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장
염화방문 ⑵
“자 마셔 봐라”
‘‘고마워요.”
한 잔 마시자, 몸 안으로 커피의 향이 진하게 울려 퍼졌다 아!
염화는 그간 마셨던 커피가 진짜가 아
님올 체감했다. 이 깊은풍미는 정신마저 맑고 또렷하게 해주었다. 다루는 솜씨를 봐서 보통은 아니라고 봤는데, 달인의 경 지에 올라선 듯하다. 특히 어디에서도 맛 보지 못한 독특한 향까지 있었다. 이만하 면 프랜차이즈를 해도 대박이 날지 모른 다
“향이 정말좋네요. 아라비카인가요?”
“네가 커피를 좀 아는구나. 저 무식한 인간은 맛과 향을 모른다니까.”
김 총관은 염화를 칭찬했다 커피의 맛 과 향 역사를 토론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 다 본문에는 그런 토론을 할 만한 상대가 정우밖에 없는데, 이 녀석도 전투 외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써, 향은 개뿔! 시럽 어디 있어‘?”
이호극은 벌떡 일어나 통에 담긴 시럽 올 커피 양의 절반에 해당하는 만큼 마구 집어넣었다. 그래도 쓴지 입 안에 시럽을 털어 넣는 만행을 저지르자 김 총관이 부 들거렸다. 남의 정성을 파괴하는 데는 일 가견이 있었다 그것도 가장 짜증나는 방 법으로.
“기껏 만들어 줬더니, 뭐하는 짓이야?”
“그래서 다방 커피로 달라고 했잖아!”
“커피의 맛도 모= 무식한 인간아!”
“손님 앞에 두고그게 문주한테 할소리 야!”
“그런 걸 따지는……. 휴우! 내 말을 말 아야지.”
“이제와 고상한 척하기는 위선자 같으 니라고!"
염화는 골이 지끈거렸다
자칫 금강문주와 김 총관의 꼬임에 넘 어갔다가는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나저나 금강문주는 들리 는 소문대로 정상은 절대 아니었다. 이런 문파에서 혹금단주와 같은 자가 나왔다 니, 납득이 안된다
‘돌연변이가 아니고서야.’
혹금단주의 신상내력올 파악하고 싶은 데,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의 성향 은 물론무공, 출신성분까지도.
강천, 강우, 강현은 염화를 격렬하게 환 영했다.
무문연합 회의에서 봤을 때와는 또 달 랐다. 그땐 스마트한 여성정장에 머리카 락을 검게 염색했었다 그럼에도 육감적인 몸매를 감추기 어려울 만큼, 성숙한 여인 의 향기를 물씬 풍겼었다 와
여자의 변신은무죄라고하더니, 3형제 는 심히 공감했다 페미닌룩으로 단아하고 여성스럽게 차 려 입은 염화의 세련된 패션에 눈이 호강 올 하고 있었다 근래에 접선을 했던 여인 들로 인해 안구에 암이 걸릴 뻔했건만, 드 디어 완치가 되었다. 역시 여자한데 든 병 은여자로치료가되었다
“열렬히 환영합니다 염화소저.”
소저가 뭐야? 영화 찍어. 그렇죠, 누님.”
“누나, 천이라고불러주세요.”
강현, 강우 강천은 열심히 들이댔다 보 다 더 자신을포장하게 위해 문짝만한 어 깨와 팔로 이어지는 툭 튀어나온 실지렁이 같은 근육을 드러냈다 힘을 줄 때마다 전 신의 미세한 근육들이 옷을 가볍게 투영 했다 꿈틀, 실룩
보통은 이처럼 완벽한 근육올 보기 어 렵지만 금강문에서도 흔하다는 게 단점이 었다. 어딜 가나 이 정도 근육은 다 있었 다 집을 지키는 잡좀 개도 근육으로 무장 한 킬베로스라는설이 있다
‘여자들은 어깨에 뿅 간다고 했지.’
‘손목 위의 근육도.’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여성의
취향을 존중하며, 항상 주시하고 있는 증 이었다. 형제의 관심사는 무공과 여자분 이다.
“반가워요.”
3형제의 열성적인 환영에도 염화의 반 응은 미지근하다 다만, 화천문의 대표로 서 결례가 되지 않는 선에서 예를 갖추었 다 쿵!
염화의 도도함에 3형제는 심쿵했다
바람에 살랑거릴 때 옷 사이로 비쳐진 부드럽게 이어지는 심한 굴곡은 침샘올 자극해 주었다 연예인을 봐도 이렇게까지 두근거리지는 않았건만, 염화는 사내를 끌어당기는 매력을 지녔다. 특히 어떠한 상황에서도 굽히지 않을 걸크러쉬한 분위 기는 남자를 압도하는 면이 있었다. 남자 도 때론 여자에게 안기고 싶은 충동이 생 긴다. 저 풍만한 가슴에 안긴다면 얼마나 안전할까? 에어백이 없어도 층돌 시 상처 하나 생기지 않을 듯싶다. 각도를 조절하 지 않아도 되는 완벽한 쿠션이었다.
‘아서라 형수님이다’
‘헛소리, 나보고웃었거든.’
‘다들꿈 깨, 제수씨야’
3형제의 몽상 속에선 염화와 아름다운
미래를 설계했으나, 현실은 개꿈에 불과했 다
염화는 보란 듯이 3형제가 아닌 다른 이를 찾고 있었다. 그에게 깊은 관심이 있 음을 시사했다
“혹금단주는어디 있나요?”
“그 녀석은 왜?”
그 새끼라고 할 뻔했다
3형제의 실망감과 자조감이 실렸다
“자빠트리려고요.”
“예?”
지나치게 노골적인 대답에 3형제는 할 말을 잃었다
하긴, 여성스럽게 차려입었다고 해서 염 화의 성격까지 바뀌지는 않는다. 그녀의 화끈한 성향은 무문연합 회의 때에도 익 히 경험했다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빠져 주겠다는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하고 있었다. 한데, 자신들에게만은 자유분방하지 않았다. 이 순간만큼은 정 우가 얄미워서 회가 치밀었다.
“임자 있는 몸입니다”
“골키퍼 있다고골안들어가나요.”
염화가 자세를 취하니, 염기가폭발한 다. 저 정도면 골키퍼가 아니라 골대에 공 구리를 쳐 발라도 못 막을 듯싶다
3형제는포기하지 않았다. 최소한 10번 올 찍어 보는 뚝심올 발휘했다.
“헛수고예요. 그보다는 우리처럼 현실 가능한 상대를 알아보심이.”
“제 이상형은 저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 에요.”
3형제는 전략적으로 합의를 보았다
일단은 정우라는 대적을 몰아내야 한 다. 그래야 다음이라도 있지. 이대로 가면 또다시 정우에게 미녀를 빼앗기게 된다. 어떻게 된 게 주변의 미녀들은 전부 자석 에 끌리 듯 정우를 향했다. 정우의 별명은 아무래도 미녀블랙홀이 분명하다 흡수되 기 전에 차단해야 한다 빠지면 답 없다.
“그러시다면 제대로 찾아오신 겁니다”
“저를 제압하실 수 있다는 말씀으로 들 리는데요?”
“무례했다면 용서하십시오. 하나, 거짓 은아닙니다:’
“자신감은 좋네요.”
3형제는자신이 있었다.
비록 염화가 화천문을 대표하는 신흥 강자라고는 하나; 3형제는 정우가 만든 고 난의 행군을 이겨냈다. 억지로 떠밀려서 강제로 마물을 퇴치해야 했던 지난날들. 강해지는 건 당연했다
“하■나 확인을 해 보지 않고서는 인정할 수없어요.”
“얼마든지 확인해 보셔도 됩니다. 또한 벗으라면 벗겠습니다”
염화가 보여 달라고 하면, 입고 있는 속 옷까지 까보일 인간들이었다. 언제든 태 초의 쌩몸으로 돌아가 육신의 대화를 나 눌 준비가 되었다: 이상한 건, 나름 이성적인 판단력을 가 진 강현의 본능적 행보다 역시 피는못 속 인다는 건가. 아니면 강도높은 정우의 훈 련으로 쌓아왔던 뇌의 무게가 가벼워진 것일까?
호호호.
그제야 염화는 3형제에게 관심올 드러 내며 미소로 화답했다
‘어디.’
그녀는 처음부터 흑금단주에 흑심이 있음을 피력했다. 화천문에서의 일도 그렇 고, 어쩌면 당연했다. 그러나 실상은 3형 제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3형제는 무림대회에 출전한다 반면 혹 금단주는 명단에 빠져 있었다
전투력만 따져 보면 당연했다. 그는 노 는 물이 다르다. 무림대회는 후기지수 중 에서 발군의 실력을 지닌 무인을 선별하 는 과정이다. 이런 대회에 유니크 8급의 괴물이 노닐고 다닌다고 생각해 봐라. 분 탕질의 수준이 남다를수 있었다
‘단순히 힘만 센 바보도 아니고?’
아버지도 인정한 전투력뿐만 아니라 타 의 추종올 불허하는 심기, 망설임 없는 손 속까지. 흑금단주는 무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이상향에 도달해 있었다 지금도 이런데, 더 나이가 들어 문주 급 의 연륜이 생긴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스름 돋네.’
염화의 목표는 흑금단주가 아니라 3형 제였다.
그들의 전력올 분석해, 최선의 성과를 내야 한다. 본문으로서는 이번 무림대회 가 여러모로 중요하다. 알게 모르게 내부 사정이 외부로 퍼져 나갔다. 도해문처럼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아도, 명성에 흠 집이 생겼음올 부정하진 못했다. 내우외 환을 겪고도 화천문이 건재하다는 사실 을 만천하에 알리려면 무림대회에서 선전 하는 방법밖에 없다
‘나 혼자로는 어려워.’
일정 경지에 이르면 상대방의 경지가 눈에 들어온다. 염화는 3형제의 정확한 역 량을 꿰뚫어 보지 못했다. 그들의 가진 역 량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훈련장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강현이 앞장섰고, 염화가 뒤를따랐다
그것이 못내 고깝게 보이는 강우, 강천 이었다 여자를 놓고 형제간에 다툼이 벌 어진다면 그것만큼 꼴불견이 없다고 하지 만.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염화가선택을 하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이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 다
동글동글 앙증맞고 귀여운 이목구비를 지닌 소녀. 금강문의 막내이자 사랑을 독 차지 하고 있는 금지옥엽 이효린이다.
‘오라버니들 파이팅!’
나이가 어리다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본 다면 오산이다: 다 안다고 자신하지는 못 하더라도, 돌아가는 사태는 파악할 수 있 었다 효린은 오라버니들의 투쟁심을 응원 했다. 그래야 저 아줌마가 오빠를 노리지 않을 테니까
‘효린이는요, 10년을기다렸다고요.’
10년 전의 기억은안나지만
8년전도.
훈련장에 들어 선 염화는 안을 살폈다.
‘흔적들이 굉장하네.’
곳곳에 사나운 흔적들이 남아 훈련의 강도를 짐작하게 해주었다. 강화된 훈련장 의 내벽에 이만한 혼적을 새기려면 최소한 권기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훈 련장의 상태만으로 3형제의 역량올 가늠 하진 않았다 직접 붙어 보지 않W, 정답 은나오지 않는다 두웅!
3형제는 훈련장에 들어오자마자 결계 를 쳤다. 강화된 훈련장이라 해도 충돌로 인한 파장이 외부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혹여 훈련장이 파괴되고, 충격으로 인해 건물에 금이라도 간다면 김 총관은 물론 성 여사의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누가할 거죠?”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3형제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대결의 성사는 공평무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선 공정한 승부인, 가위바위보가 적당했 다 형제들간에 긴장감이 흘렀다. 한손으 로 서로의 눈을 가렸다 눈을 뜬 상태로는 승부가나지 않을수 있었다
“가위바위보!”
선택지는 정해졌다.
강현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반면, 강
우와 강천은 입맛을 다셔야 했다 다 된 밥 에 재를 왕창뿌리고 말았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강현이 이 기지 못하면 자신들도 매한가지라는 사실 올. 근래에 강천이 일취월장했다고 해도, 강현과차이가 크지 않았다
‘인사드려, 형수님이다.'
‘이기고서나말해.’
‘그렇다고 너무 심해서도 안 돼.’
강우와 강천은 은원하기가 애매해졌 다. 본문의 위상올 위해선 형이 이겨야 하 나, 그럼 염화를 포기해야한다. 한끗 차 이로, 운이 형에게 갔다. 형제는 갈등했다 형올응원할지, 말지를
그러나 곧 답은 명쾌해졌다
“염화누님 이기세요!”
“누님 파이팅!”
강우, 강천은 형제간의 의리보다 염화 를 택했다. 미녀와 사귈 기회는 흔히 오지 않았다. 더욱이 염화가 같은 육감적인 절 세미녀는
‘망할 녀석들, 그런다고 당할 성싶으냐.’
강현은 여자를 사이에 두고 동생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현실이 우스웠다. 잠깐 어울려 줬을 뿐이었다. 염화가 비록 아름답다고 하나, 그녀에 대해서 아는 바 가 없다. 단순히 얼굴만 예쁘다고 해서 동 생들처럼 해바라기가 되진 않는다;
그리고 가위바위보는 답이 정해져 있었 다. 우직한 동생들은, ‘남자는 주먹’이라 는 말 같지도 않은 우둔함을 보였다.
‘얼마나강한지 보여라 염화’
강현은 염화의 아름다움만을 보지 않 았다. 그녀가 가진 능력을 인정했다. 일전 에 정우는 염화가 자신보다 강하다고 했 었다 과연 그때와 지금, 누가 더 절치부심 했는지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