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억장이 무너지다 (3)
이호극은 뇌력 광마신공을 끌어올렸다. 일로금강이 기본초식이 라면, 뇌정광폭은 상승의 초식이다 화려함과 폭발력을 동시 에구축했다 거침없이 폭증하는 뇌력.
이호극의 육신이 뇌기의 휘광으로 뒤덮 여 공간을 거세게 밝혔다. 보는 것만으로 도 눈이 터져버릴 듯한 광휘였다.
공간 전체를 뇌기로 압살한다.
투。M아앙!
발출된 뇌력이 공간을 마구잡이로 난 자했다. 파장은 점점 더 커지면서 일대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버텨낼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 파괴력이었다.
후아아아앙!
진동은 도해문을 허공으로 들어 올릴 듯 요동쳤고, 후폭풍은 휘몰아치며 지면 을 휩쓸었다. 잔잔해지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호오, 대화할자세는됐네.”
이호극이 대견하다며 리드를 치켜세웠 다. 설마 이것도 막을 줄은 몰랐다는 듯, 굉장히 성의가 없다 부들부들!
리드는 치를 떨어야 했다. 멀쩡한 상태 흐}고는 거리가 멀었다. 함께한 동료는 물 론, 블랙이글도 만신창이에 가까웠다. 조 금 더 위력이 강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이대로는 억울해서 죽지 못하겠다 는 발버둥이 겨우 목숨을 구원했다 어쨌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한테
저게 할 소린가? 죽었어도 상관없다는 무 책임한 태도가 리드의 분노에 기름을 부 었다.
‘어떻게 이런 자가!’
리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조화를 느꼈 다
금강문주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었 다. 대중은 금강문주를 무인의 표본으로 보는 반면, 그를 잘 아는 부류는 상종 못 할 미친놈으로 봤다. 직접 마주한 금강문 주는 미쳐도 단단히 미친놈이었다. 대중 을 호도하고, 본인을 포장한 위선자였다.
“안 익은 감 먹은 표정은 뭐냐? 대화하
기 싫냐? 그럼나야좋지.”
“…아니오!”
“내가 너와 급이 같은 것도 아닌데, 아 까부터 말투가 굉장히 거슬린다 지금까진 너그럽게 봐주었지만 대화를 하겠다면 상 황이 다르지.”
“?실례를 범했습니다?”
철을 투박하게 다듬어놓은 인간, 이호 극의 매끄러운 주둥이는 리드의 냉철함을 미친 듯이 흔들었다. 전력의 반을 잃고, 저 자세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다.
오늘의 일이 외부로 퍼져도 곤란하다.
그렇다고 금강문주의 심기를 건드리자니, 당장의 목숨도 위태롭다. 대화를 하자고 할 때 하지 않으면 좀 전보다 더한 공격을 해 올 것이다 전후의 사정 따위는 봐주지 않을게 분명하다.
“어째서 도해문을 돕는 겁니까?”
“돕다니, 누가‘?”
여태까지 방해를 하고서 돕지 않는다고 발뺌을 하겠다는 건가?
몰염치의 극치다
리드는 금강문주와 대화를 하면 할수 록 인간에 대한 진지한 자아성찰을 해야 했다 울화통이 터지는 걸 겨우 참아내고 있었다. 이는 카론, 마이스터, 블랙이글도 매한가지다. 살면서 저토록 막무가내는 처 음보았다 문제는 그 막무가내를 뒷받침하는 말 같지도 않은 무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다. 앨런가에서도 저만한 무력을 갖춘 인 물은 손가락 안에 꼽힐 것이다.
“아니라면서 무슨 권리로 우리를 공격 한 것입니까?”
“말 같지도 않게 앞을 막으니까, 그런 거잖아 그러고선 죄를 홀라당 뒤집어씌우 려는 거야? 누가 보면 내가 아무 이유 없 이 폭력을 휘두르는 망나닌 줄 오해하잖 아.”
그걸 말이라고!
누가 봐도 금강문주는 망나니였다.
어디로 튈지 예측이 불가능한. 그런 주 제에 본인은 또 아니란다. 이거 속 터져 죽 으라고 하는 것인가. 마음 같아서는 헬파 이어라도 날리고 싶으나, 무리다
“대체 그이유가 뭡니까?”
“언성이 높다”
따질 건 다 따지는 이호극이다. 정우와 함께하더니, 유우상종이 되어가고 있었다 잘 배운 염장질, 어딜 가나 평지풍파를 일 으켰다. 분란은 나의 친구 분란만 있으면 언제든지 행복하다는 마인드다.
부르르르!
리드는 부들거리는 주먹을 뒤로 감추어 야했다
감각이라고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돌 인형처럼 생겨가지고, 이럴 때는 또 지나 치게 예민하다. 별것 아닌 걸 가지고서도 일파만파를 일으켰다
“실수였습니다?”
“누차말하지만, 내가마음이 넓어서 봐 주는거야”
더 넓었다가는 화병으로 죽겠다
리드분만 아니라 도해문에게도 해당이
되었다. 돌아가는 사태가 정말 이상했다. 죽일 듯이 싸우다가, 갑자기 휴전이 되었 다 마법사들의 상태가 좋지 않은 지금이 손을 쓰기에는 적기다. 그러나 금강문주 의 무지막지한 전투력이 마음에 걸렸다. 직접 눈으로 본 적이 없었던 무인일수록 충격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각 무문의 수 장 급은 인간의 범위를 초월한다는 풍문 이 허언이 아님을 깨달았다
“연유를 말씀해주십시오.”
“도해문은 오늘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했 어. 그에 대한 책임을물으려고 온 건데 너 희들 때문에 시간만 잡아먹었잖아?”
그럼 진작말을 했어야지.
다짜고짜 시비를 걸었으면서 책임을 전 가하니, 리드의 인내심이 바닥을 쳤다. 죽 는 한이 있더라도 금강문주를 가만두고 싶지 않았다.
“킁킁 어디서 살의가 끓어오르는 냄새 가나네, 나야좋지.”
두근.
귀신이 따로 없다. 살의 감지기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마음의 변화만은 눈치를 챘다 리드는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금 강문주를 상대하려면 앨런가에서도 대마 법의 경지에 든 최상위 마법사가 나서야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답이 안 나오는무 소불위였다.
휘익!
이호극은 볼일이 끝났는지 리드를 등지 고 돌아섰다.
허
돌아선 이호극은 완벽한 무방비 상태였 다
언제든 공격을 하면 뒤통수에 일격을 선사할 수 있었다. 어서 빨리 뒤통수를 치 라는 금강문주의 도발이었다
‘참아야 하네.’
‘제기랄!’
리드의 분노를 읽은 카론과 마이스터가 만류했다
공격하는 순간 저 인간은 좋다고 날뛸 게 눈에 선하다. 그것이 어처구니가 없었 다. 미국은 세계를 대표하며, 앨런가는 미 국을 대표하는 가문이다. 그런 앨런가를 이토록 개무시하는 인간이 있을 줄이야. 상상을 초월하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었 다
“에이씨, 무방비가 어색했나?”
이호극의 툴툴거림이 리드의 귓구멍을 강타했다. 아쉬워하고 있었다. 상식을 기 대해서는안 되었다. 일단은상처 입은마 나서클을 회복하고, 마력을 복구하는 게 먼저다 투박투박
이호극은 그들을 뒤로하고 도해문주의 앞으로 팔자 좋게 걸어갔다. 다리가 워낙 두꺼워서 자연스럽게 팔자걸음이 되었다.
그 모양새가 어찌나 꼴불견인지 화를 부추겼다.
“너,잘못한건 알고 있지‘?”
문도들이 다 보고 있는 앞에서 반말을 들은 도해문주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너라니! 말이 심하지 않소!”
“됐고! 좋게 말할 때 불래, 처맞고 불 래? 결정해.”
“당신이 뭔데 나에게 강요를 하는 것이 오. 금강문에 그럴 권리가 있소?”
도해문주는 반발했다.
일문의 문주에게 반말을 찍찍 내뱉는 건 둘째 치고, 시종잡배처럼 다루고 있었 다. 마음 같아서는 금강문주고 자시고 가 만두고 싶지 않으나, 현재로서는 현명하지 않았다. 그는 어쨌든 금강문의 수장이었 다 적으로 만들어봐야 손해였다
“있으면 순순히 시인할 거냐?”
“있다면 어디 내놔보시오, 증거도 없이
본문을 모함하지 마시오!”
“요즘 것들은 말만 하면 증거부터 내놓 으래.”
“그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모양 인데, 무문연합에 정식으로 항의를 하겠 소! 그땐 금강문도 무사치 못할 것이오!”
도해문주는 무문연합을 끌어들여 금강 문주를 위협했다.
그가 막무가내라고는 해도 금강문은 엄 연히 무문연합에 소속된 문파다 각 무문 의 일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권리는 없 었다 일단은 그를 돌려세우고, 시간을 벌 계
획이다.
“끝내 발뺌을 하시겠다. 그럼 좋아, 전 단주”
이호극이 흑금단주를 불렀다
“예,문주님.”
흑금단주의 목소리에 도해문주와 무인 들은 놀라서 돌아봐야 했다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들렸기 때문이 다. 도해문의 무인들 사이에 혹금단주가 보란 듯이 서 있었다. 아무도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놀람은 더 컸다. 언제 자신들 안으로 파고들어 왔는 지 의식하지 못한 것이다
“아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모르는 분들 을 위해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전 미력하 나마 흑금단을 맡고 있는 전호경이라고 합 니다.”
마치 뉴스의 앵커처럼 목소리가 또랑또 랑하게 울려 퍼졌다. 발성이 타고났다고 봐도 무방했다. 본인 소개가 끝나고 나자 본론으로 들어갔다. 목 빠지게 이유를 알 고자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고려해주었 다
“일우그룹 내부에서 지분싸움이 벌어 지면서 현임 회장이 지속적으로 의뢰를 해왔습니다. 물론 본문은 완곡하게 거절 을 했습니다. 이유는 앨런가와 굳이 척을 질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일우그룹의 지분 싸움이 우리와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이냐?”
도해문의 장로 중 연배가 있는 자가 따 지듯이 물었다. 금강문과 엮일 만한 연결 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쯤에서 타협을 봤으면 장로님의 말 씀대로겠지요, 한데 채 회장이 우리 모르 게 도해문과 거래를 했더군요.”
“거래라니 무슨?”
“°k 모르는 분도 계시는군요. 원하시면
말씀해드리지요.”
정우가 사건의 내막을 설명해나가자 도 해문주의 안색이 변했다.
채 회장이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며, 앨 런가인 줄 알면서도 의뢰를 했다는 것이 다 그러나 와전된 부분이 있었다 채 회장 과는 이번이 첫 거래다. 예전부터 거래하 지는 않았다.
“증거도 없이 말을 지어내다니, 그러고 도 무사할 성싶은가!”
“증거가 없다니요, 이렇게 있는데.”
정우가 서류를 꺼냈다
도해문주의 안색이 또 한 번 확! 변했
다
“?그건?”
“금고 안에 고이 모셔져 있더군요.”
대놓고 도해문의 금고를 뒤졌다고 밝히 는 정우였다.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서 도 둑질을 해놓고도 지나치게 당당했다. 그 뻔뻔함은 이호극과 대비를 이루어 금강문 의 성향을 짐작하게 해주었다. 유유상종, 끼리끼리가 이다지도 잘 어울리는 문파가 없었다. 윗물을 따르는 아랫물의 바른 정 석이었다
“네놈이 감히 본문의 금고에 침입한 것 이냐?”
“그렇습니다”
“도둑질을 하고서도 뻔뻔하게!”
“뻔뻔하다니요, 채 회장님이 오늘 도해 문의 무인에게 피습을 당해 죽었습니다. 그런데도 손 놓고 있으라는 겁니까?”
정우의 날카로운 반문에 도해문주는 말문이 닫혔다.
하필이면 시간이 딱딱 맞아떨어진다. 암행이 실패하고 난 후, 곧장 사람을 보냈 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환장할 일이다. 사 태의 의뢰자인 채 회장을 죽이려고 한 것 이 실수였다. 그가 살아 있어야만 했는데, 성급한 결단을 내린 꼴이 되었다 이리되면 금강문의 개입은 명분을 얻는
다
도해문과 채 회장의 거래는 비공식적으 로 이루어진 암살교사다.
그에 반해 금강문은 공식적으로 채 회 장과 거래를 해왔다. 채 회장의 경호 실패 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한다.
‘인정해선안 된다.’
도해문주는 안색을 바꾸었다.
어차피 아직까지는 심증이다. 놈의 말 을 100퍼센트로 신뢰할 수도 없었다. 당 장은 완강하게 부정을 해야만 한다. 허락 도 받지 않고 남의 문파를 침입한 죄를 따 져 물어야 했다
‘할수있을까?’
도해문주의 변화를 정우는 알아챘다.
“저장된 자료가 상당하더군요. 그중 일 본 무문과도 거래를 했더군요.”
뜨그
도해문주의 두 눈이 그 어느 때보다 커 졌다. 밝혀져서는 안 되는 기밀이다. 채 회 장과의 거래는 사과하고 끝을 내면 되나, 일본 무문과의 거래는 밝혀지는 순간 도 해문은 끝장이었다 암호가 걸려 있을 텐데, 그마저도 풀어 냈다. 벼랑 끝에 몰리고 말았다. 저 장부 와 저장장치는 외부에 알려져선 절대 안 된다.
-놈을죽이고, 장부를 회수해.
도해문주는 마음을 정하자, 흑금단주 와 지근거리에 있는 오성도에게 몰래 전음 을 보냈다. 놈을 죽이고 장부부터 뺏어 와 야 한다. 어떤 수로 문파의 비밀 창고까지 들어갔는지는 몰라도, 기밀장부와 저장장 치는 반드시 회수해야만 했다 파팟!
오성도가 칼을 빼어 들어 정우를 덮쳤 다
정면에서 3, 후면에서 2.
스와앙!
5개의 예리한 칼이 공력을 머금어 날카 로움을 배가시켜 공간을 갈라버렸다 빠져 나갈 회피동선을 차단한 도참(刀航이었다
“아니!”
“없어?”
난자한 공간에 있어야 할 고깃덩어리가 사라졌다
“막 나가시겠다”
오성도는 홈칫했다
혹금단주는 제어된 공간을 벗어나 있었 다
그들이 미처 파악하지도 못할 속도였
다
혹금단주가 신예 무인 중에서도 최상위 에 꼽힌다는 말을 듣기는 했어도 과대평가 되었다고 봤건만 그렇지 않았다.
“쳐맛!”
도해문주는 공격명령을 내렸다. 다른 건 둘째 치고, 일본과 거래한 장부와 도면 은 유출되면 안 되었다
‘나야 땡큐지, 크크크크!’
정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금강문 주와 다르지 않은 성향이었다. 싸움을 말 리기보다는 부추기는 걸 선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작금의 상황은 억지가 분명 있었다. 조목조목, 차분하게 따져본 다면 허점을 발견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정우는 일본 무문을 고의적 으로 거론했다 일본 무문과 맺은 기밀은 도해문에 있 어서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다른 일이 야 적당히 무마하면 되나, 대회장은 건설 이 거의 끝이 났다. 이제 와 되돌릴 수는 없다 무문연합에서 조사를 하는순간, 도 해문은 공적이 되어 끝장난다고 봐도 무 방하다. 그러니 도해문주가 눈에 불을 켜 고달려든것이다.
“이런 천인공노할! 자신들의 죄를 덮고 자 이리 나오다니, 파렴치함이 극에 달했 구나. 하늘을 대신하여 그 죄를 묻겠노 라”
정우의 장엄한 개소리가 작렬했다.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하늘을 대신한다니. 작금의 하늘도 정우 의 말을 들으면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 다
-하늘은 원래 가만히 있지만, 나는 그 런꼴못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