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38화 (238/500)

제 3장

속물근성 (3)

존장으로서 예의를 다할 때 받아 처먹 었어야 하는데, 제 발로 차 버렸다. 그렇다 면 정우도 굳이 마다하지 않았다.

“한 시도 잊은 적이 없다. 네놈을 죽일 날을.”

“주인의 명도 어기겠다는 건가?”

“다 필요 없다네놈만죽이면.”

“복수에 눈이 멀어 제 주제를 망각하고 있어. 그런다고 꺾여 버린 날개가 다시 붙 을 거라고 보나?”

서로의 살의가 부딪치는 가운데 파공성 이 울린다 단순한 기세가 아닌, 무형의 칼 이 수도 없이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파파파팡!

바람에 떨어져 내린 낙엽이 정우와 남 천명의 공간에 닿기가 무섭게 베여 분쇄 되었다. 어느 누구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 는 둘의 완벽한 밀폐 공간이 되었다. 이쯤 되면 락앤락 밀폐용기 수준이다 이때.

“좌호법 이럴 때가아닙니다!”

남천명을 보필하고 있던 북무원주 팽 준성이 나섰다. 그도 흑금단주에게 낭패 를 당해 억하심정이 있었지만, 가주의 명 이 우선이었다. 사태 파악도 되지 않은 상 황이었고, 혹금단주의 출현은 예상하지 못했다. 계획대로라면 이 자리에 대공자가 나타났어야 한다. 중간에 계획이 잘못되 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열 받은 남천명의 귀엔 들어오 지 않았다

“원주는 빠지시게.”

이때.

“좌호법 이럴 때가아닙니다!”

남천명을 보필하고 있던 북무원주 팽 준성이 나섰다. 그도 흑금단주에게 낭패 를 당해 억하심정이 있었지만, 가주의 명 이 우선이었다. 사태 파악도 되지 않은 상 황이었고, 혹금단주의 출현은 예상하지 못했다. 계획대로라면 이 자리에 대공자가 나타났어야 한다. 중간에 계획이 잘못되 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열 받은 남천명의 귀엔 들어오 지 않았다

“원주는 빠지시게.”

“자초지종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빠지라고 했다”

“?…크윽!”

눈 돌아간 남천명의 무형살의에 팽준성 은 주춤하며 물러서야 했다. 혹금단주에 게 패배한 이후로, 남천명의 위상이 예전 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그는 예전보다 더 강해졌 다 자신으로서는 닿지 못할 벽이 되었다

‘제기랄’

엄한 곳에 화풀이하고 있었다

팽준성은 분하지만 참아야 했다. 혈검 의 살의가 무시무시하다. 이 자리에서 좌 호법을 말린다고 될 일도 아니고, 말릴 자 신도 없었다. 한편으로 남천명이 반도의 오랑캐를 호쾌하게 짓밟아 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한데 어떻게 된 거지?’

팽준성은 북무원의 원주다. 이극이나 팽자겸에 비해서 부족하기는 해도, 머리 를 굴릴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로서는 납 득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대파멸진이 발동 했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절대고수라도 발동된 대파멸진을 뚫고 나오진 못한다. 그렇다면 협곡으로 들어가지 않았거나, 엇 갈렸다는 뜻이 되는데 그것도 석연치 않 았다.

‘망할반도 놈들!’

금강문과 엮이면서 계획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언제나 예상에서 벗어난 일 이 벌어지고 있었다. 엮이면 안 될 족속들 임에는 분명하다 화르르르!

남천명은 처음부터 전력을 끄집어냈다. 저번과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순 없었다 이 번 기회에 놈을 오체분시 해 버릴 것이다. 소환된 혈룡이 치솟아 오르며 주변을 경 계했다. 일전보다 배는 더 강해진 속성이 었다. 능히 8급의 중급을 벗어나 있었다.

그와 함께 혈천공이 극한에 도달해 강기 화(剛氣火)를 이루었다. 주변의 모든걸 불 태울 핏빛 선혈의 불길이 타올랐다 :a. O O <이

닿기만 해도 만물이 타 버린다.

엄청난 화기와 강기의 소용돌이에 북무 원주는 침음을 흘렸다. 격의 차이가 있을 거란 예상보다 훨씬 더 강했다. 예전만 못 하다고 소문이 자자했건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좌호법은 충분히 강했다

“휘말린다, 물러서라”

북무원주는 즉시 수하들을 물리며 격 전의 반경 밖으로 빠졌다. 반면 쉴드는 제 자리를 지키고, 혹금단은 휘말렸으면 하 는바람이었다 하합

남천명이 전력을 끄집어내며 혈해마검 식의 극의를 쏟아냈다. 마치 일검으로 승 부를 내려는듯 전심전력, 혼이 깃들었다. 혈천공이 극에 이르러 소환된 혈룡과 합 일을 이룬, 그야말로 극한에 다다른 검식 이었다.

‘……심검이란 말인가’?’

북무원주는 혈검의 경지에 놀람을 감 추지 못했다. 강화된 속성과 결합하여 심 검을 끄집어 낸 것이다. 완전한 심검과는 다른 형태이기는 하나, 위력만큼은 심검에 못지않았다. 저것이라면 흑금단주라 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꽈아아아앙!

폭발했다.

일대가 지진이 난듯 크게 요동쳤다. 사 방으로 퍼지는 파장이 무시무시한 태풍을 형성했다 거죽이 벗겨져 나가며 살인파편 이 되었다. 소요가 반경 100m에 영향을 주어 지형지물의 형태를 변형시켰다.

휘이잉!

시야를 가리던 흙먼지를 바람이 쓸고 지나갔을 때 정우와 남천명이 나타났다.

수직일단의 베기를 완성한 남천명과 이를 막아선 정우의 도가 십자의 형태를 이루 었다.

투득!

핏발이 선 두 눈 굵직하게 튀어나와 폭 발할 듯 팽창한 힘줄, 온몸에 핏줄이 선명 하게 돋아났다. 남천명의 동공에 불신이 담겨 있었다. 믿기 힘든 현실과마주해야 했다. 불가능해야 마땅하거늘, 그 어려운 일을 놈은 대수롭지 않게 해내버렸다

“……이럴수가!”

“세상이 호락호락하진 않지. 안 그래?”

남천명은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혼

신의 일검을 이토록 간단하게 막아내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검참을 막아낸 흑금단주의 공력은 범상한 수준마저 아득 히 벗어났다. 실로 믿어지지 않을 압도적 인 거력이었다.

“?…그?…때도 전력이 아니었었나?”

“지금은 전력 같아?”

“실로?… 어처구니없는놈이었구나!” 남천명의 두 눈엔 힘이 실리지 않았다.

맥이 빠져 버려, 항거불능의 적수에게 경 쟁심을 가진 시간이 허무하게 다가왔다

“그런 말자주들어.”

“?…세가를 어쩔 셈이더냐?”

“당신이 걱정할 일이 아닐 텐데.”

“……그도 그렇군?….부질없는 짓인 줄 알았다면?… 멈췄을 것을…… 남천명의 자조적인 목소리가 인상적이 다 핏발이 서 있었던 두눈은 오히려 담담 했다. 자신의 명이 여기까지임을 직시한 것 이다. 죽음이 다가오니 시야가 트이며 평 온해졌다

“그래도 나쁘진 않았어.”

“?…다?…행이군.”

정우는 남천명의 절치부심을 인정했다. 그는 짧은 기간 혼신의 노력을 다해 본인 을 갈고닦았다. 그 노력만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상대를 잘못 선택했다. 안 목이 없는 자는 목숨이 짧을 수밖에 없다.

“?…멈췄다면…

“멈출수 없게 했겠지.”

“?…하?…하하?…하!”

죽음이 다가오니 헛웃음이 나온다

남천명은 늘 자신이 선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혹금단주에 비하면 자 신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아마 멈추 려고 했어도, 그는 멈추지 못하도록 궁지 로 몰았을 것이다. 자신을 도발한 것도 이 유가 있을 테고.

스윽!

남천명은 힘겹게 돌아봤다. 굳어진 채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북무원주와 팽가의 무인들이 보였다. 그는 자신의 처지보다 그들이 더 불쌍했다 투드드드득!

푸아아아?앙!

버티지 못하고 비명이 토해진 남천명의 육신이 부풀어 오르듯 팽창했다. 정점에 이르자 폭발하며 사방으로 선혈을 토해냈 다 믿지 못할 광경이지만,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다

정우의 8단 공력이 실려 있었다 남천명

이 감당할 범위를 한참이나 벗어났다. 발 현된 속성, 혈룡 역시도 내부에서부터 폭 발하며 산산이 분해되었다.

아!

이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북무원주와 무인들은 두 눈을 의심했다. 혈검이 가공 할 공력을 발산하며 죽일 듯이 달려들 때 만 해도 혹금단주는 살아남지 못할 거라 단정했었다. 결과는 그들의 예상을 완전히 비웃어 버렸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일이 었다.

‘……혈검이 저리 허무하게 죽어 버리다

니!’

눈을 의심하는 것이 당연했다. 누가 감 히 예상했을까?

혈검의 무위는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 졌다. 그런 혈검을 단 일 합으로 끝장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혈검의 폭발이었다. 혹 금단주의 공력올 버텨내지 못했다는 의미 가 된다. 압도적인 차이가 아니고서는 불 가능했다

‘내가 본 게 현실이 맞는 것이냐?’

꿈이라면 지독한 악몽이다. 여기서 깨 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아무리 볼을 꼬집 어 봐도 고통만 가중될 분이었다

‘저 심정, 우리도 알지.’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몰랐던 거 지.’

‘천상천하유아독존일걸?’

‘하늘도단주님 아래다, 인마’

혹금단은 놀라지 않았다. 지극히 당연 한 결과였다. 혈검이 아니라 혈신이라고 해도 단주의 상대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불 속으로 뛰어든 부나방에 불과했다

‘우린아직 멀었어.’

‘주군의 방패가 되려면 더 몰아쳐야 해.’

‘내일부터 수련이다.’

‘아니, 오늘부터야’

쉴드는 만족하지 않았다. 전력의 일부 를 드러낸 주군의 전투력은 여전히 끝을 알수 없게 했다. 아직도 멀었음을 인정하 고, 스스로를채찍질했다

‘훈련 중독이야 새끼들아’

‘좀 쉬엄쉬엄해라’

‘이 새끼들은 쉬지를 않。K

‘아이 씨발우리도해야하잖0E

혹금단은 쉴드의 열의에 짜증이 치밀었 다. 저놈들이 강해질수록 단주의 시선이 좋지 않았다. 살풀이를 하고 싶지 않으면 쉴드에 근접할 만한 무력을 쌓아야 한다 원래 밑이라고 생각했던 쉴드가 이제는

자신들을 넘어서니 배알이 뒤틀린다. 내색 하지 않아도 쉴드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 다

‘월급도 많이 받고.’

‘저놈들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틀림 없어.’

‘그럼 우린나라를팔았나?’

‘아마여러 번 팔았을걸?’

혹금단원들은 전생의 자신들을 저주했 다 그놈들이 나쁜 짓을 하니 자신들이 이 모양 이 꼴이 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인 것 이다 물론 현세에서의 잘못은 잊은 지 오 래다. 삥 좀 뜯었다고 잘못까지는 아니잖 아 그치?

“어이.”

정우가 멀뚱히 병풍처럼 서 있는 병신 같은 북무원주를 불렀다.

나?

북무원주는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손 가락으로 본인을 가리켰다. 아니기를 바 라는 마음이 한편에 있었다

“그래,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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