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81화 (181/500)

제 3장 하-셀럽 (C이 eb) (2)

미디어리서치 조사결과 시청률 대비 공 전의 히트를 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그램 제목은 ‘무한극딜’ 으로.

근래의 트렌드인 예능 버라이어티라는 점에서 특별할 거 없지만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시청자들과 소통 눈을 사로잡았다 확실히 메인 PD와작가의 역량에 따라 방송의 질적인 수준이 달랐다. 같은 방송 을 해도, 자막부터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 요소를 기막히게 잘 찾았다 일전에 바둑만 두는 프로그램만으로도 시청률 10%를 달성한 강무진 PD의 역량 이 극대화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앉아서 바둑만 둘뿐인데, 왜 재밌냐는 말이 분분 했음에도 잔잔하게 시청자를 끌어당겼다 그럼에도 프로그램의 한계는 엄연히 존 재했다.

3년이 넘도록 하다 보니, 식상한 레퍼토 리로 인한 시청률 하락은 어쩔 수 없었다.

획기적인 기획이나, 시청자를 끌어올 방법 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물갈이를 하고, 화 제성을 높였다 피디로서는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위 해 시즌제로 하기를 바라고 있으나, 공영 방송이라 그러기도 쉽지 않았다

“네가나올 줄은 몰랐어.”

“나오라며.”

나오란다고 해서 순순히 나올 녀석이 아니다. 하라는 의심스러운 눈초를 보냈 다 이 인간은 절대 손해나는 짓은 하지 않 는다. 또한 효율성을 추구하며 낭비를 병 적으로 싫어했다. 무언지 몰라도 바라는 게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도무지 모르겠다.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사랑하는 사람 을 위해 나왔다는 정우의 뻔한 말이 거슬 리면서도 기분이 좋다 고작 이런 걸로 좋 아하는 헤픈 여자라고 질책한다 해도 변 명은 하지 않겠다. 정우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봐라, 장족의 발전임을 깨닫게 될 것 이다.

“욕먹을 각오는 하고 왔겠지?”

“욕을왜 먹어.”

하라가한껏 우쭐한 포즈를 취했다. 거 만한 제스처 임에도 귀염이 묻어 나온다.

저 앙증맞은 얼굴로 저래도 되나 싶을 만 큼 요염하기도 하다. 피부에 꿀을 발라 놨 는지, 잡티 하나 없이 맑아서 더 그렇다. 손으로 만지면 때가 탈 것처럼, 투명하다;

하라는 열애설이 터지면서 팬과 CF가 줄기는 했어도, 인기는 여전했다

“에헴! 내 극성맞은 팬들이 널 가만 두 지 않을걸.”

“날 건드리면 어떻게 될까? 나도 제법 극성맞은 편이라서.”

하라의 팬덤, ‘하라사랑’의 전멸.

자명하다

오싹한 결말에 하라는 입올 닫았다 정 우의 오기와 끈기, 집요함을 감안하면 답 은 명확했다. 근거도 확실하지 않은 내용 으로 모욕을 한다면, 십중팔구 쥐도 새도 모르게 보복당할 것이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정우의 집요함은 유치원 때부터 악명이 자 자했다. 그때 층격을 받은 공진주가 지극 히 현실적이고, 차가운 도시여인이 되어 버린 것만 봐도. 당시의 공진주는 꿈과 희 망, 낭만이 있었었다. 애가 너무 현실적으 로 변해서 적응이 되지 않올 정도다

“패려고?”

“그럼 안돼?”

맞다 보면 착한 댓글을 쓰게 될 거다. 아니라고 한다면, 황천길까지 편안하게 모 셔줄 의향이 있었다. 병풍 뒤에서 향내 오 지게 맡고 싶으면 한번 시도해 봐라:

“당연히 안되지.”

“아쉽네.”

“아쉬워하지 마, 그게 왜 아쉬워야 해. 유명인은 원래 여론을 의식하고, 존중해 야 하는 위치라고. 너처럼 폭력적이면 살 아남지 못해.”

“난유명하고 싶지 않으니까 괜찮겠네.” 무인은 명예에 목숨을 걸지만, 정우는 실익올 더 중요시했다

유명인 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도 아 니고.

“내가 안 괜찮0]: 너 때문에 내가 피해 보기를 바라는 거야?”

“말을 또 왜 그렇게 하냐 난 그저 올바 른 댓글 문화 정착올 위해서 나서려고 했 을뿐이야”

“그러지 말라니까, 내가 알아서 할게. 넌 그냥 가만히 숨만 쉬어.”

“좋은일인데, 이해를못하겠다.”

정우는 인터넷 악성 댓글에 상처를 받 지 않는다 암만 떠들어봤자 글에 불과했 다.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힌다면 또 몰라 그렇지 않은 이상, 댓글을 읽어보지도 않 는다 아직도 쉴드와오덕X의 덕질이 이해불 가였다. 그림의 떡에 시간을 낭비한다고, 삶이 윤택해지는 것도 아니고. 시간낭비 라고 봤다

“팬심을 모욕하진 마. 삶의 방식은 다 다르다고/

“ 알았다”

촬영은 방송국 정문에서 시작하기로 약속이 되었다.

정우는 하라의 벤을 타고 방송국까지

안전하게 진입했다. 일전에 하라의 매니저 역할을 한 적이 있기에 방송국 내부는 익 숙한 편이었다 이후에 찾아오지도 않는다 며 하라에게 구박을 당하기는 했어도.

대기실을 나서기 전 하라는 비장한 각 오로 선언했다

“난 잡아 논 물고기가 아냐, 색다른 먹 이를주지 않2면 떠날 거야”

“잘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잖아

성의를 보이라고, 공주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사람으로는 대해줘야지. 그리고 여 기서 일구이언을 하면 후져 보인다. 자존 심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하라의 입은 성 급함을 참지 못했다. 방정맞은 주둥이는 이미 꼬랑지를 내렸다.

“아무거나 먹을게.”

“농담이다”

아! 참을걸.

또 졌네.

“칫! 갈거야”

하라는 무한극딜의 정식 멤버다 게스 트로 초대받은 정우보다 촬영을 먼저 시 작한다. 자기 스스로 프로그램의 안방마 님이라고 기세등등한 편인데, 안 봐서 모 르겠다 정우는 대기실에 순번을 기다렸다

남는 시간에 게스트 대본을 읽었다. 대 본이라고 해봤자 1페이지에 불과하지만.

버라이어티 생존 서바이벌이라는 거창 한 문구가 인상적이다 이젠 사람들도 대본이 있다는 걸 안다. 예전에는 야생이나 정글이 실제라고 구라 를 치곤했었다. 그러다가 슈퍼마켓에서 장 을 보고 있는 사진이 배포되면서, 시청률 하락 직격탄을 맛보았다

‘대강의 동선은 맞춰 놓는구나.’

사실 대본 없이 촬영을 하는 데는 무리 가 따른다: 앞만 입담이 좋고, 재주가 뛰어 나도 매번 좋은 화면을 잡기 어렵다 그리 되면 재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 서 연출이 필요하고, 대본이 있는 것이다. 출연자가 알아서 다 할 수 있었다면 피디 나작가가 필요하지 않았다.

스윽!

대본을 읽는 중 익숙한 기운올 다가왔 다

정우는 힐끗 돌아봤다. 그리고 다시 대 본을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방송에 나오 기로 약속한 이상 하라의 기대에 부응하 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로 했다. 좀처럼 행 하기 힘든 자발적인 순수함이었다 부들부들!

예민하게 달구어진 고음이 정우의 귓속 을 파고들어왔다

“봤으면서 모른척하는 거야?”

"아는 척해주기를 바랐던 거냐”

“누가 그렇대, 사람을 봤으면 인사는 기 본매너라고.”

“안녕.”

정우는 인사하고, 대본을 봤다.

울컥!

누워서 절을 받은 민설현은 답답함이 치밀어 올라 가슴올 탕탕! 쳐야 했다. 정 우와의 만남은 매번 이렇다. 어떻게 된 게 마음먹은 대로 되지를 않는다. 방송가에 서 나름 인지도가 있고, 국민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건만, 어필은커녕 정우에겐 관 심 대상 밖이었다. 레드아이즈 언니들이 그날 이후로 시도 때도 없이 까였다며 놀 리기까지 했다. 여자한테 관심이 없는 고 자라면 납득이라도 하지, 공개커플이었다

“넌 진짜매너가 없구나.”

“어디가?”

인사하라고 해서 인사했구먼

민설현과 얘기를 주고받을 만큼 친하지 도 않고,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다 사적으 로대화를하는 것도우습다 민설현도 모르진 않는다. 매번 꼬이다 보니까; 말이 헛 나오고. 심술이 났던 것이 다 이상하게 정우만 보면 짜증이 난다.

“됐어, 오늘은절대 지지 않을거야!”

"자신하는 걸 보니 실력이 늘었나 보구 나:’

“그때의 내가아니라고:

민설현은 정우의 층고에 층격을 받았 었다. 바로 앞에서 그토록 신랄하게 까임 을 당할 줄은 몰랐었다 하지만 정우의 충 고는 지극히 합리적이었다. 학교와 방송올 같이 하면서, 두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 는 발언은, 한 분야만 판 이들에 대한 모 독이었다. 그래서 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훈련을 해왔다. 현재 유니크 등급 6급에 올랐으며, 전투스킬도 나름 보완을 했다.

“그렇다 해도 속성 사용은 금지던데. 괜 찮겠어?”

“그건너도마찬가지잖아”

방송중속성 사용은금지다 그럴 수밖 에 없는 것이 속성을 사용하게 되면 방송 적인 재미가 떨어질분더러, 형평성에 어긋 났다 마찬가지로 무인은 공력이 제한되었 다 물론 강제적이지는 않았다 도핑테스트 처럼 속성을 찾아낼 방법이나 도구가 있 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 해도 티가 날 만큼 속성을 사용한다면, 욕먹올 각오는 해야 했다.

‘속성과 공력을 안 쓰면 나야 땡큐지.’

정우의 육체는 인간의 기준을 벗어나 있었다. 굳이 속성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 었다 방송에서 위험한 상황올 만들 가능 성도 희박하니, 얼마든지 받아줄 용의가 있었다. 그리고 설령 속성을 쓴다고 해도 누가알까?

그러나 정우는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

방송 촬영에 들어갔다

연출과 대본이 있어도, 현장감을 살리 기 위해서 최소한으로 제한했다. 다들 처 음 만나는 설정이기에 게스트도 각자 다 른 대기실을 사용했다 강 피디가 오늘의 콘셉트를 대략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근래의 트렌드는 피디가 방송에서 양념처럼 설쳐주어야 재미가 있 었다

-오늘의 주제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 로.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친구나, 지인을불 러 목적지까지 먼저 도달하는 팀이 승리 하는 겁니다 방송에 나온 정규 멤버는 남녀 6명으

로구성이 되었다.

메인에 이재동이라는 걸출한 MC가 있 고, 양옆으로 남녀가 번갈아 섰다 이재동 이 과거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졌다고는 하 나, 여전히 국민MC로 불리며 상황을 이 끌어가는 카리스마가 탁월했다. 또한 간신 배의 표상 김호성과 정신분열 돌아이 박기 정이 이재동을보좌했다.

여기에 잘나가는 아이돌을 끼워 넣어 아시아권에서는 인기가 많았다. 아이돌의 경우 소속사와 조율을 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아이돌은 국민여동생으로 불리는 유하

걸그룸의 센세이션을 일으킨 레드아이 즈의 민설현, 어린 시절 데뷔를 했다가 잠시 주춤했 으나 중국에서 인기를 끌며 왕성한 활동 을하게 된 윤소。].

화려한 멤버구성이다

각자 바쁜 스케줄이 있음에도 무한극 딜은 꼭 참여했다. 평소 여신으로 불리는 여동생들이 엉망진창으로 망가지는 모습 에 폭소를 유발시켰다. 특히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이돌의 극성맞음이 시청 자를 웃게 했다. 또한 방송출연자와 피디 간의 신경전이 재미의 요소를 더욱 살려 주었다.

이재동이 시작 멘트를 날렸다.

“전국에 계신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 니까, 유례가 없는 이상 기온으로 더위가 일찍 찾아왔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더위 를 날려버린 통쾌, 상쾌, 유쾌의 선두주자 무한극딜의 이재동이 겸허히 인사를드립 니다”

도입 멘트가 끝나고 게스트 소개가 되 었다.

각자 친한 지인들이 출연했다

국민여동생의 첫사랑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정우는 방송 전부터 이슈가 되었다. 이미 어느 정도는 알려질 대로 알려져 있 는 가운데, 방송에 나왔으니 화제성은 따 논 당상이었다.

-소개를 하기 전에 각자 제 말을 따라 해 주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방송 촬영이 끝나는 동안 속성을 금지하는데 동의하겠 습니다 복창해 주세요!

강 피디의 주문대로 복창했다

그순간

‘응?’

정우는 속성을 옥죄는 강력한 속성을

느꼈다.

‘유니크.’

강 피디를 보자마자 범상치 않은 아우 라를 체감하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강 력한 속성을 지니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 의 속성은 말 그대로 속성 무력화였다 유 니크로 각성한 속성능력자의 속성을 강제 로 제한할수 있었다 등급이 낮올수록 영 향력은 절대적이다. 6급 이하는 속성제로 도경험하게 된다

‘7급, 어쩌면 그 이상이잖아’

7급만 되도, 각 무문의 장로급 이상이 다. 한데, 강 피디의 전투능력은 뛰어나지 않았다. 훈련을 한 혼적도 없고, 몸에 공 력이나 오러, 마나의 혼적이 존재하지 않 았다. 오로지 속성 하나만 판 모양이다. 그로 인해 속성등급만 놓고 보면 7급의 유니크를 가분히 상회했다 정우도 마력의 상당 부분이 강제되면서 속성 저하가 되었다. 마치 공력을 제한하 는 산공독올 듬뿍 처 맞은 기분이었다

‘피디가 아니더라도 여러 곳에서 러브 콜이 왔을텐데.’

개인의 전투 능력을 배제한다고 해도 강 피디의 속성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유니크 간의 속성 등급이 비슷할 경우 효 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굳이 피디를 하지 않아도 밥 벌어먹고 사는 데는 지장 이 없을텐데.

정우는 이런 사실을 미리 언질하지 않 은 하라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방송이 기에 위험하지 않을 거란 발상은 원치 않 는다 모든 상황을 계획대로 이끌어 가는 건 불가능하지만, 최소한의 대비를 해야 했다:

‘피디가유니크잖아’

‘몰랐어? 방송좀봐라’

‘다들 알고 있었어?’

‘너만 빼고 다 알걸. 내가 출연하는 방

송을 보기는 보냐?’

‘?봐’

‘전에 미녀는 즐거워 방송은 재밌었지?’

‘당근이지.’

‘안보잖아’

유도심문에 걸린 정우는 딴청을 피웠 다. 하라도 방송이라 끝까지 따지지는 않 았다 어쨌든 7급 유니크가 혼하지는 않다. 그런데도 정우를 빼고는 다들 태연했다. 다들 알고 있었던 것이다. 본인의 속성을 까발리고 방송을 하다니, 강 피디라는 작 자 만만치가 않을듯싶었다.

‘심어는 반칙이야’

‘내가가진 능력의 일부일 뿐이야’

‘게임은 공평해야지.’

‘알았어, 안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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