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20화 (220/500)

제 6장 판을 벌리다 ⑴

2일후

정우는 쉴드, 이극 팽세기와함께 석가 장으로 향했다. 흑금단은 다른 성올 경유 하여 석가장으로 모이기로 예정되었다.

석가장은 사혹문과의 격전지다

뚫릴 경우 팽가의 지배력이 혼들릴 전

략적 요충지다. 이미 대공자가 자리를 잡 고 사혹문의 정예를 막아내고 있었다.

“팽가의 대공자를 지원하는 성격이군 요.”

“형식상일지 몰라도 각각의 지휘권은 보장됩니다:”

이극은 최대한 흑금단주의 심기를 건 들지 않았다. 예의를 다한 언행을 보이지 만, 혹금단주는흉포한 포식자다. 결코 자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다 팽가의 안방에서도 포악한 성향을 거 스르지 않고 드러냈던 며칠 전의 일들을 돌이켜 보았다 실로 대범하면서도 능력을 숨기지 않는 패도를 지녔다

‘이무기가 아니라 어쩌면 용일지도.’

이극은 흑금단주의 강함보다 그의 심기 를 더욱 두려워했다. 파격적인 데다 전후 사정을 재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달랐다. 만약 팽가에서 그가 고개를 숙였 다면 가주는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 증거가 석가장으로의 파견이다. 석 가장은 사흑문과의 최전선이다 흑금단주 를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었다.

‘그래서 더 두렵구나:

훗날 적이 될 수도 있는 싹을 과연 가주

가 내버려 둘까? 가주의 명을 받아 온갖 더러운 일올 해왔던 이극이다. 가주의 성 향을 모른다면 거짓말이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버림받은 것일까?’

표면상으로는 흑금단주를 지원하며 감 시하는 역할이다. 가주 직속의 명령이며, 정해진 시간에 결과를 보낸다. 그러나 석 가장으로 보내지면서 불안감이 커졌다: 가 주는 대공자를 신뢰한다. 다른 공자들과 는 차원이 달랐다 대공자의 지위를 공고 히 해야 할 상황에서 삼공자를 지지하는 흑금단주를 석가장으로 보낸 것이다

“각주 무슨 고민을그리 하십니까?”

“아, 실례했소. 전쟁이 길어지다보니 노 파심이 생겼나 봅니다:

“난또 이번 파견에 대해서 고심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럴 리가요.”

혹금단주의 말에 이극은 홈칫했다. 마 치 속내를 들킨 것처럼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 자신의 고심이 깊었음을 반성해야 했다 이 안에 가주의 심복이 있 지 말란 법이 없었다 혹여 갈등하는 자신 을 가주가 알게 된다면 화를 초래할수 있 었다 한데, 그 마저도 흑금단주는 알고 있 다는듯이 지적했다

‘가주못지않다!’

이극은 점점 더 혹금단주에 대한 경외 감이 들었다. 단순히 나이가 어리다는 것 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자였다. 능히 일대 의 패자가 될 자질을 갖추고도 남는다

“고민이 있으면 찾아오셔도 됩니다. 각 주라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허허, 그리 봐주어서 고맙소이다: 하나, 세가에 매인 몸이라 용이치가 않습니다;”

정우는 귀영각주의 심기를 흔드는 데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간혹 의향을 묻는 선에서 멈추었다 그가반드시 필요하다는 뉘앙스를 풍기지 않았다. 이극과 같이 생 각이 많은 자는 섣불리 다가서면 오히려 반감을 가진다. 천천히 스스로 바뀌도록 해야만 했다. 이미 한국에서 심어 놓은불 신의 싹이 반 이상 자리하고 있음에도.

"대륙은 넓군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걸보면.”

“꼭 그렇지도 않소. 대륙이 넓다 한들 사람의 마음에 비하진 못합니다”

“가주께선 웅심이 크군요.”

“사내로 태어난 이상 그만한 웅심은 당 연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도 많 습니다”

이극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인간의 욕 심은 끝이 없음을 말하자 그는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자들을 꺼내들었다. 그것이 과 연 위선일까? 굳이 이런 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수양이 대단하군요.”

“원론적인 얘기일 뿐입니다. 저는 제가 한 말처럼 대인이 아닙니다. 응심으로 인 해 고통 받는 평범한 사람들이 가여우나, 목적을 위해서라면 거리끼지 않습니다”

이극은 경탄에 이어 소름이 돋았다. 가 시처럼 돋아난 소름은 좀처럼 가시지 않 은 채 뇌리에 틀어박혔다. 작금의 대화를 되짚어 갈수록 혹금단주가 더 무서워졌다

‘전혀 읽을수가없어.’

정우도 방금한 말을 되짚어 봤다

‘내가하고도개소리네.’

하나, 이극을 흔들기에는 제격이다. 통 찰력이 깊을수록 의미를 부여하는 자들 이 많았다. 이극같은 자에게는 오히려 금 강문주가 상극이다. 머리싸움을 하고 싶 어도 하지 못하는 상대니.

석가장에 도착했다

사흑문과 하북팽가의 격전으로 피해 를 보고 있었다 언론 통제로 사람이 죽었 음에도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 다

석가장의 장안과 유화를 제외하고 외 곽은 케이브 오픈으로 파괴된 지역이 많 았다 사람들이 도심으로 몰린 와중 장안 의 하북팽가와 유화의 사혹문이 양분한 상태다.

전투는 장안과 유화가 아닌 교서와 교 동 외곽 이루어지고 있었다 도심에서 전 투를 벌였다가는 언론을 통제한다 해도 새어나갈 위험이 존재했다.

가급적 외곽에서 전투를 하기는 하나, 도심의 경계선 일대엔 여전히 사혹문과 하북팽가가 보이지 않은 신경전이 있었다

정우는 장안에 도착할 때까지 팽세기 와 단독으로 접촉하진 않았다. 그보다는 이극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팽세기와 는 전략적인 제휴관계로만 보이게 했다. 사적인 만남을 극도로 자제해 의심의 눈초 리를 돌렸다 장안의 하북지부에서 팽가의 대공자 도룡 팽세천을 만났다 그는 다른 팽가의 무인들과 달리 자존 심 싸움올 벌이지 않았다. 소모전을 벌이 기보다는 전략과 전술에 대해 견해를 물 었었다: 그렇게 잘 풀리나 했을 때, 잠잠하던 팽 세기가 돌연 자리에서 일어났었다.

-형님, 이번에는 제가 한 번 나서보겠습

니다.

-위험할수도 있어.

-사흑문 따윈 두렵지 않습니다.

-의기가 하늘을 찌르는구나. 좋다, 해

보거라

팽세기의 호기를 팽세천은 흔쾌히 받 아들였다. 후계 경쟁을 하고 있는 와중이 라 팽세천의 허락은 의외였다. 팽세기를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는다 해도 혹금단주 가 함께 하고 있었다. 예상과는 다른 변수 가 발생할수 있었다

전장으로 가는 내내 그것이 마음에 걸 린 이극이었다. 삼공자의 의중을 묻지 않 을 수 없었다.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다는 걸 삼공자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었 다

“어째서 그러셨소?”

“뭐가 말입니까?”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습니다. 대공자 와 힘을 합쳐서 사혹문의 유화지부를 공 략하는 편이 나았습니다”

“그리되면 모든 공적이 형님에게 갑니 다, 그럼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

“설마 후계 경쟁올 하시려는 것이오?”

“아버지께서 얼마 전 따로 불러서 허 락하신 일입니다 저도 엄연히 가문의 직 계혈족입니다. 후계 경쟁을 할 자격이 있 습니다. 혹 제가 부족하다고 보시는 겁니 까?”

이극은 한숨을 속으로 삭혀야 했다 삼 공자의 그릇은 세가를 담기에 턱없이 부 족하다 지닌 무력은 둘째 치고, 심기에서 도 대공자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런데 도 호기를 불태우고 있다니, 답답함이 밀 려왔다.

“그것이 가주의 진심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오?”

“아버지의 시험이겠지요. 내 능력을 아 시고자 하는”

이극은 삼공자의 호기에 입맛이 썼다. 대공자와 경쟁을 하겠다니, 차라리 이공 자라면 그나마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 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그럼에 도 되돌리기에는 늦었다. 이미 사흑문과 의 전투에서 공적을 세우겠다고 호언장담 올 한상태다;

이극은 삼공자를 뒤로 하고, 혹금단주 를 찾았다.

“전 단주, 삼공자는 후계경쟁을 원하고

있소. 이는무모한짓입니다”

“쓰고 버릴 패일지도 모르지오.”

헙!

만류하기를 바랐던 이극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움이었다 설마 저토록 신랄하게 밝 힐 줄은 몰랐다 품고 있는 생각을 올곧이 말하기는 어렵다 다말하고살수 있을만 큼 현실이 아름답지 않다 한데, 두려움이 없다고 해야 할까? 흑금단주는 날카로운 식견과 젊음의 무모함을 동시에 가졌다

“비약이 지나치시오. 설령 그렇다 한들 말려야 하오.”

“하면 지금 당장 팽가로 쳐들어가 가주

에게 못하겠다고 하면 되는 겁니까?”

“?…그건!”

말문이 닫힌 이극을 대신해 정우가 치 고 나갔다. 주도권을 잡았다 싶으면 밀어 붙이는 것도 중a했다

“우린 지금 생사의 기로에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그리 태평하신 것이오?”

“같은 처지이지 않습니까 가는 길 외롭 지는 않을 테니까요. 협정위반이기는 해 도 버려지는 것보다는 낫지요.”

이극은 가주로부터 삼공자를 보필하라 는 명을 받았다. 삼공자의 뜻을 이루도록 보좌하라는 의미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 적으론 버려진 패나 다름이 없었다. 아니 기를 바라면서도 확신이 들자, 속이 쓰렸 다

“지금이라도 빠져나가면 되지 않습니 까?”

“본문은두렵다하여 돌아서지도, 신뢰 를 저버리지도 않습니다”

“기어이 지옥불 속으로 뛰어들겠단 말 이오.”

“정 그렇게 겁이 나신다면, 각주께선 돌 아가십시오 제가 말을 해 놓겠습니다.”

이극은 그 말에 혹할 뻔했다. 돌아가면 살 수는 있다 그러나 능력이 없음을 인정 하는 꼴이 된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 나 실패를 한 자신을 가주가 살려주겠는 가. 아니, 살아도 산 게 아닐 것이다. 권력 의 일선에서 물러나, 영영 올라가지 못한 채 침묵 속에서 살다가 조용히 사라져야 한다 자신은 팽가의 혈족이 아니다 이 자 리에 올라오기까지 치열했던 삶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갔다

“무인은 주인이 죽으라면 죽어야 하는 겁니다”

정우는 본인도 지키지 않는 지극히 원 론적인 말을 서슴없이 했다. 하나, 상황은 신뢰를 부추기기에 층분하다.

“그렇다해도 이건 너무하지 않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참으로 쓸데없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세상이 언제 잘못을 하고 안 하고를 따졌 습니까 각주께서도 아실 텐데요.”

이극에게는 뼈아픈 일침이었다.

애초에 잘잘못은 중요하지 않았다. 목 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수단방법을 가리 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이는 그가 살아온 삶과 직결되었다. 하지만 쓰고 버릴 패가 자신이라면 또 달랐다. 평생을 충성했고, 여전히 최선올 다했건만 돌아오는 대답은 토사구팽이 되었다. 궁지에 몰릴 때로 몰 려 있었다.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는 다. 사방의 어디에도, 하늘마저도 닫혀 있 었다 정우가물었다

“같이살방법이 있겠습니까?”

“아!”

이극은 억누르고 있던 감정을 토해내고 말았다 좀 전까지 쓸모가 다한 패에 불과 했었다. 그런데 자신에게 묻고 있었다. 구 사일생의 방법을 그 말은 자신이 아직 존 재 가치가 있음을 의미했다.

버려지지 않고, 나아갈수 있는

“본문은 팽가 이전에 삼공자와 협약을

맺었습니다 선후를 따지면 무엇이 먼저인 지 답은나왔다고 봅니다만”

“그 말은 설마?”

“능력이 안 되면 어떻습니까 오히려 다 스리기 좋지요.”

“무서운 말을 하는군요.”

이극은 떨지 않았다. 오히려 눈빛에 욕 망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가주의 신뢰를 얻는 건 이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다른 동。}줄을잡아야 한다. 그 대상이 삼공자 라면? 대공자에 비해 현격히 부족하다 하 나 삼공자에게는 자신이 있고, 금강문이 원조를 약속했다. 어쩌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살겠습니까? 죽겠습니까?”

“살겠소이다”

“진정한동지가 생겼군요.”

"최선을 다하지요.”

정우는 이극과 악수를 하면서도 그를 신뢰하진 않았다. 양쪽에서 붙어서 이득 을 따지겠지만, 그의 머리는 필요했다. 그 가 선택하는 방향에 의해서 팽가의 눈과 귀를 닫을 수 있었다 이를 위해서 팽세기 를 부추겼던 것이다. 앞으로 굳이 숨기지 않고 활개를 친다 한들 이극은 알아서 각 색을 잘해줄 것이다 특히 그가 키운 귀영 각의 무인들은 그런 분야에선 제법이었다

‘세기를 좌지우지하면 팽가의 실세로 다 시 올라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

가주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확신이 든 이상 후계자를 키워내는 편이 이득이 었다. 또한 대공자와 달리 팽세기는 다루 기 쉬운 편이다. 이극으로서도 욕심을 낼 만 했다 그런 인간의 심리를 정우는 이용 하고 있었다.

‘하나, 한 번 뒤틀리면 돌아설 수 없지.’

프로 선수가 승부조작을 하는 순간 헤 어 나오기 힘든 거미줄에 걸린 것과 마찬 가지다 그도 그럴 것이 정우의 소매 속에 작동하고 있는 휴대폰이 현재의 대화를 복기하고 있는 중이다

“계획대로 판을 크게 벌려야 합니다:”

“그럴 줄알았습니다”

주변을 감싸며, 소리를 차단하고 있는 쉴드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주군은 회유 도 퀄리티가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들었 다 놨다, 약점으로 찌르고 들어가 심정의 변화를 일으켰다. 무력분만 아니라 보고 배울 점이 많았다 사흑문과 하북팽가가 접전을 벌이는 와중이기는 하나, 선전포고는 항상 있어 왔었다. 이번에도 사혹문은 그런 줄 알고 있었다. 파견된 혹기단의 단주가 선두에 나와서 보란 듯이 외쳤다. 팽가의 기를 죽 이기 위한행위다.

"나는 흑기단의 단주 한혈검 기경 운?…?”

“근데.”

기경운은 기겁했다

헙!

저 멀리에 서 있던 거구의 사내가눈앞 에 나타났다 그는 삽시간에 공간을 무로 되돌리며 광폭한 권격을 뿌렸다.

금강문의 기본이자, 극의에 도달한 일

로금강이었다

문답무용

처어엉!

쇠를 뚫어내는 메마른 천둥소리가 모두 의 귀를 혼들어 놓았다 달팽이관에 심대 한 타격을 입었는지 현기증을 느껴야 했 다 휘이잉!

원을 그리며 회전했던 공간은 칼로 난 자한듯 찢겨져 나갔다. 일로금강의 권로 에 포함된 기경운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핏물조차 권격의 빠른 회전력에 타버리며 산화했다.

머엉!

상상도 못했던 아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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