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34화 (234/500)

보통 필살기가 막히면 초조해하는 기색 이 완연한데, 정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 형권공을 아예 다발로 선사해 주었다 제 2장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그럼 나는? (6)

무형권공이 꽃다발을 그리며 소나기처 럼 퍼부어졌다 공력의 소모는 아랑곳하지 않는 무지막지한 권공의 향연이었다. 세상 의 종말이 온다 한들, 나는 주먹질을 하겠 다는 심정으로. 장인의 숨결이 깃든 권공 이었다

퍼퍼퍼퍼퍼펑!

눈앞을 가로막아 서는 권공의 다발이 폭사하기 시작했다.

‘크으윽. 권공을 제멋대로 가지고 노는 구나.’

팽세천은 잠시도 한눈을 팔지 못했다. 타이밍을 쟀다고 여기는 순간, 권공의 폭 사 타이밍을 조절하며, 그 와증에 또 허와 실을 숨겼다. 출회수가 완벽한 통제 하에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위력이 점점 더 강 해지고 있었다 강웅이 필사적으로 속성을 발휘하지 만, 충격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이 건 가랑비에 옷이 젖는 수준하고는 차원 이 달랐다. 폭우를 쏟아내는 와중 방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등산복과 같은 신세였다. 계속 쌓다가는 일체형 리 튬이온 배터리 폰처럼 안에서부터 열 받 아 터질 수도 있었다

“호오, 전력상승과 대미지 축소라. 흐름 좋고.”

정우는 팽세천과 천무단의 방어를 간 과하지 않았다 방어 시 모든 공격을 다 막아내는 건 효

율적이지 않았다 필요할 때마다 방어력을 한곳에 중첩시키는 편이 효과적이었다. 그 러기 위해서는 흐름을 읽는 안목이 필요 하다.

팽세천은 전체적인 눈이 되어 천무단을 조종하고 있었다 조종사와 탑승자의 유기 적인 연합이 굉장히 촘촘했다 入 O O 이

권공의 무차별 난사로 인해 일대의 온 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며 수증기를 발생시 켰다.

정우는 담금질하듯 팽세천과 천무단을 두드렸다. 장인의 단조작업을 보여주고 있 었다. 물러질 때까지 두드리고, 또 두드렸 다

그야말로 맹폭이다.

처어어엉!

맹렬히 두드렸음에도 천무단은 빈틈을 내어주지 않았다.

정우의 권공올 완전히 읽어냈다는 의미 가 되었으며, 권공의 파괴력도 약해졌다. 이렇게까지 쏟아붓고 공력이 줄지 않는다 면 그건 인간도 아니었다. 지극히 당연하 고, 합당한 판단이었다

“절명사신! 네놈차례다!”

권공이 약해진 이때, 반격의 기회를 제

공해 줄 것이다. 흐름이 끊어지고 있으니 곧 약점이 드러날 터.

“지금이……?”

막 반격을 가하려던 찰나였다

팽세천은 절명사신과 정면으로 마주쳤 다. 지쳤다고는 믿기지 않는 여유가 있었 다. 마치 지금을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 럼.

아니나다를까.

무차별로 발출되던 권공이 하나로 합쳐 지며 완전한 권형을 이루었다.

투아아아앙!

지축이 뒤흔들렸다

발출된 권형이 사방을 흔들어 대며 분 쇄시켰다. 둘러친 결계마저 위력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질 듯 출렁거렸다. 휘몰아치는 기의 와류는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 제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가공할 전 투력이었다. 마치 지금까지는 장난을 치고 있었던 것처럼.

후드드드!

권공의 폭사로 비상했던 천무단이 떨어 져 내렸다. 갈가리 찢겨 나간 신체는 식별 이 불가능했다 선혈조차도 권공의 열기에 타들어 가증발되었다 부르르!

팽세천은 눈앞에서 펼쳐진 참상에 몸 을 떨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비현실의 극치 였다. 막아냈다고 생각하는 찰나 놈이 보 여준 권공의 파괴력은 농락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이제까지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

“나를 농락한 것이더냐!”

“받은 대로 돌려줬을 뿐이야. 어때, 기 분이?”

정우는 절벽 위에서 득의했던 팽세천에 게 배신당한 사람의 심정을 몸소 가르쳐 주었다. 평소에 본인 위주로 세상이 돌아 간다고 여기는 놈들일수록 보잘것없는 신 세가 되었을 때 비참함은 상상을 초월했 다. 그간의 냉철했던 이미지를 과감히 버 리고, 미친개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끝내지 않은 걸 후회하게 해주마?”

팽세천은 더 이상 참지 못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놈의 손바닥 안에서 놀 아났다. 자신의 수족이 되어 줄 거라 여겼 던 강웅마저 한 줌의 선혈이 되었으니 화 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결단을 내렸다. 사용하고 나면 반년간 요양을 해야 하지만, 꺼내 들지 않을 수도 없는 현실이다 그만큼 벼랑 끝에 몰렸다

-혼원벽력공극의.

- 육체변환.

- 전력상승

- 통찰안극한결.

공력을 극대화하며 전력상승을 집중시 켰다. 그와 함께 증폭된 공력올 활용할 육 체로 변이했다. 이는 그가 익히고 있는 부 가속성의 하나이며, 최후까지 발휘하지 않았던 비장의 수다. 강화된 공력을 사용 할 육체가 되었고, 이를 바라볼 안목까지 강화했다 그. O O <기

팽가의 신력을 타고난 팽세천의 육신이 더 커졌다. 가열된 육체와 공기가 닿자 열 기가 발산되었다. 화경의 경지에 이른 팽 세천의 공력이었다 단숨에 절대의 반열에 올라선가공할기세를떨쳤다 우우우웅!

휘몰아치는 공력의 파도는 뇌기와 융합 해 천지 사방을 흔들어 놓았다 후기지수의 별호에 용이 들어가 있으면 나름 이름이 알려졌다 할 수 있었다. 그러 나 후기지수의 한계는 분명하다. 그 이상 을 넘어서기 어렵다. 하지만 간혹, 본인의 잠재력을 격발시키며 새로운 경지에 올라 서는 자들이 있다. 혜택 받은 천재의 부류, 100년에 1명 태어나는.

“강제로환골탈태를 하며 경지를 각성 시키다니, 굉장한데?”

“건방 떨지 마라, 곧 피눈물을 홀리게 해주마.”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넌 아직 어 려.”

“시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지금의 나는 무적이다 네놈이 나를 이길 수 있을 것같으냐!”

팽세천은 절대의 경지에 들어섰다.

저 나이에 이만한 성취를 보이는 자들 은 거의 없다. 동년배 중에서는 적수가 존 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일례로 공기가 그의 의지에 따라서 심하게 요동쳤다.

트그두드-두 I

I I I I '

팽세천이 빏고 선 지면이 갈라지면서 허 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버티지 못하고 가 루가 되어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를 중 심으로 무형의 예리한 나선이 빼곡히 회 전하고 있었다. 다가서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공력이 남아도나, 낭비가 심하잖아”

그 살벌한 광경에도 권태로운 정우는 핀잔을 주었다 헐

대결 과정을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 본 이극은 그 말을 흑금단주에게 들려주 고 싶었다. 꽃다발도 아니고, 무형권공을 다발로 선사했던 주제에 공력을 낭비하지 말라니, 이게 말이야 방구야. 지나치게 자 기 중심적인 사고방식이었다

‘느끼지 못하는것도 아니고.’

이극은 대공자의 가공할 기세에 놀람 을 감추지 못했다. 석년의 가주도 대공자 의 나이 대에는 저렇지 않았다. 천재로 불 리던 가주를 넘어서는 성취였다. 이대로 시간이 조금 더 흐른다면 가주를 넘어설 수도 있었다. 왜 그토록 가주가 대공자를 아끼는지 이해했다. 확실히 3공자로서는 견주기 어려운 압도적인 재능이었다 그런 대공자가 무시무시한 살의를 뿜어내고 있 는데도 불구하고 흑금단주는 여유가 있었 다

‘빨리 처리할 것이지.’

대공자의 말대로 시간이 주어졌을 때 처리했다면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극 으로서는 시간을 질질 끌어 대공자를 각 성시킨 흑금단주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굳 이 지금과 같은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 었다.

“죽여주마 절명사신.”

“오냐, 그렇게 나와야지.”

정우는 마치 지금을 기다렸다는 얼굴 이었다. 전력을 끄집어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 시간을 끌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 니었다면 굳이 수고하지 않았다.

우웅

공간이 열리자, 정우가손올 뻗었다.

스윽!

아공간에서 병기를 꺼냈다.

정우는 검을 잡아 몇 번 휘둘러보았다.

휘익!

닿■지 않음에도 바람이 썰려 나가는 착 각을 불러일으켰다. 날카로운 예기와 섬뜩 한 한기가 흘러나왔다.

‘ 검?’

이극은 검을 꺼내자 의아한 기색이었 다

흑금단주는 검이 아닌 도를 사용했었 다 같은 칼의 종류라고 해도 양쪽이 날인 검과 외날인 도는 차이가 있었다. 찌르기 의 검이라면, 도는 베는 데 특화되었다 경 지에 이른 고수에게는 그 차이가 없는 편 이라고는 하나, 실력이 비슷하면 또 그렇 지도 않았다 십팔반병기를 두루 다루는 고수보다 하 나의 병기를 극한으로 익힌 고수가 무서 운 것처럼. 병기의 종류에 따라서 무공의 성질이 달라졌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해하 기 어려운 현실이다.

‘아니, 저건 설마?’

이극의 두 눈이 검신에 적혀 있는 ‘지옥 (地獄)’두글자에 꽂혔다.

저 검은 마병서열에 꼽히는 지옥마검(地 獄魔劍)이다 하지만 단순히 마검이라고 하 여 놀라진 않았다. 저 검의 원 소유자는 겁천마검 초명학이다.

병기는 무인에게 있어 수족과 다름없 다. 기본적인 생리 현상 시에도 달고 다닌 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병기는 무인에게 소중하다. 하물며 지옥마검은 초명학의 애병이다. 애병을 누군가에게 양도한다? 그런 일은 하늘이 열린다 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초명학을죽인 것인가?’

하북성의 오대고수이며 팽 가주와동서 열에 올라 있는 초명학이다. 그런 초명학 을죽이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하물며 초 명학은 혼자가 아닌 사혹문의 정예와 함 께 있었다 고작 6명이서 초명학을 처리한 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졌다 그러나어쩌랴.

눈앞에 지옥마검이 버젓이 자리하고 있

었다.

‘어떻게?’

이극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팽세천도 이극과 다르지 않은 혼란을 겪었다. 초명학의 애병을 모르진 않았다. 가짜라고 하기에는 지옥마검에서 흘러나 오는 예기가 일반적인 수준올 넘어섰다. 그러나 반도의 오랑캐에게 당할 만큼 초명 학은 약하지 않았다. 그는 일대의 패자를 자처할 강자였다

“네놈의 조잡한 수작에 넘어가지 않 아”

“수작이라니, 설마 초명학이 쓰라고 줬

을까 봐 그러냐. 알다시피 초명학은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 그리고.”

정우는 말 대신 검을 휘둘렀다.

수평으로 그려진 검력이 공간을 쪼개내 며 팽세천에게 도달했다 파아앙!

혼뢰도(混雷刀)로 막아선 팽세천이 허연 이를 드러내며 갈고 있었다. 도신을 타고 전달된 검의 예기가 상상을 초월했다. 조 금만 반응이 느렸다면 검에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강화된 육신을 찌릿하게 만드는 흉악한 예기다.

“전력을 다해야 할거야”

정우의 미소가 다른 때와 달리 서늘했

빠드득!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눈빛이었다.

팽세천은 참기 힘든 모욕감을 느꼈다. 놈은 자신을 끝까지 우롱하고 있었다. 감 히 변방의 오랑캐 따위가 팽가의 대공자 를 모욕하다니, 절대 살려두지 않을 것이 다. 그에 합당한 대가는 물론, 금강문을 풀부리 하나 남기지 않고 모조리 다 쓸어 버리겠다 다짐했다.

-혼원벽력도, 뢰신참(雷神所).

혼원벽력공이 운용되어 육신에 뇌기가

들어찼다. 발산하기만을 기다리는 뇌기를 혼뢰도에 실었다. 팽세천은 나아가며 뇌강 (雷剛)을부렸다 정우도 물러서지 않고 지옥마검을 휘둘 렀다. 공력의 운용은 현천공과는 좀 다르 다. 만상을 포용하는 현천공의 흐름 안에 서 지옥마검과 융화했다.

꾀르_르르_르!

절기의 부딪침이 지속되었다.

팽세천과 정우를 안으로 두고 움푹 파 이며 깊이와 넓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했다. 절벽의 한 축이 맥없이 부서져 내렸 다 휘이이잉!

휘몰아치는 기의 폭풍과 기세의 격돌이 었다. 그 여파는 범위를 넓혀 가며 결계에 도영향을주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