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장 음모중첩 (4)
정우가 다가서자 염화는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부정하고 싶지만, 정우의 주먹을 맞고 속성이 잽싸게 튀었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염화는 속이 시커멓 게 탔다
‘순순히 가르쳐 주면 재미가 없지. 크크
크!’
세상에 공짜가 없음은 만고불변의 진리 였다. 그리고 손수 속성을 다져주겠다는 성의까지 보였으니 염화에겐 과분한 대접 이다 드륵!
회의장문이 열렸다. 총회의가끝이 났 다
다들표정들이 가관이었다
한사람만 빼고.
이호극이 히죽거리는 걸 봐선 원하는 결과를 얻은 게 분명했다
“어떻게 됐습니까?”
“예상대로 됐지.”
“다행이군요. 식사라도 하고 들어가실 래요?”
“네가사는 거냐?”
김 총관이 요즘 들어 식비를 검열하고 있었다 지가 볶음밥 한 번 사준 것도 아니 면서, 하루 종일 먹는 것 가지고 달달 볶았 었다 스윽
정우가 염화를 돌아봤다.
뭐야?
염화는 어리둥절했다. 설마 하는 심정 이었다. 그러나 저 눈빛 속에 네가 사라는 무언의 압박이 담겨 있었다. 사지 않으면 비법이고, 뭐고 국물도 없다는 협박도 포 함되었다 아주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었다:
“제가살게요/
“괜찮겠니?”
이호극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것이 화 천문의 재정사정을 염려하는 것 같아서 염화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밥 한 끼를 대접하지 못할 만큼궁할까?
“그럼 설렁탕이나 먹을까, 이 근처에 괜 찮은 집이 있는데.”
“문주님, 염화소저께서 모처럼 쏘는 겁
니다. 설렁탕이라니요. 이는화천문을 무 시하는 행위가 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염화소저?”
“?…뭐 그렇죠?”
염화는 구구절절 맞는 말에 떨떠름했 다. 그 상대가 혹금단주라는 사실에 맘에 걸린다. 고양이가 쥐를 염려해 주는 기분 이 든다 더욱이 방금까지 반말을 찍찍 해 댔으면서도, 꼬박꼬박존칭을 붙이고 있었 다
“그럼 뭐 먹지?”
“제가 이 근처에서 대게 잘하는 집올 알아뒀습니다”
“비쌀텐데.”
“문주님, 염화소저는화천문을대표하 는 총관입니다”
“나야 좋지만”
이호극이 염화를 돌아보며 한 번 더 물 었다 제법 대식가로 소문이 나 있다는 말 과 함께. 곤란하면 이쯤에서 관둬도 된다 는 뉘앙스였다. 그러나 그것은 염화의 자 존심을 건드리는 행위였다
‘대게가 비싸봤자 얼마나 먹는다고.’
염화는 괜찮다고 얼마든지 마음껏 드 시라고 했다
그리고 그날
영수증을 넋 놓고 바라봐야 했다
-대게 35인분
?소주 50병(반주).
-400만원.
염화는
‘?’
‘그 차를 내가 탔으면?’
채철민은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앨런가의 대공자가 습격을 한 이 후로 한동안 잠잠했었다. 섣불리 움직이 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봤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숨통을 조이는 위
화감이 있었다. 평상시엔 가급적 알려진 루트와 인파가 몰리는 장소를 이용했다. 혹여, 습격이 있을 때를 대비한 것이다 하 지만 위험한 상황이 5번이나 있었다 대비 를 했음에도 까딱 잘못했으면 목숨을 잃 을 뻔했다.
“이렇게까지 하겠단 겁니까?”
목숨을 위협받는 가운데 혹금단이 없 었다면 몇 번은 죽었을 것이다. 심각한 부 상에도 제 몸을 던져 보호를 해주었다 금 강문은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만족하지 못했다: 아버지와 앨런 가는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웠다. 설령 목 숨을 잃는다 해도 사고로 처리가 될 만큼 은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켜주겠다는 혹 금단주의 약속만 믿고 있기에는 불안했 다 일우그룹의 경영판도를 바꾸려면 아버 지의 존재를 지워야 한다. 그래야 철진을 따르는 이사진의 마음을 돌릴 수가 있었 다. 한데, 흑금단주가 청을 들어주지 않았 다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동생들과 협의 를 본 결과 배수의 진을 치기로 결정했다. 이왕 이렇게 된 마당에 돌아 가봤자 다른 수가생기지 않았다. 내려놓고 아버지에게 백기 투항을 한다고 해도 받아줄 리 없었 다
“그래도 부족한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일이다. 하나, 비용 올 아끼려고 했다가는 더 위험해진다.
채철민은 빼돌려 놓은 재산은 처분하 고, 동생들 명의의 재산까지도 현금화했 다. 한데 원하는 만큼의 액수를 채우려면 좀 더 필요하다 문제는 자금이 부족하다 는 사실이 이사회에 알려져선 안 된다는 점이다
“하는수없지.”
돈이 나올 구석이라고는 이제 한 곳분
이다
채철민은 곧장 전화를 걸었다
-또 왜?
“생각은 해보셨습니까?”
-생각하고 자시고, 그런 위험한 일을 내
가왜 해.
“제가 잘못되면 회장님이라고 무사할 성싶습니까?”
-협박하는 거면, 악수라는 걸알고말 해.
유 회장의 낮게 깔린 음성에 채철민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마주하고 있지 않음 에도 박력이 전해진다. 이 바닥에서 산전 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의 호랑이였다. 어 설픈 협박에 넘어갈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일우그룹의 공동대표 자리를 드리겠습 니다.”
-지금도 지분 싸움에서 자네가 유리하 진 않아
“그렇다 해도 앞서는 것도 아니지요. 이 사진이 호의적이지도 않을 테고요. 무엇보 다 회사를 위해 아들의 복수마저 잊고 산 접니다. 그런 제가 뒤를 돌아볼 것 같습니 까:’
-같이 죽자는 말처럼 들리는군.
“같이 살자는 뜻이기도 하지요.”
통화가잠시 중단되었다.
1분의 정적이 흘렀다
유 회장이 침묵을 깼다
-내가정말나이가들었군. 예전 같았으
면 자넬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
“알고 있습니다”
-원하는 액수를 말하게. 단, 이번분이
라는 걸 명심해야할 거야
전화를 끊은 채철민은 수명이 줄어드는 기분이었다. 전화기 사이로 유 회장의 분 노가 전달되었다. 아마 더 이상의 요청은 어려울 게 분명했다. 그러나 약속한 액수 를 받2면해결하고도 남았다.
“떠넘길 대상은 얼마든지 있지.”
채철민은 일이 성사되었을 때를 대비해 놓았다. 이는 그들에게도 나브지 않은 계 약 조건이었다. 근래에 소문이 좋지 않음 을 파악했다. 원한관계가 분명하니, 일석 이조의 효과를노릴 수 있었다.
“내가 언제까지 당할 성싶으냐!”
그는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쉐도우 일루젼.
-스페이스 섹션.
-파이어 애로우
환영마법과 공간굴절을 통한 격리가 동 시에 펼쳐지고, 하늘을 수놓은 불화살이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진실의 눈.
-공간복구
-절대 방패.
흐름의 끊김 없이 연이어서 마법이 발동 되었다. 분석된 흐름을 하나하나 파헤치 고, 읽어내며, 막아내고 반격을 취한다. 능 수능란한 마법의 공수공방이었다. 겉만 화려하지 않았다. 정확한마법연산과 정련 된 마나가 조화를 이루어 위력을 더했다.
퍼퍼펑!
폭발을 일으키는 화염은 초 고열올 동 반하여 일대를 불살랐다. 그것으로 공격 은 끝나지 않았다 초열지옥, 네이팜을 능 가하는 화염에 지속적으로 쉴드를 녹여내 었다. 중첩된 쉴드와 바람계열 마법 토네 이도가 아니었다면 위험할수 있었다
-매직 썩션!
-스페이스 아이엔
바람 마법이 역으로 읽히면서 리차드 교수의 흐름에 흡수되었다 휘몰아치는 불 의 폭풍이 쉴드를 녹여내려고 하자 정우 는 급히 공간이동을 펼쳤었다. 그러나 이 마저도 리차드 교수는 예상하고 있었다.
마법사의 예측은 예언과 같았다. 하는족 족 틀리는 기상청의 일기예보와는 차원이 다른 정확도였다.
-헬 오브 파이어
궁지로 몰아넣은 리차드 교수는 과감히 최강의 화염 마법을 꺼내들었다. 신의 불 길에 미치지는 못하나, 만물올 녹여낼 극 렬한 화염을 발출하였다.
꽈아아앙!
응축된 화염이 폭발을 일으키며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화염의 기둥이 하늘 과 대지를 이어 놓아 천지개벽을 완성했 다
“이런”
리차드 교수는 움찔했다. 하도 잘 막아 서 저도 모르게 흥이 돋은 모양이다. 신속 히 마법을 되돌리고 회수해야 했다. 자칫 지도교습올 청한 학생을 화장한 교수로 낙인찍힐 수 있었다 그 순간
스왕!
불길이 잘려 나갔다.
타오르는 불길이 직선으로 갈리는 예기 에 빨려 들어갔다가사라져 버렸다. 그토 록 강렬한 화염을 토해내던 지옥의 불길이 저렇게까지 간단히 사라지다니.
리차드 교수는 망연자실했다. 최강의 마법이라고 자부했던, 마법사로서의 자존 감이 무너졌다 저벅저벅.
전소된 공간을 걸어 나온 정우는 깔끔 하지 않았다 상의가 녹아서 사라졌고, 검 게 그을린 혼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대단하시네요. 못당하겠어요.”
정우는 엄지척을 세웠다
크홈.
리차드 교수는 떨떠름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본인 최강의 대화염계 마법을 펼 쳤건만, 타격은커녕 멀쩡한 신색이었다 더 욱이 마지막에 사용한 수법은 마법이 아 니라무공이었다
‘이 녀석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마법보다 무공이 본바탕을 이루고 있 음은 입학 테스트 때부터 알고 있었다. 시 험을 직접 치렀으며, 본인이 까발렸으니 모를수가 없다 그러나그 강함의 끝이 보 이지가 않았다. 8륜의 마법을 이토록 간 단히 분쇄할 수 있는 무인이 얼마나 되겠 는가. 무공의 완성도는 대마법사에 근접 할지도 몰랐다
“마법은 아직도 갈 길이 먼 거 같아요.”
“멀다고? 지금 나를 놀리는 것이냐?”
“알면서 왜 그러세요, 저는 실력에 대해 선 농담하지 않습니다.”
“섬뜩한 말을 서슴없이 하는구나.”
고작 2년, 길게 잡아봤자 3년이었다.
정우의 마법은 8륜에 달해 있었다. 대 마법의 흐름을 배웠다고는 하나, 성장 속 도가 괴물 같았다 그런 놈이 아직도 마법 에 대한 목마름을 느끼고 있었다.
‘말년에 고생길이 훤하구나.’
동양철학에서 청출어람은 스승의 참다 운 보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리차드 교수 에게 정우는 애증의 대상이다. 아직은 역 전당하고 싶지 않았다. 무공은 분야가 다 름을 인정하지만 마법이라면 얘기가 달랐 다. 마법의 위대함올 알기에도 부족한 시 간이건만, 정우는 어느새 턱 밑까지 쫓아 왔다. 바로 밑에서 더 을라가지 않으면 호 된 채찍을 휘두르는 존재이기도 했다
‘윤정이만이아니었어.’
윤정이가 한동안 정우와의 대결에서 자 신감을 잃고 방황을 했었다 리차드 교수는 그때 윤정의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 주었었다. 그러나 이젠 윤 정이가 아니라 자신 차례였다. 이대로 역 전된다면 마법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 것 같았다; 그 조바심이 배탈을 부추겼다
“이 망할놈, 그흐름? … 젠장!”
“동지가되어서 기쁩니다.”
“악마같은녀석, 내 욕심이 과했어.”
“강해지고 싶은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 지요. 헤헤.”
“웃지 마라! 너한테 정들고 싶지 않아!”
리차드 교수는 악마의 유혹에 걸려들었 음을 대마법의 흐름을 읽고서 깨달았다. 이 흐름을 읽어 내면서 8륜을 완벽하게 마 스터하게 되었다. 그것이 풀어내지 못할 족쇄로 변했다.
“앨런가를 건드리다니, 네놈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한 배를 탔으면 서로에게 숨기지 말아
야죠.”
사실을 말해줘서 고맙기는커녕, 리차드 교수는 벼랑 끝에 선 기분이었다. 낭떠러 지로몰아놓고, 허튼짓하면 밀 놈이 분명 하다
“네가 대단하단 건 인정하마 그래도 이 건아니지.”
“아닌데 어쩌죠? 이미 손을 댄 걸. 이제 와돌이킬 순 없잖아요. 혹, 빠지고 싶으면 말씀하세요.”
이젠 빠지고 싶다고 해서 빠지지 못한
다
대마법의 흐름이 리차드 교수의 마나 흐름과 동조를 해 버렸다. 버리고 싶다고 해서 버릴 수 있는 상황과 거리가 멀다: 그 러기 위해서는 완전한 대마법사가 되어야 한다.
‘이 물귀신 같은 녀석이 발 뺀다고 순순 히 놓아줄 리 만무하고.’
정우는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다. 선택 은 리차드 교수가 했다. 나중에 후회할 수 도 있다고 경고했는데도 불구하고, 리차 드 교수는물리지 않았다
“저번에 부탁한 아이템은 완성됐나요?”
“만들기는 했는데 어디다 쓰려고?”
“알고싶으세요?”
“끄옹아니다.”
리차드 교수는 웃으면서 답하는 정우가 무섭게 다가왔다. 이놈의 꿍꿍이를 알지 못하니 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런 쪽으로 골머리를 썩고 싶지도 않았다
“일거리를 잘도 늘려 주는구나:”
“입이 귀에 걸리셨으면서도, 투정하시 는겁니까’?”
“마법사로서 당연한 거 아니더냐”
정우는 한 배를 탄 기념으로 리차드 교 수에게 루크가 죽음으로서 기증한 마법 슈트를 보여주었다 평소 마법아이템에 관 심이 많은 리차드 교수였기에 마법 슈트는 신세계를 열어 주었다. 나이를 초월한 화 염 마법사다운 정력, 아니 정렬이었다
“배터리 개발은 어떻게 됐어요?”
“이놈아 나도좀쉬자”
마도공학을 연구하기도 바쁜데, 하이퍼 팩토리의 배터리 개발까지 참여하고 있었 다. 몸이 10개라도 부족한 현실이다 그럼 에도 이놈은 쉬지 않고 사람을 들들 볶는 다
“돌아가시면 영원토록 쉴 수 있답니다”
“할말못할 말이 따로 있지, 그게 스승 한데 할 소리냐 그리고 내 몸이 여러 개도 아니고. 일좀줄여줘라”
“어차피 학교와 맺은 계약도 올해가 끝 이잖아요.”
명예 교수직을 학교에서 제안할 테고, 리차드 교수는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럼 남 교수와 정 교수가 책임지고 마법 학과를 말아먹을 게 분명하다.
정우로서는 마법학과가 망하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이미 단물을 빼먹을 때로 빼먹은 후였다. 마법학과를 나왔다고 해 서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는 것도 아니고. 그저 유니크 전문학교의 졸업장이 필요할 뿐이었다.
“학과에 대한애정이 없구나?”
“경쟁력이 없으면 사라지는 게 현실입니 다”
“네 일 아니라고 막말하지 말거라. 정 교수와 남 교수에게는 생계가 걸린 일이 다.”
“그럼 학생들은무슨 죄입니까"
생계를 위한답시고, 무능력한 교수들 을 끌고 가려는 생각부터가 잘못되었다. 그러니 마법학과가 경쟁력을 잃고, 매번 존폐의 위기에 버}지는 것이다. 리차드 교 수는 본인의 실력뿐만 아니라 남 교수와 정 교수의 실력도 증진시켜야 했다. 아니 면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교수를 데려오 거나. 둘중하나도하지 않았다는건, 어 쩌면 직무유기였다:
“능력이 아니라사람이 먼저인 법이다”
"그래서 저는교수님과 한 배를 탄 겁니 다”
“됐다, 그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