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29화 (229/500)

제 2장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그럼 나는? (1)

두리번.

은밀함이 중요하다. 마침 도움을 주는 이들도 있었다. 이상하게 잘 도와주고 있 기는 하다.

완벽하게 준비를 끝낸 강천은 재빨리

별채에서 빠져나와 북경의 유흥이 판치는 공간을 찾았다. 나이가 살짝 걸리기는 하 나, 상관하지 않았다. 덩치가 충분히 나이 를 먹어주었다. 확실히 떡대가 크니 나이 를 물어보진 않는다 웅성웅성!

젊은이의 거리답게 헐벗은 미인들이 많 았다. 차분히 안구를 점검하며 여인들을 체크했다. 미녀레이더에 잡힌 타깃이 있었 다. 늘씬하게 잘 빠진 서구적인 외형의 여 인이었다. 과연 어딜 가나 군계일학은 존 재하기 마련이다. 한국에서 통하진 않아 도 외국에선 먹힌다는 마인드는 버려라.

거짓된 자기 위안일 뿐이다.

“아아‘! 말입니다. 목소리 테스트.”

점검 끝.

강천은 그간의 실패를 거울삼아 자연 스럽게 접근했다. 관광객인 척 북경의 지 리를 물어보며 말을 걸어볼 심산이다. 키 포인트인 어깨와 팔목의 근육이 잘 보이도 록 유도했다.

‘반드시 꼬시고 만다:

중국에 와서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갈 순 없지 않은가. 관광의 목적에 충실해야 했다.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이으에 조 작한 사진을 올려놓는 바람에 성공 못하 면 거짓말쟁이가 될 수 있었다.

그간의 실패는 방해꾼으로 인해서다. 이 망할 년이 홍길동도 아니면서 매 순간 나타나서 깽판을 치는 바람에 도통 실적 이 없다.

“ 저기요.”

유창하지 않아도 관계없다. 중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적극적인 여성 이라면 오히려 관심을 기울인다고 책에 적 혀 있었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남자에 대한 이 미지가 나쁘진 않았다 그 반대의 부류도 많지만 대부분은 중국 남자들이다. 방해 한다면 철퇴를 내릴 수 있으니 건드리지 않는 게 신상에 이로울 거다. 지금 욕구 불만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 말씀하세요.”

반응 괜찮다

사근사근하기까지, 동그란 두 눈이 호 수처럼 맑아서 좋다. 강천은 본인이 들어 가서 수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돌변했다.

“여기서 북경대반점까지 가는 버스가 있나요?”

“좀 어려운데, 잠깐만요.”

시내에서 북경대반점까지 가는 길은 알 고 있다. 이미 몇 차례 테스트를 해 봤다. 문제는 갈아타야 하는데 지리를 잘 모르 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면 일 단 호감은 있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 북경 대반점은 고가의 음식점이다 친절에 보답 하는 의미로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하면서 관심을 유도해 볼 계획이다.

“나도 마침 북경대반점으로 가려는 참 이었는데.”

강천은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인상 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였다. 여 인을 앞두고 인상을 쓰다니, 그녀는 콧바 람을 불더니 쌩! 하고 사라졌다. 이러면 완 전히 물 건너갔다고 보면 된다. 맑은 호수 는 수영 금지 구역이 되었다.

휘익!

강천이 돌아섰다.

“너 자꾸 왜…… 응?”

“내가 뭘.”

이런 된장

옷 스타일이 똑 같다. 마치 커플티를 입 은 남녀처럼. 새로운 여인이 콧바람까지 불며 사라질 만 했다. 마누라를 내버려두 고 바람피우는 난봉꾼처럼 생각되었을 테 지

“내가분명 싫다고 했잖아”

“뭔 소리야, 난 그냥 시내 구경하려고 나온거야”

어제는 백치미더니, 오늘 콘셉트는 시치 미냐.

콘셉트가 아주 버라이어티 하시네.

“구경은 개불, 빨리 갈아입어!”

“어디서? 설마 여기서 벗으라는 거야”

저 몸으로 부끄러워하다니, 강천은 안 구에 근육이 들어차는 기분이 들었다. 얼 굴과 몸이 비례해야 하건만, 너무나도 어 울리지 않았다

“난저 앞으로갈 거야”

“어쩌냐, 나도 저기로갈건데.”

“아닌데, 난이쪽인데.”

“아차차 나도 이쪽인데 깜빡했다.”

진짜 찰거머리가 따로 없었다.

저렇게까지 내가 좋을까?

강천은 이 근육으로 뭉쳐진 소녀를 어 찌해야 할지 갑갑했다. 말로는 네 맘대로 하라고 하는데, 같은 규격에 같은옷, 비슷 한 팔뚝이었다. 누가 봐도 우리가 사귄다 고 생각할 텐데. 헌팅은 꿈도 못 꾸게 생겼 다

‘어쩌지?’

이 찰거머리의 포위망을 벗어나기가 어 렵다. 지리를 숙지한 공간이 한정적이고, 북경은 세경의 나와바리다. 도망친다 한 들 세경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방식올 좀 바꾸어야 할 듯 싶다.

‘첫 대면 때도 그렇고 승부에 환장했었 지.’

강천은 북경대반점으로 가기로 결정했 다. 북경에 오면 한 번은 가야 한다는 고급 음식점이었다. 세경을 떼어 버리면서 공짜 로 음식까지 먹을 수 있는 기발한 꼼수가 떠올랐다

“내기하자”

“무슨 내기?”

“누가 더 많이 먹나, 어때?”

강천의 아이디어다웠다

지나치게 심플해서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 해도 여자를 상대로 가장 자 신 있는 종목을 고르다니, 덩치에 걸맞지 않은 치사함이 깃들었다. 그만큼 세경을 떨어뜨려 내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다

“내가 왜?”

“겁나면 포기하든가?”

“이기면?”

“원하는 소원은 뭐든지 들어주마.”

u콜어

북경대반점은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하지만 세경이 전화를 하자 희한하게도 자리가 생겼다. 북적이는 사람들 속 자리 에 앉은 강천과 세경은 주목을 받기에 충 분했다. 분명 10인용 식탁인데, 가득 들어 차는 기분이 들었다.

“후회할텐데, 괜찮겠어?”

“너나후회하지 마.”

강천은 방심하지 않았다. 세경의 덩치 도 상당했다. 예상보다 쉽게 승낙했다는 건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 반적인 기준일 뿐이다. 먹방에 관해서는 정우한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초 밥 뷔페 출입 금지 명단 1순위의 위엄을 보여줄때였다.

‘아빠만 아니면 돼.’

강천은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패배를 거 론하지 않았다. 이 승부는 보나마나 뻔했 다. 일반 여인에 비해서는 규격이 크지만, 남자와 여자의 신체적 차이는 있었다.

“주문부터 하자”

“여기요.”

식당의 종업원이 다가왔다.

강천과 세경이 메뉴판을 가리키며 주

문했다

“오리구이 4인분이요? 많을 텐데.”

“무슨 말을 하는거예요?”

언어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강천이 었다. 의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 래서 가급적 말보다는 손가락을 사용했건 만 의미의 전달이 왜곡되었다.

“메뉴판에 있는 거 다 달라고요.”

“.

종업원은 말문이 막힌 채 정지했다. 자 신의 눈과 귀를 의심해야 했다. 혹시 사람 이 더 오는지 물어봤지만, 아니란다. 오리 구이 4인분도 둘이 먹으면 많은데 메뉴판 의 처음과 끝을 가리키다니. 그러나 상대 는 팽가의 귀한 손님이라고 했다. 음식 가 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자신은 주문 한 대로 가져다주면 된다. 애초에 종업원 이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었다.

“과식하면좋지 않아”

“배 터질 것 같으면 이제라도 내 남친이 되든가:’

“벌주를 마다하겠다면 하는 수 없지.”

“순순히 남친이 되면 흉한 꼴은 안볼 텐데.”

“너나 먹다토하지마라”

주문하고 5분이 지났을 때 요리가 나왔 다. 빨리 나오는 요리부터 차근차근 주문 해 놨다. 가볍게 면류부터 시작했다.

후룩

한그릇끝?

후룩!

두그릇끝.

일저일면(一署一S)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접시에 담긴 면이 젓가락 한 번에 입 속 으로 빨려 들어가서 사라져 버렸다. 국물 은 강천과 세경에게는 한 모금에 불과했 다

30초 만에 다섯 그릇은 비워내자 각자 의 음식에 취해 있었던 사람들마저 돌아

보게 만들었다. 그릇이 쌓여 탑을 이루고 있었다. 절로 불공을 드리고 싶게 만들었 다

‘내가지금 헛것을 봤나?’

‘한 젓가락에 왜다사라져?’

‘접시가 작아 보이기는 해도.’

‘물 마시는것도 아니고.’

종업원이 바빠졌다.

요리 텀을 빠르게 했는데도, 이런 식이 면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 즉시 주방에 비 상을 걸었다. 주방은 주방대로 자존심이 걸려 있었다 손님이 먹는 시간보다 느리다 는 건, 북경 제일의 요리사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존심을 걸고 최선을 다 해 요리 시간을 맞췄다.

우걱우걱!

몇 번 씹지도 않는다.

세경과 강천은 요리를 음미하는 건지, 들이붓는 건지 모를 만큼 빠른 속도로 빈 접시를 양산했다. 종업원 혼자서는 무리 였다 4명이 달라붙어서 요리를 갖다 놓고 치우기를 반복했다.

“커플이 대단하네.”

“걸신이 들렸나.”

“전생에 굶어죽었나보지.”

“그래도 저건 심하잖아”

“배속에 블랙홀이 있는건가’?”

굶어 죽은 귀신이 붙어도 저렇게 마시 면배가 터져두 번죽는다 그 어려운 일을 강천과 세경은 당연하 다는 둣이 하고 있었다. 이쯤 되니 모두는 먹는 걸 중단하고 두 사람을 구경했다. 어 디까지 먹는지, 휴대전화로 촬영까지 했 다

-시대의 먹방 먹신의 재림.

-북경대반점 초토화

실시간 sns에 불이 난다.

“꽤 하네.”

“너도. 그런데 괜찮아?”

“난 괜찮지.”

“그게 아니라 너와 같이 온 사람 말이 야”

“그 녀석 걱정은할 필요 없어.”

“해야 할걸? 아버지는 무서운 사람이거 드’’

“나한테 그런 말을 해도 되냐?”

“한식구가될텐데 뭐.”

팽세경은 가문의 일에는 관심이 없다고 만 알고 있다. 대부분 맞는 말이기는 해도, 가족들을 모르진 않았다. 아버지의 성향 상 대륙인이 아닌 반도인과 협상을 한 것 도 아이러니였다. 어쩌면 이용하고 버릴지 도모른다.

“한식구는 무슨.”

“넌 내가 지켜줄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 도 돼.”

“ 됐거든?”

강천도 이 협상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무리 눈치가 없 어도 그 정도의 사리 분별은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정우를 믿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정우를 궁지로 몰고 갈 수 있는 상대는 없다고 단정했다.

그리고 정우의 가장 무서운 능력은 위 험한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 다. 상대는 당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고 뼈저리게 후회한다.

‘정우는 승산 없는 일에 나서는 성격이 아니야’

어째든둘 다세간의 일에는관심이 없 는 듯, 먹는 것에 열중했다. 남친이 되지 않으려는 강천과, 남친을 만들려는 세경의 팽팽한 먹방 대결이었다. 치열함이 전장 못지않았다 열의와 기세가 북경대반점 안 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후루룩!

호로록!

소리조차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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