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장
도해문을 끝장내다 ⑴
투어어엉!
괴열한 파열음이 울리며 청광이 번뜩인 다 두사람의 충돌로 인한파장이 공간을 벌리며 무인들의 접근을 불허했다.
까딱!
주먹을 풀어본 이호극은 막아낸 상대
를 보았다. 반백반미의 수염을 멋들어지게 늘어뜨린 건장한 노인네다. 사실 덩치로만 본다면 이호극에 비해 부족해 보이지 않 았다.
“아까부터 설렁설렁 하기에 끝까지 가 만있을 줄 알았는데, 본색을 드러내시겠 다”
“네놈의 아비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 했었거늘.”
이호극은 자신의 아버지를 언급했음에 도 코웃음을 쳤다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 은 아니라고 했었다. 또한 실력은 나이를 따지지 않았다. 무인의 척도는 강함이니, 배분은 의미가 없었다
“솔직히 아버지도 내 상대는 아니야 알 면서 왜 그래?”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는 건 여 전하구나!”
이호극의 권격을 막은 상대는 명부마도 김무정이었다 그는 사실 도해문의 일선에서 물러난 지 꽤 되었다. 문파의 위기가 아니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마법사를 상 대할 때만 해도 신임문주의 능력을 살필 기회라고 봤었다. 그러나 금강문주는 차 원이 다른 강자였다. 자기 아버지도 무력 으로 검증하겠다는 놈이니, 제정신처럼 보 이진 않았다
“노인장 사리분별은 해야지. 이번 사태 는 도해문의 책임이 확실하잖아”
“네놈에게 그딴 말 듣고 싶지 않다. 오 너라:’
금강문이 아닌 다른 문파라면 그러려니 넘어갈 수도 있으나, 다른 누구도 아닌 이 호극에겐 지적받고 싶지 않았다. 이호극을 아는 사람일수록 그런 성향이 더 강하게 부각된다.
“대우를 해줬더니, 노안이 왔나. 내 상
대가 될 거라보는 거야?”
“길고짧은건대봐야 아는 법.”
“안재도 이쯤 되면 각이 나올 텐데.”
명부마도는 전대의 무인이다.
격변의 세상 이전에 성권이라고 불린 이 호극의 아버지 이정협과 자웅을 겨룬 적 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와 현재의 무인은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미안한 말이지 만과거의퇴물에불과했다 이호극은 금강문이 배출한 불세출의 똘 아이, 아니 무인이다 역대 최강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무공을 소유했다. 이분이랴, 정우가 뇌력 광마신공을 전수해주면서도 새로운 경지 를 개척 중이었다. 이호극이 아버지를 존 경은 해도, 실력만 놓고 보면 상대가 안 된 다
“노인네라도, 잘못했으면 처죽여야지.”
“네놈에게 존장의 예의를 가르쳐주겠 다!”
명부마도는 처음부터 명왕공(明王功)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이호극보다 배분이 위에 있기는 해도, 경시할 수 없는 상대다. 최선을 다해도 승산이 있을지,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나 도해문은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다. 이대로 무너지는 걸 두고 볼순 없다 명왕공의 극의가 활화산처럼 피어올라 가공할 기세를 붐어냈다.
이를 체감한 이호극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이 정도까지 강렬한 기세를 발 산할줄은 몰랐다. 노익장의 과시다. 퇴물 인줄알았건만, 제법 싸울맛이 나는상 대다.
‘그렇다면.’
이호극도 마다하지 않았다. 노익장에 대한 예우로, 전력을 다해주기로 마음먹었 다 최선을 다해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만들어줄 작정이다.
거칠 것 없는 야생의 기운이 넘실거렸
다
“불패금강 우리도 있다!”
도해문의 전대 장로들까지도 합세했다.
명부마도 혼자서는 안 될 거란 판단이 섰다. 합공을 해서라도 금강문주를 막아 내고 말겠다는 전의를 불태웠다.
“암, 그렇고말고. 날 홀로 상대하면 안 되지.”
이호극은 다구리도 환영했다
명부마도 혼자였다면 서운했을 것이다 주변의 모든 무인들이 달려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미친놈!”
이호극이 장로들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와증, 정우는 오성도의 살기등등한 공격 을 재차 받았다. 처음에는 우호 차원에서 넘어가 줬음에도 실력 차이를 인정하지 않 고달려들었다 주제를 모른다면 알려주어야 했다
정우가 살수를 쓰기로 마음먹은 순간 오성도의 명줄은 차례로 끊어졌다. 오성 도의 3성은 동료의 죽음을 인식하기도 전 목이 잡혀 비틀렸다.
우드득, 우드득!
오른쪽으로 돌리고, 왼쪽으로 돌리고.
휙!
人]람은 닭 모가지처럼 회전각도 180도 를 넘어가지 못한다. 이쯤 돌리면 숨통이 끊어지고도 남는다. 사람의 육체는 살아 있을 때나 가치가 있었다. 혼이 죽어 버린 육체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했다.
명성을 지키기 위해 죽음도 도외시한다 고 하는데, 정우는 그딴 허울뿐인 기치를 믿지 않는다. 명성은 살아 있을 때나 가치 가있었다 휙!
정우는 주검을 짐짝처럼 치웠다
허
그야말로 찰나에 벌어진 참사다.
오성도의 도격을 무력화시킴과 동시에 사각을 점한 흑금단주는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빈틈을 여지없이 파고들어 와살수를 부렸다 과정이 기가막히다
1성은 후방에서 가한 권격에 심장이 파 열되어 즉사했고, 1성의 칼로 2성과 5성 의 수급을 잘라냈으며, 목적을 다한 칼을 던져 4성의 심장을 꿰뚫었으며, 마지막 3 성은 목을 비틀었다. 그때까지 걸린 시간 이 불과한호흡이 지나기 전이었다.
무인들이 합공할 타이밍도 빼앗았다. 오성도를 믿고 있었던 바가 컸다. 흑금단 주의 전투력이 후기지수 중에서도 톱 5 안 에 든다고는 해도, 오성도의 합격을 막아 낼 순 없을 거라 자신했었다.
오성도를 전멸시키고 나니 적막감이 감 돌았다. 혹금단주의 전투력이 예상을 훨 씬 상회하기 때문이었다.
부들부들!
오성도의 죽음에 도해문주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얼굴의 가죽을 뚫고 나오려는 붉은 핏줄이 분노의 강도 를 짐작하게 해주었다.
“네놈이 그러고도 살수 있을 것 같으 냐?”
“물론.”
“?뭐라고?”
“전대 문주도 아니고 이제 막 문주가 된 애송이가뭘할수있겠어. 안그래?”
본색을 드러낸 정우는 막말을 서슴없 이 퍼부었다
무엇보다 도해문주가 가지고 있는 콤플 렉스를 대놓고 지적했다. 전대 문주의 자 연스러운 직위 승계가 아닌, 좋지 않은 일 로 어쩔 수 없이 문주가 되었다 그러다 보 니 다른 문파의 업신여김을 받고 있었다
뿌득, 뿌득!
도해문주는 이가 부러져라 깨물었다. 이호극도 아니고 일개 단주가 자신은 물 론 도해문까지 무시했다. 끓어오르는 분노 를다스리기 어려웠다.
“정녕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오냐, 원한다면 네놈의 껍질을 산 채로 벗겨주 마!”
“할 수 있으면 해봐 단, 이빨을 드러낸 이상 나도 살려두진 않을 거다. 그러니 각 오하고 덤비는 게 좋을 거야”
정우와 도해문주의 살기가 팽팽하게 상
충했다?
거친 기운이 사방에서 요동을 치며 집 중되었다. 도해문의 무인들 역시도 살기충 천했다. 흑금단주가 오성도를 죽였다고 해 도, 여긴 도해문의 안마당이었다. 문주를 모독하고 문파를 얕잡아본 혹금단주를 살려둘순 없다.
‘건방진놈; 살려두지 않겠다!’
도해문주의 살의는 분노에 기반하지 않 았다
흑금단주가 가지고 있는 장부가 공개되 면 위험했다 어디까지 알아냈는지도 모르 는 불확실성이 불안감을 부추겼다. 그렇 다 하나 혼자서 이 많은 무인들을 상대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놈을해치우고, 앨런가도 처리한다.’
명부마도와 장로들이 이호극을 막아주 기만 한다면 부상을 입은 앨런가는 제압 할 수 있었다. 제압 후에 설득을 하거나, 거래를 해야한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이 지나쳐.”
도해문주의 속을 훤히 꿰뚫고 있는 정 우다
마치 다 이긴 듯이 짱돌을 굴려봤자 맹
점을 놓치고 있었다. 자신을 제압하지 못 하면 다음 수는 있으나 마나 한 계책이 되 었다.
‘신소리하면, 나도좀곤란해서.’
정우의 두눈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작금의 상황만 놓고 보면 답이 뻔히 나 온다. 도해문의 무인들은 문파의 주요한 결정 사항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아직 문 파를 통솔할 만큼 연륜과 경험이 쌓이지 않은데다가 신뢰가 부족했다. 문고리 안에 서만 업무를 보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 다 반대로 저들만 처리하면 잡소리는 나오
지 않을거다.
“흑금단주를 죽여라 놈을 죽인 자에게 상응하는 포상을 해주겠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도해문주가 명을 내리자, 수백의 무인 이 정우의 사방을 차단하며 달려들었다.
= 드두 드 I
?I I I T“i
수의 우위는 안도감을 준다
한 사람일 때와 열 사람일 때, 백 사람 일 때 관점이 달라진다. 자기 의지와는 달 리 군중의 심리에 휩쓸리게 된다. 제삼자 의 관점에서 보면 냉철하지 못한 선택으로 보이나, 집단이 가지는 광기를 무시할 순 없다
“그래 뵜자, 개미는 개미일 분이야”
정우는 사방이 포위되어 있음에도 위 축되기는커녕, 살소(殺笑)를 머금었다. 이 런 일은 전생 때부터 비일비재했었다. 혼 자가 되었든, 다수가 되었든 중요한 건 슷 자가 아니었다 다구리가 최적화된 전략임 은 인정하나,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다를 수 있었다 푸아앙!
정우의 주먹이 뻗어나갔다
직선의 공간이 휑! 하고 뚫리더니 자리 하고 있던 10명의 무인이 나선의 무형권형 에 휩쓸려 찢겼다. 피륙과 뼈가 찢기고, 잘 게 부서져 공간을 더욱 넓혔다. 파편에 맞 은 무인들도 적잖은 충격을 받고 휘청거렸 다
“저런!”
“이놈!”
놀란 무인들의 반응은 정우의 시선에 들어오지 않았다. 멈칫거리고 있을 때가 아님을 직시해야 했다. 손을 쓰기로 마음 먹은 이상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또 한 기다려줄 한가한 사람이 아니다. 방비 할 시간을 주는 짓은 전투에 어울리지 않 는다. 전투란 모름지기 최선의 효율성을 지향해야 한다.
슈아아앙!
무형권형을 마구잡이로 뿌려댔다. 남 아도는 공력과 압도적인 깨달음이 조화를 이루자 무쌍의 잔악(殘惡)을 그렸다.
꽈0}아'앙!
끈끈이에 휘말린 파리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휩쓸린 채 찢겨 나가듯 거친 폭발 이 일어나며 휩쓸린 무인들이 박살이 나 며 선혈로 물들였다. 무자비한 공격의 포 화였다 사방에서 뿌려대는 무인들의 기세 는 아랑곳하지 않고 전력을 유감없이 발 휘했다
“군중심리는 유리잔 같거든”
사춘기 소녀의 마음과 제대 전날의 말 년 병장처럼.
조심해야 한다.
균열이 가기 시작한 군중심리는 나약 하다?
언제 그랬는지 모를 만큼 단단했던 무 인들의 기세가 정우의 가공할 무력에 잠 식되어 갔다 1명의 무인이 주춤하자, 어느 새 10명이 주춤하고, 100명이 도미노처럼 영향을 받았다
‘애초에 목숨을 도외시하는 놈들도 아
니고.’
공에 눈이 먼 놈들이 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지진 않는다.
흑금단주의 무자비한 손속에 기세가 꺾이려고 하자, 도해문주는 방법을 바꾸 었다. 무너지고 나선 더 위험하다. 그 전에 기세를 끌어올려야 한다
‘하는수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