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장 천생연분 ⑵
강천과 세경이 마주섰다
두등
떡대 봐라. 풍경 안에 가득 들어찬다. 이 넓은 전망올 잡아먹는 두 떡대의 거대 한 육체였다. 실로 잘 어울리는 근육덩어 리들이었다.
우웅!
강천과 세경이 공력을 끌어올렸다. 초 반부터 봐줄 생각은 아예 없는 듯 전의가 끓어오른다. 남녀의 구분 없이 진정한 양 성평등이 실현되는 중이다 칼을 꺼내든 세경이 건곤을 밟으며 초 고속으로 접근했다 강천도 물러서진 않고 뇌력광마신공을 운 §, 금강팔격을 펼쳐냈 다 꽈아앙!
퍼퍼펑!
거친 격돌로 인해 신경을 써서 만든 돌 바닥이 허공으로솟구쳐 오르면서 찢겨져 나갔다. 이어서 근접전에서 칼과 권이 난 무했다. 밀리기 싫은 두 사람의 호전성이 고스란히 대결에 녹아들었다. 여자고, 남 자고, 노인이고, 아이고를 떠나 진정 살벌 했다. 까닥 잘못 맞으면 타격이 심각한 격 전이 되었다
‘이놈?… 센데!’
‘이년?… 세네.’
10합이 이어진 후, 든생각이었다
세경은 또래에서 자신과 이만큼이나 격 전을 벌인 상대를 만난 적이 없었다 대부 분이 싸우기도 전에 설설 기었고, 대결을 벌어도 3초지적도 아까웠다 그런데 이 사 내답게 생긴 녀석은 싸움도 아주 잘했다. 속빈 강정이 아니라, 속도 실한 강정이었 다 찌릿!
정우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움찔!
10합을 소비한 강천은 등골이 서늘해 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게 단순한 느낌 같 은 느낌이 아님을 직시해야 했다
‘젠장 클났네.’
어설픈 수로는 어려운 상대다
강천은 여자이기에 손속에 사정을 좀 두었었다 전력을 꺼내들지 않아도 층분히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것 이 화근이었다. 도화는 예상보다 만만치 않은 경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공력도 상 당했다. 어렸을 때부터 영약을 잔뜩 처먹 은듯했다
‘미안하지만좀맞자’
강천은 상대보다 본인의 안위를 더 걱 정했다. 여자라고 사정 봐주다가, 정우한 테 개처럼 질질 끌려가서, 복날 개 맞듯이 처 맞는 수가 있었다 정우는 남녀를 떠나 사정 봐주는 걸 제일 싫어했다
“각오하지 말입니다”
“너나각오해!”
세경은 투지를 불태웠다 공기가 바뀌었 다는 걸 감지했다. 지금부터가 진짜였다. 어쭙잖은 수를 꺼내서는 안 되었다. 공력 을 극대화 해 건곤연환팔식(乾博連環八式) 의 5식, 건곤만화(乾博萬花)를 펼쳐내야 했 다 이얍!
하합!
기합성과 함께 각자의 장기가 토해졌다.
뇌기와 도기가 공간에서 층돌을 하며, 거친 광풍이 몰아쳤다. 각각의 영역이 확 장해 나가며 공수가 이어졌다 공수공방 후 승기를 잡은 건 강천이다.
최적화를 이룬 권로를 만들어내었다. 힘 만 사용한 우격다짐이 아닌, 탄보를 적절 히 활용한 결과였다. 도기를 비틀어 냄과 동시에 뇌기를 실어 세경의 중심을 흔든 것도 한몫했다
“?…안돼!”
“이제 끝내지 말입니다”
강천은 망설임의 우를 범하지 않았다. 10여 합을 낭비한 대가가 남아 있었다. 그 후폭풍을 만회하기 위해선 미안하지만 도 화를 완벽하게 뭉개야 한다. 그래야 정우 의 마수로부터 온전히 2세를 보호할 수 있었다:
‘이 자식은 툭하면 남의 2세를 끊어내 려고 한단 말이야’
그러고서 한다는 말이 아버지가 강건해 서 괜찮다니, 그게 말이야 방구야 퍽퍽!
명존세.
명치를존X세게 쳤다.
커억!
세경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건곤갑 올 수련하여 얻은 육체였다. 어지간한 타 격은 버틸 수 있으나, 일로금강은 일반적 인 수준을 벗어났다. 명치를 파고든 뇌기 가 건곤기를 혼들어 놓았다. 층격이 사지 백해로 홑어지며 육신을 괴롭혔다
세경의 멈칫한 육신을 강천은 가만두지 않았다. 항문에 힘을 준 상태로 무호흡의 연타를 뿌려댔다. 흡사 길거리 싸움의 백 열강타(白 M打)를 연상케 했다 퍼퍼퍼퍽!
세경의 얼굴과육신이 거침없이 돌아가 며 흔들렸다 거친 풍랑을 맞은 돛단배 마 냥한없이 두들겨 맞고 있었다
‘단단해, 너무단단해!’
‘아프다 너무아파!’
강천은 세경의 단단함에 혀를 내둘렀 다 가슴도 쇳덩어리에 비견되었다: 정우의 동생, 수연도 이 나이가 되면 얼추 이렇게 될 것 같아 내심 불안했다. 그 귀여운 아 이의 미래가 걱정되었다.
“게임오버지 말입니다.”
그때였다:
주먹을 멈추는 타이밍에 세경이 속성을 발휘했다
- 속성발동
- 원상복귀.
곤죽이 되었던 세경의 육신과 공력이 한순간에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녀는 빈틈을 보인 강천의 명치를 요 격했다.
퍼어억!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무방비로 명치를 헌납한 강천이 헉! 했다 적당히 이쯤에서 멈추려고 손을 뻗은 게 탈이었다. 설마 그 타이밍에 반격을 가할 줄이야. 게다가 소 모되었던 모든 능력들이 원래대로 돌아와 버렸다: 실로 말 같지도 않은 속성이었다;
찌릿!
명치가 엄청 아프지만, 그보다 뒤통수 가 더 따갑다. 꼬나보는 정우의 눈빛에서 무형살기가 발출되었다. 방심하다 당했으 니, 지옥은따놓은당상이 되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세경의 질김에 강천은 짜증이 폭발했 다. 남의 집 안마당에서 금지옥엽을 패는 일이라 망설였건만 꼬일 대로 꼬인다
“죽엇!”
승기를 잡은 세경이 사나운 기세를 뿜 어내며 건곤기를 칼에 집중시켰다 중첩된 기운이 칼의 형태를완성했다. 어설프지만 도강의 범주에 올라서 있었다. 단숨에 선 천의 진기까지 붐어 쓴 것이다. 무인에게 있어 선천진기는손상되면 회복이 되지 않 는 원천이지만, 그녀는 달랐다 24시간이 지나면 속성을 다시 사용할 수가 있었다. 그때 원상복귀를 발동하면 선천진기까지 원래대로 돌아온다.
푸아아앙!
굉렬한폭화 진동이 울리며 공간을 흔 들었다
까악!
비명이 터졌다
충격올 받은 세경이 방비조차 못한 채 담벼락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갔다.
쿠아앙!
담벼락이 두부처럼 박살 나며, 멈춰선 세경은 핏물을 토해냈다. 기혈에 층격올 받아 내상을 입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는 충격보다 마지막에 보인 강천의 권격에 정 신적으로 충격을 더 받았다. 선천진기를 활용한 최후의 초식 건곤파강(乾쓔破≫D을 출수했었다. 그런데 강천은 강기성강이었 던 건곤파강을 부수고 타격을 입혔다 실 로 믿어지지 않는 파괴력이었다 현재의 자 신으로서는 따르지 못할 격차를 체감해야 했다
“괜찮지 말입니까?”
군대버전의 부작용이다
단어 선택에 한계가 있었다. 어쨌든 강 천은 다가가서 상태를 물었다. 역습을 당 하는 바람에 손속이 과했던 면이 없지 않 아 있었다. 제대로 맞아 솔직히 걱정이 되 었다. 자칫 팽가의 금지옥엽을 죽인 살인 자가 될 수 있었다 전력을 실고 나서 움찔 했었다.
스윽!
핏물을 토해낸 세경이 강천을 올려다보 았다 격전의 혼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머 리카락은 산발이 되어 땀에 붙었지만, 청 순한 얼굴은 압권이었다. 저 청순한 얼굴 에 넘어가지 않을 사내가 얼마나 있겠냐 마는
“스』
1?
“뭐?”
“손달라고.”
내가 강아지냐 달라면 주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강천은 손을 내 밀고 말았다. 청순한 얼굴에 꾀꼬리 같은 음색이 한몫했다.
와락!
손을 잡고 일어선 세경이 강천을 거칠 게 끌어 앉았다 부르르!
강천은 설마 했다. 이런 상황 고전 드라 마나 영화에서 많이 봤었다. 하지만 현실 에서 일어날 리는 없다고 봤다
“?…아니지 말입니다?”
“ 맞아”
천지개벽, 세계종말
강천의 사자후가 토해진다
“왜에에에에?”
"처음이야 날 이렇게 두들긴 남자는.”
강천은 떼어내고 싶었다. 세경은 얼굴 만 여자다 이 느낌? 동성을 끓어 안고 있 는 기분이었다. 전혀 여자를 않고 있다는 부드러움과 안락함은 전해지지 않았다. 같은 남자 중에서도 운동을 빡시게 한 빈 틈없는 사내를 안은 느낌이었다
“우리 사귀자”
“?…떨어져, 미쳤냐!”
강천은 군대 말투도 버렸다 밀리터리룩 과 군대 말투를 함부로 사용해선 안 된다 는 걸 깨달았다. 개나 소나 다 반한다 한 류의 위력을 실감했다.
"나 정도면 배경도 좋고 얼굴도 예쁘잖
“ 떡대가?!”
차마 남자 같다는 말은 못했다.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강천은 이런 괴상한 느낌 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때.
찰칵!
누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너…… 설마‘?”
“분위기 좋네.”
정우는 터져 나오는 미소를 감추지 않 았다 강천이 제 짝을찾은듯하니, 얼마든 지 축하해 줄수 있었다
‘눈이 높은줄알았는데, 취향이 달랐 군.’
강천의 취향을 존중해 주었다. 그러고 보면 아주 잘 어울린다 근육 더하기 근육 이 되니, 더욱 완벽해 보인다 어디를뵈도 틈이 보이지 않았다. 강천과 세경의 안으 로 파고들 수 있는 자가 없올 듯싶다
‘잘되면 좋지.’
내인생도아니고.
꽈악!
질색하는 강천을 더욱 심하게 끌어안고 있는 세경이었다. 부서질 듯 않는다는 말 올 실감할 수 있었다. 미안하지만 강천을 팽가에 남겨둘 예정이었다. 팽가에도 외롭 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다. 세경으로 인해 남은 기간 아주 재밌을 거다. 다행이 세경 의 얼굴은 하라급에 비견되었다. 강천의 얼굴중심세상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후일의 골육상잔에 작은 위안거리가
될지도 모르고.’
“네가보기엔 어떠하더냐?”
“속내를 간파하기 어려운 자입니다.”
“위험한놈이긴 하더군.”
“어쩌면 그 이상입니다. 대공자도 조심 해야할자입니다-”
팽우경과 대화를 주고받는 자는 팽가 의 총관인 팽자겸이다 30살의 나이로 총 관에 오를 만큼 능력은 두말할 나위가 없 는 자다; 다만, 뛰어난 지능과 시류를 읽는 통찰안에도 불구하고 공력을 쌓지 못하 는 불운한 체질을 지녔다 그로 인해 항상 귀영각주와 비교가 되었지만 이젠 그를 제 쳤다고볼수 있다
“세천이와 견줄수 있다고?”
“그렇습니다.”
“곤란하군.”
“계획대로 처리해야합니다”
“괜찮은 놈이라 잘 지내보려고 했건만, 아쉽게 됐군.”
팽우경은 자신이 낳았음에도 첫째는 다른 애들과 다르다고 봤다. 뛰어난 자질 은 물론, 팽가의 후계자로서 걸맞은 품격 올 지녔다 그럼에도 사흑문과의 전쟁에서 후계자를 거론한 것은 자칫 나태해질 수 있는 마음을 채찍질하기 위해서다.
그런 팽세천이기에 견줄 수 있다는 것
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륙의 무인도 아 닌, 일개 소국의 무인 따위가 세천이와 경 쟁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신분 에 어울리지 않게 뛰어난 능력은 화를 자 초한다는 걸 깨닫게 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를 대공자에게 보내겠습니다.”
“그리하게.”
대화가 끝이 났음에도 팽자겸이 머뭇거 리고 있었다 총관으로서 그의 눈은 팽가 전체를 관리한다 당연히 별채에서 벌어진 사건을 알고 있었다
“세경 아가씨께서 별채를 찾아가 대결 을 청했다 합니다”
“혹금단주와? 그렇다면 결과는 뻔할 텐 데.”
세경이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흑금단주와 겨루기에는 급의 차이 가 컸다. 게다가 흑금단주는 야수와 같은 자다 행여나 큰 사고가 벌어질 수 있었다:
“아닙니다. 그와 같이 온 금강문주의 아들입니다”
“ 결과는?”
“졌습니다”
“금강문엔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자들 만가득하군”
팽우경의 눈빛이 잔혹하게 변했다. 대
국의 무인으로서 달갑지가 않았다. 저 작 은 나라에 인재가 너무 많았다 금강문주 도 그렇고, 그 아들도 대단했다. 세경이라 면 누구와 겨룬다고 해도 패하지 않을 재 능을 갖추었다 그런 세경이를 간단히 패 퇴시켰다면 만만히 봐선 안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또 무슨 문제가 있다는건가?”
승패는 병가지상사다. 한 번 졌다고 해 도 무인으로서의 가치가 끝나진 않는다. 세경이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번의 패배는 후일 더 성장할 계기가 될 것이다.
“반하셨답니다”
“뭐?”
팽우경의 말문이 닫혔다.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팽자겸을 보았다. 그 말이 진실 인지 아닌지를 묻고 있었다. 한데, 팽자겸 의 성향상 거짓을논하지는 않는다.
“어찌할까요?”
“두고보도록 하지.”
나이가 어려서 현실 판단이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눈꺼풀에 쓰 인 콩깍지가 벗겨져 나갈 것이다. 이럴 때 는 지켜보는 편이 낫다. 괜히 나서서 떨어 뜨리려고 하면, 세경이의 성향이 더 날뛸 게 분명하다 드라마를 하도 많이 봐서 그 런지 몰라도 종종 비련의 여주인공을 흉
내낼때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