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장
함흥차사減興差使) ⑵
휘익!
정우는 무형기로 무인들을 잡아채 카 메라의 사각에 세워두었다 어차피 은밀하 게 숨어 있었던 놈들이라 보이지 않는다 고 해도 딱히 의심을 사진 않는다. 편히 오 래도록 수면을 취할 수 있게 수혈을 꼼꼼 하게 짚어주었다. 집으로 돌아갈 때 수혈 을 풀어주지 않으면 자다가 골로 갈 위험 도 있었다.
두웅!
정우는 진동, 즉 파동을 이용했다.
사방에서 진동과 굉음이 울리고 있기에 의심을 사진 않는다. 물론 파장이 섞여 구 별이 어려울 수도 있으나, 정우의 감각은 일반적인 상리를 벗어났다. 생명체는 물론 사물이 빚어내는 고유파장과 인간이 볼 수 없는 빛의 스펙트럼도 구별이 가능하 다
‘들어가 보실까:
뭐가 나올지는 몰라도, 도해문에 이롭 지는 않을 거다. 물론 증거가 나오지 않을 때도 대비를 해놓았다. 원래 증거는 조작 하라고 있는 것이다. 상대가 진실로 나오 면 더한 거짓으로 뭉개버리곤 했었다 집무실로 들어선 정우는 파장올 이용 해 감추어진 진실을 파고들었다 머릿속은 퍼즐처럼 나누어진 정보를 조합하여 구현 했다. 차츰 공간의 설계가 틀을 완성해나 갔다. 그러자 집무실의 구조가 훤히 보인 다
‘뻔하긴 하지.’
침입자를 대비해 자기 집보다는 다른
장소에 놓아두는 편이 효과적이다. 그러 나 사람의 심리가 참으로 요상하다. 제삼 자의 관점에서는 객관성이 확보되는 반면, 본인이 되면 그렇지가 않았다. 특히 단체 의 수장이 될수록 비밀은 자기만 아는 가 까운 장소에 두려고 한다. 이는 인간의 기 본적인 성향이었다
‘서두른다고 되는 일도 아니지.’
도해문주는 정해진 절차가 아닌, 전대 문주의 죽음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문주의 자리에 앉았다. 준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 는데다, 믿을 만한 사람을 확보하지 못했 다. 주요 정보를 공유하기에는 위험하다는 판단이 섰을 테니, 자기 자신밖에는 믿지 않았을것이다.
‘무문연합내에서도 왕따고.’
정우는 도해문주를 보지 않았음에도 그의 성향을 정확히 읽어냈다. 지나온 과 거를 살펴만 봐도 얼마든지 예측 가능했 다 집무실의 벽면은 이중으로 되어 있는 구조다
벽면을 여는 장치가 주변에 있을 터.
정우는 애써 찾지는 않았다.
“마법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지. 잠
금해제.”
평상시의 정우라면 벽면을 힘으로 뜯어 내거나, 부수어버렸을 테지만, 마법을 익 힌 이상 이젠 그럴 필요는 없었다.
마법이야말로 만능키다.
마법의 비현실적인 능력 중에 하나다. 언뜻 보면 대단히 정밀하고 체계적인 듯 보이나, 굉장히 비상식적이기도 하다.
벽면의 잠금장치는 전자식으로 되어 있 었다 힘을 쓰지 않고 열려면 해킹을 해야 한다. 마법은 그런 기본적인 절차를 간단 히 배제시켜 버린다. 깨달음과 마나의 양 만 충분하다면 절차를 무시하고 결과를 내놓았다 한 번에 열리진 않았다.
“제법 꼼꼼하게만들었네.”
일반적인 개인금고는 기본적으로 3레 벨의 마력이면 충분하다. 확실히 좋은 금 고일수록보안이 뛰어났다.
7레벨의 마나를 사용하고 나서야 열었 다
사실 이럴 거면 벽면을 뜯어내는 편이 효율적이기는 했다. 5레벨의 마력만으로 도 방 안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 있었다
드륵!
벽면이 열리자, 계단이 나왔다
이는 비밀금고의 전형적인 클리셰이기
도 하다. 대부분이 비밀 문이 있고, 계단 이 있고, 통로가존재한다. 이런 기본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는 혼치 않았다. 간 혹, 예상치 못한 함정이 있기는 하나큰 틀 은 비슷하다.
저벅, 저벅.
정우는 계단으로 내려가 통로를 따라 걸었다
흐물, 흐물
통로의 벽면과 바닥, 천장에 적외선 센 서가 거미줄처럼 엮어 있었다. 그 사이를 슬라임도 아니면서 슬며시 꿰뚫고 지나갔 다. 인간이 저래도 되나 싶을 만큼 자유분 방하다. 저 미세한 빈틈을 비집고 들어간 다는 것 자체가 사기에 가까웠다.
도해문주의 비밀금고에 당도했다
우우웅!
8레벨의 마력을쏟아부었다.
한번할거 두번하기 귀찮다는정우 나름의 효율 추구였다. 이를 마법사들이 봤다면 어이가 없었을 테지만. 8레벨이면 도해문 전체를 송두리째 날려버리고도 남 는 마력이었다. 그걸 금고 여는 데 쓴다는 건 용 잡는 칼로 지렁이를 잡는 격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본인이 하겠다는데.
금고 안엔 장부와 서류, USB가 있었다.
‘홈.’
정우는 못마땅한 기색이었다.
나름 금고니까. 금괴라도 100개 정도 쌓아 놓을 줄 알았건만, 금고 안 넓이에 비 해 안타깝게 되었다
“남는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는 말도 못 들어봤나?”
사정은 이해가 되었다
대회장을 건설하기 위해서 금괴를 쌓아 놓지 못할 만큼 소모했다는 반증이었다. 살인청부를 밥 먹듯이 하며, 이권 사업에 개입했을 때만 해도 도해문은 천문학적인 액수를 축적했었다 주변의 압박으로 일거 리가 끊기면서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았 다. 상전벽해를 체감하게 해주었다
“문주께서 열일 하셨군.”
무문연합 회동에서 금강문이 나서겠다 고 떠벌리는 바람에 대회의 규모가 비정상 적으로 커져버렸다. 대회장이 커진 만큼 들어가는 비용도 늘어났다 그러니 채철민 의 의뢰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받아 들였던 거겠지만.
전임 도해문주가 살아 있었다면 채철민 이 의뢰를 했을 때 금강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일우그룹의 전대회장을 돕고 있는 세력부터 확인했을 것이다. 문파의 상황 이 위급해지니 판단력이 흐려진 결과였다.
“그래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갔어.”
단순히 대회장을 건설하는 비용치고는 배 이상이 들었다 그 점이 수상해서 직접 도해문으로 행 차한 것이다. 사실 파악이 필요치 않았다 면 전투병기인 금강문주만 보내면 되었다. 판을 깔아주면 마다하지 않을 위인이니, 물 만난 물고기의 무서움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금강문주야 말로 실전에 강한 스 타일이라 전투에서 진정한 실력을 발휘했 다 휘리릭!
정우는 장부를 빠르게 읽었다.
내용을 보는 즉시 이해하고, 분석해나 갔다. 회계장부와 의뢰목록이 따로 되어 있었다. 하나만 봐서는 내용 파악이 어려 운데, 다섯 개의 장부를 대입하니 일치가 되었다.
우웅
장부를 확인한 후, 케이브를 열어 슈퍼 컴퓨터를 꺼냈다. 근래에 개발된 컴퓨터 중에서도 최신의 기종으로 인공지능이 탑 재되어 있어 에고와 같은 역할을 한다. 슈 퍼컴퓨터의 이름은 대충 똘똘이로 지었 다
USB를 끼워 안의 내용을 확인했다.
-잠금장치가되어 있습니다
“분석안되냐?”
-생체인식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못하냐?”
- 못합니다.
“이거판놈가만안둔다”
-인천광역시 동구 송림동, 동산 프론티
어 107동 706호.
“그건 어째알았냐 골때리네.”
1억이나 주고 산 슈퍼컴퓨터가 신통하 지가 않았다. 인공지능이 아니라 진짜 에 고가 필요할 듯싶다. 어쨌든 스스로 학습 하는 기능이 있어서 인터넷만 연결하면 각종 자료 수집은 가능했다.
“ 해제.”
두우옹
정우는8레벨의 어마어마한마력을쏟 아 부었다. 컴퓨터 암호까지 풀리는지 확 인해볼 좋은 기회이기는 했다. 평상시에 사용하면 뻘쭘해질 위험이 있었다. 특히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더하다
-에러, 에러.
“ 닥쳐.”
-?
슈퍼컴퓨터의 한계다. 전자식 기호로 되어 있는 컴퓨터의 프로그램이 이해할 수준을 벗어난다. 한편으로 마법을 이해 하는 컴퓨터가 있다면 당장 포맷을 흐}고 다시 깔아야 한다. 해킹당했을 공산이 크 다
- 잠금해제.
“어때?”
정우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 굉장하다.
“그건 반말이고.”
- 굉장합니다.
“부서지고 싶진 않은가 보구나.”
-그렇습니다.
똘똘이는 솔직했다
학습 능력이 있다는 영업사원의 말은 사실인 듯하다. 또한순간욱 해서 부수기 에는 1억이 아깝다. 부수지 말고 중고로 팔아도 절반 가격은 받을 수 있으니, 홈집 나면 곤란하다.
내용물올 확인한 정우는 고개를 끄덕 였다.
“내 그럴 줄알았다.”
적당히 했으면 됐는데, 안타깝게 되었 다
“도해문, X됐네.”
안타깝다는 사람이 저리 해맑게 웃어 도 되는 건지, 저의가 심히 의심스럽다. 그 러나 정우의 흑심을 본 대상은 슈퍼컴퓨 터 똘똘이밖에 없었다. 이래서 가해자는 피해자의 마음을 모른다는 말이 회자되는 것이다
“출출하네.”
‘예상대로 무문이 관련되었군.’
리드는 추격 시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생포가 목적이었다면 암살을 시도할 때 끝장을 냈을 것이다. 결계를 빠져나간 수 법이 의외이기는 했지만, 그 정도의 솜씨 는 가지고 있어야 했다. 결계조차 빠져나 가지 못할 실력이었다면 의심 대상에서도 벗어난다
‘마법트랩까지 사용한 걸 보면, 확실히 보통은 아니야’
암살자의 도주로와 안가에 설치된 여러 개의 함정 중 마법트랩은 상급 마법사의 솜씨였다. 추적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면, 낭패를 당할 뻔했었다. 그러나 이쯤은 되어야 대공자와 골드나이트를 상대할 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군.’
대공녀와 관련이 있는 문파였다면 앞으
로가 골치 아팠을 것이다. 앨런가의 직계 혈통인 대공자의 죽음을 해명하고, 대공 녀의 관련 여부에 따라 처리하라는 명을 받았다 대공녀가 비록 대부인의 자식이 아니긴 해도, 엄연히 가주의 피를 이었다. 손올 썼 다면 위로 올라가기가 어렵다. 어느 누가 자기 자식을 죽인 이를 좋게 볼 수 있겠는 가. 그것이 설령 분명한 인과를 가지고 있 다해도.
슈웅!
공간이동마법을 써가며 추적을 하던 리드의 시야에 목표물이 잡힌다. 숨을 죽 이고 있는 무인의 기세가 읽혔다. 제어된 공간, 즉 함정 속으로 기어들어오기를 기 다리고 있는 것이다 후후
리드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면서 비릿 한 웃음을 머금는다 그는 애초에 무문을 적수로 인식하지도 않았다. 한국이라는 나라조차도 미국에 비하면 한 개 주보다 못했다. 그런 주제에 감히 앨런가를 건드리다니 가소로울 따름 이다
“기다린대접을 해주지.”
“블레이즈 캐논(Blaze-cannon).
거리가 좁혀지기 전 마력을 끌어올린 리드는 대인공격마법을 시전 했다 무인과 달리 마법사는 원거리에서 강력 한 힘을 발휘한다. 7레벨의 마력이 마법수 식과 결합하여 가공할 화염을 형성했다?
슈우웅
대포알처럼 일직선을 그렸다
블레이즈 캐논이 지나간 공간이 뜨겁게 타오른다. 순식간에 사물을 가리지 않고 녹여내었다. 닿기도 전에 열기가 일대를 분멸한다.
꽈아아앙!
목표물을 인식하고 날아갔다.
블레이즈 캐논이 초절한 괴음을 토해내 며 폭발했다. 직선의 포탄이 분멸하며 사 방을 화염으로 뒤덮었다
“화염이여, 타올라라!”
■플레임 스톰(Flame-Storm).
리드의 마법은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폭발 시 터져나갔던 화염의 파편들이 구 사된 마력과 연결되어 또 다른 마법으로 변화했다.
휘아아아앙
화염의 태풍이 공간을 어지럽히며 휘저 었다 첫 일격을 막아냈던 무인 10명이 화 염에 휘말려 잿더미로 산화되었다 네이팜 을 능가하는 어마마한 화력이었다
푸스스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정의 무인이 불타 죽었다 부르르르!
도해문주의 두 눈에 분기가 새겨졌다
혈화의 보고를 받았을 때만 해도 보통 은 아닐 거라 예상은 하고 있었다 흐fl서 문 파의 주변에 결계를 형성하고, 마법사가 올 때를 기다렸었다. 한데, 당도하기도 전 에 마법사가 알아차리고 마법을 발휘했다 선수를 빼앗긴데다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 다 빠드득.
도해문주는 이를 갈았다.
마법사의 앞선 대응과 놀라운 능력은 둘째 치고, 홀로 본문을 대적하려고 하다 니. 죽어간 무인이야 다시 채우면 그만이 나 자존심에 입은 상처는 간단히 회복이 되지 않는 법이다
“ 건방진!”
도해문주의 정면으로 리드가 유유히 다7왔다.
공간을 축약한 마법이 발동되었다. 마 주한 정면, 10미터의 거리에서 불꽃이 튀 겼다. 전의를 벗어난 강렬한 살의가 공간 을 집어삼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