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청춘만세 ⑴
“허어, 십년감수했네.”
“저야말로 그렇습니다”
“자네 십 년하고 내 십 년이 같아!”
“아송구합니다”
채철민은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기보다 는, 앞으로가 걱정이었다. 하필이면 그 대 상이 앨런가라니. 아버지의 연줄이 앨런가 와 닿아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한국에서 재계서열에 든다 해도 앨런가와 견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만약 그들 이 작정하고 일우그룹을 집어삼키려 한다 면 방어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자금압박 을 받고 있는 현재라면 더더욱. 차라리 계 란으로바위를 치는 편이 더 쉬울 거다 유 회장이 채철민을 보며 혀를찼다.
“클났네, 안됐구나? 쯧쯧!”
“지금 약올리는겁니까’?”
“그러는 네놈은 날 여기로 끌어들여서 뭘 노린 거야? 설마 대한그룹을 노리고 이 런 짓을 벌인 건 아니겠지?”
“천부당만부당하십니다, 저는 절대 그 런 마음품지 않았습니다”
채철민은 안절부절못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금강문과 짜고, 계 획을 세웠다 유 회장을 위험한 상황으로 끌어들인 격이 되었다. 국내 무문이나 길 드였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앨런가일 줄 누가 알았으랴 이건 예상 밖의 난형난제 였다.
‘이렇게 된 이상 유 회장을 놓쳐선 안 돼.’
앨런가가 아니라면 적당한 선에서 유
회장을 견제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아버지 의 배후에 앨런가가 있다면 사정이 달라진 다. 2천억 가지고는 턱도 없었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려면 지속적으로 자금 유입 이 필요했다. 또한 앨런가가 재차 간계를 부리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금강문의 비 호가 있어야 한다
‘엎질러진 물 다시 담을 수도 없고:
유 회장은 계산은 물론 결단도 빨랐다 과거를 되돌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사업가라면 현재와 미래를 계산해야 했 다. 흘러가 버린 과거는 잊는 편이 나았다. 그렇다면 채철민을 구워 삼아 유리한 방 향으로 이끄는 편이 낫다고 보았다. 평상 시와 달리 채철민은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절박함이 온몸으로 표출되었다. 실리를 따져 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계약 을 끌어내기로 했다
“하긴 그렇겠지, 앨런가는 나도 생각올 못했으니까:”
“그리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유 회장은 과연 노련했다. 나이를 X구 멍으로 먹지 않았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실익을 챙기는 수완 좋은 사업가이기도 했다. 그러니 맨 손으로 대한그룹을 일구 었겠지. 마냥 사람이 좋으면 사업가로서 꽝이다.
“이쯤에서 나는빠지겠네.”
“그러시면 어떡합니까, 약속을 했으면 계약을 이행해야 합니다!”
“나보고 앨런가와 맞서라는 것인가?”
누구도 앨런가와 정면대응을 하고 싶진 않을 거다 이는 상식올 가지고 있는 사람 이라는 당연했다. 채철민도 유 회장의 입 장이라면 발을 뺐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 의 이기심이 존재하는 한, 역지사지는 어 려웠다.
“제가 이대로 가만있을 거라 보십니 까?”
“지금 협박하는 건가? 내가 사람을 잘 못 봤군.”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제발 도와주십 시오!”
유 회장은 선뜻 손을 잡지 않았다 도와 달란다고 손을 바로 잡으면 의심 많은 채 철민의 성향 상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매정하게 보이더라도, 최대한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 이익이 되지 않는 일에 손을 내미는 것만큼 어리 석은 행동도 없고, 채철민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내 결정으로 그룹이 위험할수도 있어.
자네 같으면 도와주겠는가’?”
“원하시는게 뭡니까?”
“허어, 이와 중에도 실리를 따지다니. 보통이 아니구먼.”
“회장님만 하려고요.”
채철민은 능구렁이 같은 유 회장이 껄 끄러웠다. 그러나 그가 선뚯 나서지 않으 려고 하자, 안심이 되었다. 만약 이 모든 상황이 자신을유도하기 위해서 꾸민 일이 라면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끌어들인 게 된다. 하지만 앨런가를 대입하니, 그마 저도 현실성이 없었다. 대한그룹에도 앨런 가는 버거운 상대였다
“지분 재분배와 핵심기술의 완전이전올 원하네.”
“그건 너무과합니다”
“그 정도는 되어야 앨런가와맞서지. 나 를호구로보는 건가?”
“그걸 다 내주면 저는 껍데기만 남습니 다”
“그렇다면 자네 지분의 절반 그 이하는 안되네.”
유 회장은 선을 그었다. 절반이면 지분 경쟁이 되지는 않는다. 한발 뒤로 물러선 듯 보여도, 실상은 미리 선을 그어 적당한 타협점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어쩐다?’
채철민은 고민이 되었다: 지분에선 앞서 지만 꺼림칙했다. 그러나 유 회장의 손을 잡지 않으면 아버지의 손에 죽는다. 금강 문의 협조를 바라기도 어렵게 될 테고.
저벅!
채철민의 고민을 깨우는 발걸음 소리였 다
어둠을 좌우로 물려 세우며 나타난 이 는 정우다. 여기저기 전투의 혼적이 남아 있었다 고전을 면치 못했음올 여실이 드 러냈다.
사태파악이 시급한 채철민이 다급하게
물었다. 그로서는 전투의 향방에 의해 많 은 것이달라졌다.
“어찌 되었나? 혹, 놓쳤나?”
“놓치다니요, 절 그리 한심하게 본 것입 니 死’
무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생각했는지, 채철민이 급히 부정했다
“누가 그렇다고 했나.”
“기분 상하는 발언은 가급적 자제해 주 길 바랍니다”
낭패한 기색이라 채철민은 불안했다. 만약 앨런가의 대공자를 놓쳤다면, 괜히 벌집을 쑤셔 놓은 격이 되었다. 그를 사로 잡아 타협점을 찾거나, 회유하는 편이 이 득이었다. 다행히도 승리했다고 하니, 안 심이 되었다
“그런데 왜혼자인가’?”
“혼자는 아닙니다. 흑금단이 있으니까 요.”
“그런 말이 아니지 않나”
“앨런가의 대공자는 죽었습니다. 이 손
으로죽였지요. 하하하하!”
강자의 오만이 작렬했다
정우는 잔뜩 고양된 감정을 폭발시켰 다
“ 2”
채철민의 동공이 경련을 일으키며, 넋 올 잃었다.
누굴 죽어?
앨런가의 대공자를?
대체 누가?
혹금단주 본인이 죽였다고 자랑을 했 다. 무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넘치다 못해 하늘을 뚫고 나갈 지경이다. 천상천하유 아독존을 외친다 한들 어색하지 않을 자 신감의 발로였다 그러나 안심이 되기는커녕, 짜증을 불 러일으켰다.
‘이 망할놈이!’
채철민이 욕이 튀어나오는 것을 간신히 억눌렀다. 죽일 사람이 따로 있지, 앨런가 의 대공자를 죽이다니. 이 사실을 앨런가 가안다면잘도 가만히 있겠다.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게 분명했다. 그리고 용의선 상에 자신이 제일 먼저 올라올 것이다 주 범인 혹금단주는 뒤로 빠져 있으면 그만이 었다
“시체가 발견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 니다 잘 빻아서 가루로 만들었습니다”
≪.2"
시루떡의 재료인 쌀도 아니고, 사람을
왜밯아:
그런데 저 태연함
굉장히 얄밉다.
채철민은 흑금단주를 죽이고 싶어졌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걱정을 태산으로 만들어 버렸다. 가루가 되었다면 시체조 차 온전하지 않다는 증거가 된다. 실수로 죽였다고 변명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국 에 증거인멸까지 해 버렸다 명백한 고의가 되었다
‘제기랄! 망할!’
욕지거리가 튀어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 아낸 채철민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화를 낸다 한들, 독
박쓰는 사람은 정해져 있었다. 저들이야 한발 물러서 버리면 그만이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반성은커녕 잘 난 체를 하고 있으니, 화를 낼 기운마저도 빠져 버렸다
“단주님, 골드나이트는 어떻게 할까 요?”
“저 앞에 상추밭 있더라, 곱게 빻아서 거름으로 줘라”
흑금단주의 뒤, 흑금단이 골드나이트 의 사체를 들고 왔다. 골드나이트의 상태 가 가관이었다. 온몸에 칼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어지간히 찔러대지 않고서는 나오기 힘든, 흉물스러운 광경이었다. 하 물며 삥가루도 아니고 또 곱게 빻으란다 그게 할소린가:
그 주군에 그 수하 유유상종 끼리끼리 가 이다지도 잘 어울리는 대상을 찾기도 어렵겠다.
그러나어쩌랴
활시위는 이미 당겨졌다. 되돌린다 한 >, 돌아오지 않을 강을 건너고 말았다 이 제 와 아니라고 부정을 해 봤자 앨런가의 화를돋우는 일이 되어 버렸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태였다 그렇다면 물귀신이 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면 어떻게 하 자는 건가?”
“이상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자네가 죽인 사람은 앨런가의 대공자 야 그들이 가만있을 것 같아r
“가만있지 않2면요?”
“나는 물론 자네, 금강문까지도 위태롭 게 될 거네. 설마 모르고서 한 짓인가?”
“그러니까, 이상하다고 말하는 겁니다. 가만히 있는다고 저들이 얌전히 물러나겠 습니까? 앨런가의 목적은 일우그룹을 발 판으로 삼아 한국 경제를 집어삼키고, 동 아시아에서 힘을 집중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입니다 그런 앨런가가 순순 히 물러날까요, 아니면 이번 기회를 빌미 로 더 압박을 해을까요?”
논리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타당하다. 그래서 더 채철민의 속을 긁어 놓기에 층 분했다. 앨런가가 야욕을 드러낸 이상 곱 게 물러서진 않을 것이다. 단순히 아버지 의 요청에 의해서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 랐다
“자네는 걱정도 되지 않나?”
채철민은 흑금단주의 태연함에 가슴이
답답했다
호랑이 간올 삶아 먹지 않고서야 금강 문주와 다르다고 봤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호극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은 막무가내였다. 금강문과 거래를 한 게 후 회가 되었다 그러나 엎질러진 물이고, 발 을 뺀다고 해서 놓아줄 리 만무했다
“앨런가의 대공자는 신중한 편이며, 야 욕이 있는 자입니다. 또한 본인에 대한프 라이드가 강합니다. 그런 자가 오늘 일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지 않았으리라 생각 합니다”
“그래서?”
“우리만 입을 닫으면 시간은 벌 수 있을
겁니다:”
“앨런가가 바보도 아니고, 그리 간단치 않을걸세.”
“심증만으로 어쩌진 못할 겁니다”
"그건 자네 생각이고, 설령 아니라고 한 들 저들이 힘을 쓴다면 속수무책일 수밖 에 없어.”
“그래서 하는 말씀인데, 이쯤에서 계약 을 다시 해야겠지요?”
정우는 채철민에게 경호를 해주겠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