”

“이놈!”

놀란 무인들의 반응은 정우의 시선에 들어오지 않았다. 멈칫거리고 있을 때가 아님을 직시해야 했다. 손을 쓰기로 마음 먹은 이상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또 한 기다려줄 한가한 사람이 아니다. 방비 할 시간을 주는 짓은 전투에 어울리지 않 는다. 전투란 모름지기 최선의 효율성을 지향해야 한다.

슈아아앙!

무형권형을 마구잡이로 뿌려댔다. 남 아도는 공력과 압도적인 깨달음이 조화를 이루자 무쌍의 잔악(殘惡)을 그렸다.

꽈0}아'앙!

끈끈이에 휘말린 파리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휩쓸린 채 찢겨 나가듯 거친 폭발 이 일어나며 휩쓸린 무인들이 박살이 나 며 선혈로 물들였다. 무자비한 공격의 포 화였다 사방에서 뿌려대는 무인들의 기세 는 아랑곳하지 않고 전력을 유감없이 발 휘했다

“군중심리는 유리잔 같거든”

사춘기 소녀의 마음과 제대 전날의 말 년 병장처럼.

조심해야 한다.

균열이 가기 시작한 군중심리는 나약 하다?

언제 그랬는지 모를 만큼 단단했던 무 인들의 기세가 정우의 가공할 무력에 잠 식되어 갔다 1명의 무인이 주춤하자, 어느 새 10명이 주춤하고, 100명이 도미노처럼 영향을 받았다

‘애초에 목숨을 도외시하는 놈들도 아

니고.’

공에 눈이 먼 놈들이 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지진 않는다.

흑금단주의 무자비한 손속에 기세가 꺾이려고 하자, 도해문주는 방법을 바꾸 었다. 무너지고 나선 더 위험하다. 그 전에 기세를 끌어올려야 한다

‘하는수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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