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중에 사소한다툼은 있올수 있지 만, 이건 과한 처사였다. 팽가임을 감안했 다면 제압을 하는 선에서 끝을 냈어야 했 다. 무인에게 명예는 목숨보다 소중하다. 저런 짓은 팽가를 무시하는 행위였다 제 5장 협상조율 (4)
“ 맛있겠군.”
“?으어억!"
입맛올 다시는 정우의 익살에 야차혈 은 혼비백산했다. 진짜로 배를 가르고 탕 에 들어가야 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 했다. 살의와 광기에 미친 광인으로 불리 는 그들이지만 정우 앞에서는 소용이 없 었다. 미친 걸로 치면 정우보다 더한 놈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많이순화했지.’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얌전해진 것이다. 전생에선 이보다 더한 짓도 서슴없이 한 적이 있었다. 적이라고 규정이 되면 살아 있는 것이 지옥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막아서는 놈들에게 자비는 사치였으니 까 또한 극단적인 상황일수록 냉철한 이 성이 혼들린다
“멈추지 못할까!"
남천명으로선 많이 참았다.
인내심이 바닥올 치자, 더 이상은 참지 않았다. 야차혈의 죽음보다 자존심이 더 상했다. 수하야 언제든 다시 만들면 그만 이지만, 이 굴욕은 항상 꼬리표가 되어 따 라오게 될 것이다.
꽈아아앙!
남천명의 성명절기는 검이나. 장법도 상 당한수준이 이르러 있었다.
그가 펼쳐내는 혈라천장(血羅X掌)은 장 법의 대가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경력을 지녔다. 일격으로 집채만 한 바위를 가루 로 홉어낼 파괴력을 선보였다.
우우웅!
공간이 크게 울리며 갯벌이 열기에 타 들어가서 삽시간에 홀날렸다. 결계를 치지 않았다면 반경올 무시하고 큰 파장을 일 으켰을 것이다.
착
갯벌을 밟고선 남천명의 안색이 어둡다 그는 장력을 내지른 손바닥올 보았다. 충 격의 혼적이 고스란히 남아 지글지글 끓 고 있었다.
스윽!
흘날리는 먼지가 걷히고, 정우가 서 있 었다
시선과 시선이 날카롭게 부딪쳤다. 맹렬 한 파공성이 들리진 않지만, 그 어느 때보 다 무겁고 강렬했다.
어둠이 정우와 남천명으로 인해 동요하 고 있었다.
남천명의 내심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가볍지 않은 경력이거늘.’
무려 5성의 공력올 혈라천장에 쏟아냈 다. 이만한 내력이면 반경 20m 내외를 혼 적도 없이 날려 버릴 수 있었다. 한데, 갈 가리 찢겨져 고깃덩어리가 되어야 할 혹금 단주는 원래의 자리를 고수했다
‘일개 단주가 내 장력을 제자리에서 받
아쳐?’
상식적인 범주를 완전히 벗어나 버렸다. 저런 자가 단주면 금강문주란 자는 신에 근접했다고 봐야 한다. 그것이 말이나 될 법한일인가?
“쳤냐?”
“?…뭐라1"
정우는 가식올 집어던졌다. 도발은 야 차혈이 했고. 대결은 순수했다. 결과는승 자의 몫이었다. 그런데 남천명은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제멋대로 기습공격을 해 왔다. 그런 자에게 존대를 할 이유가 없었 다 물론 그런 상황을 유도하지 않았느냐고 따질 수는 있을 거다 그래서 뭐?
정우의 행위가 비정상적이라 해도 기습 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야차혈이 속성 을 사용하며 달려들었을 때부터 예견된 현실이기도 했다.
쩝!
이호극은 입맛올 다셔야 했다
‘내 건데.’
아쉽게 되었다.
이번 일은 전적으로 정우가 알아서 하 기로 사전에 합의를 봤다.
이호극은 뒷짐을 진 채 폼이나 잡고 있 어야 했다.
‘바위내는 건데.’
보를 내는 바람에 지고 말았다.
이호극의 느긋함에 이극은 침이 마르다 못해 타버릴 지경이었다. 남천명의 장력을 받아친 흑금단주의 전투력이 놀랍기는 하 나, 상황올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협상은 물 건너가게 된다. 마지막 조율을 남겨두 고 이게 대체 뭔 짓이란 말인가.
야차혈이 혹금단주를 제압했다면, 팽가 의 위대함을 드러내고 좋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을 텐데. 연이어 꼬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이극 이다. 협상을 주도한 건 삼공자지만, 책임 은 자신에게 있었다.
“이보시오, 금강문주! 말려야 하지 않 소!"
“내가 왜‘?”
‘내가 왜’라니?
이 미친 인간이, 끝까지 제정신이 아니 다
그럼 대체 여긴 왜 나온 거야?
이극의 상식을 빙하기로 되돌려 버리는 금강문주의 무책임함이었다. 살다 살다 이렇게까지 무책임한 인간은 처음이다. 금 강문과 협상을 따온 삼공자가 원망스러울 지경이다.
“협상을 이대로 깰 심산이시오! 이후의 책임은 그대가 져야 하는데 감당할 수 있 겠소!”
“싸우자고 한 건 내가 아니라 너희지."
“이제와 책임을 전가하시겠다, 너무 무 책임한 거아니오!”
“협상을 하려고 했다면 일전에 만난 노 땅들로 충분했어. 그런데 왜 저자가 왔을 까?"
“?그건!"
협상의 조율은 무력시위와 다르다.
혈검이 협상의 전권을 일임받고 왔다는 것은 이극에게도 의외였다. 예상하기로는 팽가의 힘을 보여 금강문올 제압하려는 의도로 봤다. 그러나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어, 대답이 궁색해졌다.
“우린 느긋하게 지켜나 보자고:
“좌 호법은 무서운 사람이오, 흑금단주 가살수 있을 것 같소?"
흥!
이호극은 콧방귀를 뀌었다
‘우리 정우가 더 무섭거든.’
누가 누굴 무섭다고 해? 사태 파악 제 대로 못하고 있는 건 이극이었다. 대결 이 후엔 이극에게도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 지게 될 것이다 처어어엉!
쇠의 거친 울림과 함께 정우와 남천명 이 본격적으로 부딪쳤다. 서로의 진력이 눈앞에서 검과 도로 펼쳐지고 있었다. 한 번의 괴열한 충돌 이후에 파괴력을 늘려가 며 근접거리에서 도검이 난무했다 차차차창
초고속의 검과도.
궤적이 보이지도 않는다. 충격파가 사방 으로 퍼져 나가며 파편이 위력을 과시할 뿐이다. 여기저기에 충격의 현장을 새겨 놓았다. 결계로 범위를 한정하지 않았다 면 미법도가 사라졌올 수도 있다.
‘팽가의 호법답군.’
정우는 남천명의 경력이 8급에 이르러 있음을 직감했다. 확실히 대륙의 인재 풀 이 우리보다는 훨씬 넓었다 100명 중에 1 명이 아니라 대륙은 10000명 중에 1명을 뽑아도, 수적인 차이가 있었다.
‘정파답지 않은 검이긴 해도.’
남천명의 검은 백도의 검이라고 하기에 는 지나치게 살기가 짙다. 피의 바다를 연 상케 하는 마검에 가까웠다. 그의 내공도 정공이 아닌, 마공이라고 해도 믿올 정도 다. 마기가 조금이라도 섞여 있다면 마인 이라 낙인이 찍혔을 것이다.
‘아주 실전적이야.’
경지에 이른 검사가 활검(活劍)이니, 생 검(生劍)이니 지껄여 봤자 검의 목적은 살 상(殺傷)에 있었다. 병기로 사람을 살린다 는 발상 자체가 이율배반적이다. 사람 살 리는 건 의사가 할 일이지, 무인의 몫이 아 니었다 무인은 사람을 잘 죽이고, 잘 지키 면 장땡이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남천명 의 검은 효율적이면서. 실리를 추구했다.
정우는 그 점을 높이 샀다
‘이 어린놈이!’
찰나에 10합을주고받았다.
남천명은 작금의 현실올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5성의 장법이라고 하나, 장 법이 전문은 아니니 받아들였다. 그러나 성명절기인 혈해마검식(血海*劍式)의 혈해 마륜(血海≪輪)을 펼쳤다. 이를 막아내는 것으로도 부족해, 검식을 알고 있다는 둣 이 파훼하고 있었다.
‘어디서 이런 괴물이!’
남천명은 경시했던 마음을 싹 지웠다. 신분과 외형에 속아서는 안 되었다. 놈의 칼에서 연륜과 경험이 느껴졌다. 사람을 죽여 보지 않은 자의 병기와 죽여 본 자의 병기는 다르다. 그리고 이놈의 칼은 한두 명올 죽여선 완성되지 않는다. 살의조차 지워버렸다는 점에서 경악올 선사했다. 섣 불리 대옹했다가는 도리어 잡혀 먹힌다
‘썩어도 준치라고, 대응이 빠른데.’
실전강자일수록 반응이 빠르다. 좌호법 임에도 현장에서 멀어지지 않았음을 뜻했 다. 팽가의 가주가 그를 보낸 이유를 알 것 같다. 남천명이야말로 팽가에서 가장 날 카로운 병기 중에 하나였다.
‘즐겨 보자.’
오랜만에 잡아 본 전생.
현천도법의 형이 칼에 실린다.
촤아앙!
틈이 없는 궤적올 벌렸다.
정우가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갈 때마 다 남천명은 섬뜩함을 느꼈다.
‘이럴수가!’
혈해마검식은 실전을 통해 완성된 최강 의 검이라 자부했다. 그러나 지금은 궤적 이 비틀리면서 검의 형이 완성되지 않았 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남천명의 얼굴에 는 당혹감이 깊어졌다. 경시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기가 무섭게 혹금단주의 도법이 변했다
‘ 현묘하다!’
묘리를 파악했다 싶으면 전혀 다른 궤 적에서 날아온다.
남천명은 흑금단주의 도법이 대륙의 그 어떤 도법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체감했다. 절대 무명의 도법이랄 수 없다 처처척!
궤적에 그대로 있다가는 베인다.
남천명은 황급히 혈풍보(血風步)를 밟으 며 도의 방향에서 벗어났다. 베고 지나간 공간이 잘려 나가며 어둠의 단면이 날카 로움을 빛냈다. 궤적에 남긴 예기가 재차 위협을 해오는 바람에 회피 공간이 줄어 들었다.
스륵!
정우는 벗어나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남천명의 동선올 읽고, 방향을 잡아 재차 전생을 휘둘렀다.
팟
옷자락이 베어지면서 살가죽이 좌우로 벌어진다.
남천명의 앞섬이 선혈로 붉게 물들었다 방어검식이 파훼되면서 가슴올 내어주고 말았다. 조금이라도 더 깊었다면 심장에 잘려나갔을 것이다.
크윽!
살짝 베였지만 충분히 충격올 주었다.
절대 급의 경지에 이르면 병기에 의지를 실올 수 있다. 정우의 칼끝에 남천명의 심 력이 타격올 입었다. 그 증거로 비틀거리면 서 보법이 꼬여 버리고 말았다. 재빨리 신 형을 비틀어 거리를 벌리지 않았다면 목 이 잘려나갔을 것이다.
“반응 빠르네."
정우는 남천명의 속성을 보았다. 그는 강현과 같은 신속, 스피드 업이었다. 순간 적인 스피드가 10배로 빨라졌다. 칼이 궤 적으로 나아가기도 전에 남천명은 저 멀리 에 있었다 주르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