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40화 (240/500)

정우는 저들의 속마음을 읽었다. 그러 니까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배 신자를 위해 염불을 해줄 만큼 도량이 넓 지 않았다 제 4장 팽가풍운 ⑴

정우는 강천과 함께 북경대반점에 와 있었다.

식당의 별채를 따로 빌렸다. 별채를 빌 리는 가격이 우리나라 돈으로 천만 원이 다. 한 끼 식사를 먹겠다고 쓸 비용치고는 과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만두 한 조각 먹을 돈이 없어 굶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화가 날일이다.

그러나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 다. 이렇게 있는 사람들이 돈을 펑펑 써줘 야 가난한 사람에게도 기회가 가는 것이 다 부자가 돈을 싸매고 있으면 경제가 돌 아가지 않는다. 그럼 결과적으로 가난한 사람만 더 고달파진다 비용은 당연히 하북팽가의 이름으로 외상이다.

본문에서 내준 업무용 법인 카드가 있 기는 하나, 한푼도 사용하지 않았다 팽가 의 귀빈으로서 공까지 세웠으니 당당하게 요구했다

샥스핀에서부터 제비 집까지 산해진미 를 다 먹지도 않을 거면서 시켰다. 먹다가 못 먹으면 남기면 그만이었다.

호로록호로록!

평소 먹어 보지 않은 요리로 엄선해서 시켰다

그 와증에 강천은 제비집 요리가 맛있 다면서 벌써 열 접시째 먹고 있었다 고가 의 요리를 마시듯이 먹고 있어 종업원을 당황시켰다. 요리사도 지금 뒷목 잡고 있 었다. 고가의 요리는 보통 맛을 음미하며 먹어야 하는데 물 마시듯 먹으니 개밥이 나 제비집이나 다르지 않았다.

“화질 괜찮지?”

“열 많이 받았나보■다.”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볍네.”

“아들이 죽었으니 눈 돌아갈 만도 하 지.”

정우는 협곡 전투를 끝내고 곧장 하북 팽가로 돌아왔다 미리 연락을 했기에 하북팽가는 초상 집 분위기였었다. 팽가의 미래인 대공자의 비명횡사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팽 가주는 자식의 죽음에 분노했다. 하

나, 사태를 수습하는 게 먼저였다. 협곡에 서 벌어진 일을 파악하기 위해 사람을 보 냄과 동시에 직접 사흑문으로 쳐들어갔 다

“직계와 외인의 차별이 심하네.”

“남이 아무리 잘해도 피를 나눈 가족만 하겠어.”

대공자의 죽음으로 인해 혈검의 죽음 은 논란거리도 되지 못한 채 덧없이 묻혔 다. 명색이 세가의 호법임에도 일절 거론 되지 않는 것만봐도.

“우리 집은아냐.”

“그런 것 같다. 내가 너보다 중요하니

까.”

금강문에서 정우의 비중은 이제 70% 가 넘어간다. 강천이야 없으면 그만이지만, 정우는 없어서는 안 될 문파의 기둥이었 다. 그리고 눈치가 귀신처럼 빠른 정우다. 삿된 마음올 먹는 순간 금강문을 받치는 기둥은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말이 왜 그렇게 나와:”

“현실을 말했을뿐인데.”

“사실을 사실대로 말해도 기분이 나브 잖。}:”

“그럼 실력을 키우든가.”

억울하면 강해지란 정우의 핀잔이었다

강천은 밥 먹다가 울컥! 할 번했다. 그러 나 현실을 부정한들 구차하고 초라해지기 만 한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편하다. 괜 한 경쟁심은 정신 건강에 좋지 않았다 그 러다가 200세까지 살지 못한다. 75세부 터 국가의 지급 보증이 안 된 국민연금도 타 먹어야 하는데.

강천은 화제를 돌렸다

“사혹문도 대비를 하고 있었네.”

“팽가가 뒤통수를 칠 수 있다고 본 거 지.”

초명학이 힘만 믿고 설치는 어리석은 자였다면, 팽가와 대등한 접전을 벌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만약을 대비해서 혈 해산장에 원조를 부탁했다 그렇다 해도 작심한 팽가의 주력을 막 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혹문 공략에 팽세기도 참여했다.

-너도 가-

-저도요?

-가서 공을 세워.

예 단주.

대공자의 죽음으로 팽세기는 소가주 서열에 한충 가까운 위치가 되었다. 그러 나 아직 2공자 팽세운이 있었다. 이 전엔 팽세천이 워낙 공고한 위치라 팽세운도 팽 세기와 마찬가지로 포기하고 있었지만, 상 황이 달라졌다. 기회를 잡은 인간은 욕망 을 불태우기 마련이다. 치열한 경쟁이 시 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물며 가주가 직접 나선 전투다 팽 가주의 시야 안에서 얼쩡거려줄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넌 왜 안간거야?”

“팽 가주가날보내겠냐?”

정우는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팽가에 서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혹문까지 공략하게 된다면 하북팽가 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부지리를 얻었다 는 비난을 받게 된다.

그러나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팽 가주는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않 았다. 그는 아들의 죽음에 절명사신이 관 여되었을 수도 있다고 보았다. 상황이 지 나치게 딱딱 들어맞고 있었다. 마치 그렇 게 짜놓지 않고서는 이뤄놓기 어려운 것처 럼.

“좀 이상하기는 했어. 어떻게 한 거야?”

“운이 좋았지.”

“그게 운만으로 될 일이야?”

사혹문주를 죽이고, 사혹문의 핵심 축 을 무너뜨렸다. 우주의 기운이 정우를돕 고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했다. 운만으로 무너뜨릴 사혹문이었다면, 전전긍긍한 하 북팽가로선 체면을 구기는 일이었다. 하북 팽가의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정우는 강천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 았다. 안다고 해서 떠벌릴 녀석은 아니겠 지만, 하북팽가의 안마당이었다. 신중할 필요는 있었다. 무엇보다 몰라도, 알아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아 무 생각 없이 편하게 지내면 된다 그게 강 천이 해야할 일이다.

“난 그렇다 치고, 너는 어쩔 거냐?”

“내가 미쳤지, 정말!”

강천은 한숨을 푹푹! 쉬었다 인생은 변

수의 연속이라고 하더니. 하물며 자승자 박이라 하소연을 해 봤자 답이 나오지 않 는다

“내가 먹는 걸로 질 줄 누가 알았겠냐?”

“그건좀 충격이다?”

강천의 패배는 의외였다. 정우도 처음 에는 거짓말하는 줄 알았다 대식가인 문주의 유전자를 몰빵 받은 강천이 음식 대결에서 팽세경에게 졌다. 그날 북경대반점이 거덜 났다는 소문과 함께. 둘이서 먹은 음식 값만 해도 수백만 원을 가분히 넘어섰다.

“그래서 약속지키려고?”

“지켜야지 어쩌겠어.”

강천은 생긴 대로 고지식한 면이 있었 다. 흐I지만 그럴 만도 했다 음식에 관해서 는 비상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편이었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한테 패배했으니 충 격이 쓰나미급이었다. 물론 남자보다 건실 한 육체를 가지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변 명해 봤자 무슨 소용이랴, 동급에서 2위 로 밀려 버렸는데.

정우는 강천이 의무감으로 팽세경과 교 제를 한다 해도 반대하진 않았다. 연애는 지극히 사적인 분야였다. 강천의 의사를 존중해 주면 그만이다.

“문파를 위해서는 올바른 결정이기는 한데, 괜찮겠어?”

평소의 이상형과는 괴리감이 너무 심 하긴 하다. 또한 후일 비련의 주인공이 될 확률이 높았다 과연 감당할 수 있을는지. 사실을 알고 칼부림하지 않으면 다행이었 다. 둘 다 모르고 있으니 지금은 평온할 뿐이다

“그게?!”

말하다가 얼굴을 붉히는 강천이었다. 지고 나서 바로 사귀자고 한 세경에게 부 끄러운 행위를 당하고 말았다. 생전 처음 당해 보는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세경이도 처음이라서 더 자극적으로 다가왔었다.

“ 했냐?”

“하긴 뭘해.”

이제 성인이다. 해도 그만인 나이다. 평 생 못하고살면 병 된다. 하고나서 성인 으로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고, 싫 으면 헤어지면 된다. 사귄다고 결혼하는 것도 아닌 시대였다. 방구석 폐인보다 폭 넓은 교분을 나누며, 건전한 성생활을 하 는 것이 올바른 젊음의 자세다

“싫구나? 하긴, 사근사근한 맛이 없지. 여자 같지도 않고.”

“꼭 그렇지는 않아”

“그게 남자지, 여자냐? 딱 봐도 강철보 다 단단하겠구먼. 실제도 그렇지만.”

“야, 말이 심하잖아. 그리고 부드러운 곳도 있어.”

“어디가?”

“그걸 내입으로어떻게 말해.”

“역시 남자하고 살기는 싫지? 그 맘아 니까구차하게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

“얼굴은 여자잖0!:”

“사실 그게 더이상하잖아”

세경이도 계속 보다 보면 아름다운 구 석이 있었다. 또한 그녀에게는 비장의 기 술이 있다. 바로 인도의 유가신술이었다.

단단한 육체를 공력을 이용해서 풀어 주 면, 여자답게 변신이 가능하다. 물론 평상 시에는 공력 소모가 심해서 오래 유지하 기 어렵다. 워낙 순도 100%의 근육질이 라 유가신술이 6성을 넘었음에도 쉽지가 않다. 10성에 달하면 하루 2시간은 가능 하다고 했다. 역사를 치른 그날도 세경인 유가신술을 발휘했었다. 땀올 폭포수처럼 홀리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세경의 열 성에 강천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솔 직히 변신했을 때의 세경이는 여신이었다

“첫인상이 중요하다며. 그렇지 않나

봐?”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해. 한데, 자주 보 다보니 정들더라고.”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첫인상이 전체를 좌우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런 식으 로 만남을 지속하면 관계의 범위가 좁아 질 수밖에 없다. 어떤 면에서는 자주 보면 서 서로의 장단점올 알고 시작해 보는 것 도나브지 않았다.

“성격만좀고치면 괜찮은데.”

“고쳐줄까‘?”

“됐거든? 내여자는 내가고쳐.”

“적당히 해줄수도 있어.”

“너한테나 그렇지, 당하는 사람은환장

한다고.”

“다 너를 위해선데 그리 말하면 나 섭섭 하다.”

“지랄하네.”

강천은 완강하게 거부했다. 정우가 한 다고 하면 고쳐지기는 할 거다. 세경이가 용가리 통뼈도 아니고. 그러나 세경이의 인생이 불쌍해진다. 상황이 이상해지기는 했어도, 세경의 마음이 순수하다는 건 인 정하고 있었다. 아직은 막 사귀는 단계라 어색하기는 해도.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북경대반점으로 팽세경이 찾아왔다 집

안이 초상집이라 외출하기 껄끄러운 때였 다

생각 외로 팽세경은 담담한 편이었다. 팽세천과 교류가 많지 않았던 영향도 있었 다. 그러나 가문의 혈족이 죽었으니 심적 으로 고통스러울 것이다 세경은 강천의 옆자리에 앉았다

강천은 안쓰러운지 세경의 어깨를 감 싸며 두드려 주었다. 보통 남자는 세경의 130에 달하는 어깨 넓이를 감싸기 어렵겠 지만 강천은 가능했다. 둘이어야만 하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되었다. 세경이도 남 자한테 안겨 보고 싶은 여자였다.

“괜찮아‘?”

“당연히 안괜찮지.”

“그런 거 같다.”

“밥이안 넘어가.”

정우는 세경의 발언에 허리가 휘청거렸 다. 강천을 이겼다고 할 때부터 범상치 않 은 식성임은 예상했지만, 밥이 안 넘어간 다는 사람치고 앉은 지 1분 만에 오향장 육 대(大)자를 해치웠다. 북경대반점의 오 향장육은 맛과 양으로 일절이라고 하던 데.

하긴, 그큰 접시가손바닥보다 작아보 인다.

“그래 보인다: 평소라면 10초도 안 걸렸 을텐데.”

“역시자기야. 내맘을아는건.”

평소보다 10분 1로 속도와 분량을 줄 였음에도 세경을 불편하게 바라보았다 가 족이 죽었는데도 밥이 넘어가느냐는 시선 이었다 강천은 충분히 이해했다. 대식가만이 납득할만한상황이다

“내 앞에서는 편하게 먹어. 여긴 단주가 내기로 했거든.”

“고마워, 자기야.”

강천의 말대로 천생연분은 맞는 듯하

다 저 식성을 감당할 수 있는 상대는 강천 밖에 없을 듯싶다. 하지만 정우도 식성으 로 따지면 뒤지지 않는다.

“기분전환이나 할까‘?”

“좋지."

“차부터 빌려야겠다?”

셋뿐인데, 최소한 8인승은 필요했다.

정우는 간만에 시간을 즐기기로 작정하 고 있었다. 하북팽가의 총관에게 카드를 받았으니,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원하는 대로해주마.’

주변에 팽 가주가 보낸 감시원들이 있 음을 감지했다 굉장히 은밀하게 움직이는 자들이었다. 한데, 공력이 없다. 무공을수 련한 자들이 아니기에 오히려 감지하기가 더 어려웠다. 사람이 수시로 바뀌고 있어 눈썰미가 있는 사람도 파악하기 쉽지 않 다 굳이 그들을 떼어 내려고 노력하지 않 았다. 오히려 알기 쉬운 동선으로 움직였 다 따라오기 편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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