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걸 얻으려면 내 것도 내주어야 하 는 법이지요: 정우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단언했 다. 공짜를 내세우는 경우는 대부분이 사 기다 그리고 노력한 만큼 얻는 세상이야 말로 유토피아라고 할수 있다 제 8장 함정 (1)
-유하라 연애하다
국민 여동생, 유하라가 연애를 한다는 소문에 나라가 들썩였다. 방송매체와 뉴 스에서 연일 유하라의 일거수일투족에 목 을 매며 달려들었다. 특히 아직은 18세의 청소년이라는 점이 부각되어, 이슈를 폭 증시켰다
-하라마저 가다니!
-열여덟 살이잖아 벌써부터
-얘도 이제 끝이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너희는 그 나이에 연애 한번 안 해 봤냐!
-다들 고자들도 아니고!
-한창 좋을 땐데, 서로 만날 수도 있는 거지.
-그래도 하라는 안 된다고, 어떤 놈인지 걸리기만 해!
인터넷상에서 실시간으로 설왕설래가 오고 가는 가운데, 절반이 악플이었다. 심 지어 이미 임신한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도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입방아 찢기 좋아 하는 사람들에게는 군침을 돌게 하는 소 식이었다 소문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유 하라에게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보나마나 아니라고 하겠지.
-맞아, 지금 잘나가고 있는데 인정하겠 어.
-나같아도 아니라고 하겠다
-데스패치가 출동할 차례야
연애의 정통한 소식통으로 불리는 데스 패치(Death-Patch)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연예인의 입장에선 데스패치는 두려운 존재다. 데스패치에 찍히면 인생 종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진까지 공개하기에 일 단 걸리면빼도박도못한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사진을 올라오 지 않았다
-대한그룹에서 손을 썼겠지.
-하긴 백그라운드가 어마어마하잖아
-그러니까 하라는 깨끗하다고!
-말 되네!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는 소리야 연
예인은 다 더럽다는 거야?
-딴따라가 무슨 공인이야
사람들은 원한다. 노력을 통해 성공하 기를.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 았다: 보는 시선도 그렇다. 한 번에 크게 뜨지 않는 이상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수성이 작용했다. 근래에 연예란을 장식하는 이 슈들만 봐도 결코 연예인들을 곱게 볼 수 없다. 특히 여자 연예인에 대한 잣대는 가 혹하리만치 냉혹하다 한번 이미지에 흠집 이 가 버리면 돌이키기가 어렵다. 다시 나 오려고 해도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은 시대 와 달리, 자료가 그대로 남아 있어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한다
그 결과 사람들이 연예인도 집안 배경 을 본다 집이 잘사고, 권력이 있으면 굳이 더러운 짓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란이 부풀어 오는 가운데 유하라는 얌전히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다. 어떤 식 으로든 공식적으로 대응을 해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은 침묵하면 찔려서 말을 못하는 것으로 아는 경향이 컸다.
판이 커지는 바람에 유하라는 얼떨결 에 공식기자회견을 열어야 했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열애 사실을 인정했다
-外 진4야
-아니라고 할줄 알았는데.
-쿨내 진동하네!
-같은 학교라잖아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유하라의 공식인정으로 남자친구에 대 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어떻게 해서든 찾 아내고 말겠다는 네티즌 수사대의 노력이 눈물겹다
- 찾았다!
-같은 학과에 다니네!
-진짜 일반인이야
-마법학과 2학년, 하정우래!
- 영화배운가?
신상이 까발려 지면서, 돌고돌았다
-유치원 때부터라니.
- 첫사랑이었어?
-와 그럼 벌써 10년 차네.
-권태기 오겠다!
유치원 때 만나서 올해 초부터 정식으 로 교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되 레 훈훈한 소문으로 포장이 되었다. 하지 만 유하라의 광팬들은 첫사랑은 깨진다는 불문율을 내세우며, 저주를 퍼부었다 정우는 유 회장의 초대를 받았다
스케줄 때문에 도중에 약속을 잡지 않 고 집 앞에서 만난 하라는 미안했다 가급 적 숨기려고 애를 썼는데, 어디에서 소문 을 번졌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우가 동네방네 떠들 성격도 아니고. 차 라리 그랬다면 기분이라도 좋았올 텐데.
“미안해, 나 때문에.”
“넌 잘못 없어.”
“사람들이 귀찮게 했을텐데.”
“알잖아 내가 맘먹으면 그 정도는 얼마 든지 피할수 있다는 거.”
“그래도.”
“맘 써줘서 고마워. 그리고 걱정하지
정우가 부드럽게 등을 토닥여 주자 하 라는금세 환하게 폈다. 위로도할줄 알 고, 그간의 노력이 빛을 발한다 생각했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말을 되새 겼다. 앞으로도 꾸준히 연애 고자를 사랑 꾼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 다
‘진짜로네 잘못이아니니까’
정우는 소문의 대상을 알고 있었다
하라는 소문을 낼 성격하고 거리가 멀 다. 말로는 이미 볼 장 다 본 사이라며 떠 벌이지만, 몸은 정직했다. 스킨십을 할 때 마다 움찔거리는 걸 봐선, 여전히 청순하 다. 그런 하라가 제 입으로 연애한다고 떠 벌였을까, 자기 주관도 확실한 편이고 의 지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았다 남한테 신 세 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유 회장은 물론, 하라의 아버지와 어머 니도 있었다. 대한그룹이 한창 상종가를 치고 있는데, 꽤나 한가한 듯하다 아니면 임원과 직원을 전적으로 믿고 있거나: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필요할 때만 연락을 하고, 고얀 녀석.”
“할아버님도 만만치 않으십니다.”
“이럴 때만할아버지냐”
정우는 공과 사는 확실하게 구분 지었 다. 회사 일과 관련이 있을 때는 꼬박꼬박 회장님으로 불렀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 면 아무런 사이도 아닌 완벽한 공적 관계 로 인식할 것이다 그만큼 협상을 할 때는 피가 튀길 만큼 냉혹했다.
유 회장은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마다 불만을 토로하며, 위아래도 몰라보는 놈이라고 대놓고 욕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정우는 승리의 미소를 지 었다. 협상을 할 시 먼저 화내는 사람이 지는것이었다
“화를낼 사람은 할아버님이 아니라 접 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하라의 연기가누굴닮았나했더니, 할 아버님이셨군요.”
“이놈이, 날놀리는 게냐!”
찔리는 구석이 있는 유 회장은 되레 역 정을 냈다. 이 상황을 모면해 보겠다는 다 분히 강압적인 의도였다. 그러나 씨알이 먹힐 상대여야 했다. 정우는 그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갈 호락호락한 인간형하고 는거리가 멀다.
“똥싼분이 성을 낸다고하더니, 딱그 짝이군요.”
“?…뭐?뭘 싸!”
이 망할놈이 비유를 해도.
재계 서열 순위에 드는 유 회장이 한순 간에 똥 싼 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더 분한 건 정우의 배려다 호칭을 높였다나.
“아닌가요?”
“넘겨짚지 말거라:”
“그럼 이 실장님한테 물어보지요.”
이성운 실장은 유 회장의 직속 수행비 서다. 언제, 어디든 믿고 따르는 수족과도 다름이 없다. 유 회장의 말이면 섶을 지고 불구덩이를 뛰어들지는 않더라도, 그 비 슷한 행위는할수있는 인물이다.
“이 실장이 말할것 같으냐?”
“하라가있는데, 뭐가문젭니까”
유 회장의 자신만만했던 안색이 싹 변 했다 이 실장의 수행 능력은 인정하나 하 라의 신안에서 벗어나기란 요원하다 작정 하고 신안을 발동시키면, 이 실장은 아는 사실을 술술 토해낼 것이 분명하다
“그래, 내가까발렸다. 됐냐!”
“솔직하게 나오니 얼마나 보기가 좋습 니까: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이지요:
“이 독한놈 한마디를 안 지내.”
“사내란모름지기 뚝심이 있어야 한다 고 말씀하신 걸로 아는데요. 혹, 자서전에 적혀 있는 내용이 잘못된 건가요.”
“?읽었냐?”
“처음부터 낭독할끼요?”
유 회장은 정우의 꼼꼼함에 기가 질렸 다. 설마 500페이지, 3권 분량으로 구성 된 자서전을 다 읽고 왔을 줄이야 그 정성 이 놀랍기보다는, 무서울 지경이다: 괜히 거짓말을 했다가 본전도 못 찾겠다. 그리 고 자서전이라는 게 다 헛소리를 보기 좋 게 포장올 해 놓은 허구에 불과하다. 자서 전대로 살아온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할아버지, 그걸 말하면 어떡해?”
“어차피 알려질 일, 조금 이르다고 나쁜 것 아니지 않느냐. 혹, 이 녀석이 맘에 들 지 않는것이냐?”
"그런 건 아니지만 너무 갑자기라:”
“겪어야 할 일이라면, 빨리 겪는 것도 나쁘지 않아”
하라는 소문을 낸 당사자가 할아버지 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꼬장꼬장한 할아버지의 성향상 의외였다. 정우와도 티 격태격하기에 걱정을 했건만, 기우로 끝이 나버렸다
‘대체 어떻게 들들볶은거지?’
할아버지를 두들겨 팼을 만큼 경로사 상이 무디지는 않을 테고, 말로 구슬렸을 텐데. 하라가 아는 한 할아버지를 화술로 굴복시킬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닳고 닳은 사업가도 할아버지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쥐였다. 다들 궁지에 몰려서 백기 투항올 했었다.
‘하긴 어렸을 때부터 승부의 마왕이었 지.’
유치원을 평정하고, 줄곧 세상을 밟아 주고 살아왔다. 하라는 정우가 밟히는 모 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아버지가 가족끼리 식사라도 하자십니
다”
“능구렁이 같은 녀석, 이미 다 알고서 날 시험했구나:”
“제가 설마 그랬을까요, 그저 확인 차 말씀드렸던 거죠:
“말이나 못하면.”
“말못하면 벙어립니다 하하하하!”
유 회장과 하라의 부모님, 하라까지 합 해서 경직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날린 정우의 개그에 모두는 말을 잃었다. 벙어리로 만들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썰렁 개그였다. 사실 개그라고 할 것도 없는데, 본인 딴에는 재밌다고 웃기까지 했다
“이 녀석, 정말보통이 아니구나:’
“보통이라니요, 저는? 웁!”
정우의 다음 말을 짐작한 하라가 급히 손으로 입을 막아 버렸다. 저 말을 하는 순간 우린 남극탐험을 해야 한다
“우릴 얼려 죽이려고 작정을 한 거야”
“왜? 이게 얼마나재밌는데.”
정우의 개그는 아재개그의 관념도 벗어 났다. 할아버지마저 손을 떠는 것으로 봐 서, 화가 치미는 게 분명했다 사람들의 염 장을 지르는 뭐랄까 본성올 건드리는 개 그였다
“이 녀석이 어디 가서 그런 개그는 하지
도말거라.”
“이상하네, 예전에는잘 먹혔는데.”
“도대체 어디서 그게 먹혔다는 것이 냐?”
“그게.”
전생에서라고 하면 미친놈 소리 들을 수 있었다.
‘그땐 왜그렇게 웃은 거야?’
전생의 정우가 말을 할 때마다 빵빵! 터 졌었다 어떤 놈은 너무웃겨서 칼물고자 살할 뻔했다고 했었다. 당시에 잘나가는 만담가를 잡아다가 전속 과외를 받았는 데, 참담할뿐이다.
“할 얘기가 있으니 서재로 가자:”
“그러죠.”
정우의 방문 목적은 하라와의 스캔들 이 아니다:
서재로 온 정우와 유 회장은 작당모의 를 시작했다. 음흉한 웃음소리가 간간이 방문올 투과하여 번졌다. 누가 봐도 선해 보이지는 악당의 이미지다
“협조만 하면되는 거냐?”
“시늉만하시면 됩니다.”
“도대체 어쩌려고?”
“적당히 상황에 맞추어야 하지 않겠습 니까”
“내가 손해나는 일에는 안 움직이는 거 알지?”
“제가 그래서 할아버님을 좋아하는 겁 니다”
유 회장은 이 능글맞은 녀석이 그리는 그림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윤곽올 잡을 때마다 판을 더 키우고 있었다. 어디서 이 런 녀석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인지, 참으 로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자신을 빼다 박았다 싶을 만큼, 독선적이 다: 그래서 더 끌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놓치면 안될 녀석이지.’
유 회장은 여전히 정우를 무서운 놈으
로 규정했다. 그렇기에 손녀의 말대로 해 주었다. 정우가 적이 되거나, 다른 이들과 손을 잡는다면 대한그룹에도 손해다. 평 생을 일구어 완성한 그룹이 위태로워지기 를 바라진 않는다. 무엇보다 하라가 그리 좋아한다면, 할아버지로서 허락하지 않을 도리가 없지 않은가: 독대를 마친 정우는 하라의 식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차를 마셨다.
집을 나오는 길에 하라가 우물쭈물했 다
“왜그래?”
“저기 말이야”
“뭔데, 말을 해.”
“사랑해.”
그 말을 내뱉고 하라는 뒤도 안돌아보 고 현관문을 열고 후다닥 뛰어 들어갔다;
정우는 피식! 하며 웃었다 어려운 말도 아닌데, 뜸을오지게도 들였다.
‘나쁘지 않네.’
이런 풋풋함은 정우의 인생엔 없었다. 낯간지러우면서도, 좋은 느낌을 받았다. 하라와는 더 나간다 해도 괜찮을 듯싶다 띠링.
문자가 왔다
발자는 하라다
-며칠 후에 방송 있거든, 나와줄 거지? 난 그렇게 알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