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장 하북팽가 (4)
강천은 짓밟고 나서 쉴드의 옆으로 가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몇 놈 조질 때까 진 좋았는데, 아무래도 여긴 되놈의 중심 이었다. 뒷감당으로 인해 벌써부터 뒷골이 당겨 온다. 움찔움찔하는 걸로 봐선 전립 선도 타격을 받고 있었다
‘야 이거 큰일나는 거아니냐?’
‘주군께서 하신다면, 따를뿐이다’
‘?…"하여간.’
‘훅, 겁나냐?’
‘겁나긴 누가.’
‘ 다행이군.’
‘이(썩을놈들).’
강천은 쉴드의 대답에 고개를 저었다. 정우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지나치게 굳건 했다. 아마 정우가 팥으로 메주를 쑤어도 믿을 놈들이다 그러니 물어본 내가 병신 이었다 괜히 질문올 하는 바람에 쫄았다 는 걸 인정한꼴이 되었다 악화되는 현실에 이극이 나섰다.
“더 이상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됩니 다. 원주께서도 이만하십시오.”
“모욕을 당하고 그만하라고! 귀영각주 그대는 자존심도 버린 것인가!”
“가주님의 초대를 받고 온손님입니다”
“그렇다 해도 세가를 모욕하고, 무인의 자존심을 건드렸네. 비켜서게!”
이극의 만류에도 북무원주는 기세를 꺾지 않았다. 이대로 물러서면 금강문이 두려워서 꼬리를 말았다는 소문이 돌 것 이다. 어떻게 해서든 이극이 아니라 혹금 단주의 사과를 받아내야 W. 그래야 자 신의 체면과 팽가의 위신이 산다
“단주도 그만하시오.”
“말려서 될 일이 아닙니다. 저 보세요, 살기가 흉흉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가 왜 그만둬야 합니까. 실수는 제가 아니라 저자가 했는데. 암습을 했으면 응당 사과 부터 할 일이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았 다고 도리어 화부터 낸 주제에 뭐가 그리 당당하단 말입니까:”
흑금단주가 물러서지 않자 이극은 골치 가아파왔다
이렇게 되면 금강문과의 협조는 물 건 너가게 된다. 그럼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 을까? 사태를 악화시킨 북무원주에게 있 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금강문과의 협약 은 삼공자와자신의 주장에 의해서다. 일 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책임을 져야만 한다.
‘북무원주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것 인가!’
이극은 사태를 악화시킨 흑금단주에 대한 원망도 있지만, 그보다는 원인제공 올 한 북무원주에게 화가 치밀었다. 그가 어떤 심정으로 자신과 혹금단주를 막아섰 는지 그려졌다
‘가주 절 그렇게까지 믿지 못하는 겁니
까?’
이극은 북무원주의 독단이라고만 보지 않는다 가주는 치밀한 사람이다. 결코자 신의 예상을 벗어나는 상황을 만들지 않 는다. 아마 북무원주를 시켜 금강문을 테 스트하고, 길들이려고 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보고를 신뢰하지 않는 다는 반증이 되었다. 누누이 금강문주와 흑금단주가 범상치 않다고 했고, 도발하 지 말라고 부탁올 했었다.
‘갈라놓으려면 확실히 해야지. 크크크.’ 정우의 의도는 금강문의 위세를 드러내 는 것에 치우지지 않았다. 북무원주의 등 장 타이밍만 봐도 의도는 분명했다. 이를 모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더한 도발로 응수를 한 것은 내적갈등을 일으키는 이 극을혼들어 놓기 위해서다.
‘좀 더 극단적인 수를쓸 필요도 있고.’
정우는 이쯤에서 어영부영 끝낼 생각 이 전혀 없었다. 솔직히 건드려 주지 않았 으면 꽤나 섭섭했을 것이다. 아니라면 강 천에게 국봉을 그렇게까지 처먹이지 않았 다. 어떻게 해서든 시비 거리를 만들 빌미 를 주려고 했는데, 알아서 원인제공을 해 주었다. 그렇다면 받아주는 것도 손님의 예의였다 두웅!
공간이 열리며 전생이 정우의 손에 잡 혔다.
스르렁!
칼집에서 벗어난 전생의 도신이 날카로 운 서슬을 토해내며 좌중의 간담을 서늘 하게 울린다. 삽시간에 뜨겁게 타올랐던 기세가 싸늘하게 식어 버리고, 공간을 압 도했다 스윽!
칼의 끝, 도첨(刀刻이 북무원주를 가리 켰다
오싹!
좀 전까지만 해도 예의라고는 배우지 않은 막돼먹은 한량 같은 자였건만. 혹금 단주의 담담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소름 이 돋았다 정우는무심히 입올 열었다
“남의 집에서 더 이상의 소란은 나도 원 치 않아: 그러니 사과하고물러서.”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오냐! 끝장을 보자!”
북무원주는 흑금단주가 물러선다면 핑 계를 대서라도, 이쯤에서 그만두려고 했 다. 그런데 사과를 하라니, 자신을 무시하 지 않고서는 저럴 수가 없다. 이렇게 된 이 상 물러선다면 위신에 치명타를 입게 된 다
“기회를찼겠다 그럼 넌 죽어.”
“당치 않은, 용서를 빌지 않으면 네놈의 거죽을 벗겨주마!”
정우의 기세가또다시 바뀌었다. 기세 를 뿜어낼 때와는 다르다. 살의가 깃들었 다. 그러자 무거웠던 공기가 채근을 하기 시작했다 작금의 공간이 피바다로 변질될 거라 고.
씨익!
웃는다 그러나 싸늘하다 또한 강렬한
살의가파도처럼 밀려왔다.
그것이 정우의 의지임을 누구도 부정하 지 못했다.
움찔!
북무원주는 자신을 옥죄는 살의에 경 악을 금치 못했다. 육신이 거미줄에 걸린 둣 제 의지를 벗어나려고한다.
‘?…어째서?’
북해의 차가운 냉기를 맨몸으로 받은 듯, 북무원주는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의 지를 벗어난 육신은 위기를 자초했다. 하 지만 그 원인을 모르진 않았다. 몸이 먼저 상대의 역량을 파악한 것이다
‘인정할수 없다!’
소국의 무인 따위가 대 하북팽가의 무 인인 자신을 압도하다니, 북무원주는 이 를 악물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의 지를 불태우려고 했다. 그러나 맘과 달리 육신은 통제를 이탈했고, 영혼마저 두려 움에 떨었다. 의지가급격히 쇠락하며, 공 포심이 그 자리를 메워 나갔다. 공포는 마 약과 같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 급 격히 정신을갉아 먹는다
‘죽는다 … 이 내가죽는다고?’
북무원주는 기가 막혔다 죽음을 상기 하다니, 있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러나 저 칼이 나아가고 나면, 육신은 베어진 고 깃덩어리가 될 거란 본능적인 공포가 뒤따 랐다. 오랜 세월 이극의 뒤에 있어야 했었 다 이제 와 가주의 신뢰를 얻었건만 죽어 버리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두두두!
북무원주의 시야에 칼의 궤적이 선명하 다. 그러나 보고 있으면서도 피하지 못한 채 얼어 있었다 궤적의 끝에는 목이 자리 했다
‘?…안돼! 움직이란말이야’
움직여야만했다
이대로라면 수급이 떨어져 나가며 바닥
을 볼품없이 나뒹굴게 될 것이다
우웅; 팟!
칼이 궤적을잘랐다
스왁!
베어진 공간, 선혈이 낭자하리라고 봤 던 모두는 간발의 타이밍으로 피해 버린 북무원주를 돌아봐야 했다. 목을 부여잡 은 북무원주의 동공에는 여전히 공포가 자리하고 있었다 폭포수처럼 솟구쳐 오른 땀이 육신을 적셨다 허억허억.
북무원주는 참아냈던 숨을 거칠게 토 해내며 목을 쓰다듬었다 조금이라도 늦었 다면 정말로 목 없는 시체가 되었을 것이 다. 마지막 순간에 놈이 펼쳐낸 무형의 거 미줄이 풀리면서 타이밍이 생겼기에 겨우 목숨을 부여잡을 수 있었다.
주춤!
목적했던 바를 이루지 못한 정우.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북무원주를 응시 했다. 정확히는 북무원주의 배후에 있는 자를향해있었다
‘현천살형기를 튕겨냈네.’
현천공의 기세를 일정 공간에 집중시켜 상대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무형지기 의 일종이다. 어지간한 고수라고 해도 걸 려들면 빠져나가기 힘들다 북무원주의 심 기를 혼들어 틈새를 만들고, 파고들어 공 포심을 증폭시켰다 그런데 마지막 궤적을 아름답게 그려 핏빛 줄기를 완성해 내려는 찰나, 비집고 들어와서 현천살형기(玄天殺 形氣)를 퉁겨냈다
‘타이밍 죽이네.’
그 능력보다 적절한 타이밍에 비집고 들어와 최선의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이 놀랍다 결코 아무나 하기 어려운 고도의 정제된 수법이다 하물며 정우는 간격 싸움에 일가견이 있었다. 누구도 자신이 정한 범위를 넘어 오는 걸 그대로 두고 보지 않는 편이다
“놀랍군.”
난장판이 되어 버린 공간임에도 불구하 고, 새로이 등장한 중년의 사내는 담담하 기만 하다. 오히려 상대를 높이는 말투였 다 중년의 사내를 본 이극,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가주!”
하북팽가의 주인이자 중원의 오대도객 에 속한 도왕(刀王) 팽우경이다. 소란스럽 던 장내를 단숨에 제압하는 기도는 능히 일대의 패자라는 이름에 걸맞았다 그가 북무원주에게 걸어 놓은 흑금단 주의 무형살기를 끊어낸 것이다.
팽우경이 이극을 보며 말했다
“수고했다”
“?…송구합니다”
“ 됐다.”
“예,가주”
가주의 치하에도 이극은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저 말의 의미를 되새겨 봐야 무의미한 현실이다. 이 일련의 상황을 유 도한 자는 가주다. 그럼에도 책임을 묻지 않은 것으로 안도해야 하는 현실이 비참 했다. 이 자리에서 가주의 의도를 밝혀낸 들, 득보다 실이 더 컸다 그런 자신의 성격 조차도 가주는 계산에 넣었올 것이다 저벅, 저벅!
팽우경은 북무원주를 배제하며 정우와 마주섰다
“손님 대접치고는 지나친 면이 없지 않 아 있었네, 사과하지.”
“아닙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지 않습 니까.”
방금의 시정잡배와 같은 모습은 온데 간데없이 사라졌다 자칫 팽가주와 맞설지 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리했었다. 실로 변화무쌍한 태도였다.
“하흐]하; 과연 반도의 철혈답게 호탕하
군.”
“잔재주를 보였을분입니다”
“어허, 겸손이 지나치면 무례가되는 법 이네.”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결례를 범했습 니다.”
지극히 바른 정우의 돌연한 태도와 과 실을 덮고 사과를 하는 팽가주의 대범함 좌증은 아연실색이었다. 특히 대수롭 지 않아 하는 팽가주의 언행은 경시하기 어려운 위압감을 주었다
‘엄청난 사람이네.’
강천은 팽가주를 본 후 층격을 받았다. 대륙의 무인이라고 뻐겨봤자, 빈 수레가 요란하기만 했었다. 마냥 빈 수레만 있었 던 것이 아니었다. 팽가주의 육신에서 풍 기는 위압감에 절로 위축이 되었다. 그가 대륙의 대표하는 진정한 무인임을 직시했 다
“시험은 통과한 겁니까’?”
“역시 알고 있었군. 그렇다면 솔직히 말 하지. 가문 내에서 금강문에 대한 신뢰가 깊지 않아 모두에게 납득이 갈만한 증명 이 필요했었네 하나 이유를 불문하고 불 미스러운 상황을 만든 건 전적으로 내 책 임이니 합당한사례를 하지.”
“가주님의 고뇌가 전해지는군요. 하니, 당장은 마음만 받겠습니다”
북무원주가 죽을 뻔했고, 무재를 인정 받은 팽명호의 사지가 부러졌다 그럼에도 팽우경은 내색하기는커녕, 대 수롭지 않아 했다. 작은 것에 연연해하지 않는 실로 놀라운 담량과 배포였다
‘심기가 대단하군.’
팽우경의 심계는 두 가지의 목적을 가 지고 있었다. 하나는 금강문의 전력을 확 인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팽가 내부의 결 속을 위한 구심점의 마련이었다. 사혹문 이라는 적으로 인해서 팽가는 내부적인 단결을 이루었다. 그러나 사태가 해결이 되면 반감을 가질 만한 대상이 필요하다. 오늘은 그 구실을 만드는 시발점이었다
‘누가 토사구팽 당할지 가보면 알겠지.’
정우와 팽우경의 두뇌 싸움이 팽팽했 다.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을 찾기 위 해 심리전까지 걸었다.
“연회를마련했으니, 따라오게.”
“감사합니다”
내원에 있는 연회장
연회장의 주변은 정원으로 둘러 싸여 있었다 집 안에 수목원이 있다고 보면 된 다. 기회요초가 심어져 있으며, 신비로운 향이 진동올 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찬탄 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전망을 제공했다.
‘규격 하나는 따라오지를못하겠네.’ 대륙의 스케일이라고 해야 하나, 강천 은 연신 감탄했다. 크기와 인원에서는 한 국이 따라가지 못할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