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그럼 나는? (4)
“하하하하 이렇게 위험할수가!”
“죽겠어요, 정말! 하하하하!”
밀리고 있는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 았다.
흥이 넘친다
에헤라, 디어라 어기어차!
휘모리장단도 아니고, 웃음이 전염되듯 흑금단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것이 팽세천과 이극의 심기를 어지럽 혔다. 이놈들은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단 순한 허세인지, 아니면 진력을 소모시키기 위한 꼼수인지 적과 아군 모두 헷갈리게 만들었다.
하하하하하하하!
천무단에게도 저 웃음소리는 거슬렸다
“다들 좋네.”
뚝
굉장히 나태하고 여유로운 목소리.
산보를 하다 맑은 하늘을 올려다본 사 람처럼 한가로움마저 전해진다 하지만 흑 금단에게는 지저의 악마를 다스리고 있는 제왕의 출현이었다.
흑금단의 주인이 강림하셨다.
‘다 된밥이었는데.’
‘이런, 떠그럴!’
웃음꽃이 만발하였던 흑금단의 안면이 풍 맞은 듯 경직되었다. 굳어버린 얼굴 근 육들이 바르르 잔 경련을 일으켰다.
지금부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행여나 방심하다 당하면 단주가 가만히 두고 보 지 않을 것이다.
“분위기가 왜 이래? 홈시 내가 와서 그 런 건아니겠지?”
매우 섭섭한 뉘앙스가 풍겼다
그럼 서운하게 된다
도리도리!
혹금단은 맹렬히 고개를 저었다. 싸우 는 도중에도 살아보겠다고 단주를 열렬히 환영하는 제스처를 보냈다 마치 주인에게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안쓰러운 애완동물처럼. 한편으로 혹금단은 애완 동물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처지를 비교하면 애완동물보다 못했다
‘좋다, 말았네!’
‘이렇게 된 이상!’
‘죽여 버릴 테다!’
흑금단의 기세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죽을 기회를 박달당한 흑금단은 눈에 뵈는 게 없어졌다. 기껏 기대하게 만들고 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자 가공할 기 세로 천무단올 몰아붙였다. 마치 흥미진 진함을 기대했던 영화가 맥이 풀릴 만큼 재미가 없었을 때처럼. 아수라장을 만들 어 버리고 말겠다 그런 심정이었다.
쿠우웅!
갑자기 2배는 더 강해진 혹금단의 무력
과살의였다.
천무단은 주춤하며 밀렸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승리가 코앞에 와 있었는데 이 해하기 어려운 전투 양상이었다.
‘뭐지?’
마공을 사용했으면 그나마 이해를 하 겠는데, 공력의 성질은 좀 전과 다르지 않 았다. 그렇다면 선천진기를 운용하는 것 인가?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무엇보다 저 살기는 불구대천의 원수가 아니고서는 발 산하기 어려울 만큼 엄청났다. 자신들도 이만한 살의를 발산한 적은 없었다. 지금 은 막는 게 급선무였다. 이런 기세와 공력 을 지속적으로 펼치지는 못할 것이다.
‘저잔.’
팽세천은 그제야 상대를 보았다
흑금단주가 나타났다. 그의 가세로 단 원들의 전투력이 갑자기 상승한 것이다. 단주에 대한 신임과 신뢰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그만큼 단주를 믿고 의 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감히!’
혹금단주의 여유로움이 거슬리는 팽세 천이었다.
혹금단의 포위 진형을 믿고 한가하게 관람하고 있다니, 이는 자신을 무시하는 행위였다. 한 줌도 안 되는 명성으로 자신 이 뭐라도 되는 양 우쭐해 있는 걸 두고 보지 않았다.
-전력극대화
- 부가속성개방
팽세천의 살의가 천무단을 지배했다.
퍼퍼펑!
전심전력이 충돌했다.
살벌한 전장이 펼쳐지는 와중에도 정 우는 느긋이 관전했다.
“어떻게?”
이극에게도 혹금단주의 돌연한 등장은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대파멸진은 가동이 되면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같이 나오지 않았기에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했지만, 이토록 멀쩡하게 기어 나올줄 상 상이나 했으랴 그뿐인가, 흑금단주는 사흑문주의 추 격을 막아섰다. 겁천마검은 하북성에서 문주와 자웅을 겨룰 만한 자다. 그와 사 혹문의 정예를 상대로 무사히 빠져나오기 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혹,싸우지 않고도망쳤나?’
그럴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혹금단주 의 신색을 살피니, 싸웠다고 하기에는 지 나치게 멀쩡했다. 기식의 변화가 전해지지 않는것만 봐도.
사흑문주와 대결을 하고 이토록 멀쩡하 게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 다. 그리 생각하니 납득은 되었다 괜히 막 아서는 척했었던 건 체면치레였던 것이다.
‘그럼 한시라도 빨리 대공자를 제압하 고 진올 가동시켜야 한다: 대파멸진의 마지막 피날레는 협곡의 대 지에 매설한 폭약에 있었다. 최근에 개발 한 폭약을 써서 사혹문의 정예를 협곡 안 에 매장시킬 계획이었다. 폭약의 위력이 강해 외부까지 영향을 받을 수도 있으나, 대파멸진이 차단해 준다.
“그래도 사혹문주와 대결하지 않은 건
잘하셨소.”
“하지 않다니요?”
“오해라면 미안하오. 그러니 어서 대공 자를 제압합시다.”
이극은 굳이 흑금단주의 도망을 거론 하지 않았다. 그의 자존심을 건드려 봤자 좋지 않다고 봤다. 지금은 그와함께 대공 자와 천무단을 제압하고, 대파멸진을 발 동시켜 사혹문의 주력을 격멸해야 했다. 그래야 차후 가주의 질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두지요.”
정우는 사혹문주를 처리했던 과정을
이극에게 일일이 설명하지 않았다. 당장 오해를 풀지 않아도 자연히 알게 될 것이 다
‘쉴드의 성장은 나에게도 꽤나 충격적 이었으니까;’
사혹문주를 처리하고 난 후, 쉴드의 전 투를 관전하느라 시간을 지체했었다. 쉴드 는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일취월장의 성장을 했다. 특히 사혹문 장로들의 마지 막말이 압권이었다.
-제발 죽으란 말이다!
-이 악마 같은 놈들아!
-천벌을 받을것이다
전장의 하드캐리, 쉴드였다.
쉴드의 방어력에 사흑문의 정예는 고 사(括死)되었다. 전력을 있는 대로 퍼부었 음에도 제풀에 지쳐 본원진기까지 소모하 고 저세상으로 직행하고 말았다. 승기를 잡았음에도 쉴드는 절대 무리해서 덤비지 않았다. 차근차근, 본인들의 장기를 발휘 하며 무인들의 마지막 진기 한 방울까지 모조리 다 소모하도록 유도했다. 진기가 바닥난 무인들은 절망 속에 허우적거리다 가 자멸하고 말았다.
-크으으, 네놈들은 악마다
-혹 전투에서 천사를 바라는 거였나.
-절명사신, 우릴 살려줄 생각이 없었구 나
-당연한 거아냐.
-이 간악한.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 다
그것이 왕청의 마지막이었다. 단말마가 인상적이기는 했다. 억울해서 피눈물까지 홀리면서 저주를 퍼부었었다.
‘아주 좋아’
정우는 쉴드의 한층 성장한 방어력에 홉족했다?
물론 오늘의 결과에 만족하진 않는다. 더욱 강하고 지독한 놈들을 쉴드의 먹잇 감으로 지속적으로 던져 줄 것이다. 아직 원하는 수준까지 강해지지 않았다. 현생 기준 진강백이 환생했을 때의 전력을 막 을 수준까지는 올라서야 한다
‘여전히 한방이면 곤란해.’
정우는 자신의 전력을 쉴드의 기준에 대입했다. 굉장히 빡센 훈련 일정이 기다 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 원했건 원치 않건 함께하기로 한 이상 쉴드와 혹금단, 오덕 X 는 정해 놓은 기준에 응당 부합해야 한다.
‘마무리는 지어야겠지.’
정우가 혹금단에게 내린 명령은 방어였 다. 팽세천을 제압하라고 하진 않았다. 지 금까지는 그럭저럭 명령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었다. 전투력도 얼마 전에 비하면 늘 었고.
그러나 쉴드의 성취에 비하면 조족지혈 이었다. 흑금단이 요새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더 군기를 강 화하기 위한훈련이 필요한듯싶다
‘여기선 숨길 필요도 없고.’
정우는 이극의 마음속에 자리한 한 가 닥의 불신마저 허용하지 않았다. 행여나 까불면 뒈진다는. 백문이 불여일견, 그러 기 위해서는 전력의 일부를 과시할 필요성 이 있었다
“모두물러서.”
정우의 명령이었다
한창 격렬하게 싸우는 중이라 물러서 면 위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위험을 감수 하면서도 흑금단은 미련 없이 물러나 버렸 다 도중에 엄중한 상처를 입은 단원도 생 겼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물러서서 대기했 다. 물러서다 운 좋게 뒈지면 정말로 땡큐 겠지만, 불사수라기공의 공능은 정녕 위 대할 따름이었다 멈칫!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물러서자 팽세 천은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천무단 을 물렸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물러설 필 요가 없었다.
생각이 깊고 의심이 많은 자가 자주 범 하는 오류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때론 단 순 명쾌한 결정이 답이 될 수 있었다 짱돌 올 너무 굴리다가 제풀에 나가떨어지는 이 들도 많다 저벅저벅.
조용해진 공간, 정우의 발소리만 맴돌 았다.
팽세천은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혹금단주를 보며 설마 하는 심정이었다. 만약 생각한 그것이 맞는다면 평생에 남 을 치욕이 아닐 수 없다.
“단주! 지금 뭐 하는 것이오?”
“뭐 하긴요, 처리해야지요.”
이극은 합공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올 한참이나 벗어났다. 대공자를 방 심시키기 위한 계책이라고 하기에는 혹금 단과 거리를 벌려 놓은 지 오래다. 효율적 이지 않으며, 무모한 행동이었다.
빠드득!
아니어야만했다.
그런데 현실이 되었다
팽세천은 살면서 오늘처럼 화가 치밀기
도처음이었다
그것도 싸워보기도 전에.
“반도의 오랑캐 주제에 하북팽가의 대 공자인 나를 욕보이는 것이냐!”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낯짝이 두꺼 운 거냐, 아니면 부끄러움이 없는 거냐.”
배신의 아이콘인 주제에 별걸 다 가지 고 트집올 잡고 있었다. 먼저 배신하고, 빈 정대며, 낄낄 댔던 걸 기억하지 못하는 건 가. 지가 국회의원도 아니고. 불리하면 단 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다 잊고 손 해 본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명성을 얻더니 뵈는 게 없는 모양이구 나. 그 알량한 명성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 인지 깨닫게 해주마”
“말 돌리지 말고. 너 혼자 했을 린 없 고, 팽 가주도 알고 있었겠지. 이게 대국이 라 자처하는놈들의 행동이 맞는 거냐. 소 인배도 이런 치졸한 짓은 하지 않겠다. 어 때, 내말이틀렸냐?”
정우의 팩트 공격은 더욱더 업그레이드 되었다. 말돌리지 못하도록, 반박하지 못 하도록 억제했다.
바르르!
하는 말마다 바른말이기에 팽세천은 울화가 치밀 분이었다.
반박을 해 봤자 구차한 변명이 되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열 받는다. 자신은 팽가 의 대공자다 누가 감히 자신을 상대로 이 처럼 건방진 말을 쏟아낼 수 있단 말인가. 하물며 자신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조 롱거리로 만들었다. 만일 오늘의 일이 세 상에 알려진다면 자신은 물론 가문까지도 비웃음의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다.
‘명분으로 흥한 자, 명분으로 망하기도 하지.’
정우는 그런 팽세천의 생각을 읽고 있 었다. 쌓아 올린 명성에 연연하는 자들의 본성이었다. 공든 탑이 무너질까 전전긍 긍하는 본인의 능력보다 허울뿐인 명성을 좇는 자들은 몰락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그런 심리를 이용해서 과거엔 대문파도 손쉽게 무너뜨린 기억이 있었다. 자존심 때문에 무너질지언정 포기하지 않는 놈들 이 있다니, 희한하기는했다.
“세상 사람이 안다면 꽤나 볼 만하겠는 걸.”
“훗. 사람들이 오랑캐의 말을 믿을 거라 보느냐/
팽세천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팔은 안 으로 굽는다고, 하북팽가의 대공자가 하 는 말이 신빙성은 더 있었다. 하물며 남의 말에 귀 닫고 사는 되놈들의 특성 상 한 국인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지면 오히려 역 정을 낼지도 모른다
“하긴, 되놈들은 말을 통못 알아들어 먹기는 해. 지들 말이 다 맞는 줄 안단 말 이야. 대국이면 대국답게 양심 좀 가져라”
“함부로 지껄이면 네놈은 물론 금강문 도 무사치 못할 것이다.”
“괜찮아, 나도 팽가를 가만 놔두지 않 을 거니까”
어디, 누가 더 손해인지 두고 보자는 정 우의 도발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팽가를 뒤집어엎을 수 있다고 공언한 것이 나다름없다.
동시에 녹음된 내용을 틀어 주었다.
-반도의 오랑캐가 잘도 짖는군. 안타깝 게도 네놈들은 여기서 벗어나지 못해. 아 무도 모르는데 누가 소문을 낼 수 있겠어. 어쨌든 이만큼 해준 건 인정해 주지.
대파멸진에 흑금단주를 가두고서 득의 했던 팽세천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저장되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