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75화 (175/500)

제 2장 청춘만세 ⑵

투득!

채철민의 안색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면 서,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 그도 그럴 것이 경호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재협 상하자고 했다. 상대가 앨런가이니만큼, 액수의 단위가 일반적인 경호비용과는 비 교가 되지 않았다. 막대한 비용인 데다가, 자신분만 아니라 가족까지 경호를 하려면 돈이 더 든다는 부언까지 있었다

“현금이 없다면 장물이나 지분도 받습 니다.”

“그걸말이라고 하는건가!”

“싫다면 하는수없지요.”

“하는수없다니?”

“아실만한분이 왜 그러실까:”

채철민은 생각을 또다시 수정해야 했 다 이 망할놈은 단순한꼴통이 아니었다 이호극과는 달랐다. 돈 잡아먹는 귀신같 은 놈이었다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쓸 상종 못 할 개새끼다. 양심이 있으면 여태 받아 먹은 게 있어서라도 이렇게까지 매정하게 나와서는 안 되었다.

그런데도 뻔뻔하게 돈을 요구하고 있었 다

칼만 안 들었지, 강도나 다름없다

“그간금강문에 쏟아부은 자금이 얼만 줄아는가!”

“안타까운 말씀을 하시는군요. 저는 분 명 계약대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계 약 이행과는 무관합니다. 혹, 그간의 친분 올 거론하시는 겁니까? 그렇다면 실망입 니다. 계약은 항상 냉정해야 하는 법입니 다”

정우는 공과 사를 칼같이 지켰다;

채철민에 대한동정도, 여지도주지 않 았다. 더욱이 궁지에 몰려 있는 자에게 손 을 내밀 때는 적정한 선을 지켜야 한다 무 작정 도움을 주게 되면 나태해진다

‘저금통의 역할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용서는 하지 않는다:

일우그룹에 속한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모조리 다 빼 먹어야 했다.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가지고 있는 전부를 내려놓으면 된 다. 하지만 채철민은 자식마저 사욕을 위 해 이용했던 자다 과연 그런 자가 순순히 물러날까, 목숨이 위태롭다 해도 결코 물 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약해지면 곤란하다. 설령 적이 앨런가라해도 물어 뜯을 독기가 있어야 했다

‘이 가는 소리가 지옥까지 들리겠는걸. 크크크!’

채철민은 악마 같은 놈에게 걸렸다고 생각했다

어디서 이런 상종 못 할 자가, 막말로 흑금단주의 나이를 알고서 깜짝 놀랐다. 고작 20대 중반에 금강문의 실세가 되어 가고 있었다.

‘가만 저 나이에 앨런가의 대공자를죽

일정도면.’

분명 자신의 손으로 숨통올 끊어냈다 고 했다. 처음의 자랑스러워했던 말투가 이제는 이해가 되었다. 무인은 강자를 해 치웠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더 무서운 놈이 아닐 수 없다 천생 무인임 과 동시에 여우같은 간계를 지니고 있었 다 언제 어느 때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되었 다. 방심하고 있다가는 심장이 꿰뚫릴지 모른다

‘약속은 칼이지.’

한편으로 그 점 때문에 신뢰가 갔다

혹금단주는 철저히 이해관계로만 대하

고 있었다 거래를 했다 해도 절대 빈틈올 내어주지 않는다 자신과금강문에 이익이 되지 않으면 언제든 돌아설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단순히 그간의 거래로 얻은 친분을 강 조했다면 오히려 믿지 못했을 것이다. 약 속한 만큼만 해준다면 만족해야 했다

‘허!’

유 회장은 채철민을 어르고 달래는 정 우의 말발을 똑똑히 지켜봤다. 채철민이 비록 궁지에 몰렸다 하나, 산전수전 다 겪 은 노련한 여우였다 그런 자를 말 몇 마디 로 가지고 놀고 있었다. 차라리 힘으로 굴 복시켰다면 이해라도 흐]지, 무인이라는 놈 이 주둥이가 왜 저렇게 세. 전투력 못지않 게 주둥이도 세계제일이었다

‘보면 볼수록 괴물 같은 놈이구나:

손녀 사위이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과연 감당이 될 수 있을까?

하라가 물어온 건 대어가 아니라, 심해 에 살고 있는 괴물이 분명했다 저 나이에 가지기 힘든 전투능력과 연륜을 생까는 기괴한 심계, 도무지 종잡기가 어렵다. 정 우는 아마 자신이 여기에 온다고 고집을 부릴 걸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자신으 로 인해 채철민은 심리적 압박을 더욱 받 고, 의지할상대를찾으려고할 테니.

“아시다시피 본문은 하늘이 무너져도 약속은T 반드시 지킵니다:”

“하아; 알겠네.”

채철민은 긴 한숨으로 현재의 심정을 대변했다. 금강문에 반한다 해도, 앨런가 의 대공자가 죽은 이상 돌아설 구실이 사 라져 버린다. 비밀을 토설하는 순간 앨런 가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과 가 족을 죽이려고 할 것이다. 어쩌면 일우그 룹을 장악할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 될 것 이다. 반면 금강문도 호시탐탐 그룹을 노 리고는 있으나, 여지는 주었다;

‘이대로 쓰러지지 않는다! 모두 내 발 앞에기게 해주마!’

채철민은 독기를 불태웠다.

‘그래야지.’

정우는 이를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채철민은 훌륭한 방패막이가 되어줄 것 이다: 모진 시련과 갈등; 경쟁을 겪은 후에 남아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을 안다면, 굉장 히 허탈할 테지만 그딴 건 신경 쓰지 않는 다

“부단주가 집까지 안전하게 모셔드릴 겁 니다.”

“그럴 필요 없네.”

“과연 믿음직하시군요;

“오늘 일을 반드시 갚아주겠네.”

“반드시 그러셔야합니다”

채철민은 차를 타고 시야에서 벗어났 다

정우는 돌아서서 유 회장을 보며 미소 를지었다

씨익!

유 회장은 환하게 웃지 못하고, 썩은 미 소로 답했다 오늘 수명이 10년은 단축된 기분이었다. 이 나이에 10년은 젊은이들 의 10년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언제 비명 횡사를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순조롭네요.”

“순조롭다고?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어디가 ■순조롭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는 않는 유 회장이었다 함정으로 끌어들인 대상이 앨런가였다. 순조로운 대상과는 거리가 멀다 못해 안 드로메다급이다 그렇다면 정우가 헛소리 를 했어야 하는데, 그런 싱거운 녀석이 아 니다.

“앨런가라는 걸 알고 있었구나.”

“예.”

“근데 왜지금말해!”

이놈 진짜큰일 날 놈이네.

유 회장은 골이 지끈거렸다 정신적, 육 체적 압박을 골고루 받고 있었다. 빠져나 갈구멍이 사라져서 더 답답하다:

“그래서 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말했으면 안왔지.”

“누구든 상관없다면서요”

“그래도 앨런가는아니잖아”

이 미친놈이 손녀를 과부로 만들 심산 인가, 아니면 처가까지 끌어들이려는 물 귀신 작정인가? 미치려면 혼자서 곱게 미 쳐야지, 이러다가 그룹까지 끝장나는 수가 있었다 유 회장은 걱정이 앞섰다.

나이가들다 보니 확실히 젊을 때와 달 리 몸을 사리게 되었다. 겁 없이 앞만 보 고 달려 나갈 때가 그리우면서도, 그땐 왜 그렇게 미친 짓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될 때 도 있었다.

“걱정하실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장담하는 이유가 뭐냐?”

“듣고 놀라지 마세요, 제 친구가 무려 앨런가의 혈육이더라고요.”

“그 무슨?”

“잘하면 앨런가도... 후후 아닙니다”

군침을 흘리는 정우였다. 그러나 말로 는 아니라고, 입덕부정기를 달았다. 그저 친구를 위해 나섰을 뿐이란, 대의명분올 내세웠다. 사심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동 공에 욕망이 이글이글거리고 있었다

“앨런가를 먹으려고?”

“할아버님이 도와주신다면요?”

“돌았네!”

간이 부운 정도를 벗어났다 아예 배 밖 으로 나가서 제멋대로 간이 활개를 치고 있는 수준이었다. 머리하고 간이 따로 노 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스케일이 상식 적인 선을 벗어났다 젊은 시절 두려움 없 이 나대기도 했지만, 정우만큼은 아니었 다. 자신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 다

‘화인지 복인지, 도통모르겠구나.’

유 회장은 판단을 보류해야 했다. 살면 서 누구보다 혜안과 안목이 뛰어나다고 자부를 했건만, 정우를 볼 때마다 선택장 애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렇다고 발을 빼 기에는 늦어 버렸다. 영악한 손녀사위가 놔줄 것 같지도 않았다. 집요하기가 물귀 신을 능가했다 뭐랄까? 이대로 발을 빼면 안주해 버릴 것만 같은 욕망을 자극했다

‘100세까지는 살아야 하는데.’

노인이 ‘늙으면죽어야지’ 라고하는말 은 ‘나좀편하게 아무탈없이 하고싶은 거 하며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봉양 잘하 라’는 의미였다. 곧이곧대로 해석해서 ‘빨 리 죽으세요’ 했다가는 목침(木 tt) 이 날아 온다 정우는 혹금단과 함께 금강문으로 복 귀했다. 늦은 시간까지 뜬눈으로 기다리 고 있던 김 총관이 맞이했다 김 총관은 정우가 혹금단을 데리고 나 간직후부터 좋지 않은예감을느꼈다 불 길함이 파도처럼 밀려와 정신을 바짝 차 리도록 강요했다.

정우는 짐짓 능청을 떨었다.

“저 기다린 거예요?”

“아니면 늦은 시간에 청승떨고 있는 거 겠지.”

“총관님은 못 속이겠다니까요.”

“징그러우니까 엄살부리지 말고 따라 와:”

“예예, 누구명이라고어기겠습니까”

“빈정거리지도 말고.”

“옙

정우는순순히 김 총관의 뒤를 따랐다

지은 죄가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일우 그룹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만 했 지, 대상은 거론하지 않았다 안전제일, 안 분지족을 지향하는 김 총관이 허락할 리 만무했다.

그렇다고 문주와 상의를 하면 자기가 나서서 처리하겠디고 설레발 칠 게 분명하 다. 사태가 꼬일 가능성이 크기에 문주와 는 상의하지 않았었다 드륵!

총관실에 들어섰다

정우는 대기하고 있는 문주를 볼 수 있 었다. 보통 10시에 자서 오전 9시에 기상 하는 문주가 이 시간까지 기다리고 있었 다니, 놀라웠다. 싸움할 때, 먹을 때를 제 외하고.

총관의 의도야 뻔하다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이실직고하라는 경고다. 문주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으니, 협박이 될 수도 있었다. 말하지 않2면 문 주는 일우그룹을 찾아가 난동을 부릴 가 능성도 없지 않았다

“사전에 말씀을 드렸는데, 왜 그러실 까?”

“네가 직접 나서지 않았느냐”

과연 총관이었다.

늙은생각이 매섭다고, 예리했다

정우가 직접 처리할 사안은 많지 않았 다. 더욱이 혹금단을 200이나 데리고 갔 다 위험한 일이 아니더라도, 신중을 기해 야 하는 상황임을 직시하게 했다. 날카로 운 통찰력을 드러내는 일면이었다. 문주 와 티격태격할 때는 노망난 할아버지 같 았는데, 가벼이 보면 곤란했다

“ 앨런가예요?”

“?…뭐‘?”

여기서 앨런가가왜 나와?

오늘따라 불안한 감정이 뒷북을 강렬 히 울렸으나, 김 총관의 예상범위에 앨런 가는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의 5대 가문 과 엮이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그런 데 이놈은 천연덕스럽게 앨런가를 거론해 버렸다

한번 X 돼봐라; 이거지?

김 총관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으나.

“ 건드렸구나.”

벌집을 쑤셔 놓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