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많다. 12장!”
“그간의 정을 나름 고려한 겁니다”
“네가 가져가는 게 얼만 줄이나 알고 그 러는 거냐”
“싫으면 말든가요.”
주도권은 정우에게 있었다. 아쉬운 사 람은 김 총관이었다 최대한 문파의 예산을 감안했건만, 정 우는 초반 제시한 금액에서 한 치도 물러 서지 않았다. 행여나 깎으려고 한다면 뒷 감당 못할 일이 벌어질 거란 협박도 서슴 지 않았다
“네 연봉이 문파에서 가장 높은 건 아 느냐?”
“그만큼 벌어다 주잖아요.”
“그래도 그렇지, 네 나이에 연봉 20억 에 성과급까지 달라는 건 지나치잖아”
“ 전혀요.”
정우는 연봉 3억에서 꾸준히 재계약을 해서 10억을돌파해, 이제 20억을 바라보 고 있었다. 매년 연봉 2배를 실현한 노력 의 결실이었다 여기에 성과급으로 수백억 을 챙기고 있었다
보통은 욕심이 과하다고 하겠으나, 충 분히 받을 만한 역할을 했다. 산술적으로 따져 봐도금강문은과거에 비해 10배 이 상의 성장을했다.
이 모든 성과의 주역은 정우 본인이었 다. 이 말에 부정을 하겠다면, 지금이라도 짐 싸서 나오면 그만이었다. 금강문이 아 니라고 해도 계약할 곳은 많았다 널린 게 일자리고, 대접을 받고도 남을 만한 능력 이 있었다
“인정머리 없는 녀석, 돈에 환장했느냐.”
“아시면서 왜 그러실까, 인정에 얽매이
면 그때부터 여러모로 불편해집니다 저를 남처럼 대하시는 편이 나을 겁니다.”
“네가 가족이지, 어떻게 남이야”
“가족이라서 함부로 대하기도 하더군 요.”
집에서는 함부로 하면서,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조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생각 해 보면 남한테는 하지 않을 무리한 요구 를 가족이니 당연히 받아들이기를 바라 고 있었다. 이래서 공과 사를 구분하고, 가족 간에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가족이니 들어주어야 한다는 지 극히 이기적인 시선은옳지 않았다.
‘물론 내 가족을 건드리면 가만두진 않 지.’
가족 간에 지켜야 할 원칙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가족을 건드리면 그땐 수단, 방 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괴롭힐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단순히 부서뜨리는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내가 당한 것만큼, 내가 분한 만큼, 내가 아픈 만큼, 그 이상으로 갚아주어야 지극히 합리적인 정의라고 보 았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함무라비법전도 약하다. 똑 같이 갚아주는 것도 못하는 현실이 안타 까울뿐이다
“진짜가족도아니고요.”
“매정한 녀석.”
“정략적 계약 관계가 오히려 깔끔하고 좋습니다. 피차 나중에 피곤한 일도 만들 지 않고요.”
“철저한 녀석.”
“자 서류작성하시죠.”
“꼼꼼한 녀석.”
정우는 구두 계약을 신용하지 않았다. 모든 일은 문서나 음성으로 남겼다 이런 부분을 확인하지 않으면 후일, 문제가 될 시 난처한 상황을 겪게 된다 김 총관은 백기를 들고 투항했다. 애초 에 이 녀석하고 말싸움해서 이길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건만 이렇게까지 개발릴 줄이야. 한강의 뒷 물결이 앞물결을 밀어 낸 격이다(漢江後浪推前浪).
“미국 야구선수도 너보다는 덜 받을 거 다”
정우는 오른손 검지를 까닥거리며, 강 하게 부정했다. 야구선수가 자유계약으로 풀리면 대다수가 전성기와는 차이가 난 다. 기량을 유지만 해도 성공한 계약이다 그런 자들과 자신을 비교하다니, 옳지 못 하다.
“모르시는 말씀, 저무는자유계약선수 와 달리 저는 앞으로도 짱짱하지 않습니 까”
정우의 경지에 이르면 신체 나이가 크 게 의미가 없기는 하나, 열여덟 살이면 한 창 전성기에 도달할 성장기다. 지금보다 더 강해질 여지가 컸다. 거품이 끼였다고 욕을 먹는 프로와는 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굳이 같은 점올 찾자면 저도 프로라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프로는 돈으로 말하지 요.”
“무인이 무슨프로야.”
“돈이 곧 명예, 프로 무인의 시대입니 다”
“아무 데나 잘도 갖다 붙이는구나”
김 총관은 예산에서 빼야 하는 정우의 연봉과 성과급에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과감히 내어주기로 결정을 했다. 후일 효 린이가 정우를 자빠뜨리기만 한다면, 고스 란히 본문으로 흡수될 자금이었다. 결혼 자금이라고 생각하지 뭐.
‘효린이를 최고의 신붓감으로 만들고 말겠다’
김 총관은 효린이를 문주에게 맡기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큰일 난다. 문주는 1
명으로 족했다. 효린이가 아빠를 닮는다 고 상상을 해 봐라! 그건 재앙이었다. 얼굴 과 몸매가 아무리 예뻐도 문주와 똑 딞은 성격이면 아무도 데려가지 않는다.
드륵!
계약을 마치기 직전, 집무실로 양용익 이들어왔다.
“일우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발등에 불 떨어졌나보군.”
슬쩍 정보를 흘리기도 했고.
“들일까요‘?”
“기다리라고해.”
“예,단주”
양용익이 나가고 난후, 정우는 곧바로 일어서진 않았다. 사람올 기다리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나, 미리 약속을 잡았어야 했다 그리고 조바심을 나게 할 필요가 있 었다
“돈올 긁어모으는구나.”
“물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하지 않습니 까”
일우를 통해 들어오는 수익은 전부 금 강문의 기금으로 쌓아 두었다 개인적으론 운용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어쩔 거냐?”
“무엇을요‘?”
“문주말이야.”
“문주님이 어떠신데요?”
“바람을 잔뜩 넣었잖0E”
김 총관은 이호극의 인기를 실감할수 록꿈인지, 생시인지 볼을 꼬집곤 한다 열 광하는 여론올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금강문주를 국회로 보내 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자 혀를 차야 했다 문주도 인기를 체감하는지, 신경을 쓰고 있는데 허세 작렬하고 있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요.”
“?…안돼!”
반응이 너무 빠르다. 말도 꺼내지 않았
건만 김 총관은 완강했다
“나라말아먹올일 있느냐?”
“아닐수도 있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싫다.”
이 뉘앙스.
나라가 걱정된다기보다는 그냥 문주가 잘되는 게 배 아파서 그러는 것 같다 그러나 김 총관은 의견은 정우의 목표 에 지장을 초래하진 않을 거다. 대세는 거 스른다고 뜻대로 되지 않는다 정우의 직속 집무실.
김총관이 정우의옵션계약 이행을위 해 만든 집무실이다. 장로를 비롯한 청금 단주의 입장에선 배가 아플 일이기는 하 나, 감히 따져 묻진 못했다. 정우의 존재 자체가 문주보다 높았다 헛소리를 지껄이 면 경로사상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이로웠 다 집무실은 단조로워 보이나, 동선을 최 적화한 구조였다 고가는 아니더라도 실용 성을 중시한 정우의 성향이 대폭 가미되 었다 드륵!
문고리가돌아가고, 문이 열렸다.
30대 초반의 정장을 입은 사내가 들어 왔다. 반듯하고 깨끗한 이목구비를 가진 자였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선글 라스를 끼고 있었다
“앉으시지요.”
“?…난줄 알았나?”
“그렇습니다.”
“어떻게?”
“마법아이템이 만능은 아니지요.”
사내는 미간을 찌푸렸다. 완벽한 변장 을 했다고 봤는데, 간단하게 간파당했다. 그 점이 못내 마땅치 않았다 꽤나 비싼 가 격을 치르며 마련한 변신아이템이 제 역할 을 하지 못한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밖 에서 기다리지도 않았을 텐데. 바쁜 와증 에 시간만 소비하고 말았다 우웅!
사내는 마법아이템을 해제했다 정체를 숨긴들, 의미가 없어졌다.
‘위험했어.’
그는 혹금단주와 대면해 돌아가는 사 태를 떠보려고 했었다. 정체를 감추고 있 으면 아무래도 속을 들여다보기가 편하다. 이전에도 종종 써먹었던 그만의 계책이었 다. 하지만초반부터 먹혀들지 않았다. 만 약 혹금단주가 알고서도 모른 척했다면, 일이 더 복잡해질 뻔했다. 한편으로 숨기 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뢰가 갔다 변신 아이템이 풀리면서 드러난 정체 는, 일우그룹의 임시 회장 채철민이었다. 그가 직접 금강문을 방문한 것이다
“일전에 보내주신 지분과 기금은 좋은 일에 잘쓰고 있습니다.”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군.”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해도 채철민 은 속이 쓰렸다. 현금을 마련하는 데는 한 계가 있어, 금강문에 그룹 지분의 일부를 넘겼다. 동생들이 준자금까지 더해서.
“공사가 다망하신 분께서 어인 일로 본
문올 찾으신 겁니까’?”
“몰라서 묻는건가?”
“이런, 제가실례를 범했군요. 죄송합니 다”
“어쩔 건가’?”
채철민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 아 버지의 귀환이었다. 병세가 완치 되지는 않았지만, 아버지가 가세하면서 채철진은 천군만마를 얻게 되었다. 이를 금강문이 몰랐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혹여 몰랐 다면 돈을 그렇게나 악착같이 받아내고, 감시를 소홀히 했다는 의미가 된다
“하나, 우리의 지분。] 아직은 더 많지
않습니까.”
“현금을 총동원해서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데도 차이가 크지 않아. 그러나 문제 는 지분이 아니야. 아버지가 일어나면서 이사진들이 이탈하고 있어.”
채철민은 우리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는 않았다. 금강문에 내준 지분이 많지는 않다 해도, 배척한다면 언제든 위협이 될 수 있었다. 탐탁지 않더라도 우호적인 관 계를 맺어야만 한다.
“설마 본문에 암살의뢰를 넣으시려는 건 아니시겠지요. 그리 생각하고 오셨다면 큰 실수를 하고 계시는 겁니다”
정우의 짐작에 채철민은 뜨끔했었다.
‘곰이 아니라 여우같은놈이구나:
채철민으로서는 아버지가 의식불명 상 태가 되어 있는 편이 최상이었다. 아버지 만 없다면 둘째는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 았다. 그러나 금강문은 암살 의뢰를 사전 에 차단했다. 사유는 분명하다 금강문의 기조는 정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여 론은 명암이 분명하다 빛이 밝을수록 어 둠이 짙듯, 암살의뢰가 밝혀졌을 때의 파 장이 컸다. 금강문이 굳이 그런 위험을 자 조할 이유도 없고.
“내가 부탁하고 싶은 건 아버지가 아닐
세.”
“혹 다른문제가 있는겁니까?”
“나와달리 아버지는 냉정한분이다, 설 령 혈육이라 해도 방해가 된다면 가만두 지 않으실 거야.”
“그렇단한들, 직접적으로손을쓰진못 할겁니다?”
“누가 나서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지.”
“하긴 끌어들인 세력이 꽤 만만치 않기 는 하지요.”
채철민의 동공이 흔들렸다. 자신은 위 협을 느끼고 있는 걸 어렴풋이 감지하고 있었다. 한데, 말을 들어보니 어느 정도는 윤곽이 잡힌 듯했다. 금강문의 정보수집 능력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결코 만 만히 봐선 안 되겠다는 경각심을 일깨웠 다
“알고 있는것이냐?”
“확실하진 않습니다 워낙 베일에 싸여 있어 준비하지 않고 접근했다가는 오히려 역풍을맞을수 있습니다.”
“나보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기다리고 있으란 것이냐?”
“우리가 먼저나서면, 불리한건 채 회 장님이십니다.”
채철민에게도 답답한 현실이다. 아버지
가 영영 일어나지 않았다면, 의심은 하더 라도 물증이 없기에 대놓고 밝히진 못한 다. 그러나 아버지가 또 쓰러지면 그땐, 상 황이 다르다. 아버지가 쓰러져서 이득을 보는 대상이 너무 명확하기 때문이고,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면 우연으로 치부하지 않을것이다.
“금강문은 방관을 하겠다는 뜻인가?”
“제 말씀을 듣고서도 감이 오지 않습니 까, 그렇다면 실망인데요.”
정우의 의미심장한 발언이었다
인상을 구기고 있었던 철민의 뇌리에 빛 이 관통했다. 예상하고 있는 게 맞는다면 이놈은 여우를 넘어 지룡의 화신이었다. 어디서 이런 괴물 같은 놈이, 한편으로 금 강문의 약진이 이해가 되었다. 또한 지극 히 냉철하고, 잔인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 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올 오싹!
철민은 심부에서 돋아난 소름을 간신 히 억눌렀다. 기세에서 밀리면 좋지 않다 는 본능적인 경고성이 울렸다
“혹,위험한것아닌가‘?”
“적의 실체를 알려면 그만한 위험은 감 수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남의 목숨이리고 쉽게도 말하는구나”
“그렇긴 하지요.”
내 목숨이 아니라는 의미보다는, 자신 감의 발로였다 채철민은 금강문의 확신에 그나마 안심 이 되었다. 지금손을 놓으면 금강문도 손 해를 보게 되어 있었다. 아직은 주고받을 것이 있으니 신뢰가갔다
“대한그룹과 손을 잡는 척하는 겁니다”
“일전에 사건도 있고, 대한그룹이 제안 을 받아들일까?”
혼사로 인해 대한그룹과는 틀어졌다. 다시 손을 잡기는 쉽지 않았다. 한데, 금 강문이 유 회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한다.
“일단은 돌아가서 심사숙고를 해 보겠 네.”
“본문과 달리 시간이 많나 보군요.”
정우의 협박에 철민은 울화가 치미는 반면, 불안감이 엄습했다. 금강문을 찾아 온 이상,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대한그룹의 가세는 아 버지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 결국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무서운 놈!’
철민은 변신 아이템을 작동하고 집무실
을나갔다
정우는 그를 배웅하지 않았다. 변신을 한 이상 그는 대리인이 되었다. 눈과 귀가 집중되는 시기였다. 시선을 끌 행동은 하 지 않았다.
‘아직은 배를 가를 때가 아니니까’
충분히 고혈을 짜지도 못했는데, 벌써 부터 망가지면 곤란했다. 그리고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보겠다는 녀석들에게는 반 드시 똥맛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내 가족올 건드리는 놈하고, 내 밥그릇 넘보는 건 참아주기 힘들다
‘내가버리기 전까지는’
버리고 나서 찌꺼기를 주워 먹는다면
말리진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