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33화 (233/500)

제 2장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그럼 나는? (5)

투둑, 투둑

힘줄이 팽창한다.

팽세천은 자신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혼들리는 심기를 다스리지 못한 채 감정을 비쳤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격이었다. 완 벽히 속였다 자신했건만 역으로 놈의 손 바닥 안에서 놀아난 것이다. 참기 힘든 수 치심으로 인해 안면이 붉게 달아올랐다. 살면서 오늘처럼 몇 번이나 당황하기도 처 음이라 짜증도 났다.

“네놈, 사지를 찢어서 개 먹이로 던져 주마.”

“호오, 정파의 후기지수치고는 주둥이 가과격하네. 하긴, 사도니, 마도니, 백도니 설왕설래를 해 봤자 짱개지.”

도긴개긴.

그 나물의 그 밥들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고 있었다

어쨌든 듣는 짱개 되게 기분이 나빴다.

빠드득!

정우는 또박또박 다 들리도록 전달력을 높였다. 팽세천은 물론 천무단의 속까지 긁어 주는 일타쌍피의 효력을 발휘했다.

이극 역시도 되놈의 범주이기에 속이 상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중국인을 매도하 지 말라하고 싶으나, 이 와중에 나서서 대 공자를 옹호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더 답 답하다

‘저런 말을할 필요는 없지 않나.’

이극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까지 도 싸잡아 비난을 한 건 둘째 치고, 팽가 를 무너뜨리겠다는 공언을 했다. 단순히 금강문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대공자의 협 박에 반응했다고 흐]기에는 지나치게 차분 하며 의미심장하다

“강웅?”

“예, 대공자”

“숨만붙여 놔라.”

“존명.”

분노가 극에 이르자 팽세천은 오히려 차분해졌다. 말싸움을 해 봤자 결론은 나 오지 않았다. 절명사신에게 주둥이를 잘 못 놀린 대가를 가르쳐 주려면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감히 주제를 망각하고 기 어오르지 못하도록.

차자작!

강웅은 혼자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흑금단이 공격해 올 상황까지 염 두에 두고 30명과 함께했다. 흑금단의 전 력을 충분히 경험했기에 절명사신을 가볍 게 여기지도 않았다. 전력을 발휘해 단숨 에 제압한 후, 혹금단이 선수 치지 못하도 록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절명사신은 인 질로서 가치가 있었다 스윽!

주먹을 든 정우는 막아선 천무단을 향

해 뻗었다

가볍게 허공을 향해 점을 찍듯, 페이크 를 걸지도 않았다. 누가 봐도 주먹질이다. 왜 갑자기 허공을 향해 주먹을 뻗었을까? 그런 의문이 들게 만드는 행위지만.

꽈아앙!

주먹이 닿을 공간의 끝에 도달할 때.

5m의 거리에 있었던 10명의 천무단이 폭사했다. 폭발의 위력은 주변까지도 영 향을 주며 가공할 소요를 일으켰다 격렬한 파장이 혼들어 놓은 공간, 소요 가 잦아들었을 때 모두는 소름이 돋았다

“?…저럴수가!”

10명의 천무단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폭발과 동시에 육신이 터져 나가 면서 가루조차 남기지 않고 소멸되었다. 게다가 충격은 주변까지도 영향을 주어 20명의 천무단도 정상적인 상태와는 거리 가 멀었다. 다들 말문이 막히는 경이로운 현실이 아닐 수 없었다.

“백……보신권!”

이처럼 가공할 위력의 권공은 소림의 백보신권(百步神章)이 유일하다.

막상 직접 본 광경은 백보신권도 따르 지 못할 듯싶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 운 사실은 권공을 펼치기까지의 과정이었 다

“아무런 느낌도 없었건만.”

넋이 나간 강웅의 중얼거림이었다

모두의 심경을 대변해 주기에 충분했 다. 이처럼 가공할 위력의 권공을 발휘하 려면 당연히 공력올 집중시키는 과정이 필 요하다.

절명사신은 공력을 모으는 타이밍이 존 재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천무단은 대미 지 축소를 발휘하지도 못한 채 절명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정우는 정신 차리기를 기다려 주지 않

았다

재차 권공을 뻗고 있었다.

오싹!

강웅은 전신을 강타하는 소름을 느꼈 다. 저자는 유희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손짓은 저승사자의 마수와 같았다

‘……막아야 한다!’

막지 못하면 허무하게 죽어버린 10명의 단원들과 다르지 않은 결과가 기다린다. 그건 있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자신들은 팽가 최고의 무력 부대다. 그런 천무단이 일권을 버티지 못해 전멸당할 수는 없다

-속성개화 대미지 축소

권공을 발휘할 때의 기척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번히 보이는 권식으로 타이밍을 재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 다. 빠르지 않아서 타이밍을 재는 건 어렵 지 않아보인다 휙!

정우는 주먹을 뻗었다.

‘이때다.’

긴장한 강웅이 대미지 축소를 발휘했 다. 주먹이 닿을 허공의 극점, 그 타이밍에 속성을 개화해 절명사신의 권공을 반감시 키려고 했다.

‘응?,

권격을 뻗었다.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강웅은 상태를 확인한 후, 절명사신을 보았다.

씨익!

정우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뜻은 분명하다

웬 병신 짓이냐고.

“ 페이큰데.”

듣고 싶지 않은 강웅이건만

정우는 친절하게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었다. 뻗는 척하면서도 공력을 싣지 않 은 것이다 강웅은 안도하기보다는 수치심에 얼굴

을 붉혔다. 권공이 오는 줄 알고 대비를 했 건만 속임수에 불과했다.

“이번은 진짜야.”

정우가 재차 주먹질을 했다.

갑자기 뻗은 주먹을 뒤로 뺐다.

이번에도 실이 아닌 허, 페인팅이었다.

빠드득!

강웅은 치미는 울화를 다스려야 했다. 페이팅에 속아 이번에는 대미지 축소를 사용했었다. 하지만 와야 하는 권공이 오 지 않자 자다가 이불킥을 한 꼴이 되었다 그럼에도 문제는 속임수라고 해서 방비

를 하지 않았다가는 황천길로 직행한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악마의 환영권공(幻影호 功) 이었다 거드는 주둥이도 굉장히 거슬린다

입과 주먹이 조화를 이룬 구권합일(□華 合?)의 경지다.

“이번에는 진짜야.”

권공 재장전의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 는다.

헌천공이 실린 무형의 권은 언제든 발 포할 수 있도록 재장전되어 있었다. 이를 출수할지, 말지는 오로지 정우의 의지다 단, 기다려도 오지 않으면, 기다리는 입

장에선 열불 터지는 게 당연했다.

“진용, 유정, 백호는 나서라”

“예, 단주”

강웅은 방법을 바꾸어야 했다. 공격이 곧 최선의 방어였다. 놈이 오기만올 기다 렸다가는 낭패의 연속이었다. 속성도 쓰면 쓸수록 소모가 된다. 더욱이 지금처럼 극 대화된 속성을 연이어 사용하면, 재사용 시간이 필요했다. 놈이 이걸 노리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권공을 연이어 사용하지 못하는 것일 지도.’

천무단원을 일격으로 분멸시킨 무자비

한 권공이었다. 절정의 공력을 갖추고 있 었고, 도진을 형성해 공력의 전이까지 되 었다. 그런데도 이를 베웃기라도 하듯, 천 무단원을 격살했다. 그런 권공을 연이어 사용할 수 있는 자는 대륙에서도 손에 꼽 는다. 가주가 아니고서야, 반도의 일개 단 주가 그와 같은 분들과 견줄 수 있다고 생 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수비가 아닌 공격 으로 전환했다.

“그럼 안되지.”

공수의 전환이 빠른 건 좋은데, 방법이 잘못되었다

퍼퍼펑!

정우의 권공이 빠르게 3번 뻗어졌다.

요격 지점은 세 방향으로 분산되어 다 가오는 천무단원이었다. 무형권의 무서움 은 거리의 제한이 없다는 점과 실과 허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에는공력이 실려 있었다

치고 나갔던 진용, 유정, 백호는 채 다가 서기도 전에 병기와 함께 폭사하며 선혈을 사방으로 토해내었다. 그 모양새가 사람을 약 올리고 날아가던 파리가 힘껏 휘두른 파리채에 처맞은 것 같았다. 형태를 유지 하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휘청!

강웅과 천무단도 충격을 받았다.

공력전이를 통해 진용, 유정, 백호에게 전단을 했다. 무형의 기운이 꼭두각시 인 형처럼 이어놓고 있었다. 3명이 공격을 하 지만, 실제는 20명이 함께한 것이나 다름 없다 당연히 반대가 되었을 때 충격도 같 이 받는다.

강웅이 급히 권공의 반진력을 사방으 로 흩어놓지 않았다면 심맥이 폭발할 수 도 있었다. 그만큼 권공의 파괴력은 상상 을 초월했다.

부르르!

명백한 판단 착오와 절명사신의 무시무

시한 권공에 강웅은 공포를 느껴야 했다. 처음의 권공에 전력을 소모했을 거란 판 단이 패착이었다. 단원을 애꿎은 희생양 으로 내세운 게 되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권공을 쓰고도 여전히 느 긋하다는 점이다. 호흡의 변화나 주변의 파장이 놀랍도록 잔잔하다. 마치 아무것 도 하지 않은 사람처럼 무방비로 서 있었 다 그런데 도저히 달려들 엄두가 나지 않 았다.

허!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쭈뼛쭈뼛!

이극은 솜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 다. 흑금단주의 강함은 일찍이 체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또 달랐다. 팽가의 주력부대 중에 하나인 천무단을 마치 애 를 다루듯이 가지고 놀고 있었다. 누가 감 히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장을 연출해 낼 수 있단 말인가. 상식을 가뿐히 부숴주었 다

‘그때도 전력이 아니었단 건가’?’

진실 된 실체가 모호해졌다

이극은 살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 났지만, 혹금단주와 같은 자는 처음이었 다. 알면 알수록 두려운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이 세상에서 가주보다 무서운 자 는 없다고 여겼건만 좌정관천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와, 타이밍 재는 거 보소. 수족이라며? 그렇지도 않은가 봐.”

정우의 시선이 천문단의 배후에 서 있 는 팽세천을 향했다.

팽세천은 굳어 있었다.

그는 혹금단주의 권공이 상상 이상임 을 파악했다. 권공을 쓸 타이밍에만 공력 을 운용하고 있었다. 그러니 강웅이 속성 을 발휘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이점이 있다는 것 도알고 있었어.’

팽세천은 신중한 성향이었다.

분노보다는 냉철한 이성을 신용한다. 혹금단주의 권공이 천무단올 공격했을 때 부터 통찰안을 발휘했었다. 천무단을 격 살한 권공은 백보신권과 같은 무형권공이 었다. 좌호법이 당했다고 했을 때만 해도 방심했으리라 판단했었다. 그러나 흑금단 주는 능히 좌호법에 비견되는 전력을 갖추 었다.

“도진을 펼쳐라, 내가 직접 지휘하겠다.”

팽세천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통찰안을 발휘해 절명사신이 권공을 발휘할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첫 일격으 로는 타이밍이 나오지 않았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으로 익숙해졌다.

“그걸로 되겠어?”

“맘대로 지껄여라:,

“호오, 팽가의 용답게 냉철하네.”

“건방 떨지 말고 와라.”

“몇 번 봤다고 타이밍을 알 수 있을 것 같냐?”

정우는 그래 봤자 소용없다며, 무형권 공을 재차 시전 했다. 무형권공에 할당되 는 공력의 양이 엄청난데도 불구하고 상 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정우에게는 남아 도는 공력이며, 끌어다 쓰면 그만이었다.

슈웅

바람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입에서 나는 소리였다. 정우는 입으로도 권공을 성대모사 할 수 있는 능 력이 있었다. 흡사한 수준을 넘어 빼다 박 았다.

“이거 봐라”

주먹을 뻗는 시늉을 했음에도 팽세천 과 천무단은 넘어오지 않았다 몇 차례 더 시전해서 공력과 속성을 갉아먹으려고 했 는데, 호언대로 타이밍을 읽은 듯하다.

한 번으로 끝낼 정우가 아니다 이번에는 진짜다.

슈아앙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 권공이 공기 를 꿰뚫는 파공성이었다. 간간이 입으로 소리를 내서 착란을 일으켜 주었다 퍼어어엉!

중첩된 날카로운 륜이 촘촘하게 퍼져 나가며 산개한다. 그러자 대지가 버티지 못하고 가루가 되어 폭사해 버렸다. 위험 반경 안에서 살아 있는 생명체를 거부할 흉포한 소용돌이가 발생했다

“이런, 막았잖아”

정우는 권공이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 했음을 확인했다. 18명으로 줄어들기는 했어도 팽세천과 천무단이 자리를 지키고 막아섰다 전력강화와 대미지 축소가 동시 에 발휘된 결과였다. 타이밍이 기가 막혔 다고볼수 있었다

“이제 같은수는통하지 않는다.”

팽세천은 완벽한 타이밍에 자신감을 드 러냈다. 천무단의 희생은 아쉽지만, 놈을 확실하게 잡으려면 희생은 불가피했다

‘꼴값을 떠네.’

정우도 팽세천의 의중을 읽었다. 그렇기

에 더더욱 잿밥을 뿌려주기로 했다. 저런 놈들이 잘되는 건 배알이 꼴려서 두고 볼 수가 없다

“그럼 언제까지 막는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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