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68화 (168/500)

제 7장 세상에 공짜는 없다 (3)

“홀드.”

정우는 마다하지 않고 마력을 발출시켰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잘난 체 심한 자들의 행동패턴을 분석

했다

남태식의 동공이 부릅떠졌다. 시작과 동시에 파고든 마력. 몸이 돌덩이처럼 경 직되었다: 마력을 운용하려고 해도 마나흐 름이 끊어져버렸다.

“항복하실 거면 눈을 깜박이세요.”

마력을 풀어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남태식의 마나는 요지부동이었다 자존심 때문에라도 항복하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못해보고 말똥말똥 눈만 뜨다가 끝나는 건 허무했다 차라리 화려한 마법의 향연 이라도 펼쳤다면 납득이라도 하지.

“의지가 대단하네요. 그럼 팔하나 정도

는 잘려도 괜찮지요?”

M.2”

뭐가 잘려?

그리고 괜찮다니?

팔이 잘려도 괜찮다는 의민가?

그럴 리 없잖아.

“오른손잡이니, 왼손으로할게요.”

남태식은 물론 마법결계를 친 선배들까 지도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마법대결이 라고 해도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게 다가 태연히 웃으면서 사람의 팔을 잘라 버리겠다고 하고 있었다. 마법으로 치료하 면 되니, 걱정하지 말라는 당부까지 더해 서.

‘설마?’

‘아니?’

‘진짠데?’

장면 전환이 빨랐다:

액션영화에서 공포영화로 장르가 변했 다

휘이잉!

정우의 마나 흐름에 바람이 생겨나고, 날카로움을 더했다. 하급 마법인 윈드커터 였다. 고학년인 그들이 모르지는 않았다. 정상적인 상태의 남태식이라면 윈드커터 를 파훼하겠지만, 홀드에 걸려 버렸다 어 떤 흐름인지 감도 오지 않았다. 저런 식의 홀드 배열은 다들 처음이었다

“선배님의 자존심을 존중해서 팔 하나 로 끝내겠습니다. 하긴, 선배님이라면 목 이 잘려도 항복하지 않으시겠지요.”

자존심을 왜 그딴 식으로 생각해줘? 목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팔을 자르지 않으면 자존심이 상한다 는 뜻이 되는데. 지나치게 극단적인 방법 에 다들할말을 잃었다.

깜빡

남태식이 눈을 깜빡였다. 그것도 여러 번이나. 팔이 잘리고 싶지는 않다는 의지 를 강력히 피력했다

“알겠습니다”

정우는 마법을 풀고 돌아섰다

부르르!

체면을 구긴 남태식은 눈이 돌아가 버 렸다 자존심상끝까지 버텨야 했는데, 순 간의 공포에 잠식이 되었다 팔이 잘려 바 닥을 파닥거릴 거라는, 정우의 협박에 넘 어가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결국 풀었다. 정우의 허장허세에 말려서, 자존심과 체 면이 구겨져 버렸다

“이 새끼가! 윈드스파이럴!”

“디스펠, 마나역류.”

기다렸다는듯.

정우의 캐스팅된 마법이 남태식의 마력 을 물어뜯었다. 공간을 수놓았던 윈드 스 파이럴(Wind-Spiral)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층격이 중첩, 되돌 아와 남태식의 마나컨트롤올 두드렸다 크억!

남태식이 학질에 걸린 사람처럼, 부들 부들 떨다가 바닥에 고꾸라졌다. 마법사 에게 마나역류는 마나플로전(주화입마)에 버금가는 층격을 준다. 어느 정도냐 하면 시속 200킬로로 내달리다가 철벽에 들이 받는충격에 비한다

“거, 알만한분이 비겁하시네요.”

정우의 평온함에 선배들은 오싹한 한기 를 느꼈다. 상황만 놓고 보면 남태식의 잘 못이 크다. 진 걸로도 부족해 등을 돌린 후배를 공격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모 든 사태를 계획하고, 끌어들인 건 정우였 다

-처음부터 이럴 의도였던 거야?

-무서운 새끼네!

-소문이 사실이었어, 소혹호가 박살났

다더니.

-안나서길 잘했다.

-태식이 안됐다!

정우는 기절해 버린 남태식 앞에서 마 나컨트롤을 부술지 말지를 고민하는 척했 다 마법사로서 비겁한 짓을 해선 안 된다 는 경고의 의미라나: 드륵!

때마침 리차드 교수가 들어왔다

정우의 아쉬운 기색을 읽은 선배들이 재빨리 강의실을 정리하고, 기절한 남태식 은한쪽 구석에 밀어 넣었다

-교수님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아쉬워하는 거봐!

-큰일 낼 놈이야 애들이 벌벌 떠는 이

유가 있었어.

-눈도 마주치지 마, 으I마 같은놈

소란은 리차드 교수의 강의가 시작되면 서사라졌다;

정우도 미련을 두진 않았다. 한번쯤 선 배들에게 진의를 보여주려고, 과장을 섞 었다 간혹, 모르고서 나대는 분들올 위한 무력시위기도 하다. 돈도 안 되는 일에 목 숨을 걸지 말라는나름의 착한배려다 남 태식은 여러 선배들을 위한 본보기였다

‘창가에 있는놈도그렇고.’

모처럼 수업에 들어온 리차드 교수다

해외출장을 갔다 온 직후 마법적인 깨 달음이 왔다 그로 인해 학교에 나오지 못 했었다. 마법사에게 있어 깨달음은 천금 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최고의 보상이었 다 근래에 들어 마법사로서 매너리즘에 빠 졌는지, 정체기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이 틀을 깨고자 부단히 노력했건만, 잡히 지 않는 뜬구름이었다 집착을 버리고 나서야 마법의 길이 열 렸다.

리차드 교수는 마탑의 구속이 싫어서 마법의 변방국인 한국에 왔었다. 그러나 이젠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마탑을 세울 자격이 생겼다. 한국에 부리를 내릴지는 결정하지 않았지만 독립적인 영역을 구축 한 것이다:

‘내가없는동안다들실력이… 오오!’

리차드 교수는 강의실에 들어올 때면 항상 탐지 마법을 가동했다. 학생들의 경 지와 마나의 양을 점검하는 차원이다. 게 으름 피우지 않고 노력했다는 것을 확인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그 와중에 군계일학의 성장을 거듭한 학생이 눈에 띄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6륜에 있었던 학생이 벽을 넘어 7륜 에도달했다

‘과연 피는 못 속이는 모양이군.’

속성은 유전되지 않는다고 하나, 명가 의 힘은 섣불리 재단해선 안 되었다: 리차드 교수는홉족한 기색이었다. 청 출어람은 스승을 춤추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잘 키운 제자가 빛을 발할수록 스 승의 가치는 올라가기 마련이니, 당연했 다

‘그대로만하면충분히 네 꿈을이룰수 있을것… 응?’

리자드 교수는 윤정을 흡족하게 바라보 다, 그 옆에 앉아 있는 정우를 보았다. 탐 지 마법에 걸리는 마법과 마나양이 정확 하지 않았다. 마치 의도적으로 비틀어 놓 은 듯한, 파고들수록 반진력이 전해져 왔 다

‘설마?’

리차드 교수의 마법은 깨달음을 더해 8 륜에 올라섰다. 대마법사의 아래 단계인, 대마도사가 되었다. 한국 내에서 자신과 견줄 마법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부했 다 또한 화염계열에서는 대마법사라도 무 시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학생 의 마나탐지가 여의치 않았다

-또 무공이더냐?

-아닌데요.

-그럴 리가?

-맞는데요.

리차드 교수의 동공이 넋을 잃고 잿빛 으로 변했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믿어 지지 않게도 정우는 7륜에 올라선 것이다 마도사의 반열에 도달했다 지금까지도 경 이로운 성장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가분 히 넘어서 버리고 말았다. 저래도 되나 싶 을 만큼 가볍게 벽을 뚫어내고 있었다 윤 정이 한숨올 푹푹! 내쉬는 이유를 이제는 확실히알 것같다.

‘이걸 믿어야하나?’

차라리 처음부터 마법을 배운 녀석이라 면,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그러나 정우는 속성을 개화하고 나서야 마법을 배웠다. 그런 녀석이 불과 2년 만에 7륜에 도달했 다. 지금 속도로 보면 대마법사도 우스웠 다. 마법이 아무 데서나 배워도 단숨에 경 지에 도달하는 시답지 않은 학문으로 전 략해 버렸다

-어떻게 한거냐?

-알려드릴까요?

-알려 주려고?

?■?뻥인데요.

-이놈이 장난을 쳬

-화를 내시는 건 좋은데, 언제까지 메 시지 마법을 사용할 겁니까? 수업 안 해요?

-아차!

정우의 성취에 놀라서 리차드 교수는 수업할 생각마저 잊고 있었다. 모두가 보 는 앞에서 메시지 마법을 사용했으니, 멍 하니 서 있는꼴이었다 리차드 교수는 수업이 끝나는 즉시 정 우와 윤정을 불렀다. 정우만 따로 부르면 이상하게 볼 수 있어, 윤정을 끼웠다 교수실에 들어온 리차드 교수는 매서운

시선으로 정우를 샅샅이 훑었다

그러자 놀라운 사실을 파악했다.

“이 흐름은 내가 가르쳐 준 게 아니잖 아”

“제 나름대로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이런 미친,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 줄아느냐!”

“통제 가능한 범위라서 위험하진 않았 습니다”

리차드 교수의 심정을 윤정은 이해했 다. 보통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마나 컨트롤은 대마법사가 오랜 시간의 공을 들여 완성했다. 그렇기에 이제 막 마법에 들어선 자들이 함부로 개조를 하거나 임 의대로 바꾸어선 안 되었다.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 그게 마 법사라면 알고 있는 기본 상식이다. 하지 만 정우는 상식적인 틀에 묶어 놔선 안 되 는 비상식의 결과물올 내놓았다

“깨달음을 얻으신 걸 감축 드립니다.”

“보면 볼수록 놀라게 하는구나?”

리차드 교수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러나 정우라는 결과물은 현실이었다 이 대로만 간다면 대마법사의 반열에 오르는 건 식은죽 먹기보다 쉬워 보인다:

“널 보니 마법에 대한 회의감마저 드는

구나.”

“자괴감을 느끼실 필욘 없어요, 지금부 터가 시작이니까요. 사실 요 근래 막힌 벽 때문에 고민이거든요?”

“그걸말이라고 하는것이냐!”

막 7륜에 오른 녀석이, 벌써부터 벽을 느끼고 있다니.

리차드 교수는 정우의 무서운 성장 속 도에 혀를 내둘렀다. 한편으로 정우가 완 성한 마나컨트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마나컨트롤이기에 이렇게까지 빠른 성취를 하는지 알고 싶었 다 그러나 정우의 독자적인 마나컨트롤이 었다 그 흐름을 알려 달라는 것은 전부를 달라는 의미가 되었다 마법사라면 후계자 가아닌 이상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킬 것 이다. 수업 시간에 알려 달라고한건, 잘 못이었다

“미안하구나, 수업 시간에 한말은 잊어 라”

"미안하시면 봐주시지요.”

정우가 마력을 개방하여 뉴-에이지 컨 트롤의 원천을 꺼내 보였다: 리차드 교수는 깜짝 놀랐다. 원천올 아 무렇지도 않게 까발리는 존재가 있을 거 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걸 대범하다고 해야할지, 갈피를못잡겠다.

‘그맘 저도알아요.’

윤정은 교수님과 같은 허탈함을 체감하 고 있었다. 그리고 정우를 알면 알수록 환 장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이 무슨해괴한짓이더냐”

“상부상조하자는 거죠/

“네 눈엔 마법이 하찮게 보이는 모양이 구나”

마법을 허술하게 보지 않고서는 행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이를 그저 담대하다고만 바라보기 힘든 리차드 교수다. 마법에 대 한 열정이 누구보다 크기에 화도 났다

“그 반대입니다:”

“반대라고?”

“저는 하찮은 것에 시간을투자할 만큼 한가하지 않습니다”

“아니라면 무공은 왜 밝히지 않는 것이 냐?”

“교수님의 무공이 저보다 위에 있다면 달라졌겠지요.”

리차드 교수는 인정해야 했다. 조금 전 의 대화에는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 다. 마법을 끌어올리기 위한 열정과 신뢰, 믿음을 내포했다 그리고 지극히 타당하고 옳았다. 정우는 자신을 스승으로 대하고 있었다. 동서양의 문화가 다르다 해도 스 승의 무게는같았다 자신을 믿을수 있는 스승으로 대접을 한 것이다

“교수님이 분발하시는한 영원한 제 스 승아닙니다”

“정말 무서운 녀석이구나.”

리차드 교수는 정우의 의도를 읽었다

강의실에 들어오자마자 탐지 마법을 했 을 때부터, 노리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정 우는 본인의 능력올 개방하는 동시에, 내 놓으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칼만 안 들었 지, 날강도나 다름이 없었다 고생해서 겨 우 8륜에 올라섰건만, 노하우를 강탈당하 게 생겼다 그러나 이제 와 내놓지 않을 수 도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 정우의 마나컨 트롤이 놀랍도록 완성도가 높았다. 오피 셜 컨트롤과 아토믹 컨트롤만으로 전혀 다 른 성질의 마나컨트롤을 완성한 능력만 놓고 봐도 범상치 않은 자질이다:

“잠재등급은 믿을 게 못 되는구나?”

“저는 남보다 몇 배로 노력하고 있답니 다”

“차라리 날욕하거라”

“어찌 감히 스승님을 욕하겠습니까.”

리차드 교수는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정우의 대답이 어찌나 얄미운지 한 대 치 고 싶을 지경이었다. 역으로 말하면 노력 이 부족하다는 역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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