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01화 (201/500)

제1 장

염화방문 (3)

“금강문의 이강현입니다.”

“화천문의 권우화입니다”

대결의 예를 갖추었다. 그러자 좀 전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공간이 되었다. 둘 이 뿜어내는 기세가 팽팽하게 대립했다. 뇌기와 화기가 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부 딪쳤다.

츠츠츠츠!

경지를넘어선자만의 영역.

제공권이 부딪치며 타는 듯한 열기가 훈련장올 불태운다. 사나운 영역 싸움에 서 강현과우화의 시선이 교차했다.

큭달라’

금강문의 신룡다웠다. 우화는 짐짓 가 벼웠던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3형제가 보 였던 경솔한 행동들이 가식처럼 다가왔 다 결코 섣불리 대적해선 안 된다는 걸 깨 달았다. 좀 전의 맛이 가 버린 동공이 거 짓말 같다

‘그러나지지 않아’

탐색전은 마음에서 지웠다.

우화의 기세가 또 한 번 바뀌면서 뜨거 우면서도 차갑게 가라앉았다 불같은 성 향에 예리함이 더해졌다고 보면 된다. 염 화일기공으로 발현된 화기가 뇌기를 베어 내고 있었다.

‘과연.’

정우의 말대로 염화는 대단했다

강현은 뇌력광마신공을 아끼지 않고 끌 어올렸다 그녀를 상대로 힘올 아끼겠다는 건 어리석었다. 염화와 마찬가지로 전력을 탐색하겠다는 의도는 지웠다 파팟!

강현의 탄보와 염화의 염왕보가 격돌했 다

훈련장이 넓기는 하나, 그들에게는 좁 았다 고속이동올 통해 궤적을 산출해 내 며, 빈틈올 찾았다 섣불리 제공권을 뚫고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드러난 빈틈이 허허 실실이었다 무작정 파고들었다가는 반격 당할수 있었다

‘수싸움이 강해.’

염화는 강현이 금강문주나 형제들처럼 강격의 싸움을 하지 않는다는 걸 파악했 다 그는 수를 계산하고, 다음상황까지 염 두에두고 있었다

‘그렇게 봤다면 오산이지.’

피는못 속이는 법이다. 깔끔하게 선을 그리던 강현의 탄보가 투박해지더니, 방향 올 직선으로 잡았다 사각이 아닌 염화의 중심을 파고들었다.

‘설마‘?’

염화일기공을 극한으로 발휘하고 있는 염화의 중심은 화기가 중첩되어 있었다. 이 안으로 파고들어 온다는 건 무식함의 극치였다

‘사람을 잡지.’

나아가는 권로(W8) 에 권기澤氣)가 모여

권강(WJ) 을이루었다:

강현은 찰나, 염화의 망설임을 읽었다. 그것으로 족했다. 금강문의 본질은 불굴 의 의지와 강력한몸빵이다.

꽈아아앙!

화르르르!

거친 굉음이 훈련장을 울린다

황소가 거칠게 투레질을 하듯, 화염의 파편이 사방으로 토해진다. 불의 파편의 나선을 그리며 퍼져 나갈 때, 강현과 염화 가 1* 간격올 두고 마주했다 날카롭게 빛나는 안광은 친선대결이라는 성격을 벗 어났다.

‘과연명불허전이구나:

‘방금은 위험했어.’

강현과 염화는 한 번의 공수로 서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선을 다해야 만하는 대결이었다

“우우우우! 너무진지하다:”

강우와 강천이 전력을 발휘하는 형의 진지함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단 여자 를 상대로 지나치다는 발언은 하지 않았 다. 그런 말을 했다가는 염화가 가만있지 않올게 뻔하다. 여자를잘모른다고는 해 도, 기본적인 상식은 있었다 염화의 성향 상 남성우월적인 발언은 위험했다

‘여하튼 그걸 막네.’

‘보통은 당황하다 처 맞는데.’

염화의 방어는 강우와 강천에게도 놀람 을 선사했다 권격이 도달할 순간 방어할 타이밍을 잃었건만, 기공이 살아 있는 생 명체처럼 위기에 대응했다. 염화일기공이 일반적인 화염공의 수준을 벗어났다는 의 미다. 그 말은 평범한 공격은 그녀의 방어 를 뚫지 못한다는 뜻이 되었다

“재밌나 보구나.”

“싸움구경인데, 당연히 재?…응‘?”

강천, 강우의 고개가 오른쪽으로 팩! 돌 아섰다.

위험하고 익숙한 목소리였다

시선이 모여 고정된 장소.

정우가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서 있었 다

‘언제온 거야?’

‘우리가 너무 집중한건가?’

염화와 형의 애정쟁탈전에 집중하기는 했었다 그렇더라도 위치가 애매하다. 훈련 장으로 들어오는 입구 문이 정면에서 보 인다. 눈을 깜빡이는 타이밍을 제외하고 는 뻔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지척, 바로 옆에서 옆구리를 찔러도 될 거리를 내주고 말았다. 암살자였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저세상으로 하직했올 것이다

“어떻게?”

“어떻게는 문열고들어왔지.”

“못 봤는데?”

“봤어야지.”

“그런데 못봤다고.”

문은그렇다치고, 결계는?

외부에서 결계를 뚫고 들어오면, 파동 이 전해져야 했다. 미세한 파동은커녕, 아 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이렇게 주의력이 없어서야 쯧쯧!”

주의력 문제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설명 을 해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뻔히 눈 뜨 고 코 베이는 심정이었다

‘문을 열 타이밍에 시야각까지 조절했 다는 의민가? 아니면 그냥 빨랐든가?’

두 가지의 가능성 모두 강우, 강천에겐 소름을 선사했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과 정우가 작정하면 누구도 피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체감하게 해주었다. 나 름 10년이 넘도록 같이 했지만 양파도 아 니면서 까도까도 계속 나오고 있었다. 어 디가 한계의 끝인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전에 비하면 좀늘었네.”

정우의 예리한 안목이 염화를 흝었다. 일전의 무기력한 패배가 그녀에게는 약이 되었다 족히 한 단계의 발전을 이루었다

‘왜 속성을사용하지 않지?’

십혈사도와 전투를 벌일 때도 염화는 속성을 운용하지 않았다. 그저 순수 무공 으로 십혈사도와 겨루었다 개개인의 역량 은 비슷할지 몰라도, 상대는 10명이나 되 었다. 비등한 실력이라면 10대 1은승산 이 없다. 그럼에도 염화는 속성을 사용하 지 않았다

‘속성이 없나? 잠재등급이 6급인데 그 럴 리가.’

정우로서도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녀가 비록 전에 비해 실력이 늘었다고 해도, 강현은 쉽지 않은 상대다. 더욱이 강현은 속성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염화와 대등한 결전을 펼치고 있다

‘가속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속도에 만이점이 있는게 아닌데.’

신속이라고 하여 속도를 가속시키는 것 에만 중점올 두었던 강현에게 층고를 해 주었다. 외부가 아닌 내부에 속성을 발휘 하면 지금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고. 굳이 내-외부를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말 처럼 쉽지는 않다. 외부의 가속과 내부의 가속은 폭발력이 완전히 다르다. 빨라지 는 만큼 육체가 감당해야 하는 과부하가 만만치 않았다:

‘그 벽올 넘지 못한다면 여태 헛수고한 거지.’

무인에게 안분지족은 독이다. 현재에 만족을 해선 안 되었다. 강해지기 위해선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이고 단련해야 한 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로 운이나 기연 만으론 통하지 않는다. 결국에는 본인의 능력이 있어야만 생존할수 있다 물론, 출발선상은 불공평하겠지만

‘그건 그거고, 궁금하네.’

염화의 속성이.

사용을 안하는 것인지, 아니면 못하는

것인지.

둘다문제는 있다

퍼퍼펑!

뇌기와 회기가 격돌하며 훈련장을 불태 웠다. 불연재로 만들지 않았다면 진작 불 쏘시개로 화했올 것이다. 격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격렬해지고 있었다. 둘 다 누가 더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시소 게임이 되었다 하아

염화는 체감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어 렵다는 것올 강현은 이제껏 만난 후기지 수 혹금단주를 논외로 치더라도 발군이 었다. 왜 금강일룡으로 불리며 차세대 고 수로 평가 받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수 계산이나보다빨라’

금강문의 진의(R義)는 무식함에 있다 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강현이 계 산된 플레이만 펼친다고 본다면 오산이었 다. 과감할때 과감하고, 냉철할때 또 냉 철했다. 무인으로서의 완성도가 굉장히 높았다 염화일기공의 생화(生火)가 아니었 다면 방어가 뚫렸을 것이다.

‘불길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반응 하는구나,

공수에서 우위에 있는 강현도 답답하

기는 매한가지였다. 공간을 만들어 사각 에 섰음에도 불길이 반응하여, 최적화된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전력이 실릴 타이밍을 교모하게 비틀었다. 또한 염화와의 공수에서 차이는 크지 않았다. 한끗, 뭔가 다른 수를 쓰지 않는 이상승 패를장담하기 어렵다

‘이대로는 안돼.’

‘하는수없군.’

승부수를 띄운다

강현과 염화는 결심을 굳혔다. 생사를 도외시한 대결이 아닌, 승패를 겨루기 위 한 대결로 상대를 했었다. 그러나 그것이 안일한 마음가짐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었 다. 이 팽팽한 간극을끊어내기 위해서는 상대를 짓밟아 버리겠다는 투기가 있어야 했다 보여주기 위한 무공은 광대 짓에 불 과하다 무공은 전의(戰意) 즉 살생을 이루 어야만한다: 후후

정우의 입꼬리가올라갔다

‘이제좀볼만하겠군.’

어쭙잖게 서로의 역량을 가늠하겠다고 벌이는 대결은 강현과 염화에게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 더 강해지려면, 벽을 넘 으려면. 반드시 이기고자하는 투쟁과 전 의가 있어야 한다

-뇌력광마신공 극뇌극의 광뇌아.

-진염화일기공 극염극의 패염무.

가지고 있는무공은 달라도, 패도를 지 향하니 비슷한 성향을 띄었다. 사위를 짓 누르는 뇌기와 화기가 격렬하게 부딪친다 그럴 때마다 공간이 뒤틀리면서 흔들렸다 출렁거리는 결계가 그 증거다. 일반적인 수준을 벗어나 있음을 시사했다

‘더 강해졌잖아’

‘젠장 더 벌어졌네.’

강우와 강천은 형의 무력이 한 단계 이 상 발전했음을 깨달았다. 거의 따라잡았 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건만, 앞서 나가고 있었다.

쩌어엉!

충돌이 있을 때마다 뇌기와 화기가 어 우러졌다가 깨져 나가며 편린이 비상한다 떨어져 내린 한 줌의 뇌기와 화기에 훈련 장이 타들어갔다.

그리고 곧, 염화와 강현이 승패를 결정 짓는 최후의 일격을 토해내었다 꽈르르릉!

천둥에 비견되는 굉음올 동반하며 가 공할 파괴력을 지닌 나선이 맹렬히 회전한 다. 선명하게 흐르는 수많은 나선들은 쇠 를 베어낼 만큼 날카로웠다

크억!

거친 비명, 염화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염화일기공을 바탕으로 한 패염무의 극 의를 담은 구룡화가 산산조각으로 흩어졌 다. 이어서 중심올 두드린 뇌기를 담은 권 격에 타격올 받았다. 염화일기공이 위험을 느끼고, 방비를 하지 않았다면 이번 공격 에 쓰러졌을 것이다 멈칫!

비틀거리며 물러선 염화의 상태에 강현 은 멈추려고 했다 정우의 전음이 파고들었다

-계속해.

-대결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몰아붙여.

- 어째서?

-속성을쓰지 않았잖아

-자칫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질 수 있어.

-그럴 리가 날몰라.

강현은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언제 들 어왔는지는 몰라도, 정우라면 충분히 감 당할 능력이 되었다. 하지만 왜 그렇게까 지 해야 되는지는 납득하기 어렵다. 어쩌 면 염화는 속성을 사용하고 있는 것일 수 도 있었다

‘하는수없지.’

강현은 뇌력광마신공올 운용하여 금강 팔격을 펼쳐냈다 금강팔격은 금강문의 기본적인 권격임 과 동시에 정수다. 오히려 승부를 완벽하 게 결정지을 때는 절초보다는 기본권올 위주로 펼쳐내는 편이 낫다. 절초는 위력 이 강한 만큼 빈틈이 생겨 반격의 여지를 남긴다. 그에 반해 기본권은 위력은 절초 에 비해 부족하나 틈이 생기지 않는다 절 초로승기를 잡고, 기본으로 굳힌다. 이는 승부의 미학이었다 퍼억!

빠른 가운데 느리고, 느린 가운데 빠르

정중동(靜中勤, 동중정(動中靜).

강현은 타이밍을 재는 데 고수였다. 염 화의 반격 타이밍을 철저히 봉쇄하며 실익 을 챙겼다. 특히 허초를 적절히 실어 염화 의 반격을 역으로 이용해 틈올 만들었다. 염화의 입장에서는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제공권에서 벗어나야해.’

염화는 강현의 수를 읽어나가고 있었 다. 그러나 공방올 이룰수록 반격할 틈이 없다는 사실을 체감해야 했다 다음 수가 읽히지가 않았다. 머릿속의 시뮬레이션이 엉망진창으로 변해가며, 불필요한 초식이 많아졌다.

‘이 와중에도수 싸움을 하려 하다니.’

상황이 어려울수록 냉철한 판단을 하 기가 어렵다. 분명 전투에서 냉철함은 중 요하다 그러나 냉철함만으로 승부를 뒤집 지 못하는 때가 있었다. 과감히 승부수를 던질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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