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36화 (236/500)

이극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수롭 지 않게 묻고 있는 혹금단주를 보고 있자 니, 온몸의 털이란 털은 모조리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제 3장

속물근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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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진동을 한다. 진동은 점점 커지며 파장을 일으켰다. 협곡 안의 모든 기운이 응축되어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천지를 개벽시키는 굉음이 토해졌다.

꽈아아아앙!

바닥에 매설된 100톤의 화약이 제 위 력을 발휘했다.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는 가운데 사방의 기운을 빨아들이며 압축 한 대파멸진이 용트림을 도왔다. 수 킬로 에 달하는 협곡이 버티지 못하고 일순 허 공으로 날아오르는 광경이 펼쳐졌다.

연쇄폭발이 10차례나 더 이어진 후에 도 소요는 멈추지 않고 협곡을 가라앉혔 다. 파장이 지나치게 강력해 지진이 발생 했을 때처럼 씽크홀이 생기면서 밑으로 파 고든다. 흡사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맨틀 이 맨틀 아래로 묻히는 과정을 연상케 한 다. 사라져 버린 고대 도시, 아틀란티스처 럼.

촤아아아

이어서 지하수가 터지면서 거대한 구 덩이가 된 협곡을 채우기 시작했다. 과정 올 살피기 어렵게 만들었다. 사전에 수맥 을 확인하고, 호수가 되리라는 시뮬레이션 을 했다. 이유는 주변의 증거를 없애버리 기 위해서다. 무인의 결전에 화약을 사용 했다는 것이 외부에 알려져서 좋을 게 없 었다.

진동이 멎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그 엄청난 광경을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 다. 정우와 이극, 쉴드, 흑금단, 팽세기가 자리했다 파괴력이 미치는 범위 밖이기는 해도, 부서지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는 위 치였다. 흑금단의 100명은 이극이 알려준 지도를 통해 베져나갔다

“위력이 상당하군요. 핵이라도 쓴 겁니 까‘?”

“이번에 정부에서 은밀하게 개발한 폭 약입니다.”

“역시 화약의 시조답네요. 중국하면 화 약 화약하면 중국 아니겠습니까”

화약은 중국의 연단술에서 기인했다고

한다. 무병장수, 불로장생을 위해 개발했 을 텐데, 화약이 나와 대량 살상 시대를 열 었으니 아이러니하기는 하다. 노벨이 다이 너마이트를 개발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정우가 엄지를 세우며 중국을 높여주었 다

이극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칭찬을곧 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가 한 말 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말뿐이라 면 이렇게까지 위축되지 않는다

‘정말로 초명학을 죽이다니!’

초명학의 절기를 사용하기에 간세일지 도 모른다는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수 급을 보여주었다. 또한 사혹문의 정예를 협곡에서 처리했다고 한다. 꽤 오랫동안 팽가를 괴롭혔던 사흑문을 이토록 간단하 게 처리하다니, 생각하면 할수록 소름이 돋는다.

그럼에도 아무도 이런 사실을 모른다. 흑금단주는 가공할 무력뿐만 아니라 용의 주도한 심기까지 갖추었다.

‘무섭다, 소름끼치도록무섭다.’

감히 배신할 엄두가 나지 않는 대상이 었다. 팽가는 정말 상상도 못할 괴물을 불 러왔다. 그리고 그런 괴물을 자신이 데리 고왔다.

‘저자는 팽가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대륙이 몸살을 앓을 게 분명하다. 이제 는 솔직히 저자가 괴물인지, 사람인지 구 별이 되지 않을 지경이다

“이 폭약 더 있습니까?”

“ 없습니다.”

“아쉽네요, 불꽃놀이로 사용하기에 제 격인데.”

천진난만하게 웃는 혹금단주의 태연함 에 이극은 할 말을 잃었다. 저 얼굴이 어 떻게 그 많은 살겁을 벌인 자와 동일 인물 일 수 있는가. 천의 변화를 가지고 있는 자 였다. 그래서 더 무섭다 당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첫 만남에서 보인 모든 것이 허상에 불과했음을 실감 했다

“그보다 이제 어쩔 생각입니까?”

“어쩌긴요, 팽가로돌아가야지요.” 의외의 대답이었다.

“사혹문을 정리하는 편이 낫지 않겠습 니까‘?”

“지금만 해도충분합니다. 가주도 원하 지 않을 테고요.”

사혹문까지 완전히 정리해 버리면 공을 독식해 버릴 수 있다. 물론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그리되면 팽세천의 죽음을 설명하 기 어렵게 된다.

팽 가주는 의심이 많은 능구렁이다. 그 런 팽 가주에게 팽세천은 눈에 넣어도 아 프지 않은 자식이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은 허구다. 다 같은 자식이라도 차별이 존재하기 마련 이다.

팽 가주는 팽세천의 죽음을 파헤치려 고 할 게 분명하다. 그러니 이쯤에서 마무 리를 지어야 탈이 없다. 전력의 부족함을 역설하며 설득력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

‘마치 처음부터 구상해 놓은 듯이 홀러

가지 않는가?’

이극은 두려움을 애써 감추어야 했다. 그에게 있어 자신은 외인이었다. 확실하게 복종하지 않으면 살려두지 않을 수도 있었 다 구밀복검, 웃음 속에 칼을 숨기고 있는 자였다. 평상시의 그와 전투 시의 그는 아 예 다른 사람이었다.

‘그럴수록 저 녀석에게 집착하겠지.’

정우는 이극이 기댈 곳을 팽세기로 한 정시켰다. 자신이 다스릴 수 있으며, 팽가 의 골수까지 빼먹을 방패막이로. 인간이 란 기댈 곳이 없으면 허물어지거나 자멸한 다.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하게 하려면 욕 망을 부추길 대상이 있어야 한다.

‘그렇더라도 팽 가주는 조심해야 할 구 석이 있어.’

팽 가주의 전력을 확인해 보지는 않았 지만, 그는 초명학보다 한 단계 위였다. 직 접 나섰다면 사흑문을 정리하는 데 시간 올 소비하지 않았올 것이다. 그럼에도 그 는 뒷짐을 지며 팽세천올 위한 자리를 마 련해 주었다. 팽세천을 지나치게 믿었거나, 아니면 만약을 대비한 비장의 수가 있다 는의미가 된다.

‘애들을 납치해서 뭘 하려고 했던 건지 궁금하군.’

혹호문의 멸망은 하북팽가의 요구가 원

인을 제공했다. 잠재등급이 높은 여자아 이를 잡아다가 뭔가 했을 수 있었다. 하지 만 무엇을 했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자, 이제 어쩔 거냐?’

정우는 대륙 나들이를 즐기고 있었다. 상대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예측이 되지 않아야 더 재미가 있는데, 아직까지는 틀 을 깨지 못하고 있었다. 그 점이 아쉬움으 로 다가왔다. 보다 예상치 못한 반전을 기 다렸다.

후후후

정우가 작게 웃자, 이극은 움찔했다. 저 미소에 담긴 의미가 결코 아름답지 않았 다. 무언가를 더 바라는, 기대하는 웃음이 었다.

“아 그전에.”

“왜 그러십니까‘?”

“일단 맞고 시작하지요.”

“ 예?"

이극이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이었 다. 전속력으로 질주해 암반에 꼴아박은 충격에 휩싸였다. 육신이 허공으로 들리 며, 얼굴이 전후좌우로 마구 혼들렸다 방 비를 한다 해도 막아내지 못할 속도와 폭 발력이다.

퍼퍼퍼퍽!

맞아서 죽을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주었다. 살가죽을 관통해 뼈 를 울리는 극심한 충격이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어……째서?”

“알만한분이 왜 이러실까:”

알아서 더 화가 치밀었다. 사람을 이토 록 무식하게 패도 되는 것인가? 거울을 보 지 않았지만 부모도 못 알아보는 얼굴일 것이다. 안면의 살가죽이 몇 배는 더 부풀 어 올라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말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처맞았다.

“안와 골절 정도는 되어야겠지요. 팔도

하나 으스러지고.”

지 눈 지 팔 아니라고 막주무르는 정 우였다

“근맥도 하나만 단절시킬게요.”

이극은 차마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북팽가의 대공자가 죽었다. 그런데 자신이 멀쩡해 봐라, 그건 그거대 로 문제가 있었다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괜찮죠?”

...크으으윽!”

“아닌가요? 그럼 더?”

“?…괜?…찮?…소!”

살려면 어쩔 수 없다.

부걱!

정우가 다리를 밟았다

“팔 하나로는 좀 부족할 거 같네요, 다 리도 으스러뜨릴게요.”

하지 말라는 말올 채 하지도 못했다. 부 러뜨리고 나서 물어봤으니, 말을 한들 무 슨 소용이 있을까. 의식을 잃지도 못하게 하는 바람에 고통을 있는 그대로 다 받았 다. 하지만 혹금단주에게 감히 삿된 마음 을 갖지 못했다

“각자 알아서 사지 중 두 개씩 박살 내

라”

“예, 단주”

흑금단은 망설임이 없었다. 명을 내리 자 그 즉시 사지 중 두 개를 부수고 있었 다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들이 가관이다.

“이 정도면 잘부순 거죠?”

“아냐 좀더 부숴.”

“잘게 부숴지지가 않네.”

“각도가 잘못되었잖아.”

이 인간들이 제정신이란 말인가. 서로 의 부순 사지를 보며 내가 더 잘 부쉈다고 자랑하고 있었다.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 어 보이기는 했어도, 소름 돋는 돌아이들 의 집합체였다. 그런 놈들 앞에서 심하지 않느냐고 항변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차라리 목을 자르는 편이.”

“이 새끼, 혼자편히가려고.”

“꼼수가 죽이네.”

“그래도 몇 명은죽어야 현실성이.”

“듣고보니……뭔 개소리야!”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정우의 시선을 느낀 혹금단은 입을 닫았다. 목은 놔두고 남은 사지를 잘근잘근 부수었다. 죽고 싶 다고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린 대가는 동 료의 공분을 샀다. 혼자만 행복해지고 싶 다는 이기적인 놈이라는 낙인과 함께. 한 동안 눈칫밥 제대로 먹어야 할 것이다. 그 것이 현재의 끈끈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 고 있는 흑금단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누 구도 자신보다 먼저 죽게 놔두지 않겠다 는 물귀신 작전이다.

‘이런 미친 새끼들!’

이극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충격을 받 았다. 지들이 자살특공대도 아니고, 서로 먼저 죽겠다고 칼부림까지 하는 놈들이었 다. 상식을 파괴하는 혹금단의 실체와 이 를 아무렇지 않게 다스리고 있는 혹금단 주가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라면 의식이 가물거리며 서서히 人}라지고 있다 는 점이다.

‘……이편이 차라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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