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이 아는 한 아들은 공과 사가 분명 했다. 대주주가 되어 아비를 부려 먹고 있 는 것만 봐도 견적은 나온다. 어쭙잖게 혈 육을 내세우면 본전도 찾지 못한다 이쯤 되니 오히려 누나가 걱정이 된다. 괜히 집 자랑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염려가 있었다 제 2장 집들이 (4)
형제간에 대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여보 뭐해?”
“?…알았어.”
김 여사의 부름에 냉큼 집 안으로 들어 가야 했다.
아니라 다를까 김 여사는 고모의 추궁
에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다. 대체 어떻게 집을 마련했는지 알아내려고 안간힘을 쓰 는 고모다. 미국 복권에 당첨이라도 됐느 냐는, 당첨됐으면 가족끼리 나눠 써야 한 다는 둥 말 같지도 않은 소릴 당연하게 하 고 있었다
“그런 거 물어보려고 오셨어요?”
“우리 사이에 이러기야?”
“형님도 잘살잖아요.”
“지금은밥 벌어먹기도 힘들다고. 얼마 나 힘든데, 눈 밑에 기미 안보여?”
기미야 나이 들면 자연히 생긴다
‘또 시작이네.’
윤미의 남편인 조일상은 한숨이 나왔 다. 경기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밥을 굶을 정도로 못살지는 않았다 최소 한 중산층 이상은 되었다. 그런데도 얼굴 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말만 들어보면 동네에서 폐지 주우면 사는 줄 알겠다. 지금 입고 있는 옷만 해도 100만 원이 넘어가는구만
‘여보, 욕심 좀그만부려.’
그래도 이 으리으리한 집은 일상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근래에 들어 하이퍼 팩토 리가 연일 상승주가를 달리고 있다고 하 더니 대박이 난모양이다 윤미는 비법이 있다고 봤다. 일상의 바 람과 달리 그녀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 다. 가족 간에 숨기는 거 아니라며. 평소 연락한 번 하지 않으면서 이럴 때는 가족 올 잘도 내세웠다. 그럼에도 떳떳한 걸 보 면 안면의 강도가 다이아몬드를 능가했다
“이러면 나속상해.”
“정말로 정우가 한거예요.”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못 믿으면 하는수없죠.”
김 여사도 어수룩하지는 않았다. 고모 가 어려운사람이기는 하나, 김 여사는 형 식에 얽매이지 않는 편이다. 모히려 맺고 끊는 것에 관해서는 일가견이 있었다. 그 리고 사실대로 털어 놨다. 믿고 안 믿고는 고모의 선택이었다
‘돈 좀 벌었다고 위아래도 없네. 흥! 세 발배기도 믿지 않을 말을 나보고 믿으라 는거야!’
윤미는 입이 댓 발 튀어나왔다. 정우는 20세도 되지 않았다. 그 나이에 돈을 벌 어 대저택을 산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일인가.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요즘 떠도는 말처럼 혼술, 혼밥, 고독사가 유행 하지도 않았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날뛰 고 있는 시기에 청년들은 열정페이에 시달 리고 있었다.
또한 동생의 회사가 잘된다고 해도 2년 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규모의 대저택을 지으려면 최소한 수십억, 어쩌면 백억은 더 들 것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론 불가능 했다 미국로또가 아니면, 불법적인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컸다
‘혼자만잘살겠다는 거야‘?!’
윤미는 아랫배가 살살 아파왔다. 모르 는 사람이야잘살든, 말든 관심 없는 편인 데. 자신보다 형편이 어려웠던 동생이 재 벌이 되니 배가이프다
“정우야 네가 말해 보거라: 사실이니?”
“그렇습니다”
엥?
윤미의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조카의 대답을 바라고 묻지 않았다. 태연히 그렇 다고 답을 할 줄은 몰랐다 이를 당연하다 고 해야 할지, 아니면 뻔뻔하다고 해야 할 지 고민이 되었다
‘얘 봐라’
윤미는 곧 인상을 찌푸렸다 어른을 상 대로 버릇없이 농담한다고 생각했다 그녀 는 당해보라는 심정으로 어떻게 돈을 모 았는지 자조지종을 설명해보라고 했다.
“그 돈 버는 솜씨 좀 고모한테 알려줄
래?”
“알다시피 한국 사회는 인맥으로 돌아 갑니다: 그 인맥을 활용해서 투자할 대상 을 정하는 겁니다. 저는 대한그룹의 금지 옥엽과 사돈관계에 있습니다 이건 텔레비 전을보셔서 아시겠지요.”
정우는 우리나라의 주가 흐름과 동향 에 대해 분석한 자료를 막힘없이 토해내었 다. 근 몇 년 간의 변화와 현재 상종가를 치고 있는 종목에 대해서 줄줄이 꿰고 있 었다. 또한 벌어들이는 수익에 관한 운용 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딱 맞아떨어져 갔다.
“종자돈을모으는 것이 어렵지, 그다음 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어때요, 좀 이해가 가십니까? 아니면 더 설명을 해 드려야 하 는겁니까’?”
“?…너, 그걸 다 어떻게 아는거야?”
“돈을 벌고 싶으면 이 정도 지식은상식 입니다?”
幻식이라고?”
윤미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 했다
어려운 경제 용어는 물론, 최신 금융시 스템에 대한 지식이 넓지 않았다. 학교를 제대로 다닌 것도 아니고. 성적이 우수하 지도 않았다
“원하는 만큼의 투자금액이 모인 후에 는 투자처를 골라야 했습니다. 코스피에 상장된 회사부터 상장되지 않은 회사까지 검토를 한 후, 아버지의 회사가 투자처로 유망하다고 봤습니다 하이퍼 팩토리의 배 터리 사업이 신 성장에너지 사업의 선두 주자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알고 계시죠?”
알긴 뭘 알아?
정우는 하이퍼 팩토리가 주가를 올리 고 있는 1등 공신이 본인임을 감추지 않았 다. 대놓고 내가 이런 대단한 수완을 가지 고 있음을 밝혔다 그 잘난 체가 지극히 상 식적이면서 체계적이라서 고모를 벙어리 로 만들어 버렸다. 인정사정없이 몰아치는 경제흐름의 폭풍 같은 지식전달에 고모는 영혼마저 탈탈 털리는 기분이었다:
‘와,오빠는고모도 갈구네.’
팩트로 갈구니, 답하기도 어렵다.
수연은 엄마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괴롭히는 고모가 얄미웠지만 압도적인 지 식으로 깔아뭉개는 오빠의 클라스에 두 손 들었다 저 똥고집의 고모가 얼이 나가, 거의 울상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고모의 귓구멍에 돈 버는 방 법을 알려주겠다고 경제지식을 융단폭격 하고 있었다.
‘그만!’
윤미는 말문이 막히자, 방법을 바꾸었 다. 이대로는 조카의 화술에 말려 본전도 못 칮고 물러설 판이었다
“정우야 나는 그저 힘들어서 같이 좀 나눠 쓰자는 거야? 가족끼리 돈 가지고 기 분이 상해서야 되겠니?”
“그렇게 어려우세요? 제가 보기엔 옷도 명품인데.”
“이거 예전에 산 거야, 오래 입었어. 그 리고 요즘엔 하루 살기도 어려워. 집안에 남아 있는 재산도 없고.”
윤미는 인정에 호소했다. 조카라면 당 연히 고모의 어려움을 위해 발 벗고 나서 야 한다는 당위성까지 부여했다.
“지금 거지나 마찬가지야 남편 사업도 잘 안 되고 있거든. 너는 고모가 밖에 나 앉아야 속이 시원하겠니?”
“그럴 리가요:
잘 운영되고 있던 일상의 회사는 부인 의 말 한마디에 경영난에 시달리는 도산위 기의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윤미는 이쯤 됐으면 통할 거라고 봤다. 그러나 조카를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본 행 동이었다
“고모의 집이 시가로 20억이 넘어가는 데다가 민수의 명의로 집이 하나 더 있네 요. 고모부의 회사 연 매출이 600억인데 비해 가족 부양과 기부 명목으로 내세운 자금이?…!”
“.2”
윤미는눈만 동그랗게 떴다. 집안의 재 정을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이는 비 단 그녀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편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그간 기부를 해오기는 했 어도, 교단과 짜고 기부액을 조절했었다
“네가그걸 어떻게?”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투자처가 필요
했다고. 가족이니 가장 먼저 조사를 한 대 상이 되지 않겠어요?”
선심을 써서 고모부의 회사에 투자를 하려고 했다는 말이었다. 남의 회사를 멋 대로 조사했다고 욕을 할 수도 없는 처지 였다. 한두푼도 아니고, 수백억이 될지도 모르는 투자였다. 조사는 당연했다. 이는 경제상식이 없는 고모라도 아는 상식적인 절차다 그러니 말문이 막힐 수밖에.
“그거 다 합법적으로 한 일이야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거라고!”
“법률회사와 세무회사에 자문을 구해 봤습니다. 그런 회사가 있냐고 하더라고 요.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게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거냐고 물어봤더니, 국세 청에 연락하라던데요.”
“?…설마 연락한 거니?”
“그럴 리가요, 같은식구끼리.”
그렇게 좋아하는 혈연을 따지기에 정우 는 팩트 폭행과 더불어 가족을 내세웠다. 가족이라서 봐줬다는 뉘앙스다 아니었으 면 지금쯤 국세청에서 탈탈 털어갔을 거 라는 암묵적 협박이 섞여 있었다
“다시 합법적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배 우도록 하죠."
정우는 공과 사는 철저했다. 팩트의 원
점으로 돌아가 고모의 경제 상식올 일깨 우는데 노력했다
“알았어, 이제는.”
“부족해요. 돈 벌려면 더 배우셔야 해 요. 같이 부자가 되어 보자고요! 파이팅, 고모!”
하얗게 질린 고모가 고개를 젓는 데도 정우의 열성은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하 면 일주일 만에 벼락부자가 될 수도 있다 고 유혹까지 했다 고모가 포기하지 못하 도록 강제하는 솜씨까지 압도적이었다 하 지만 능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 이다 사실 정우의 주장에는 명백한 맹점(盲 點)이 있었다.
정우의 능력
-8 륜의 마법.
-9단의 현천공
말도 안 되는 사기적인 스펙이었다. 그 러니 대한그룹과금강문이 연을 맺기 위해 서 애를 쓰지. 아무것도 없는 개털에게 수 백억을 투자하지는 않는다. 그러한 특수 성은 밝히지 않고, 경제지식만으로 고모 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능력이 있어도 금수저가 아닌 이상 성 공하기 힘든세상이지.’
정우의 경우 전생올 기억하고 있으니, 금수저 그 이상이었다. 현실을 압도하는 개세적인 능력이 아니고서는 재벌이 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정우야 그만하자”
“아닙니다: 같이 잘살아야죠.”
윤미는듣고 싶지 않았다 뭘 알아야 새 겨듣지. 그렇다고 정우를 말리지도 못했 다. 하는 말들이 속을 긁어 대는데, 다 맞 는 말이었다. 같이 부자 되기 위해서 노력 하자고 하는데, 그 앞에서 다 필요 없다고 할자신이 없어졌다 그럼 좀 전까지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