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들어간 지 1시간이 지났다 리차 드 교수의 날카로운 눈빛이 작렬했다. 공 평무사한 리차드 교수가 친분이 있다고 해 서 점수를 더 높게 주지는 않을 것이다 제 4장 찍으세요 (3)
정우는 수업이 끝난 후, 리차드 교수의 교수실로 찾아갔다 리차드 교수는 자신을 의미심장하게 바 라보고 있는 정우가 껄끄러웠다. 전에도, 이후에도 좀처럼 보기 드는 학생임은 분 명했다. 마법이 경지에 이르면 염력 비슷 한능력이 생겨, 미래를 예지하기도 한다. 한데, 이렇게까지 예상을 빗나가기도 힘들 것이다.
더욱이 무공을 배운 무인이면서, 대마 법사가 될 능력올 갖추었다. 본인만의 마 법컨트롤올 만들어 냈다는 사실만으로, 어쩌면 자신을 능가할지도 몰랐다 스승으 로서 학생의 청출어람은 칭찬을 해야 마 땅한데, 솔직히 배 아프다
“또 무슨일이냐?”
“제자가 돼서 꼭 일이 있어야 찾아뵙나 요.”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비벼대
는 정우를 보고 있자니.
리차드 교수는 교수실 출입문을 닫아 놓지 않을 걸 후회했다. 하긴 닫으려고 하 면, 한발걸칠 놈이기는하지.
“은근슬쩍 넘어갈요량이면, 냉큼 나가 거라”
“왜 이러실까 그러지 말고. 음료라도 드 시면서 차분히 대화를 해 보죠.”
“여긴 내 교수실이야 인마!”
남의 교수실에 들어와서 제 집처럼 집 기를 사용하는 정우의 행태에 리차드 교 수는 어이가 없었다. 그러고 보면 이런 경 우는 흔치 않았다. 마법학과의 학생들 대 부분은 교수실에 오기를 꺼려했었다. 부 르지 않으면 대부분 오지 않았다. 본인의 깐깐하고, 고지식한 성격 때문임을 모르 진 않았다 하아!
리차드 교수는 심호흡을 하고, 흥분올 가라앉혔다. 학생이 선생에게 배움을 구 하기 위해 찾아왔다면, 응당 성심을 다해 가르쳐 주어야 하는 법이다. 무턱대고 쫓 아내는 건 교수로서 옳지 못했다. 아니면 월급 받는 도둑놈이라고 불려도 변명하지 못한다. 다만, 그걸 악용하는 정우가 얄미 우면서도, 신통방통한 면도 없지 않아 있 었다
“하고싶은 말이 뭐야?”
“혹시, 투잡뛸의향이 있으세요.”
“말같지도 않은 소리 할 거면, 나가:”
“의향이 있다면 공유할 마음도 있었는 데, 아쉽네요 그럼 수고하세요.”
정우가 미련 없이 일어나자, 리차드 교 수는 미련이 님고 말았다 매번 사람을 놀 래는 재주가 탁월했던 녀석이다. 전번에 보여주었던 뉴-에이지 컨트롤도 그렇고. 마법에 대한 자부심만 좀 더 높았다면 수 제자로 삼고 싶을 만큼욕심이 났다. 그런 데 이놈이 거절할 것 같아서, 제안을 하지 도 않았다
“끝까지 말을 해야지, 도중에 일어서면 답답해 죽으라는 거냐!”
“ 가라면서요/
“네가 가란다고 갈 놈이면, 두말하지 않 으가:’
두손올들어 항복올 선언한 정우
“이런 못 당하겠네요.”
“능구렁이가 같은 녀석, 머리 꼭대기에 서 가지고 노는구나:’
정우가 자리에 앉자, 리차드 교수는 괜 히 잡았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보내 면 아쉽고, 안 보내면 뭔 말을 할지 겁나 고. 알면 알수록 사람을 힘들게 하는 녀석 이었다:
“제 친구인 강천이를 아시나요?”
“네 친구를내가 어떻게 알아”
“예상대로유명하지 않군요”
“어련하시겠느냐, 하셀럽 씨.”
교수님도 아는 정우의 유명세였다. 하-셀럽의 인기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정작 유명해지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강천은 무명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 고 있었다. 제법 소문의 중심에 있었음에 도 잘도 비켜나갔다. 그 덩치로 유명해지 지 않는 것도 용하다. 님보다 대가리가 2
배만큼 더 큰데도.
“네 친구가뭐하는 녀석인데?”
“금강문의 삼남입니다”
“아, 그 묵언의 금강문주라는 분의 아 들이군. 요즘 그분의 인기가 상당하다지.”
“아시는군0_.”
“묵언의 금강문주를 모르는 사람도 있 냐, 그분의 무용담을 듣는 내내 감탄이 절 로나오더구나.”
정우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작위적 인 미담이 성공적으로 안착을 해 나가고 있었다 리차드 교수님이 속올 정도면, 대 부분의 사람들은 의심 없이 믿고 있다는 해석이 되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목표지점 에 도달하는 시간이 몇 배 이상 줄일 수 있었다:
‘개혁이 필요할때지.’
문제점올 알면서도 바꾸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모순이자 위선이었다 정우는 거슬리는 문제점을 그대로 두고 싶지 않았다
“금강문에서 교수님을 모시고 싶어 합 니다”
“ 나를?”
“교수님이라면 금강문의 부족한 점을 메워 줄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교수님이 바라는 요구조건을 최대한 수용하기로 합 의를 봤습니다.”
“홈,생각을 해봐야겠구나.”
리차드 교수는 고민을 하면서도, 마음 에 들지 않아 하는 표정이었다. 왜 그런지 는 쉽게 나왔다.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 았을 뿐 자신은 대마도사의 반열에 오른 마법사였다. 그런 자신을 스카우트하려면 최소한 문파의 문주나, 총관 장로급이 와 야 했다 그런데 이제 막 유니크가 된 정우 를 보내다니, 성의가 부족해 보였다. 물론 정우의 능력까지 의심올 하지는 않는다. 분명 나이에 걸맞지 않게 되바라진 성격 만큼이나 실력은 군계일학이니까.
“문주님이나 총관님이 오시지 않아서 서운하신가요?”
“누가 그렇다냐, 나를 그런 형식에 얽매 이는 사람으로 매도하지 말거라:”
“그럼요, 당연히 그러시겠지요. 그래서 제가 온 겁니다. 금강문에선 교수님의 스 카우트가 가급적 대외적으로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무문연합 간에 경쟁이 치열해 마도공학 연구가 알려지면 여러모 로 피곤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수님도 그 걸 바라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잠깐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금강문의 정보력을 우습게 여기시면 곤란합니다”
리차드 교수는 화염마법사로 유명하지 만, 그는 마도공학을 연구하고 있었다. 예 전에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주변의 비아냥 거림을 당했으나, 근래에 들어 케이브 연 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성과가 나 오고 있었다:
“시간을 줄수 있느냐?”
“아니오. 지금아니면 안됩니다”
“그건 또 왜?”
“아시면서 왜 그러실까요, 금강문은 무 문입니다 마법에 대한 투자가 인색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웠 습니다 교수님이 망설이시면 분명 금강문 내부에서 이견이 엇갈리게 될 겁니다”
마법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었다 그러나 무인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봤다. 정우처럼 무공과 마법에 통달한다 면 또 모를까. 마법사가 무인을 비하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정우가 제시한 제안은 굉장히 좋았다. 마법사로서 연구해보고 싶은 욕망이 샘솟 는다. 그러나 가벼이 보이고 싶지는 않았 다
“그래도 심사숙고를 해 봐야겠구나.”
“대마법의 흐름올 공유해 보고 싶었는 데, 하는수없지요.”
이번에도 미련 없이 일어난 정우.
하나; 손은눈보다빨랐다
리차드 교수의 손이 정우의 바지를 잡 아챘다. 가겠다면 말리진 않겠으나, 바지 는 놓고 가라는 강력한 의지력이 발휘됐 다
“왜 그러세요?”
“내가언제안한다고 했느냐”
교수로서의 체통 체면, 지위, 명예는 헛 된 망상에 불과했다. 아쉬운 사람은 자신 이고, 정우는손 털었다
“시간을 달라면서요.”
“그러니까 하는 말이다 시간을 달라고 했지, 언제까지 달라고 하지는 않았잖아. 마법사가 돼서 왜 이리 성격이 급해!”
기간한정을 파고드시다니, 고의적 빈틈 이기는 하나 정우는 수긍했다. 리차드 교 수의 절박함이 느껴져서 더 좋았다. 이제 부터 협상의 주도권은 일방적일 수밖에 없 다
“아하 그러셔요.”
“비꼬지 말거라 그 전에 대마법의 흐름 에 대해서 천천히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해 보자꾸나. 너에게도 이런 기횐 혼치 않을 거다”
대마도사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지 만, 리차드 교수는 대마법사 되고 싶은 열 망을 숨기지 않았다. 다른 녀석이 대마법 을 언급했다면, 웃어 버리면 그만이나. 상 대는 정우였다. 마법올 가볍게 여기는 경 향이 있기는 해도, 성장속도만큼은 누구 보다 빨랐다 윤정이 비교 대상에 끼지 못 하는것만 봐도.
“그럼 맛보기로, 살짝 보여드리죠.”
정우도 대마법의 경지에 이르지 못해 구현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읽어낸 흐름을 보여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이것을 가지고 깨닫고, 못 깨닫고는 리차드 교수 의능력에 달렸다 우웅!
정우의 의지가 흐름을 외부로 분출했 다
찌릿!
육신을 파고들어온 흐름에 리차드 교수 는 정신이 바짝들었다 한데, 거기까지였다
정우는 딱, 깨달을 것 같은 간극에서 멈추어 버렸다. 마치 단맛을 본 아이에게 먹고 있던 사탕을 빼앗는 것처럼.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사람을 안달 나게 만들어 버렸다
쓰읍!
리차드 교수는 입맛을 다셨다 푸른 동 공엔 마법에 대한 열망과 욕심이 잔뜩 묻 어 나왔다 더 내놓지 않으면 제자라도 가 만두지 않겠다는 열의가 뿜어졌다 화르르!
리차드 교수의 불타오르는 열의에도 정 우는 짤 없었다. 그 이하도, 그 이상도 내 주지 않았다. 노려본다고 상황이 달라지 않는다는, 단호박이 되었다. 리차드 교수 의 열기가 도달하기도 전에 사라졌다
“이 못된 놈
“제가요?”
“그럼 아니냐”
“아니죠, 저는 항상교수님을존경하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입은 뚫렸다고 말은 청산유수구나.”
“한국사람다되셨네요.”
리차드 교수는 체감하지 않을 수 없었 다. 이놈은제자가아니라; 악당이었다. 악 당 중에서도 상종해서는 안 될, 정신건강 올 해치는. 이 녀석과 대화를 하다보면 수 명이 20년은 더 줄어드는 기분이 든다. 겨 우 바디체인지를 겪어 젊어졌건만 원래대 로 돌아온 것 같다 그리고 이젠 돌이킬 수 도 없다
저 맛을봐버렸다.
대마법의 맛을
보지 않았으면 초탈했을 것을, 이 망할 놈의 학생이 욕심을 부추긴다.
리차드 교수로서는 거절하기가 어렵게 됐다
“이 나이에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 고!”
“열정만 있다면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 습니까 아니면 이대로 대마도사에 안분지 족을 하시든지요.”
“넌 악당이야, 악당. 사람의 마음을 가
지고 노는 악질이고.”
“싫으세요?”
“좋다이 새끼야! 됐냐!”
“성깔 한번 화끈하시네요.”
정우는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았다. 가 지고 온 서류를 리차드 교수에게 내밀었 다. 이 서류의 작성자는 알다시피 오덕X 다. 오늘도 어김없이 오덕X는 본인들의 사 명을 이행하기 위해서 속성 수련에 게으 름을 피우지 못하도록 강제되었다 흑금단 원올 붙여 주니, 능력이 더 오르고 있었다.
“ 찍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