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장 눈치 깠네 (3)
“…나를 어쩔 셈이냐?”
“그딴거 묻지 좀마 당연한거 아냐”
루크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마 법슈트를 착용하고, 마법각성까지 이루었 다. 8륜의 마법, 마법슈트의 물리력, 인공 지능 컴퓨터 가이안까지. 완벽해졌다고 자 부했다. 한데, 그 무엇도 통하지 않았다. 대단한 놈도 아니고, 그저 변방 소국의 무 인일 분이다 6.25 이후 본국이 원조를 해 주지 않았다면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할 그렇기에 더더욱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 다
“어째서냔 말이다!”
“너보다 강하니까 부정하지 마”
머리를 빙빙 돌리며 다른 데서 답을 찾 으려고 하는 것부터가 어리석은 행동이다 루크는 나름 삼박자가 어우러졌다고 생 각하겠지만, 정우는 범주에 속하지 않았 다. 제아무리 완벽한구성이라고 해도, 간 극의 차이가 크면 말짱 도루묵일 따름이 다 기술이 좋아도, 압도적인 힘 앞에 장사 없는 것처럼. 유능제강의 묘리도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어떻게 죽여줄까?”
“날죽이면 금강문은 사라질 것이다”
“사라진다 해도 너하고는 관계없잖아. 죽어서 기뻐하게?”
“진정 다죽기를바라는 것이냐!”
“협상 시도하지 마, 난 그런 거 모르는 무식한 무인이거든”
정우의 손 안에 단도(短刀)가 들렸다 마 법사의 마나코어가 흘러나오는 장소, 심장 올 겨냥했다
“고통 없이 보내줄게.”
루크는 단도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데 도 저항하지 못했다. 육체의 저항이 무의 미해진 상태였다. 이대로 심장이 뚫려 생 올마감해야 했다 찰나.
루크의 동공이 번뜩였다.
“응?”
정우의 동공을 파고들어오는 강력한 빛의 포화, 이는 시각적인 효과가 아닌 정 신에 직접적으로 가해지고 있었다.
정신장악마법의 일종이다.
그러나 루크의 능력으로는 스피릿 컨트 롤(Spirit“control)을 시전하진 못한다: 정신 마법은 대부분이 9륜의 경지, 대마법사에 올라서야 가능했다; 평범한 인간도 정신영 역은 단순하지 않았다. 현대의학이 인간 의 유전자를 풀어내고 있음에도 뇌의 역 할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의 정신은 뇌, 뇌수, 뇌하수체로 되어 있다고 만 할 수 없다. 어설프게 정신마법을 사용 하면 자칫 혼란을 가져와 정신이 분열될 수도 있다. 그래서 마법사라고 해도 정신 영역의 마법은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다
-앨런가에 복종하라.
강력한 전언, 의지를 비틀어 버리며 정 신에 영향을 끼친다. 정신력이 강한 무인 이라도 단숨에 걸려들 의념이 실렸다. 능 히 사이비 이단의 교주가 되고도 남을 심 언의 경지에 오른 대 마력이 발동되었다.
-저항하지마라순종하라:
파고 들어오는 강력한 전언, 정우는 외 면하지 않고 직시했다. 마치 밀물이 들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열대야에 지친 피 서객처럼.
씨익!
정우의 입꼬리가올라갔다
‘ 역시.’
루크는 앨런가의 대공자다. 안전장치가 있을 거라 판단했다 최후의 순간에만 발 동하도록 한, 마법적인 조치가 있을 거라 고 봤다.
루크의 동공에 새겨진 빛의 포화는 대 마법사의 반열에 올라선 자가 각인한 인 잰트다. 영혼에 직접적으로 새겨 넣은 정 우가 종종 포획용, 털이용으로 사용하는 정신제압 방식과 비슷한 원리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루크의 의지였다면 앨런가에 대한 충성 이 아니라, 본인에 대한 층성을 언급했을 것이다 영혼에 각인을 할 정도면 앨런가에 대 항 충성도가 높은 대마법사라는 결론이 나온다. 수뇌부 중에서도, 요주의 인물임 은 분명하다. 루크의 정신을 쥐고 혼들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굉장한데.’
뇌리를 잠식해 들어오는 대마법사의 정 신마법은 무시무시했다. 이 자리에 실제로 대마법사가 존재했다면 꽤나 골치 아팠을 것이다. 그러나 루크는 대마법사가 아니며, 영혼각인을 시전한 대마법사는 이 자리에 없었다.
-현천안개방
-통천지안, 여의무극
정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9륜의 마법을 받아들였다. 대마법사의 영역이 어디까지 인지 가늠을 하기에는 제격이었다: 지속적 으로 루크를 자극하면서, 시간을 끈 보람 이 있었다. 사실 마음만 먹었다면 루크를 순(간)삭(제)했을것이다:
‘8륜에 마법슈트를 착용하면 나쁘진 않 겠어.’
그 전에 공간을 장악하는 일부터 먼저 였다. 결계가 쳐져 있어 외부와는 단절되 어 있기는 하나, 만약의 사태는 언제나 있 었다. 앨런가의 조치를 단순히 영혼각인 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어떤 수법이 튀어 나올지 모르지, 현천공을 개방해 공간을 차단했다
‘자 들어오라’
-건방이 지나치다
‘헐,각인에 영성을집어넣었네.’
-먹어치워주마
‘패기보소, 좋네.’
정우는 단숨에 현천안을 극대화하지 않고, 영혼각인을 조금씩 자극했다. 최고 점에 오를 수 있도록 나름 배려를 해주었 다. 마법의 극한인 절대마력을 견식할 기 회였다: 반드시 경험을 해 봐야 했다.
‘굉장하군, 마력의 밀도, 구성, 결합 의 지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구나:’
7륜에 올라선 정우는 이제 몇 단계 남 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지나치게 마법을 가벼이 보고 있었던 면이 없지 않아 있었 다. 대마법사는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초 월적인 존재, 무공의 극한에 도달한 자와 일맥상통했다
‘혼자선오래걸겠어.’
제격인 사람이 옆에 있었다
리차드 주임교수가 자부심을 가질 만한 분야였다. 앞으로도 공조를 해서 대마법 사의 비밀을 파헤쳐 보기로 했다. 아마 이 흐름을 넘겨주면 꽤나 좋아할 것으로 기 대가 된다. 이제 얼마 후면 정년이니, 꼬드 길 계획이었다. 안 넘어오고는 배기지 못 할유혹을 더해서.
- 어림없다
‘이건 어때? 역천지안(逆天之眼).’
-스피릿붐버 (Spirit^Bomber)
‘아아아 이건 예상못했는데.’
-예상 못했으면 복종하라!
정우의 밀당은 지속되었다. 영혼에 각 인된 전체를 끌어내기 위해서 밀고 밀리는 전세를 만들었다 6.25전쟁의 휴전협정이 길어지면서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각축전 올 벌이는듯
각인된 영성이 대마법사와 같은 범주였 다면 눈치를 챘겠으나 안타깝게도 정우의 간교함을 읽어내긴 무리였다
‘이거 거의 넘어가려고하네.’
-무모한저항이다, 항복하라
정우의 엄살연기는 의외로 굉장히 노련 했다. 모르고 있던 재능이 만개하고 있었 다. 마치 진짜로 밀리는 것처럼 보인다. 한 마디로 영혼에 각인된 영성을 속여, 고혈 을 쥐어짜고 있는 형국이었다. 가지고 있 는걸 모조리 다빼앗는 영혼까지 탈탈턴 다는 말이 이토록 잘 와 닿기도 쉽지 않을 거다
‘파이팅 하라고, 조금더.’
-복종하게 될것이다!
‘그래, 그렇게. 거의 다왔어.’
-? …네놈의 영혼은 앨런가의 것이다!
‘나도 앨런가에 복종하고 싶어.’
엄살이 좀 심했나.
도를 넘어선 과잉연기의 부작용이었다
-……어째서?
‘어,눈치 깠네.’
대마법사의 편린에 불과하다 해도, 이 쯤 되면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 날수록 마력의 근원이 파헤쳐지면서 영혼 각인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복?종불가. 삭제.
‘그래선 안돼.’
마지막이 되자 대마법사의 각인이 루 크의 기억을자동 삭제하기 시작했다. 가 문의 후계자임에도 불구하고 마법 삭제를 시도하다니, 굉장히 치밀하고 무서운, 냉 혹한 집단이었다.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가문이 우선인 앨런가였다. 설령 혈육이라고 해도 가문 을 위해서 마땅히 희생을 해야 한다는 논 리다
‘이런, 삭제 속도빠르네.’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호오, 자동폭파까지.’
-?앨런가를 위해 죽어랏!
정보를 열람하지 못하도록 정신파괴 마 법까지 설정해 놓았다. 루크의 정신을 파 고들다, 동시사망. 즉 일타이피를 노리고 있었다. 가문을 위해서 동귀어진도 마다 하지 않은 살신성인이 돋보였다 아니면 쓰 다 버릴 소모품이거나. 루크의 자율의지가 기반이 되었다면 존중해 줄수 있었다.
‘이거 예전 생각나네.’
정우도 전생에선 사람을 물건처럼 쓰다 버린 적이 종종 있었다. 딱히 생명존중을 하지 않는 편이었고, 목적을 위한 수단은 필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진강백이 그 토록 나를 혐오하고 싫어했겠지. 요즘 들 어 납득이 되고 있어 서글프다;
하지만 나를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면 도 있다. 주변 환경이 다 살인마들이었다. 살인이 유별나지도 않았다. 죽고 죽이는 전장에서 태어나, 살인마가 되기 위한 사 육을 당했다 그 와중에 이만큼이나마 인성을 챙긴 건 칭찬받아 마땅했다 지금도 봐라 조금 만 관심을 주니까 인성 바르고 착한 사람 이 되었잖아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게 괜한말이 아니다.
물론 환경이 그렇다고 다 그렇게 살지 는 않는다고 반박한다면, 맞는 말인데도 가만두지 않을 거다;
왜냐고?
열 받잖0E
기껏 개과천선했는데, 욕하면.
어쨌든소모품이.
‘효율적이긴 하지.’
인성이 결여되어서 문제였지만. 결과적 으로 대(大)를 위한소(小)의 희생과는 거리 가 멀다. 정우는 본인을 위해서 대를 희생 시켰으니까. 혼자서 다 패고 다녔다는 소 문이 사실이었다.
전생의 정우를 마신으로 추앙하는 집 단도 있었었다. 물론 허락 없이 초상권을 쓴 교주의 사지를 갈가리 찢어 놓기는 했 지만 이놈이 정작 내 얼굴을 모르고 있었 다 그때 얼마나 열이 받았던지, 나름 유명 인(Ce leb)이라고 확신을 하고 있었건만. 확 실히 그땐 스타병이 있기는 했다
‘솔직히다 핑계지.’
대를 위한소의 희생, 민주주의 기본인 다수결과 일맥상통해 보이나 실상은 다르 다 권력을 가진 자는 절대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하지 않는다. 본인들의 이익을 위 해서 명분을 조장할뿐이지. 백성을 위해 마음이 아프지만 대의를 위해 선택을 한 다. 말만 멋았을 뿐이다. 겉멋 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딴 말하는놈치고, 제대로 된 놈못 봤다’
차라리 솔직하게 본인의 목적을 위해 그랬다고 당당하게 밝히는 편이 나았다.
정우는 최소한 목적을 숨기지는 않았었 다. 천하를 군림해 내 멋대로살겠다고 선 포했고, 거역하는놈들은 모조리 다죽였 다
‘솔직하면 됐지.’
지나치게 솔직해서 재수 없는 놈으로 낙인이 찍히기는 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솔직하기 힘들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강대국 사이에 껴 있 으면 속내를 털어놓으면 약점이 된다 솔직 함도 힘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죽어랏!
‘ 반사:
-크아아앗!
대마법사의 강력한 전언이 허무하게 튕 겨져 나가 소멸당하고 말았다.
정우는 그 짧은 시간 대마법사의 흐름 을 읽어내고, 방법을 찾아냈다. 대마법사 라면 반사된 흐름을 또다시 역으로 되돌 릴 수도 있었겠으나, 각인된 영성은 그렇 게까지 뛰어나지 않았다:
‘앨런가의 특성은 알았으니까:’
자동소거가 되는 바람에 완전하게 기 억을 읽어내지는 못했다 흐]지만 엘런가의 습성과 대마법사의 존재를 알아냈으니 소 득이 아예 없다고는할수 없다 덤으로 대마법의 경지도 맛보았고.
.크0.0윽!
루크가 발버둥올 쳤다. 뇌를 장악하고 있던 자동소거 마법이 육체에 영향을 미 쳤다. 뇌가 녹아내리며, 칠공에서 핏물이 토해져 나왔다 사라져 가는 기억과, 죽음 의 공포가 밀려왔다.
고통에 몸부림을 치며 정우를 원망스럽 게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자신의 모든 걸 무너뜨린 정우에 대한 저주가 실려 있었 다
“친하게 지냈으면 좋았잖아”
정우는 감추고 있던 진체를 드러냈다
“너..는?”
“ 맞아”
“?…용서하지 않겠….”
“하지마 누가하래?”
용서 따윈 바라지 않는다 또한죽은 자
의 저주에 연연하는 성격하고도 거리가 멀 다. 귀신이 돼서 괴롭힌다면 영혼까지 소 멸시켜줄 의향이 있었다.
정우는 루크를 살릴 수도 있었다
팽가의 삼공자처럼 제압을 해도 된다. 그러나 대마법사의 존재가 거슬렸다. 정신 마법의 수준이 예상을 훨씬 상회했다. 그 런 자를 상대로 영혼을 제압한다는 건 후 환을 남기는 짓이 된다 루크와 사이가 좋 은 것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애를 쓰고 싶 지도 않다. 그리고 가는 길에 거치적거리 는 건 바로바로 치워야 깨끗하게 생활하 는 법이다
“동생하고 사이가 좋았으면 생각해 볼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살려 두진 않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 루크는 윤정이 크는 데 방해물이다 차라리 잘됐다. 못된 놈이었고, 내 것을 건드린 놈이었으니까: 양심의 가책올 받지 않아도 되었다 만약 윤정을 챙기고 위해주는 오라비였 다면, 꽤나 심사숙고했을지도 모른다 그 런 번거로움을 남겨주지 않아서 고맙기도 하다 악당은 악당다워야 죽일 때도 망설임을 주지 않는다: 그런 적이 없기는 해도.
“저승 가서 얼마든지 날 욕해, 그래도 되니까.”
현세에서는 잘 먹고 잘살게.
내세 따윈 알게 뭐야
어차피 저주를 한다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죽은 자가 귀신이 되어 복수하는 경우는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현실은 산 자의 세상이고, 가진 자로 인해 굴러가게 되어 있었다.
“그럼 잘가:”
“?…개…자식!”
“나 같으면 그렇게 안 해. 이 쌍 놈의 호로 자식 눈깔 확 쥐어짜서… 했겠지.”
차마 열거하지 못할 막말의 연속. 방송 에 나왔으면 정지 먹고, 국민적인 질타를 당하고도 부족할 만큼 신랄했다. 과거의 전생을 더해, 현생과 결합하여 완성된 욕 의 극대화였다.
배운놈들은욕도잘못했다
이래서 못 배운 놈들의 욕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욕이란 저급한 것, 고상을 떠 는 놈들에게는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했 다 파슥!
정우는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했
다. 시체조차 온전히 남아 있지 않도록 루 크의 육신을 가루로 흩어냈다.
영혼이 보인다면 그마저도 소멸시켰을 지도.
‘우정이 담긴 조언이 필요할 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