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56화 (156/500)

제 5장 협상조율 (3)

깨갱!

야성의 포효는 울부짖음으로 변해갔 다

결계를 형성한 혹금단은 일련의 장면을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예나 지금이나 입 올 떡 벌리게 만드는 광경이다 꿀꺽!

저래도 되나 싶을 만큼 일방적이다. 야 차혈의 전투능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딱 봐도 중국에서 제법 침 좀 뱉어봤을 분 위기를 ?뿜어내었다.

그럼 뭐하냐고?

‘진짜 개 잡듯이 패네!’

‘우리보라는 게분명해!’

‘역시 본성은 어디가지 않아!’

‘살이다 떨리네!’

‘살발하다 증말(경상도 부산출신)!’

야차혈의 전투력은 인정하지만, 상대를 잘못 만나도 한참 잘못 만났다 차라리 속 성을 발휘하지 않고 일격으로 혼절했으면 될 것을. 자존심 회복한답시고 달려들다, 더 험한꼴을 당하고 있었다

‘잊지 말자단주님의 본질을.’

‘참 시원하게도 팬다!’

‘저리 맞고도 아직 죽지 않는 게 용하 다’

‘그것도 기술이지!’

많이 때려보고, 맞아 본 자는 본능적으 로 느낌이 온다. 상대가 어떤 기질과 능력 을 가지고 있는지를. 하지만 그것도 단주 를 대입하면 엉망진창이 된다. 생긴 건 덩 치가 좀 커서 그렇지, 잘생긴 훈남이었다.

그러나 단주의 껍데기만 보고 덤볐다가는 지옥구경은 옵션이 된다.

“개방의 거지새끼들이 패는 건 잘한단 말이야.”

정우의 타법은 개방의 타구봉법에서 기 인하고 있었다.

타문파의 무공을 신뢰하진 않는 편이 다. 그러나 개방의 절기 중에 두 가지만은 인정을 하는 편이다 강력한 내공을 바탕 으로 한 장법과 개를 때려잡는 타구봉법 은 으뜸이었다-

삼십육로(三十A路)를 기반으로 하여 개 의 전신요혈을 타격, 다져진 개고기는 정 말 잊지 못할 맛을 선사해 주었다. 3번째 전생에서 만난 개방의 후개는 개 잡는 데 는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 났었다. 녀석을 두들겨서 알아낸 타구봉법을 나만의 방식 으로 좀 더 보완한 것이다.

크어어엉!

야차혈은 울부짖었다. 주인이 어서 빨 리 자신들의 울음소리에 나타나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힘껏 외쳤다 그러나 어쩌랴, 결계는 방음이 완벽했 다

늦은 밤 고성방가를 허용하지 않았다 퍼퍼퍼퍽!

정우의 타곤(打根)은 점점 더 세밀해지 다가, 원래의 목적을 찾아갔다. 야차혈은 결국 부드럽게 다져지다 못해 혼절해 버리 고 말았다. 철근처럼 단단해 보였던 육체 가 야들야들해지면서 연체동물이 되었다.

정우는 다음 수순으로 넘어갔다

헐!

야차혈은 기절 장소를 잘못 택했다

혹금단마저 단주의 기행에 소름이 돋았 다. 악마의 변덕은 인간의 상식을 가볍게 벗어나 버리고 말았다.

“털이 많아”

‘말을 꺼내기도 어렵게 됐잖아’

이극과 팽세기는 협상의 협자도 꺼내지 못한 채 침묵해야 했다. 원인은 이호극과 남천명의 팽팽한 신경전에 있었다. 둘의 기운이 부딪치고 있어 천막 안이 가시방석 이 되었다. 조금이라도 균형을 잃으면 언 제든 튀어나가 버릴 것처럼 위태위태하다 꿈트

남천명은 작금의 대치 국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주의 지시로 오기는 했으 나, 반도의 문파와 손올 잡는다는 것 자체 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세상의 중심 은 중화, 반도는 변방의 오랑캐에 불과했 다

‘이놈이 대체 뭘 믿고!’

이극의 보고에 의하면 금강문이 예사 롭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그래 봤자 소국 에서 명성을 날리는 수준일 뿐 실수를 만 회하기 위해서 금강문을 내세우는 것으로 보였다.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 가 주가 직접 부탁을 한 것이다.

‘왜이렇게 오래걸리지?’

일각이 흘렀다.

이쯤 되었으면 결판을 내고도 남는다. 야차혈은 그럴만한 실력올 가지고 있었다 설령 혹금단주가 예상보다 뛰어나다 해도 일각이면 충분했다.

“오래 걸리네.”

이호극의 심드렁함에 남천명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자신이 할 말을, 주객이 전도 되었다. 야차혈의 진정한 능력을 안다면 무사태평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야차혈 이 이성을 잃고, 흑금단주를 갈가리 찢어 놨을수도 있었다

“진짜로 탕을 끓이나?”

“여유를 부리는군."

남천명의 비아냥거림에도 이호극은 꿋 꿋했다. 모두가 예스(Yes)를 외칠 때, 혼자 서 노(No)를 선언하며 찬성한 놈들을 쥐 잡듯이 팰 수 있는 강단도 있었다. 긍정을 부정으로 만들고도 남을 뚝심이다.

“여유라니, 당연한거지."

“그가살았을 것같나?”

“그럼 죽었겠냐”

이호극은 남천명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홀렸다 누울 자리를 보고 누우라 고 했다. 이 인간이 아직 정우를 몰라서 저 러는 거다. 나 같으면 이 시간까지 야차혈 이 들어오지 않으면 밖으로 나가서 동태를 확인했을 것이다.

부하 귀한 줄을 몰라. 지금쯤 조각조 각 잘려져 탕에 올라가 있을지도 모를 불 쌍한 중생이었다 인간은 그런 짓 안 한다 고? 어린 시절부터 봐온 정우라면 충분히 그리하고도 남는다. 물론 쓰레기를 먹지는 않겠지만. 끓여서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뱉은 말은 실전하는 올곧은 녀석이었다.

‘이 버르장머리 없는놈이!’

남천명의 외향이 젊어 보이는 편이지만, 실상 80세가 넘었다. 전대 가주 때문에 호 법의 자리에 있었던 그다. 하는 말마다 반 발을 찍찍 내뱉는 이 무례한 놈을 그냥 두 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한 건 이상한 거다.

‘빨리 끝내고들어올 것이지.’

너무 오래 끌고 있었q:

남천명의 계획은 야차혈을 이용해 금강 문을 짓밟는 것이다. 그러나 금강문주를 건드리기엔 명분이 부족하다 야차혈이 흑 금단주에게 벌을 내리면, 금강문주의 성 향상 반드시 나설 테고. 우위를 확실하게 알려줄 수 있었다. 지금 당장은 제 세상인 줄 알고 날뛰겠지만 하늘 밖에 하늘(天外 大이 있음을깨달아야했다.

‘이게 누굴 호구로 아나:

이호극이 생긴 대로 눈치는 없는 편이 기는 해도, 돌아가는 형세를 아예 모르지 는 않았다. 남천명의 의도야 지나치게 뻔 했다. 무엇보다 정우가 사전에 미리 언질 올 주었다 정우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어 소름이 돋기는 했다

‘미래에서 온 거냐?’

어찌 이리 판에 받은듯이 계획대로 흘 러가는건지.

이호극은 정우의 선견지명에 감탄했다. 아주 크게 될 놈이다. 그래서 더 욕심이 난다. 어서 빨리 하라와 헤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담았다. 효린이가 클 때까 지만 곁에 있다가 이혼하면 된다. 정우 정 도의 이혼남이면 재혼, 삼혼, 백혼도 가능 하다. 효린이가 마지막 사랑이 될 테지만

“자신 있으면 내기를하든가?어때?”

“헛소리를 들어주는 것도 여기까지다”

“쫄리면 뒈지시든가?”

“닥치지 못할까 참는 데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남천명은 가주에게서 전권을 일임 받았 다. 삼공자가 어렵게 협상을 진행시켰다고 하지만, 가문에 입힌 피해가 적지 않았다과(過)를 공(功)으로 덮으려는 얄팍한 수작 일 분이다. 금강문이 필요 없는 문파라면 굳이 협약을 할 필요가 없었다.

“어디서 타는냄새나지 않냐?”

“수작부리지?…옹?”

진짜로 타는 냄새가 났다.

그것도 아주 구수한.

이런 냄새. 어디서 많이 맡아봤다

남천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천막의 휘장을 걷어 젖히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 고 드러난 광경에 동공이 경련을 일으켰 다 부르르!

말도 안되는 광경을목도했다

뒤늦게 나온 이호극이 배꼽을 부여잡 았다. 어느 정도는 정우의 성향을 감안하 고 있었건만 창의성이 한발 앞섰다. 전투 에 개그를 가미해 예술로 승화시켰다고 볼 수 있었다. 하나, 당하는 입장에선 하나도 웃기지 않는 살벌한 광경이기도 했다.

“야,인마 날웃겨 죽일 셈이냐!"

“전혀요, 그저 탕을끓이는중입니다”

“그러지마라; 불쌍하다”

“밟을 때는 확실하게 밟아야 합니다”

“차라리 밟지 그러냐?"

탕올 끓이기 전 기초 작업, 털을 태우고 있었다

덥수룩하게 자라나 있는 야차혈의 털 을 삼매진화를 활용해서 거스르는 중이 다. 혼절에서 깨어난 야차혈이 사지를 구 속당한 채 태워지자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몸부림을 쳤다 그 모습이 어찌나 처량하 고, 불쌍해 보이던지 이호극의 심금마저 울렸다.

“한데, 늑대를끊이면 무슨탕이지?”

“국물에 고기면 됩니다:

탕은 고기 빼면 시체다. 늑대도 고기니. 비린내만 제거할수 있다면 얼마든지 식용 이 가능하다

“한데, 늑대는 천연기념물이잖아”

“ 멸종위기동물이지요.”

드륵, 드륵!

그러거나 말거나, 정우는 친절하게 칼 로 털을 긁어내 주었다

“내장을 꺼내겠습니다’’

“하는 수없지.”

내장을 꺼내다니.

생사람의 배를 가르겠다는 의미였다

헙!

이극은 저 미친놈의 행태에 경악을 금 치 못했다. 이호극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든 생각 은 야차혈을 저렇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있었다. 1명도 아니고 5명을 털끝 하나 다 치지 않고 제압한 것이다.

‘저?럴수가있는 건가?’

이호극도 아니고, 일개 단주다. 야차혈

의 합공은 세가의 장로들도 경시하지 않 았다. 그런 야차혈은 저토록 간단히 제압 하고, 털까지 태워버렸다. 나이를 초월한 비범함 그마저도 넘어섰다. 경시하기 어려 운 자임을 실감했다. 일전의 공손하고 신 중했던 자세마저 연기가 아닌지 의심이 들 었다.

그렇다 하나, 팽가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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