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30화 (230/500)

제 2장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그럼 나는? (2)

‘이게 대체?’

팽세천은 자신 앞에 펼쳐진 현실을 납 득하기 어려웠다. 절명사신을 미끼로 던져 사혹문의 핵심 수뇌부를 유인해 대파멸진 에 가두었을 때까지만 해도 성공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절명사신의 당황하는 목소리 를 들었을 땐 통쾌하기까지 했었다. 반도 의 오랑캐가 자기 주제도 모르고 대국의 무인과 견주려고 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양심의 가책은 받지 않았다.

그런데 막 통화를 끝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팽세천의 계획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절벽 위는 진법의 영향력 밖이어야 한다. 한데, 그렇지가 않았다. 대파멸진의 마지 막 단계를 발동시키지 못하는 이유가 바 로 여기에 있었다. 결계가 절벽 위까지 쳐 져 있었던 것이다. 대파멸진의 마지막 단 계를 발동하면 자신들까지 휘말리게 된다.

‘누구냐‘?’

누군가 대파멸진의 범위와 흐름을 바꾸 어 놓았다. 예상을 못하고 있었기에 방심 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해도 대파멸진 올 알고 있는 자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 다 더욱이 일단 발동이 되면 알고 있다 해 도 무수히 많은 변수가 작용하기에 파훼 가 어렵다. 다행이라면 대파멸진의 외곽이 라 완전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혹, 놈이?’

절명사신이 알고서 대파멸진을 교묘하 게 이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 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협곡까지 추격해 온 사흑문주의 집요함을 감안하면 무모 한계책이었다 팽세천으로서는 처음 겪어 보는 낭패였 다

대륙칩룡의 자리에 올라가며 승승장구 만을 해 온 그에게 있어서 오점이 될 수 있 었다 그건 참기 힘든 모욕이었다.

일단은 대파멸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는 게 급선무다. 여기서는 마지막 단계를 발동시킬 수 없다. 휘말리면 아무도 살아 남지 못한다.

“칠성의 역, 팔괘의 건, 구성의 팔백을

친다.”

“존명.”

대파멸진의 역순 취약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야 했다. 그것도 흐름이 중첩되어 보완되기 전에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번에 공격올 집중시켜야 한다.

팽세천은 최소한의 인원만 데려온 것을 후회했다. 절명사신이 눈치챌 수 있다고 판단해서 인원을 줄였다. 지금 당장 활용 할 수 있는 인원이 30명에 불과했다

‘상관없다.’

30명이 많지는 않지만, 이들 개개인은

강했다.

팽가의 주력이자 자신을 위해 마련된 천무단(天武M)이기 때문이다. 천무단이야 말로 최강의 무력단임을 자부했다. 또한 천무단주 강웅은 능히 자신의 오른팔이 되어줄 강자였다.

추아앙

천무단주 강웅과 함께한 30명의 단원 들은 공력을 운영하여 천강도법(天®刀法) 의 벽파(壁破)를 펼쳤다. 축이 되는 흐름을 찾아서 요격하며 대파멸진의 흐름을 약화 시켰다.

그 타이밍에 팽세천이 흐트러진 흐름을

읽어 나갔다

“사상의 태양 팔괘의 지.”

즉시즉시 흐름을 읽어내는 팽세천이었 다

기감이 발달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신력을 타고난 팽가의 자손답지 않은 영민 함이었다. 그가 왜 대공자의 자리에 있는 지를확인할수 있었다

“지금이다 천강도법의 중천을 펼쳐라”

일사불란의 극치.

명을 따르는 천무단원의 능력치도 상당 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주인의 명을 수 행해 나갔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흐름에 이끌리듯이 결계의 축을 약화시키고 끊어 내었다

그 결과 결계가 서서히 생문을 드러내 기 시작했다

“팽가의 대공자답군요.”

“대공자를 가벼이 여겨서는안 되네.”

결계의 밖에 있는 양용익과 이극은 진 의 흔들림을 읽었다. 내부가 훤히 보이지 는 않지만 안에서 뚫어내고 있음을 확인 했다.

오늘을 위해서 대파멸진의 축 일부를 비틀어서 새로운 형태의 결계를 만들었다.

이극과 정우의 합작품이다

대부분의 무인들은 진법을 경시하기에 힘으로만 뚫으려고 하는데, 그랬다면 진기 의 소모만 가져왔을 것이다 물론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결계가 완전하지는 않았다 는 점도 작용했다.

“얼마나 버틸까요?”

“5분도기네.”

“하는수없군요.”

결계를 뚫고 나올 때를 대비해야 했다. 혹여 팽세천이 빠져나가기라도 하는 날엔 지옥보다 더한 생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것 이다.

“다들 자리를 잡았겠지?

“한두 번해 본 것도 아닌데, 당연하지

요.”

“뚫리면 뒈지는 것도 알지?”

“절대로뚫리지 않을겁니다.”

흑금단은총 200명이었다.

100명은 단주와 함께 움직였고, 100명 은 은밀하게 중국으로 입국, 산개해서 석 가장으로 왔다. 단주의 명을 받은 즉시 협 곡 일대를 확인하고, 결계의 흐름을 바꾸 는 데 일조했다 차자작!

자리를 잡은 혹금단은 불사수라기공을 운용했다. 지옥의 사신조차 거부하게 만 든 불사의 기공이었다. 정신금제만 없다면 불사신이 되어 행복하게 오래도록 무병장 수를 꿈꾸겠지만, 남가지몽에 불과했다. 그런 일이 일어날 거란 기대와 희망은 버 린 지 오래다. 그저 단주의 변덕이 없기만 올 바라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뿐이다 두우웅

혹금단원의 진기가 검진과 결합하기 시 작했다

이극은 이들의 진기 운용과 공력의 수 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공력 수위를 측정하기 어려운 내공심법을 익히고 있어 티가 나지 않았을 뿐, 결코 아래가 아니었 다. 개개인의 무력 수위가 상당한 수준에 올라서 있었다. 더욱이 검진의 흐름이 하 나의 덩어리처럼 유기적이며 촘촘했다.

‘다구리를 잘한다고 하더니.’

최적화된다구리.

무인은 수의 우위로서 상대를 제압하 는걸 선호하지 않는다. 가급적 수를맞추 어서 제압하기를 바란다. 태생부터 다구 리를 선호하는 경우는 없었다. 반면에 흑 금단은 다구리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개인 이 아닌 단체로서는 어쩌면 최적화마저 넘 어섰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해도 걱정이 되지 않는 건가?’

대파멸진의 중심에 흑금단주가 남아 있 었다. 설상가상으로 겁천마검과 사흑문의 정예와 대적해야 한다. 이런데도 이들은 자신들의 안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흑 금단주에 대해서는 일말의 걱정조차 하지 않는다. 이를 신뢰라는 말로 정의해야 하 는건지, 이극은헷갈렸다.

‘아니다:

혹금단주가 혹시라도 죽어버리면 이극 이 원하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자신만으로 남아 있는 자들을 상대하기에 는 부족하다.

그러나 지금은 혹금단주를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결계의 문이 열리려고 했다.

‘대공자와 천무단을 막는 데 최선을 다 한다:

이극도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에 서 있 었다. 당장은 대공자가 상황올 파악하지 못했올 가능성이 크지만, 빠져나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용의주도한 가주라면 자 신의 배신을 알아차릴 것이다. 그러니 필 사적일 수밖에 없다.

두우웅!

결계의 흐름이 바뀌는 찰나, 생문이 열 린다.

“선수필승”

양용익은 망설이지 않고 공력을 집중시 켜 생문으로 나오는 자를 요격했다. 뚫렸 다고 방심할 타이밍을 노린 것이다. 당하 는 입장에서는 개짜증을 불러일으킨다.

슈아앙

불사수라기공이 수라대 검진으로 운용 되었다. 공력의 전이를 활용하기에 위력은 평소의 2배 이상이었다.

꽈아앙

문을 열고 나오려던 5명의 무인들, 갑작 스러운 기습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기습 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5명이 진을 형 성하며 쏘아져 오는 강기를 막아 세웠다.

“어쭈”

여태까지 만난 상대와는 다른 대응이 었다. 다들 초반에는 방심해 줘서 선수를 쉽게 가져갔는데 팽가의 정예라고 하더니, 만만치가 않았다.

“하지만.”

혹금단의 선수는 양용익이었지만, 1조 장과 2조장이 양옆에서 공격이 실패할 때 를 기다리고 있었다 채애행!

쇳소리가 거칠게 울려 퍼지며 파장을 일으켰다. 가공할 소요의 발생으로 대지 와 하늘을 휘몰아치게 했다 우웅

폭발적으로 상승한 공력이 흑금단 1조 장과 2조장을 밀어냈다. 앞서 나온 5명의 무인보다 배 이상 강한 자가 배후를 받치 고 있었다. 방어가 되자 곧바로 공격으로 전환해 왔다 양용익도 가만있지 않았다.

수를 읽었다는 듯이 대응해 오는 수법 에 1조장과 2조장이 위험할수 있었다. 그 들이 회피할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수라 대검진의 수라멸참(修羅滅柳을 꺼내 들었 다 콰아아

접점에서 맞물리며 한 치의 오차도 없 이 팽팽한 수레바퀴와 같은 격돌이었다. 마치 서로 합을 짜놓고, 이렇게 흐]기로 답 을 정해놓은 형세다. 그러나 맞물림이 조 금이라도 어긋난다면 공간은 선혈로 낭자 했을것이다

“괜찮냐?”

“이번엔만만치 않네요.”

“선빵의 한계지. 어쩔까?”

“어쩌긴 뭘 어째요, 하던 대로 하면 되 지.”

“그렇지.”

혹금단은 선수필승의 수가 통하지 않았

음에도 당황하기는커녕 진형을 유지했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았다. 초반 러시가 통 하지 않았다고 남은 자원을 몽땅 끌어다 쓰면 망하기 십상이다 더욱이 자신들은 대결의 승부보다 검진 의 유지가 더 중요했다. 단주는 지키라고 했지, 이기라곤 하지 않았다. 그에 충실히 따르면 된다. 단주는 시키는 대로만 하기 를 원한다. 잘 보이려고 나대는 걸 가만두 지 않는다. 꼴에 충성심을 발휘한다고 나 대다가 지옥 구경을 한 단원들이 꽤 있었 다 꿈틀!

대파멸진에서 나오기가 무섭게 공격당 했다. 대비하지 않았다면 낭패를 면치 못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은 팽세 기의 계획에 없었다. 뜻하지 않은 변수를 원치 않는다. 하물며 저 앞에 있는 자들 중눈에 익은 인물이 있었다.

“귀영각주 그대가 감히 세가를 배신한 것인가?”

“그럼 가만히 앉아서 함정 속으로 뛰어 들어야 하는 것이오.”

부나방도 불이 뜨거운 줄 알면 뛰어들 진 않을것이다.

모르니까 뛰어들지.

“ 당연하다:’

“자기 목숨이 아니라고 말은 참 쉽게 하 시오, 대공자!”

귀영각주 이극은 분노했다. 배신은 자 신이 아닌 가주와 대공자가 했다. 평생을 세가를 위해 분골쇄신했었다. 그런데 돌 아온 대가는 토사구팽이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배신을 언급하 다니. 어찌 이리 뻔뻔하단 말인가.

세가를 위해 바친 세월이 허무하게 다 가왔다. 대체 무엇을 위해 삶을 희생했는 지 회의감마저 들었다.

그는 다짐했다.

이제 더 이상 팽가를 위해 살지 않겠다

고.

“실패를 하고도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 한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그리 말한다면 대공자도 실패한 것 아 니오. 그럼, 목숨을 내놓을 것인가?”

팽세천은 이극의 배신보다 이번 작전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거론했다. 작전을 알 고 있지 않고서는 결계의 빈틈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여태 이극이 계획한 대로 끌려갔다는 의미였다. 그건 참기 힘든 모욕이었고, 가 문에 대한 배신이었다.

“대의를 위한 희생은 필연, 세가를 위 한다면 스스로 목숨을 바쳐도 부족하다”

“대공자의 헛소리는 더 듣고 싶지 않 소!”

“수가 많다고 자신하지 마라. 반도의 오 랑캐 따위가 상대가 될 거라 보는가.”

“그건 결과가 말해주겠지요.”

팽세천은 혹금단을 둘러보았다.

애초에 알고 있었던 수보다 족히 두 배 는 더 많았다 전략을수립한 날짜를 계산 해 보면 이극의 배신보다 더 빨리 자신들 의 수를 읽고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완 전히 뒤통수를맞은 것이다

‘그런데 왜?’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 이극이 나왔다면 흑금단주도 대파멸진에서 빠져 나왔어야 말이 된다. 여태 모습을 드러내 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린다.

‘혹, 이들만으로 나를상대할수 있다고 보는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큰 실수다

석가장에 도착한 이후 공을 쌓고, 위명 을알렸다 하나.

팽세천은 절명사신을 자신의 위에 두지 않았다. 서푼의 명성을 믿고 배짱을 부리 는 것이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세가를 배신한 대가는 죽음이다.”

이극도 더 이상은 팽가의 대공자로 대 우하지 않았다. 배신이든 아니든 결론은 나왔다. 하늘을 등에 지고 같은 대지에서 양립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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