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11화 (211/500)

해외진출 전에 판을 좀 깔아 놓고, 돌 아와서 마무리를 할 계획이다 제 3장 음모중첩 (3)

무문연합 총회의.

각 무문에서 무림대회를 위해 충당해 야 할 자금을 의논하기 위해서다 무림대 회장은 회의가 있기 전부터 건설 중에 있 었다. 비용충당을 위해 은행에서 무문연 합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은 상태다. 하지 만 애초의 건의보다 대회장의 규모가 커지 면서 날짜도 길어지고 막대한 비용이 소 모되었다 늘어나는 비용에 대한 분배 비율로 갑 올논박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이호극이 불씨를 지폈다. 금강문에서 무림대회의 간 판올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비 용의 대부분을 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무림대회장 곳곳의 문파를 광고하는 간판 올 설치하겠다는 의도였다

“응당 본문의 이름에 걸맞은 성대한 대 회가 되어야 하니, 돈이라면 걱정하지 않 아도 될것이오.”

“연합의 무림대회이거늘, 어찌 금강문 이 행사를 주도하겠다는 거요.”

“그러면돈을더 내시든가요?”

“말씀이 과합니다. 금강문이 무문연합 의 대표라도 되는 줄 아십니까!”

이호극의 시선이 자신의 주장을 튕겨낸 도해문주에게 향했다. 부리부리한 안광이 금방이라도 사람을 잡아먹을 듯 흉포하 다. 요즘 이미지가 개선되어 그렇지, 원래 부터 이M은사람잡아먹을상이었다.

“나이도 어린놈이 눈 똑바로 뜨고 어디 서훈계질이야”

“본인은 도해문의 문주요, 말 함부로 하

지마시오.”

신임 도해문주는 아무래도 다른 무문 연합의 수장들보다 연륜이 부족할 수밖 에 없다. 그렇다 해도 그는 7대무문의 한 축인 도해문의 수장이었다 나이가 어리다 하여 도해문주를 무시하는 행위는 옳지 않았다 이는 금강문주의 명백한 실언이었 다

“그렇소, 이 문주께선 그쯤 하시오.”

“어린놈이 어른을무시하는데, 가만히 있으라는 겁니까? 대체 전임 도해문주는 아들에게 뭘 가르쳤는지 원.”

“어허, 말씀을삼가하시오!”

“쯧, 이래서 실력보다 예절교육을 먼저 해야한다니까”

이호극의 옳은 말에 무문연합의 수장 들은 혀를 찼다. 다른 누구도 아닌 금강문 주가 저런 말올 할 자격이라도 있는 건가-예전부터 지 꼴리는 대로 행동을 하고, 수 틀리면 판올 엎기까지 한 인간이 예절올 따지고 있었다. 적반하장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똥통에 빠져 버린 개 가 겨 살짝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다

‘뚫린 입이라고 막말올 서슴없이 하는 구나.’

‘여론이 이 사실을 알아야하는데.’

‘이 막장 인간이 어떻게 영응으로 탈바 꿈이 되었단 말이더냐.’

‘너무 오래 살아서 더러운 꼴을 보고야 마는구나,

금강문주의 인지도가 나날이 상승하 고 있었다. 백날 여론에 호소하며 반박올 해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는데다 팀킬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랜덤 케이브를 막아내었 고,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각 무문과 길 드, 연합에서도 사용하는 핵심전술이 되 었다. 이후로 랜덤 케이브가 나타나도 피 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 점이 크게 부각되어 화제성에 있어서 5위 안에 들었 다

‘이번에도 금강문에 넘겨주면 안된다’

‘반드시 우리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단체의 인지도가 중요한 시대다.

무림대회의 주체가 금강문이 되면 다음 대 연합무문의 수장을 봅는 데 유력한 후 보가 될 수 있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금강 문주가 연합무문의 수장이 된다고 해 봐 라. 지금도 저처럼 안하무인인데, 수장이 라는 꼬리표를 달기라도 하는 날엔 핵폭 탄 급 재앙이었다. 무문연합의 미래를 위 해서라도 발 벗고 나서야 할 일이다

‘예의범절을 언급한 건 나도 좀 민망하 네.’

이호극이 신임 도해문주를 건드린 건 정우의 계획이었다. 도해문주와의 언쟁은 다른문파를 자극하기 위한 빌미였다. 이 렇게 되면 비용 부담이 애초의 계획보다 더 늘어날 게 분명하다.

‘회의 끝나고 나면 다들 어떤 표정일지 궁금하네.’

이호극의 속셈도 모른 채 회의는 과열 양상올 띠었다

‘적당히 보조를 맞추며 기간을 늘리라 고했겠다.’

무림대회는 언제든 하면 된다. 날짜는 정해졌지만 표를 배급한 것도 아니고, 미 루면 그만이다. 대회장이 완공되는 시기 에 맞춰서 열면 된다.

총 회의 장소에서 염화를 봤다

전번의 일도 있고, 며칠간은 얼굴 들고 다니지 않을 거라 봤는데 신색은 담담한 편이다. 다만, 석양처럼 붉게 물든 머리카 락과 달리 눈빛은 어딘지 모르게 차가워 보인다. 그날의 고통으로 깨달은 바가 있 음을 시사했다 고요한 침묵 속에 정우와 염화가 마주

하고 있었다

‘하아 여전히 어려운 사람이야.’

시간이 길어지자, 염화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사람을 그렇게까지 개 잡듯이 팼으면 예의상 미안하다는 말 이라도 하긴 마련인데, 여전히 냉철하다. 그렇지만 속에 있는 말을 끄집어 내봤자 제 얼굴에 침을 뱉는 짓이 되었다

“너무한 거아냐?”

“딱히.”

정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손사래를 쳤

“죽는줄알았다고.”

“그런 걸 두고, 자업자득이라고 하지.”

“한마디를 안지는구나:’

“ 떳떳하니까”

염화는 3형제의 실력을 탐색하기 위해 서 미인계를 내세워 대결올 벌였다. 불순 한의도로 인한불미스러운 사고였기에 조 목조목 따져 보면 흑금단주는 잘못하지 않았다 기량 미달 사태로 제멋대로 날뛰는 속 성을 잠재워 주기까지 했다. 상황만 놓고 보면 고맙다고 해야 하는데, 고맙기는커녕 울화가 솟구친다. 여자로서의 대우는 바 라지 않아도, 최소한 사람대접올 해주기 를 레랐건만 더 심하게 다뤘다. 삭신이 비 만오면 쑤신다.

염화로선 그때의 대결 가지고 물고 늘 어질 명분이 없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올 찾아야 했다. 감정이 아닌 냉철한 이성올 바탕으로

“남의 약점을 잡고 협박한 건 잘못이잖 아”

“그럼 그좋은 정보를 썩히라고?”

상처는 들쑤시고, 약점은 물고 늘어지 라고 했다. 이것이 전략의 핵심 전술이다. 너무 심하지 않냐고? 개인이나 단체나 이 두 가지를 행하지 않는 집단은 없다고 단 정한다 특히 단체가 될수록 더 심했다.

“내가 원해서 얻은 것도 아닌데, 너무하 는거아냐”

“너 정도면 세상 돌아가는 원리를 알 때도 됐을 텐데. 혹시 아픔을 나누면 치유 가될 거라 생각한 거야?”

“누가 그렇대.”

설익은 관계에서 아픔을 드러내는 건 어리석다. 그것이 족쇄가 되어 발목을 잡 는 경우가 허다하다. 단체에 속해 있으면 더욱 그렇다. 단체가 추구하는 이념에 따 라서, 개인은 시궁창으로 처박히기도 하니 말이다

“떳떳하면 밝히면 되잖아.”

“컨트롤이 되지 않으니까그렇지.”

염화도 속성을 컨트롤할 수 있으면 했 다: 내부에 숨 쉬고 있는 거대한 힘을 쓰지 도 못하고 방치해야 하기에 더 답답하다. 그러면 최소한 위로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 자식은 약점을물고 늘 어지고 있었다:

“컨트롤하면 되지.”

“누군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하는 거 야‘?!”

“방법이 있어”

“말같지도 않?… 뭐라고?”

“있다고”

“정말?”

속성을 컨트롤하는 방법이 있다면 염 화는 자신의 몸은 물론 영혼까지 바칠 준 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 도 방법을구하기 어려웠다. 아버지조차 달리 방법이 없어서 속성을 봉인해 놓고 있었건만. 흑금단주는 있다고 말하고 있 었다

‘날 속이는 거면?’

비급을 미끼로 손과 발을 묶겠다는 거 면 곤란했다. 염화는 문파에 위기를 초래 할 거래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떠보려는 거면 하지 않는 게 좋아”

“싫으면 마”

아쉬운 기색은커녕 단칼에 돌아선 혹 금단주의 태도에 염화는 혼란을 느꼈다. 원래 낚시를 하려면 미끼라도 내미는 게 정상이다. 맛이라도 보여줬으면 이해라도 하지. 시작도 하기 전에 잘라내 버렸다:

‘심리전이야 속지마’

염화는 스스로가 냉철한 이성을 소유 하고 있다고 자부해왔다. 누구와 마주해 도 말로는 물러서지 않올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생애 처음으로 패배감을 안겨준 대상, 혹금단주와 있을 때면 유리 멘탈이 되어 버리곤 했다. 특히 저 건들거리는 손 가락에 왜 이렇게 거슬리는지. 마치 ‘네가 안 걸리고 배기냐’라고 약 을리는 것처럼 들린다

‘그래도 진짜라면?’

방법이 있다면 불감청고소원일 수밖에.

염화는 흑금단주의 속내를 읽어내기 위 해 안간힘을 썼지만 대화를 해야 답이 나 오지 미연에 차단해 버리니 속만 태웠다. 그렇다고 이대로 손을 놓으면 두 번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혹금단 주의 강함을 체감하지 않았다면? 그랬으 면 또래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하면 살아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강함은 평범한 수준으로는 따라가지 못할 압도적인 차이 를 보였다. 이대로는 흑금단주의 발끝에 도 미치지 못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망할!’

염화는 흑금단주와 주도권 싸움을 시 작한 걸 후회해야 했다 제 발등을 찍히고 도, 손을 내밀어야 하는 현실이었다 그러 나 저 얄밉도록 태연한 혹금단주를 보고 있자니, 차마붙잡지 못하겠다 내적 갈등과 선택 장애가극에 달한 염

화는 복지부동 자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데, 갈등할 시간도 별로 없었다. 흑금단 주가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이대로 떠 나 버리면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깃들었다 저벅!

발?을 내디딘 정우의 손목을 잡는 염화 였다

잡자마자 후회가 밀려온다

스의

돌아선 정우의 입꼬리가 만개한다

빠직!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염화

는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뻔히 흑금단주의 수작임을 알면서도 당하 고 있었다. 혹금단주가 펼친 거미줄에 제 스스로 먹잇감이 되기 위해 날아든 격이 다 처음부터 말을 시키지 않는 건데, 컨셉 을 잘못 잡았다 그 패착이 빠져나오기 힘 든수렁이 되었다.

‘이왕버린 몸. 그래, 갈때까지 가보자:’ 흑금단주의 주먹으로 전신성형을 당한 상태다. 원상태로 돌아올 때까지 걸린 시 간올 상기하면 염화는 화가 치밀지만, 와 신상담의 옛 고사를 상기했다

“알려줘”

“부탁하는태도가 영 맘에 안들어.” 염화의 주먹이 부들거렸다 혹금단주는 뻔뻔하게 얼굴을 내밀며, 치고 싶으면 치 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알…려주세요.”

“손모양이 그게 뭐야?”

염화는 두손을공손히 모았다.

“이러면 됐지.”

“동공에 적의가 가득한데.”

“싸우자는 거야?”

“상대는 되고.”

와! 이 망할놈의 주둥이!

속을 뒤집어 놓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

다. 염화는 참기 힘든 모욕감이 몸올 부들 부들 떨었다. 그럼에도 움켜쥔 주먹올 뻗 지 못한 채 분을 삭여야 했다. 막말로 덤 빈다고 해서 손속에 인정을 둘 인간이 아 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개망신과 더불 어 전신성형을 각오해야 했다. 이쯤 되니 이성은 조각조각 분쇄되어 가루가 되었다.

“정말이럴 거야?”

“그러니까 성의를 보일 때 잡았어야지.”

“성읜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그건네 사정이지.”

얄밉기가 천하무적이다

염화는 사람을 가지고 노는 흑금단주

의 화술에 머리뚜껑이 열리는 줄 알았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애초의 태연함은 무너졌고, 자 존심은 박살 났다. 그렇다면 얻을 건 얻어 야 한다. 이대로 가 버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어쩌지? 쌩몸으로 확 덮쳐?’

염화는 처음이다. 남자와의 교접을 이 루지 않은 순수함을 지녔다. 그러나 딱히 순수하고 싶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맘에 드는 남자를 만나지 못했올 뿐이다, 관계 를 맺는다고 몸과 영혼이 더렵혀진다는 구 시대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진 않았다.

그런다고 몸이 닳는 것도 아니고.

“걱정마라 난 한입으로 두말하지 않으 니까”

“아니기만 해!”

거짓말일 경우 염화는 목숨을 걸고서 라도 응징하고 말겠다는 결의를 불태웠다. 가장 먼저 저 밉살맞은 주둥이부터 찢어 서불태울 것이다

“그 전에 할 일이 있어.”

“또 뭐? 말투나 손 모양 동공에 대한 지 적이라면 가만안둘 거야!”

말 같지도 않은 걸로 트집을 잡지 못하 도록 염화는 미연에 차단했다. 그러나 그 런 염화보다 정우가 한수 위에 있었다. 같 은수를쓸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화술은 전략과 전술 못지않게 의외성과 창의성이 있어야 했다. 상대가 생각하지 못한 수를 써야한다.

“속성이 거칠지?”

“당연한소린 그만하고. 그래서 뭐?”

“좀 부드럽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어.”

“부드럽게?”

고기 육질 다지는 것도 아니고, 부드럽 게 만들 필요가 있다니.

염화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몸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속성은 사악하며, 탐욕스럽다. 부드러움하고는 거리가 멀었 다

곧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너 설마?”

“예로부터 매 앞에는 장사 없다고 했지

아마 너도 느껴봤잖아.”

전신에 소름이 쫘악!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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