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45화 (245/500)

제 5장 귀환 ⑴

한국으로 돌아왔다

오기 전 하북팽가 내부에 은밀하게 진 행시키고 있는 일에 대해 소문을 흘리고, 외부에도 알려질 만큼 유출시켰다. 당장 은 시끄럽지 않겠지만, 소문이란 원래 사 람의 입을 타고 과대 포장이 되기 마련이 다. 내부적으로 하북팽가는 다른 일에 신 경을 쓰지 못할 만큼 흔들리게 될 테고, 경쟁 구도에 있는 남궁세가가 사사건건 꼬 투리를 잡을 것이다.

항구에 대기해 놓은 차를 탄 정우는 안 가(安家)에 도착했다.

밤중이라 집에는 연락하지 않았다. 먼 저 처리해야 할 사안들이 있었다. 혹금단 이 해야 할 일이 많아지면서 추가 인원 보 충이 필요했었다. 팽가로 가기 전 사람을 모집하기 위한 구인광고 비슷한 조치를 취 해 놓았었다. 서류 전형보다는 실무를 보 기에 걸려들기를 기다리면 되었다. 통발에 미끼를 풀어 놓고 다음 날을 기다리는 어 부와 같다.

“몇 명이나 걸려들었지?”

“20명입니다.”

무턱대고 아무나 들이진 않는다. 혹금 단도 이제는 구조적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었다. 조를 나누고, 팀원마다 각자의 맡 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자질을 갖춘 재 능 있는 인재를 모집해야 했다

“교육은?”

“기본적인 예절은 주입해 놨습니다.”

“좋아한번 보자”

문을 열고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20명이 바짝 언 채로 서 있었다. 누구 하나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 어 작금의 현실은 지독한 악몽이었다. 한 달가량 창고에 갇혀 지내야 했고 하루 몇 명씩 늘어나 현재는 20명이 되었다.

‘미쳤지, 내가왜 거길?’

‘그런데인줄 알았나?’

‘젠장 저놈 말은듣지 않는 건데.’

‘내 인생 돌리도!’

그들의 직업은 도둑이다.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도둑으로, 유니크도 포함되었 다. 속성이 은폐나, 언락인 경우도 있었다. 다들 대가의 반열에 올라 있어, 여태 잡히 지 않았었다.

그런 그들이 어째서 이 안에 갇혀 있느 냐고? 얼마 전 도둑들 사이에 퍼진 소문이 있었다. 그로 인해 인생에 커다란 족쇄를 차게되었다

-인천에 털리지 않는 유토피아가 있다.

도둑은 분류상 쉬운 집을 터는 하급, 적당히 어려운 집을 터는 중급, 경비 시스 템이 쳐져 있는 집을 터는 상급으로 구분 된다 그 위로 경비 시스템은 물론 경계까 지 철저한 집을 터는 특급 도둑이 따로 분 류된다. 이들은 단순히 도둑질로 부귀영 화를 누리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누 구도 털지 못하는 공간을 털어야 한다는 승부욕이 있었다. 해내지 못할 미션임파서 블을 클리어 했을 때의 쾌감으로 도둑질 을 한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어느 정도의 자금은 갖추고 있었다. 남들이 보면 꽤나 번듯한 직업을 가진 전문직 종사자로 보였 다 그래서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정우의 날카로운 안목이 도둑들을 훑 었다 대도의 자질을 갖춘 놈이 몇몇 보였 다. 과거에 태어났으면 도둑의 왕이 되었 을텐데.

“남의 집을 털었으니 불만은 없겠지?”

“없습니다!”

정우의 물음에 누구도 불만을 토로하 지 않았다. 당연히 처음부터 고분고분했 을 리는 없다. 붙잡힌 즉시 경찰서로 가겠 다며, 우리에게도 인권이 있다고 주장했었 다. 하지만 인권을 언급하는 순간 아가리 가 털리고, 몸은 복어 대용이 되었고, 정 신은 무지비한 테러를 당하고 말았다. 인 권이고 뭐고, 살고 싶으면 바짝 엎드려야 했다

“ 제법인데?”

“명을수행했을 따름입니다.”

“후임 들어왔다고 들뜨진 말고.”

“여부가 있겠습니까, 헤헤헤!”

도둑들을 교육시킨 자는 혹금단의 마 지막 조를 책임지고 있는 진만득이다. 그 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반항기 가득했 던 두 눈은 충성심으로 무장되었다. 과거 의 그와 지금의 그를 같은 사람이라고 보 기 어려울 만큼 변했다. 이 일대에서 지독 한 사채업자로 소문이 났던 진만득이 개 과천선한 것이다.

‘착하게 살걸.’

진만득은 그때의 일을 후회하고, 또 후 회했다. 단주를 만나면서 인생 제대로 꼬 였다. 더욱이 악마 같은 선임들의 갈굼 속 에서 바뀌지 않고서는 살지 못했다. 과거 에 비해서 훨씬 강해졌지만 전혀 기브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일생을 저당 잡힌 채 단주를 위해 분골쇄신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훈화교육을 빌미로 가혹행 위를 당한다.

그 정도도 버티지 못하면서 어떻게 사 채업자가 되었냐고 하는 놈들이 있다면 입을 찢어버릴 것이다 혹금단의 내리사랑 이라는 이름하에 가해지는 가혹행위는 일 반적인 수준을 벗어난다. 인간이 버틸 수 없는 극한으로 몰고 갔다.

그러다가 미치면 어떻게 되냐고? 죽을 때까지 처맞고, 다시 또 처맞고 정신 돌아 올 때까지 처맞는다. 그럼 나중에는 미쳐 도 정상처럼 보이려고 노력을 하게 된다. 그게 인간이 할 짓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고리대업을 같이 했던 쌍칼은 정신이 나갔 음에도 평상시에는 멀쩡해 보인다 그것이 매질과구타, 가혹행위의 결과물이다

“너희는 이제부터 혹금단의 잠입조가 되기 위해 훈련을 받게 될 거다 잘 따라와 주기를 바란다”

“저…… 크악!”

쿠다다당!

처맞은 오종혁은 벽면과 부딪친 후 튕겨 져 나왔다. 공손히 손들어 질문을 하려고 했건만, 진만득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죽빵을 날렸다 감히 단주께 질문을 하려 하다니, 대역 의 죄였다 죽빵으로 끝내선 안 되었다. 진 만득 이하 10명의 단원이 오종혁을 짓밟 았다 퍼퍼퍼퍽!

정우는 그 일련의 과정을 심드렁하게 지켜봤다. 처음이라교육이 체득되지 않은 결과였다. 조금 더 처맞다 보면 자연스럽 게 혹금단원으로서 사명감을 불태우리라 확신한다. 안 되면 평생 무저갱에 처박혀 반성할 때까지 면벽수련을 해야겠지만.

오늘과 같은 일을 위해서 반성의 무저 갱을 친히 만들어 놓았다. 지하 100m 아 래에 공간을 만들고 독충을 풀어 놓았다. 살집을 좀 뜯어 먹힐 분이지, 죽지는 않으 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고? 불사수 라기공은 살집 뜯겼다고 죽을 만큼 허술 하지 않다.

상념이 길었나, 질문했던 오종혁이 쥐포 가 되어 갔다

“적당히 해라 그러다사람잡겠다”

“예, 단주님.”

멈추라면 이유 불문 멈춘다. 그것이 혹 금단의 존재 목적이다. 그 어떤 토도 달지 못한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죽으라고 명 하면 감사히 죽으면 된다. 다들 죽지 못해 서사는 생(生)좀비들이었다.

‘이 악마 같은놈들!’

‘사람올어찌이리!’

‘이놈들이 인간이란말인가?’

오종혁을 걸레로 만든 자들보다 이들을 이끌고 있는 단주가 더 무서웠다.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했음을 깨닫게 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보를 홀린 사람은 바로 나야”

“..2”

“잠영술이 뛰어난 놈들이 필요했거든.

그렇다고 죄 없는 사람을 막 쓸 수도 없잖 °h 자칫 훈련을 받다 죽어버릴 수도 있는 데.”

그럼 우리는 죽어도 된다는 말이냐? 도 둑들은 욕이 튀어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 았다. 사실 참았다기보다는 흉흉하게 부 라리고 있는 놈들 앞에서 나댈 용기가 나 지 않았다.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차라리 죽 는 게 훨씬 편안하다는 것을. 살아 있어 봤자 좋은 꼴을 못 볼 테고, 미래는 없다 고보면 된다.

‘정보를 흘렸다고?’

‘그럼 일부러?’

‘우릴 낚으려고?’

‘악마 같은’

20명의 도둑들 모두 도둑질에 소질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어지간한 집은 1 분이면 털고, 밥까지 먹고 나을 실력을 갖 추었다. 그러나 정우의 집은 일반적인 경 비 시스템을 벗어났다 집 안에 마물이 있 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것도 5급 이상으로 알려진 철괴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동상인 줄 알았는데, 동 상이 움직였다

“억울해할 필요 없다.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니까. 10년 모으면 1억 8천은 될 거 다:’

죽을상이된그들을위해좋은점도나 열했다. 숙소와 식사 제공은 물론, 월급 150만 원을 준다고 약속했다. 한데, 따져 보면 굉장히 불합리하다. 한 푼도 쓰지 않 고 1년을 모아야 1800만 원이 된다.

그런데 10년 후 1억 8천이다

이자율이 제로다. 언뜻 보면 나쁘지 않 은 조건이나, 결국 정우의 수중으로 떨어 질 걸 감안하면 무료 봉사인 셈이다 그것 도 죽을 때까지. 혹금단의 개선되지 않은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누 구도 이런 가혹한 노동에 대해서 노동청 에 신고 못 한다. 그랬다가는 지옥으로 가 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 만큼 고문과 가 학을 당하게 된다

“이건 말도 안 돼! 우리에게도 인권이 있다 … 커억!”

“인권 좋아하네.”

명치를 처맞은 이우혁의 상태가 심각했 다. 정신이 오락가락할 만큼 타격이 컸다. 그럼에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두들겼다.

“죄지은 놈들이 인권 타령 하는 꼴은 못 보지.”

정우는 죄를 진 놈들이 많아졌으면 하

는 바람도 있었다. 그래야 마음 놓고 써먹 어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다. 쓰다 버 려도 되고, 아주 훌륭한 재목들이다.

흑막의 수장, 박찬균이 소환됐다. 내근 이 아니라 외근직이라, 그나마 꿀 빨고 있 었던 그다. 내근직이면 악마의 행동대장 부단주를 만나야 한다.

“어떻게 됐어?”

“곧 움직일듯합니다”

“채 회장은?”

“암살 위협에 밖으로 나오지도 않습니 다”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조바심이 극에

도달해 있을 때다. 인내하기 어려운 상태 에서 지속적으로 암살 위협을 받고 있었 다.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정신력의 한계에 다다랐다. 조바심이 날수록 인간은 닦달 하기 마련이다.

“결행 즉시 우리도 움직인다. 그러니 시 간올 확인해 놓도록 해.”

“알겠습니다:’

“살려 보내야한다는 거 명심해.”

“예, 단주님.”

리차드 교수를 통해서 마법 아이템을 미리 설치해 놓았다. 혹금단이 이동동선 을 몇 차례나 확인했지만 변수는 언제나 조심해야 했다. 그렇기에 정우는 이번 일 을 직접 처리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즈三5끄르으』?’*

“90%입니다:’

거의 완공 직전까지 왔다. 그렇다면 시 간올끌지 않는편이 낫다. 공사지분을고 려하면 다음 순위는 금강문이 된다. 1순 위가사라진 자리를 차지할수 있었다.

“어부지리만큼 좋은 것도 없지.”

“그렇습니다 단주님.”

“외근은 어때?”

“배려해 주신 덕에 아주좋습니다.”

“불편하면 언제든 말해, 내근으로 바꿔

줄 테니까”

“최선을 다해 단주님의 뜻에 부합하겠 습니다!"

목숨을 바친다는 말은 하지 못한다. 흑 금단에서 목숨을 걸겠다는 건 금기어다. 지 혼자 죽겠다는 이기적인 놈으로 찍혀 두들겨 맞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러니 반 드시 다른 말로 대체를 해야 한다

‘내근은못 해, 절대!’

박찬균은 외근이 천직이라 여기고 있었 다

정우는 중국으로 가기 전에 깔아 놓은 밑밥의 회수를 최적화하기 위해서 궁구했 다. 하늘은 언제나 변수를 남겨 준다. 완 벽한 전략이라도 작은 어긋남으로 인해 나비효과가 되어 돌아올 수 있었다

“엘런가는 뭘하고 있지‘?”

“우리 쪽에서 움직여 주기를 바라고 있 습니다.”

“윤정이의 반응을 살피겠다는 의도겠 지.”

“그렇습니다”

엘런가는 한국에서의 전권을 윤정에게 주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주어진 권한에 불과하다. 실권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전권을 행함에 있어 항상 엘런가에서 파 견된 리드가 나서고 있었다. 그는 윤정이 를 방패 삼아 행동반경을 넓히는 중이다.

“본문을 의심하고 있는건가:

“단주님과 연관되어 망설이는 걸로 보 일겁니다”

엘런가의 리드, 그는 윤정의 뒤를 캐며 금강문과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었다 루크 의 죽음과 관련된 증거를 확보하고, 연관 성이 있는 세력을 찾아내려는 것이다. 만 약 루크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증 거가 확보된다면, 윤정의 목숨이 위험했 다

‘파고들어 온다면 가만둘 순 없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