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05화 (205/500)

제 2장 집들이 ⑵

윤정은 루크의 죽음 이후로 앨런가의 후계자가 되었다. 여러 후계자들 중에 1명 이나, 앨런가라는 무게를 감안하면 책임 이 커졌다. 그녀는 루크가 해왔던 일들을 차근차근 파악해 나가고 있었다.

일우그룹의 전임 회장인 채국환과 대면

을 했었다. 병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말과는 달리, 그는 건재함올 과시했다. 전 임 회장이 내민 계약 조건은 파격적이었 다. 현 회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준다 면 앨런가의 조건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 겠다고 했다

‘채 회장 쪽에서 정황을 알고 대응해왔 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윤정은 추리를 해나가면서도 편치 않았 다

루크가 해왔던 일들이 합법적이지 않 음을 알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앨런가는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 리지 않았다 자신 또한 가문의 번영을 위 한 소모품에 불과했다.

‘금강문이 관련되었을까?’

일우그룹의 현 회장과 금강문과의 연결 고리는 사망한 채현우에게 있었다. 그의 죽음은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를 해 알려질 대로 알려졌었다. 사건의 중심에 채현우가 있었으며, 다크마스터라 불리는 다크니스 길드장을 금강문이 나서서 제압 했었다 채 회장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금 강문에 지원올 약속했다고 한다

‘지분의 동향도 그렇고.’

윤정은 금강문의 소금강 이강천과 정우

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죽마고우임올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신중하게 접근했다 혹여 오해가 발생해 정우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었다. 최대한 사실에 근접해서 사 태를 냉철하게 분석해 나갔다:

‘가문에서 이 정도도 몰랐을까?’

사건의 본질을 파악해 나가 보면 윤곽 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실종된 루 크와 골드나이트를 수소문하지 않고 있었 다 그 점이 의문으로 남았다.

‘정우 말대로 나를 의심하는 건가?’ 가문의 움직임부터가 수상했다. 일의 선후를 찾으면 실종된 대공자를 찾는 것 이 먼저다. 그럼에도 가문은 태풍이 불어 오기 전처럼 고요했다 귀를 파고들어 오는 묵직한 목소리가 윤정의 상념을 깨웠다

“결정은 하셨습니까?”

“잠시만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 안에 아가씨 께선 자신을 증명하셔야 합니다”

“아직은아니에요.”

“신중함이 때론 독이 될 수도 있습니 다”

그는 앨런가에서 파견이 된 리드라는

자다 후계자로 선임된 윤정을 보필하도록 명을 받았다. 하지만 단순한 보필이라고 하기에는 강압적인 면모가 은연중 드러나 고 있었다

“알았어요, 준비하세요?”

“그러지요.”

윤정은 그가 시험하고 있음을 깨달았 다. 이쪽에서 어떤 식으로든 움직이도록 히고, 반응을 살피려는목적이었다:

-이대로 있을 텐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본문은 불법적인 의뢰는 받지 않습니다”

-일이 잘못되면 금강문이라고 무사할 것같나?

“이거 참 앨런가는 무섭고, 본문은 만 만히 보시는 거 같군요;

-……누가 그렇다는 건가, 약조를 했으 면지키란 말일세.

“약조는지킵니다?

전화기 속에서 불만이 섞인 볼멘소리가 작게 들렸다 그는 먼저 손을 써 주기를 바 라고 있으나, 수신자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럼에도 요구할수 없기에 답답함까지 전 해졌다.

정우는 조급한 채철민 회장과 달리 여

유가 있었다. 믿고 기다리라며 살살 달래 주기는 했으나, 그의 안전을 염려하진 않 았다.

-대한그룹의 유 회장이 부탁해도 이렇 게 나올 텐가?

“제답은 같습니다.”

■흥,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걸세.

“올바르지 않은 일을 행하는 것보다는 낫지요.”

부정한 청탁은 한 번도 위험하다 그 한 번이 여러 번이 되어 발목을 잡기 때문이 다 정우는 애초에 여지를 주지 않았다. 그

러면서 유 회장과의 관계가 공고하지 않은 협약된 관계임을 암시했다 전화를 끊었다.

정우는 때가 무르익어가고 있음을 읽었 다

“예로부터 쓸모를 다한 사냥개는 국 끓 여 먹으라고했었지, 아마”

저금통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배를 갈라 나머지를 꺼내야 할 시기가 다가왔 다. 이제 거의 다 털어 먹을 대로 털어 먹 기는 했다 정우는 미련을두지 않았다. 그간쏠쏠 하게 봅아 먹었고, 지분 정리도 끝이 났다 대한그룹과 연계를 한다면 일우그룹 내에 서 실세로 올라설 수 있었다. 앨런가와의 협약은 차후의 일이 될 테고.

“혹시라도 주둥이를 털면 곤란하지.”

채 회장은 가만히 앉아서 속절없이 당 할 만큼 어리석은 자는 아니다 본문이 나 서지 않을 때를 대비하려고 할 것이다. 그 러나 루크의 죽음으로 채 회장은 앨런가 와 협상은 물 건너갔다 결국 다른 선택을 해야할수밖에 없다

“바람잡이가 필요하겠지.”

정우는 남아 있는 찌꺼기까지 단숨에 청소해 버릴 큰 그림을 그려놓았다. 앨런 가가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는 구상되어진 그림 안에 있었다. 예상을 벗어나고 싶겠 지만, 애초에 선택을 잘못했다.

“이래서 친구는잘사귀고볼 일이야”

상담료를 받지 않는 대신, 무료봉사는 아니었다. 그만한 대가를 충분히 받았다. 그러나 신증을 기할 필요는 있었다. 윤정 이가 금강문을 의심할 정도면, 앨런가도 어떤 식으로든 움직임을 보일 게 분명하 다

“모든 일은 타이밍이 중요하지.”

무림대회는 다른 때보다 예산이 많이 소요되리라 판단이 되었다 이는 각 무문 이 각출을 하기로 되어 있으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서 과욕을 부려야 할 만큼 사정이 좋지 많은 문파는 과다출혈을 감 수할 것이다.

세상에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은 혼치 않다. 이를 알고서도 행한다면 그만 큼 궁지에 몰렸다는 의미가 된다.

“살살속을좀 위태롭게 해줘야지, 크크 크크.”

진행을 위해서 몇 가지 마법적인 장치 를 해 놓았다. 혹금단에게는 배역에 맡는 행동을 하도록 일러 놓았다.

“아량을베풀어, 말아?”

흑금단에게 명예롭게 죽을 기회를 제 공해 줄까; 하는 고민을잠시 해 봤다 정우는 고개를 저었다. 쓰레기를 쓸모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아직 사용 할 때가 무궁무진한데, 벌써부터 관용을 베푼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나도참많이 변했어.”

예전 같았으면 이런 감상적인 생각은 하 지도 않았다. 사람다운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부듯함을 느낀다. 이래서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나처럼 5번 이상 전생을 경험해 봐야 사람 구실을 하 게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진강백 이놈이 나를 사람 구실……빠득!”

여전히 진강백을 떠올리면 애증이 서렸 는지, 짜증이 치밀면서 이가갈린다. 이 망 할 놈이 아니었으면 5번의 전생에서 다잘 먹고, 잘 살았을 것 같아서 더 그렇다. 사 람이 좀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데, 그렇게 다 가져가야 속이 후련한 것인지.

똑똑.

노크에 상념이 닫혔다

“들어와;

수연이 방문올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수연이는 벌써 179cm를 넘기고 있었다. 중학교 2 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성인이 대쉬를 할 만 큼; 정신에 비해 훌쩍 성장했다. 그러나 여 전히 정우의 마음에 들지 않은 육체이기 는 하다 더 강력하고, 파괴력 넘치는 강건 한 육신이 되었으면 하는 오빠로서의 바른 마음0] 있었다

“집들이 준비안해?”

“준비 다 했으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신경 쓰이게 하니까 그렇지. 엄마는 언 제 음식 하냐고 그러잖아”

“어제 준비 끝내 놓고 아공간에 저장해

놨다. 요리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 드 려.”

정우는 김 여사가 집들이로 피곤해 하 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집들이를 한 다고만해 놓았다: 오빠의 철저한 준비성에 수연은 안도했 다

“아, 다행이다”

“티 내진 마라”

“나도 이제 다 컸다고, 짬밥이 얼만데.”

엄마도 사람인데, 요리가 마음에 안든 다고해봐라.

다음 날부터 라면만 먹고 살아야 한다.

“크긴 뭐가커, 190도안되면서.”

“시끄러!”

김 여사의 요리 솜씨가 나브진 않다. 그 러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 었다. 규모가 커지면 일정한 맛과 모양을 유지하지 못하신다 정우는 특급 요리사를 고용해서 요리를 대량으로 만들어 놓고, 보존마법을 걸어 아공간에 저장했다. 테이블과 의자도 따 로 준비를 했기에 아버지와 김 여사가 애 를쓸 필요는 없다 그저 자리에 참석해 집 주인 행세만 해주시면 된다

“그런데 어쩐 일이야?”

“ 뭐가?”

“오빠는 번잡한 거 싫어하잖아, 아! 이 참에 상견례 하려고?”

수연이 아는 오빠는 번거로움을 자초할 만큼, 사회성이 강하지 않았다. 모든 일을 자기 위주로 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뭔가 를 할 때는 꼭 당위성을 부여했다

“겸사겸사”

“오오, 어디까지 진행한 거야? 설마 잤 어?”

“잤으면?”

“잤으면 잔거지, 그게 대수야.”

2”

정우는 순간 층격이 쓰나미처럼 밀려오 고 있음을 체감했다 동생이 그저 침대 옆 에서 잠을 잤다는 의미로 말하지는 않았 을 것이다. 어떤 행위인지 의식하고 있었 다. 그런데도 지나치게 대수롭지 않게 말 했다. 요즘엔 노래 가사에서도 인스턴트 사랑처럼 잠을 자고 연애를 시작한다는 말이 있을정도다

“너 혹시?”

“혹시 뭐?”

“아니다.”

“뭐가아닐까‘? 호호호.”

이거 날 시험하는 건가?

정우는 수연의 대가리가 나날이 성장하 고 있음올 실감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품에서 앵앵거리던 녀석이 남녀 간의 은밀함을 거론하고 있었다 세월 참 빠르다.

여하튼 전생이었다면 수연의 나이에 혼 인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현생에 서 수연이 결혼을 한다면 세상의 시선이 날카롭게 변할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정보가 빨라졌고, 보기보다 빠르게 애들 이 발랑 까지기는 했어도. 10대의 사랑은 아름답게 포장 받지 못한다 내 동생이 남 들한테 비난 받으면서 행복하지 않은 결혼 을 하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 축복받은 결혼을 해도, 이혼이 많은 현실이었다.

무엇보다

‘내가그꼴못보겠다.’

어떤 놈이 처남이 될진 모르지만, 단서 조항이 있었다.

“수연아”

“왜?”

“내 5성 공력을 받아내지 못하는 자는 인정할수 없다”

“절반이면 양호하네……가 아니잖아! 그 런 말도 안 되는 단서조항이 어디 있어! 평 생 결혼하지 말라는 거야?”

한순간에 수녀원의 수녀가 된 기분이 다

수연은 100세까지 순결함을 유지할지 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막말로 오빠의 5성 공력은 자신도 받아내지 못한 다. 현천공이 6단에 이르렀지만 5성의 공 력이 실린 오빠의 진의가 깃든 주먹을 맞 으면 먼지가 되어 홑어질 것이다 더 무서운 건 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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