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80화 (180/500)

제 3장 하-셀럽 (Celeb) (1)

유례없는 이상 기후로 이른 시기에 무 더위가 찾아왔다. 극심한 폭염에 전국이 몸살을 앓는다. 해가 져도 열대야에 시달 리고 있었다 2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가 4계절이 뚜렷하다고 해서 자랑스럽게 여 겼는데, 이젠 여름 아니면 겨울만 있는 듯 했다 봄을 건너뛰고, 여름이 성큼 다가왔 다. 어쩌면 격변의 시대를 거치면서 기후 가 변해 버린 건지도 몰랐다 근래에 들어 사막에서도 눈이 내린다는 말이 속속 들 려왔었다 살랑살랑!

수연이 헐렁한 옷차림을 한 채 거실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편해도 너무 편해 보 인다. 밖에서는 주변 의식하며 조신한 요 조숙녀인 척하더니. 집에 와서는 버젓이 오빠가 있음에도 팬티 바람으로 성큼성큼 돌아다니고 있었다.

사춘기라 그런지 변덕이 죽을 듯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숙녀의 방을 열지 말라고 그렇게 소리를 질렀건만 하물며 팔자걸음이네.

한술 더 떠 소파에 앉아음료수를 들이 켜더니, 발가락으로 리모컨을 자유자재로 두드리고 있었다. 전신근육의 활용성이 제 법이기는 했다. 발가락이 손가락보다 더 진화한 것이다. 이대로 발가락으로 밥도 처먹을 기세다 휙휙!

정우는 눈앞에서 수연의 늘씬하게 쭉 뻗은 찰진 다리가 왔다 갔다를 반복하며, 음료수까지 당겨 마시는 걸 지켜봐야 했 다

“바지좀 입어라”

“뭐, 어때 가족끼리.”

“누가볼까 겁난다”

“요즘은 슬림웨어가 대세야 다들 이렇 게 입는다고.”

난 남자아니냐.

수연이 오빠라고 남자 취급을 해주지 않고 있었다 고생하는 거 같아 좀 풀어주 었더니, 이제는 겁이 너무 없어진 모양이 다. 오빠를 집에 사는 그냥 남자 사람 취 급올하고 있었다

“나도남자다:’

“나도여자거든”

오빠로서 동생의 품위유지를 돌봐줄 할 의무가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집에 서 발가벗고 돌아다닐 수도 있었다. 여자 는 모름지기 언제 어디서든 차려입고 있어 야 하는 법이다. 고리타분하다고 해도 하 는 수 없다. 정우는 전생을 기억하는 석화 인간이니.

우리 집의 안주인, 김 여사를봐 ?…?

이런.

김 여사도 파자마 차림이었다

엥? 저건 설마!

그건 아버지 사각 팬티잖아요. 외출할

때는 시간을 잡아먹으며 오랫동안 꾸미면 서, 집에서는 편해도 너무 편하다: 그 순간동생이 내 팬티를 노리지 않을 까, 염려가 되었다. 아무래도속옷은 안전 한 아공간에 보관을 해야 할 듯싶다 아무 리 편해도 그렇지, 사각팬티는 너무하는 것 같았다 이 사실을 아버지도 알고 있어 야한다.

집에서도 정석대로 차려입고 있는 오빠 로 인해 수면이 더 더웠다

“오반, 안 더워?”

“옹넌 덥냐?”

이 정도 더위가 더위랄수 있겠는가:

정우의 신체는 한서불침(寒暑不侵)의 경 지마저 초월했다 용암에서 시원하게 목욕 을 할 수 있는 육체를 만들었다. 무인이라 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요건이 다. 용암에서 수영하고, 우라늄으로 샤워 를 해도 끄떡하지 않는다 더위 먹었는지 수연은 무심코 대답하고 말았다

“조금”

“수련이 부족하구나/

수연이 곧장 일어나 빙으로 들어가서 옷을 차려입고 나왔다 오늘은 좀 과했다 이 더운 날 지옥수련을 하는 수가 있었다 그나마 지금이 쉴 수 있는 시기였다 뼈가 성장하고 있올 때라 훈련 주기에서 뺐다. 이럴 때는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말아야 했다: 차려입고 나온 수연이 요염한 자세를 취했다 TV에 나오는 모델인 양 워킹을 보 여주었다 자세는 나쁘지 않았다. 무공을 익혔기에 군더더기 없는 육체를 소유하고 있었다. 지금도 모델에 근접한 키를 갖추 고 있지만 어쨌든 동생 말대로 가족이다

정우는감흥 없이 내뱉었다.

“신경 쓰이니까 닭다리 뻗지 마라”

“칭찬올못해줄망정, 동생한테 닭다리 가 뭐야!”

“알통이 실하구나.”

“이게다오빠때문이잖아:”

“환골탈태를 하면 원래대로 돌아온단 다:’

“미친!”

“내 동생의 욕은 듣고 싶지 않구나. 맞 을래?”

“오빠; 음료수갖다줄까? 헤헤!”

그렇지, 이래야착한나의 여동생이지.

“얼음 동동”

“덥지 않다며.”

“느낌은 살려야지.”

동생은 오빠에게 충성해야 하는 법이 다. 개긴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해줄 의무가 있었다. 한편으로 키가 아직은 부 족해 보이기는 했다.

“좀더 커야하는데.”

“오빠; 제발!”

수연의 현재 키는 176cm다 한창 성장 하는 시기인 걸 감안하면 190cm는 거뜬 하게 넘어설 것으로 기대가 되었다. 뭐, 지 금 추세대로라면 내 키가 2m에 육박하게 될 테니. 지극히 자연스럽게 보일 것이다

“그러면 나한테 맞는 키를 찾기도 어렵

다고.”

“키는중요하지 않아 내실이 중요하지.”

오빠의 목표를 알고 나서, 수연은 질겁 했었다. 나를 거인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솔직히 엄마와 아빠의 유전 자로는 170만 넘어도 성공한 것이었다 유 전을 거역해 새로운 유전지도를 만들고 있 었다

“오빠 내 키가' 190이면, 10센티가'?} 도 180이라고!”

“2미터 넘는남자만나면 되지.”

농구선수도 2m는 많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 흔해?”

“혼하지, 강천… 이말은 취소.”

눈높은 친구를 거론하다니, 더위를 먹 지 않고서야. 오늘이 덥긴 더운 모양^다: 이 오빠가 누구 혼삿길 막으려고 작정 을 했나.

수연은 더 이상 커지지 않겠다고 다짐 올 했다. 잘 때도 커지지 않기를 바라며, 옥상에서 떨어지는 꿈은 꾸지도 않았다. 지금도 위태위태하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남자애들을 자신보다 작았다. 이러다가는 힐을 신어보지도 못한다. 190에 하이힐 올 신는다고 생각해 봐라, 어느 남자가 다 가올까? 키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소린, 빈 말이었다 여자는 최소한 남자가 모양새를 갖추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자자들어와:”

아버지가 출근하고 나른한 시각 김 여 사께서 동네 아줌마들을 끌고 들어오셨 다. 더운 날씨에 누진세 걱정하지 않고 빵 빵! 틀어도 되는 우리 집이다 동네에서 친 하게 지내는 아줌마들이 자주 찾아오곤 했다:

“정우는 점점 남자다워지고, 수연이도 예뻐지고. 남매가 모델 해도 되겠어. 호호 호.”

“한번해 볼까요?”

“방송 나오는 거 보고 싶기는하네.”

“수연아 아까했던 워킹 보여드려라”

수연은 거침없이 위킹을 시전했다. 멍석 을 깔아 놓으면 못하는 부류가 아니다 오 빠의 갈굼을 받으면서 나날이 안면이 강 화 철판보다 두꺼웠다 오빠가 아니면, 얼 굴 붉힐 일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블랙 로즈 길드장처럼 걸크러쉬의 표상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내 남자는 집에서 얌전히 살림만 잘해 도 돼.’

수연은 자신이 나가서 벌면 된다고 생 각했다. 내 남자가 밖으로 나도는 것을 원 하지 않았다 집에서 살림 잘하고, 내가낳 은 자식 잘 돌보면 된다. 생활비를 줄 테 니, 물론 집안 살림은 알아서 해야 한다. 처가에서 제사상도 차리고.

“정우네 집은시원해서 좋아”

“그래서매번미안해.”

“다음엔우리가한턱 낼게.”

아줌마들에게 에어컨은 사랑이자, 애 증이었다

정우나 수면은 더위를 타지 않은 편이 나, 김 여사와 아버지는 더위에 취약했다. 에어컨을 적정 온도까지 틀어 놓을 필요 는 있었다. 하지만 아줌마들은 전기요금 때문에 에어컨 켜기를 겁내고 있었다. 아 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트는 가정은 최소 20만원은 각오해야 했다 원인은누진제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 용 전기와 가정용 전기를 퍼센트로 계산 하면 전체 전기 수요의 15%에 불과했다. 그런데 가정에서 전기를 많이 쓴다고 블랙 아웃을 걱정하는 뉴스가 메인으로 나오 고 있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게다가 매번 OECD를 거론하며 우리 나라의 요금이 비싸지 않다고 광고를 한 다. 전체 가입 국가에서 꼴찌에 해당하면 말이다. 좋은 건 받아들이고, 나쁜 건 바 뀌어야 발전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부는 본인들이 원하는 방향을 위해서 OECD를 거론하고 있었다 누진제를 폐지하면 상위 1%에게만 혜 택이 간다고 반박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은 에어컨올 켤 수 있으면 상위 1%라는 개소 리가 된다

‘에너지 스톤을 개발해서 전기를 생산 하고 있는데도, 70년대의 누진제를 그대 로 쓰는 건 문제가 있는 거지.’

정우는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가자, 새 로운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성공적인 사업인 데다가, 여론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을 수도 있었다. 금강 문과 하이퍼 팩토리, 대한그룹을 유기적으 로 엮어 금강문주의 유명세에 날개를 다 는것이다:

‘잘하면 가능하겠는걸.’

계획을 실행하려면 금강문주가 꼭 필요 했다.

그러나 당장 해야 할 일과는 거리가 멀 다. 지금은 여사님들이 편안히 놀수 있도 록 배려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집안일 대 부분은 김 여사가 아닌 정우가 하고는 있 지만

“수연아 여사님들 위해 음료수라도 가

져와야지.”

“알았어.”

수연도 한두 번 해본 솜씨를 벗어났다. 과일을 재빠르게 깎아 내고, 현천공을 발 휘해 허공에서 과일즙을 짜냈다 굳이 기 계를 사용하지 않아도, 최상급의 과일즙 올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여기에 냉기를 발 출, 적정 온도를 맞추었다 무공은 이럴 때 를 위해 배웠다고 할 만큼, 가정용에 층실 했다

“그럼 재밌게 놀다가세요?”

“엄마, 파이팅!”

김 여사는아들과딸의 응원을받자기

운이 샘솟았다. 오늘만큼은 본전을 찾고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렇지 않았다 면 아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4인방을 부르 지 않았다. 필승을 장담하고 있었다. 또한 아들에게 받은 실전수업을 충실히 이행했 다. 이런 말 하면 이상하지만, 아들은 타 짜다 어찌 그리 고스톱을 잘 치는지.

“쉽지 않을 거야 정우 엄마”

“오늘 안될걸요!”

“손장난 치다 걸리면 다들 알지?”

“그럼, 그럼! 이 세계는 냉혹하다고?”

판을 펼치고, 동양화가 그려진 화투를 꺼냈다 꼭 이럴 때는 군대를 다녀온 분들 도 아니시면서, 군대담요를 쓴다 쫙쫙! 달 라붙는다나.

정우는 방으로 들어갔다

수연이 따라들어와침대에 앉았다:

“다리 벌리고 안지 좀말지.”

“이게 얼마나 편한데. 여자도 다리 벌릴 권리가 있다고, 이거 왜 이래.”

그런 권리는 안 찾는 게 나을 텐데.

이상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듣기에 민망하다. 이걸 보면 위선자는 내 가 아니라 동생이다. 집과 밖에서 행동이 달라도너무 다르다 어쨌든 동생은 이유 없이 내 방에 들어 올 녀석이 아니다. 분명한목적이 있었다 &파앙오”

다른 때와 달리 친근하고 사근거리기까 지

빼박이다

“돈 떨어졌구나?”

“딩동댕.”

“쉴드를 이겨야 한다고 했을 텐데.”

“못이긴다고.”

“그거 안됐구나:”

앞으로 용돈은 없는 걸로.

돈 무서운 줄 알아야 했다 동생은 지금

풍족함에 겨워, 낭비를 일삼고 있었다 중 학생이 돈이 필요할 때도 아니고. 그 나이 때는솔직히 한달만원이면 된다. 내 동 생이 낭비벽이 심해져서, 된장녀가 되기를 바라진 않는다. 스스로 버는 나이가 된다 면, 자기 돈이니 어떻게 쓰든 말리진 않겠 다만 거지가 돼서 돌아오거나, 빛이 산더 미면 처 맞을 각오는 해야한다

“돈은 됐고, 방송나가면 사인 받아줘.”

“내가 왜‘?”

이 망할 놈의 오빠는 순순히 들어주는 적이 없다. 꼭 동생에게 뭔가를 받아야만 해준다. 무슨 놈의 가족이 이래? 말로만 가족, 가족 거리지 말고 동생을 무조건 적 으로 사랑해 달라고. 나는 지금 오빠의 사 랑이 시급하다고.

“너무해 혹혹!”

“연기하지마라”

하긴 통할 상대가 아니지. 괜히 심력 낭 비했네.

수연은 정공법을 썼다

“진짜, 너무하네 동생이 어렵게 부탁을 하면 좀 고민이라도 하는 척하고 그래야 지. 오빠가 돼서 야박한 거 아냐!”

“처음 듣는 소리다. 네 친구들은 다 날

좋아하니까.”

오늘도 동생 친구들이 카톡을 보내왔 다

하트 뿅뿅과 함께.

“걔네들이 이걸 봤어야하는데!”

“불가능한소원은 빌지 말거라 운빨낭 비다”

“아 진짜 오바아”

수연이 정우의 바지끄덩이를 잡고 매달 렸다.

와락!

정우는 내려가는 바지를 잡아채며 다 리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사이드, 센터, 로 우 3방향으로 발차기를 시도했음에도 수 연이 떨어지지 않고 매미처럼 꼭 잡고 있 었다 그속도가하도 빨라수연은 얼굴살 이 밀려 나가 해골과 마주하는 기분이 들 었다

“제법이구나:’

“들어줄 때까지 절대안 놓을 거야. 나 도한다면 한다고 r

“똥 쌀건데.”

“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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