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10화 (210/500)

하라가 본 정우는 완벽함의 대명사다. 또한 사태를 악화시키는 천부적인 소질 올 갖추고 있었다: 풍파를 몰고 다녔다. 이 미지를 최대한 부드럽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었다 제 3장 음모중첩 ⑵

-띠링.

문자가왔다

정우는 일이 있다고 해서 자리에서 일 어나 제 방으로 들어갔다. 그때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는 또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화장실을 찾는 척하더니 방의 모퉁 이를 돌아 정우의 방을 찾았다.

정우의 방문을 연 인물은 유 회장이었 다

“할말이란 게 뭐냐?”

“당분간 거리를 뒀으면 해서요.”

“이 녀석, 혹 하라하고 헤어질 작정이더 냐?”

“제가아니라 금강문입니다.”

“또뭔 꿍꿍인게야?”

편한 마음으로 찾아왔던 유 회장은 심 장이 덜컥 가라앉는 오싹함을 느꼈다. 이 놈은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하지만,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홀러가는 경향이 있었다.

일전에도 앨런가와 엮일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벌렁거린다. 얼마 남지 않은 수명을 단축 시켜 주는 데는 천부적인 재간을 갖추었 다

“꿍꿍이가 아니라 전략입니다”

“그런 걸 왜 집들이에서 하냐는 이 말 이다”

“터놓고 말하기에 이보다 더 편한자리 가없으니까요.”

“내가올줄알고 있었구나.”

“바늘 가는 데 실이 안 따라오겠습니 까.”

유 회장의 저택으로 초청장을 보냈다. 초청 대상이 하라지만 유 회장이 보고서 가만히 있을 거라곤 판단하지 않았다. 유 회장 나름대로 뒷조사를 했기에 새로 지 은 집이 궁금할 테니.

사실 정우의 집은 이 근처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수천 평이나 되는 땅올 사서 단독주택을 지었으니 잡음이 나올 수밖에.

“됐고, 내가네 말을들어야할이유는 없지 않느냐.’’

“듣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런 썅!

유 회장은 성질을 돋는 이놈을 어떻게 하면 고분고분하게 만들 수 있을지 진지하 게 고민해야 했다. 처조부를 대하는 자세 가 아주 엉망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 일어 서서 나가면 왠지 모르게 뒤통수가 무지 하게 괴로울 것 같았다

“해 봐”

“뭘요?”

“지금나놀리는게早?”

“그러니까, 처음부터 들어보신다고 했 으면 좋았잖아요.”

“말장난 그만하자 나바쁜 사람이다”

“그런 분이 한가하게 집들이나 오는군

요.”

유 회장은 내심 오래 살았음을 실감했 다. 자신 앞에서 이토록 주둥이를 자유분 방하게 떠드는 녀석이 있을 줄은 몰랐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런 강단 있는 녀석들 은 거의 사리지다시피 했었다

“무문연합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하기로 한건 아시죠.”

“그런데 그게 나하고무슨 상관이라는 거냐.”

“여기서 문제, 예산이 얼마나들 거 같 습니까?”

“대층 아무 데서나 열면 되지, 거창하게

예산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무인은 폼 에 살고 폼에 죽는다고 하지요. 아마 꽤나 큰 대회장이 필요할 테고, 대결 시 버틸 수 있는 내구성도 갖추어야 합니다. 아마 예 상하시는 것보다 더 큰 비용이 소모될 겁 니다.”

“100억 단위가든다는말이냐?”

“그렇습니다”

“돈 지랄이 따로 없구나. 설마 나보고 내라는 건 아니겠지, 난그런 쓸데없는 데 돈 쓰는 사람이 아니다”

유 회장은 이득이 되지 않은 일에 자금

을 쏟아부을 만큼 한가하지 않았다. 인정 에 호소하려고 했다면 사람을 잘못 봐도 한참 잘못했다

“그리고 네놈도돈 많지 않느냐”

“제 돈보다는 남의 돈으로 생색을 내야 기분이 좋지 않겠습니까.”

“양심에 털이 나지 않고서야, 심보가 아 주고약하구나”

자기 돈도 아니면서 생색까지 내겠다니, 유 회장은 자신보다 더 독한 놈을 보고 있 었다. 돈을 쓸 대상이 누군지 모르지만, 억장이 무너질 듯하다

“무문연합의 회비만으로 층당이 되지

않을 테고, 누군가 더 내야 하는 형편입니 다”

“더 내려는문파가 있는 것이냐?”

“대부분일 겁니다. 개최의 주도권을 쥘 문파가 아무래도 유리할 테니까요. 무엇보 다 문파의 건재함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하고요.”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말이구나:”

“단순히 치열해지는 걸로는 성이 차지 않습니다 과열 양상을 보여야 하니까요.”

유 회장은 이 망할놈이 뭘 원하는지 전 혀 감지가 되지 않았다. 원래 이쯤 들으면 전체적인 구도가 잡혀야 하는데, 도무지 납득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무림대회에 돈 자랑을 해봤자, 제 살을 깎아 먹는 행위가 된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보여주기 식 문화의 폐해겠지요. 그러 나 어쩌겠습니까? 우린 형식에 얽매이는 것을”

개인뿐만 아니라 단체도 과시욕의 대상 이었다

내실보다 겉으로 보여 지는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했다. 참으로 불필요한 일에 심력을 쏟고, 비효율적이기는 한데. 그렇 다고 거스르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 들이 화려한 겉치장을 중시하는데, 혼자 실속올 중시한다고 외쳐봤자 의미 없었다.

“그래서 나하고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 이냐?”

“관계가 아주 깊습니다”

“어째서?”

“앨런가 때문이지요:’

여기서 갑자기 앨런가는 왜 튀어나와.

유 회장은 욕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전번의 일처리는 예상 범위를 한 참이나 초월했다. 다른 이도 아니고, 앨런 가의 대공자를 죽였으니. 만약 사건의 진 범인 정우가 발각되기라도 하는 날엔 대한 그룹도 무사하기 힘들다

그렇다치고.

무림대회와 앨런가의 연관성을 찾지는 못했다. 앨런가가 우리나라의 무림대회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만무하고?

“앨런가가 본문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하긴,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정도는 감 지했을 테지.”

“채 회장의 의도도 수상하고요. 제게 아주 많이 서운해하더군요?”

“쌍욕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줄알아”

유 회장은 자신이 채철민의 입장이었다

면 화가 치밀다 못해, 뒷골올 잡고 쓰러졌 을 것이다. 그만큼 채철민은 궁지에 몰릴 대로 몰려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일우그룹 의 채국환 회장이 앨런가를 부추기고 있 는 실정이다. 채철민으로서는 하루하루가 바늘방석에 있는 심정일 텐데. 정작 이놈 은 한가하게 집들이나 하고 있었다

“궁지에 몰릴수록 사람은 극단적인 선 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때 의 기투합할 대상이 필요할 테지요?”

“나보고 손을 내밀라고? 내가 왜?”

“만에 하나라도 채철민이 사실을 토설 하면 그땐 어떤 일이 벌어질지 할아버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앨런가의 대공자를 죽인 건 너잖아”

“저야물론 사실대로 말을 하겠지만 채 철민이 과연 혼자 독박을 쓸끼요.”

유 회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자 소 름이 돋았다

채철민은 고분고분 당할 성향이 아니 다. 채국환과의 분쟁을 끝내기 위해 극단 적 선택을 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금강문 은 불법적인 일엔 나서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채철민으로서는 다른 선택올 해 야 한다. 다만, 그 선택 안에 앨런가가 포 함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까? 어찌 되었든 채국환은 채 회장의 아버지야”

“골육상쟁은 앨런가의 등장부터 시작 되었습니다. 이제 와 멈춘다고 한들 감정 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는데 신뢰하 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리고 재벌가 는 왕가와 마찬가지입니다. 채국환의 성향 상 이빨을 드러낸 자식을 용서할 것 같습 니까?”

유회장은수긍해야 했다 그가아는 채 국환은 냉혈한이다. 자식이라 해서 아량 을 베풀지는 않을 것이다. 하물며 자신에 게 이빨을 드러낸 자식이다. 열 손가락 깨 물어서 안 아픈 자식은 없다는 말을 되짚 어 보면 더 아픈 손가락이 있다는 의미도 된다

“내가어쩌길 日]라는것이냐?”

“채철민은 본문이 아니라 다른 쪽으로 손올 벌릴 겁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게 현재로선 많지 않겠지요.”

“나보고 돈을 빌려주라고?”

“전면에 나서라는 게 아닙니다. 회장님 은 거들기만 하면 됩니다”

“하아아! 네 머리엔 도대체 뭐가 들어 있는거냐?”

유 회장은 소름이 돋았다. 이 망할 놈

이 그리는 그림의 구도가 이해가 되었다. 처음에는 어느 하나도 이어지지 않고, 따 로 놀았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오자, 모든 퍼즐들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완벽한 틀이 구축되었다.

소름 제대로 돋았다

유 회장은 이놈의 능력이 어디까지가 끝인지 갈피를 못 잡았다. 20살도 안 된 놈의 머리에서 나왔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무시무시함이 전해졌다. 힘만 센 놈이라 면 이렇게까지 놀라지 않았다. 어디에 내 놔도 빠지지 않는다 여겼던 손녀도 정우에 비하면 손색이 있음을 인정해야 했다.

‘거기다 망설임 없는손속까지.’

일반적인 상식은 가뿐히 넘어서는, 경이 로움마저 느꼈다.

적이 된다는 싱싱만으로 오금이 저려 오는 유 회장이었다 살아오면서 누군가에 게 두려움올 가져본 적이 없건만, 정우는 무서웠다. 어떻게 해서든 하라와 이어 놓 아야 할당위성을 부추겼다

“무서운 녀석, 모두가 네 손바닥 안에서 노는 장기짝에 불과하구나.”

“누군가의 장기짝보다는 낫잖아요.”

“당하는 입장도 생각을 해 보거라, 자 칫큰화를불러올수도 있어.”

“하지만 시작은 제가 하지 않았습니다” 시작을 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시작을 했다면 끝장을 봐야 했다. 그래야 뒤탈이 생기지 않는다. 어설픈 양심 타령을 할 거 면, 자연으로 돌아가 농사나 짓고 살았어 야 했다. 잔혹한 현실에서 나자신을 증명 하고, 성공하고 싶으면 그만한 각오는 해 야 한다. 하물며 케이브와 마물이 등장하 는 시대다. 강하지 않으면 잡아먹히는 약 육강식이 판을 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선택이야? 강요지.”

“할아버님올 신뢰하기에 미리 말씀드린 겁니다:”

설령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정우라 면 층분한 능력이 되었다. 그런데도 먼저 알려주었다는 건 신뢰하고 있음을 뜻했 다

“끄응; 네 말대로흐}마”

“감사합니다. 설령 일이 잘못된다 해도 대한그룹에는 피해가 가지 않올 겁니다. 그건 제가 보장합니다:”

“됐다. 한배를탄 처지에나만살겠다 고 외면하진 않는다 최소한 난 그렇게 살 아오지 않았어.”

“제가 이래서 할아버님을 신뢰하지 않

을수 없다니까요.”

“이제와아부해봤자 소용없다 이 녀석 아! 하라한테나잘해!”

정우는 아공간에 보관해 둔 술 1병을 꺼냈다. 시중에서 파는술이 아니라 직접 담근 술이었다

“미성년자라서 술못 마신다며.”

“부모님이 보고 계셔서요, 예의는 차려 야지요.”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머거 리라더니. 네 멋대로사는구나?”

“그때그때 상황 맞춰서 사는 거죠. 일단 한잔드셔 보세요.”

정우가 담가 놓은 술은 일반적이지 않

았다. 케이브에서만 나는 불사초로 담근 술이다. 불사초의 효능은 검증이 되었다. 죽은 사람도 살리고, 병치레 없이 무병장 수할 수 있다고 하여 유명해졌다. 하지만 케이브에서도 극히 미량이며 최소 100년 은 되어야효능이 있었다

“200년 된 불사초로 담근 술입니다.”

“?…정말이냐?”

“할아버님을 위해서 특별히 남겨두었습 니다.”

유 회장도 말만 들어봤지, 불사초는 본 적도 없었다. 하물며 100년도 아니고 200 년이나 되었단다. 이런 걸로 구라칠 녀석 이 아니기에 입 안에 침이 고인다.

“그 전에 결계 좀 칠게요.”

“아니,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 있습니다”

집에 술에 환장한 개코가 있었다. 아마 병을 따는 순간 방 안으로 들이닥칠 가능 성이 컸다 그리고 그 인간은 너무 건강해 서 더 이상 건강해지면 재앙이었다 봉!

병을 따자, 방 안에 불사초에서 우러난 주향이 들어찼다.

유 회장은 벌써부터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대로라면 새장가를 들어도 마누라가 견디지 못할 지경이다. 왜 그렇게 다들 불사초, 불사초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능히 불로장생을 하고도 남을효능이 있었다 또르르!

잔에 술을 채웠다.

유 회장은 조심스럽게 마셨다

후륵!

입 안에 들어간 술은 혀에서 식도를 타 고 내려가면서 탁한 기운들을 정제하고 있었다. 나이가들면서 기능이 떨어졌던 오장육부가 생기를 찾아갔다. 얼마 지나 지 않아 유 회장의 얼굴이 달라졌다. 좀 전까지만 해도 주름과 기미가 있었건만, 보톡스를 대량으로 투여한 사람처럼 팽팽 해졌다.

“어때요?”

“굉장하구나: 내가손^사위를아주잘 둔 모양이야.”

유 회장은 남은 술에 시선이 갔다. 저것 만 있으면 불구에 가까웠던 성 기능이 정 상으로 돌아올 듯싶었다. 나이가 들어도 사내로서 당당하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었다. 오늘부터 수고할 사람들이 많을지 모른다 정우가 술을 내밀었다

“정말로 주는거냐?”

“당연하죠, 우리 사이에.”

“이거 왠지 죽기 전에 사료 먹는 기분이 구나.”

“싫으면 말고요.”

유 회장은 냉큼 술을 받아 옷 사이에 숨겨 놓았다 정우가 말한 개코가 혹여 냄 새를 맡을 수 있기에 마개를 확실하게 닫 았다:

“누가 싫다고 했느냐.”

띠리링, 띠리링月

정우와 유 회장이 원만한 합의를 끝냈 을때 전화가왔다 휴대폰올 확인한 유 회장은 헛바람올 삼켰다

“이놈도 양반은못되는군”

“그만큼 급한 거죠. 하지만 덥석 물면 곤란해요?”

“내가이 바닥경력이 몇년인데, 그걸 모르겠느

“아무렴요”

유 회장은 짧게 통화를 한 후, 방을 나 섰다. 품에 있는 귀한술을 들키지 않도록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기사를 따로 불렀 다. 차에 고이 모셔 놓으라는 신신당부를 잊지 않았다 정우는 흑금단에 연락올 넣었다

“계획대로 진행해.”

예, 단주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