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장 익명성의 최후 (2)
“3억이야”
“무슨?”
난데없이 돈을 거론하자 뿔테 3인방은 어리둥절했다. 사채를 쓰지도 않았고, 피 싱을 당하지도 않았는데 돈을 달라니, 부 모님이 사채를 섰나? 오해가 생길 만한 현 실이기는 하나, 결론은 아니었다.
정우는 이해력이 부족한 뿔테 3인방을 위해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왜 3억인지를?
듣고 나면 이해가 될 것이다
“감이 안오지?”
“?우리가무슨 짓을 했다고 그래?”
“행운의 편지를보냈잖아?”
“증거 있어?”
“필체 감정하면 금방 나올 텐데.”
주술을 걸려면 워드로 써서 인쇄를 하 면 안 된다. 손수 정성을 들여야만 했다. 필적 조회 대상물이 없다면 모를까, 이건 빼박이었다.
“…그게 어쨌다고?”
행운의 편지를 증거로 내세우면 믿을 사람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재판장에서도 판사가 무효 처리할 게 분명했다. 주술 속 성에서 행운의 편지를 가미한 것은 자신 들이 처음이었다. 특허를 받아내도 부족 하지 않은 노력의 결실이었다. 하지만마 물을 상대로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MT 에서 꼴찌를 하고 말았다 마물이 편지를 안 읽는다. 읽어야 통하 지
“격변의 세상이 아니라면 죄가 아닐 수
도 있겠지만. 나를 비롯해서 이들까지, 우 연히 아니라면 주술을 걸었다는 의미가 되겠지.”
“……(윽)!”
마물과 케이브가 없는 세상이었다면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해프닝일 수도 있 으나, 1명도 아니고 200명이나 집단으로 주술에 걸렸다면 사태의 심각성을 달리 보게 된다. 그리고 밑밥으로 돈 좀 뿌려주 면, 알아서 논란을 키워주기도 한다.
“그래도 3억은 너무 많아!”
“원한다면 납득시켜 줄게.”
“어떻게?”
“일단 내 정신적, 물질적 피해는논외로 쳐주마.”
뿔테 3인방의 목적은 정우뿐이다 그것 을 제외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얼마 나오지 않는다. 이런 걸로 형량을 매긴다 면가혹한 처사고.
“그런데 왜?”
“너희를 찾기 위해 흥신소를 좀 이용했 거든 게다가 이들까지 그 수가 무려 300 명이야 한 사람당 인건비를 계산해서 10 일 동안 추적을 했으니 얼만지 계산이 나 오지.”
“…그럴수가!”
저런 사람들이 일당 3만 원에 움직일 리는 없을 테고, 최소 10만 원으로 잡는다 고 치면. 하루에 3천만 원이었다. 10일을 곱하면 3억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일당 10만 원으로 계산하면 섭섭하지. 이들은 조폭이 아니라 무인이거든. 무인의 가치를 너희도 들어봐서 알겠지.”
무인은 유니크로 분류가 된다.
유니크의 가치를 감안하면 일당 10만 원은 후려치는 액수였다. 최소 100만 단 위 그 이상이었다. 그러니 실제적으로 불 테 3인방의 사정을 최대한 많이 봐줬다는 의미가 되었다. 30억도 우습게 나을 만한 용역비였다.
누군 쌀이 없어 라면을 사 먹고 있는데, 누군 용역비로 억 단위를 써버린 것이다 빈부의 격차를 체감시켜주는 만행이었다.
주도권을 쥔 정우는 느긋한 편이다. 명 분도 있고, 자백도 받았다 결론을 내고 찾아왔다는 의미가 되었 다
“언제 갚을래?”
“?……이건 무효야!”
3억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인정하면 돈의 노예가 된다.
“갚지 않으면 난 여기서 빠질 거다.”
“그게 무슨?”
“ 알잖아”
정우가 일어서려고 하자, 뿔테 3인방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여기서 빠진다?
그러면다음은?
남아 있는 사람들이 우릴 가만히 둘 리 가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3억의 가치 가 있을까? 자신들은 고작 해봐야 스무 살이었다. 이 나이에 3억이란 거금이 있을 리가 없었다. 지금도 편의점과 막노동을 해서 겨우 월세를 맞추고 있었다. 셋이 집 을 함께 쓰는 이유도 공동으로 모아서 내 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계여행도 못해볼 팔잔데, 여러 나라 로가겠네.”
부르르르!
세계여행은 견문을 넓히는 데는 좋은 경험이 된다. 하지만 신체의 일부만이 따 로 떨어져서 가게 된다면 그게 무슨 세계 여행이란 말인가.
뿔테 3인방은 안색이 시퍼렇게 질려 버 리고 말았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데, 방 음 결계를 쳤단다 지르고 두들겨 봤자 층 간소음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참으로 친절하고 간결한 정우의 설명에
뿔테 3인방은 치를 떨었다.
“우리가 잘못했어!”
“하지만이건 너무 심해!”
“죽을죄를 진 것도 아니고!”
행운의 편지로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 하는 일마다 되지 않아서 스트레스와 미 래의 암을 유발할 분이지. 요즘은 암에 걸 린다고 해도 치료술이 발달해서 죽지는 않는 편이다.
“그런건 난모르겠고.”
정우는 불테 3인방의 사정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익명 의 뒷담화는 허용범위나 주술을 통한 속 성의 발휘는 전혀 다른 문제가 되었다. 하 고 안 하고의 차이가 크다.
‘돌멩이를 씹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 야지.’
김 여사의 밥알보다 돌알을 몇 번이나 더 씹었던 정우다. 원인은 주술의 기운이 끊어지지 않도록 억제했기 때문이다 혼적 을 찾아내려면 아무래도 주술의 끈이 연 결되도록 하는 편이 낫다고 봤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찾아내기 어려워서 주술의 방향을 혼들어 보았다. 200통이나 되는 편지를 손수 써야 하는 고통을 맛보았다. 카피 마법을 사용했더니 주술의 범위에서 통용되지 않았다.
휘익!
정우가 일어서서 나가려고 하자, 불테 3 인방이 다급하게 외쳤다. 썩은 동아줄이 라도 잡아야 할 판이다: 이대로 정우를 보 내면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잠깐만!”
“왜?”
“?살려줘.”
“난 안죽여.”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정우가 죽이지 않더라도, 이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 지 않은가. 이미 200통이나쓴 행운의 편 지로 인해 원한이 깊었다. 정우가 나가는 즉시 자신들은 굶주린 호랑이가 우글거리 는 무리에 던져진, 먹잇감이 된다
“시키는건 뭐든지 할게!”
“정말이지?”
“믿어줘, 제발!”
일단은 살고 봐야 했다. 몸성히 시체라 도 보존하고 싶으면 벗어난 후에 대책을 강구해 봐야 했다. 협박으로 인한 강요된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판례를 기 억하고 있었다. 도박 빚을 갚지 않아도 되 는것처럼.
‘인감도장만 찍지 않으면.’
정우는종이를불테 3인방에게 내밀었 다. 혹시라도 종이를 찢을 수도 있기에 종 이에 강화마법과 보존마법을 걸어 놓았다
“내가부르는대로 받아 적어.”
신체포기 각서인가?
이건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들었다. 그 러나 불테 3인방의 예상을 상회하는 결과 를 가져왔다. 계약서는 지금 이후로 정우 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죽는 그날까지 분골쇄신해야 된다는 내용이었다. 한마디 로노예계*]나다름이 없었다.
‘그럼 그렇지, 역시 단주님이셔.’
‘단주님의 꼼꼼함은 천하제일이지.’
‘울컥했는데, 다행이다’
양용익과 단원들은 근로계약서인 줄 알 고 실망했었다. 자신들은 평생 무보수 계 약을 했건만, 형평성에 맞지 않았다. 하지 만 실망할 필요가 없었다. 역시 단주의 사 악함은 어디에 내놔도 군계일학이었다:
“주술은 자율의지를 기반으로 한다지.”
...설마?”
저주가 이런 식으로 되돌아오다니.
계약서를 작성하는순간, 끝이었다.
“뭐든지 한다며.”
“그래도 이건!”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면 말리진 않으
마”
손수 적은 계약서에 속성을 가미하게 되면, 이후부터 강력한 효력이 발생한다. 노예계약이라고 해서 고용노동청에 신고 를 한들, 벗어날 수가 없었다. 더욱이 자 율의지를 기반으로 하여 속성을 발휘하면 빼도 박도 못한다
“이건 무효야! 싫어!”
“그래.”
정우는 감이 잘 오지 않는 뿔테 3인방 에게 현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본인들 딴 에는 재미 삼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어떤 이유로든 영향을 준다면, 돌아 올 대가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현실이 었다.
뿌득뿌득!
젓가락 부러지는 소리와 비슷한데, 대 상은 불테 안경의 사지였다 지금까지는 적 당히 말로써 구슬렸다면, 적당한 협박과 폭력은 협상의 여지를 남겨주는 미덕이 되 었다.
“벼들이 왜이렇게 부실해.”
“너무 쉽게 부러져서 간에 기별도 안 가 네.”
“오돌뼈 씹는다고 생각하자:”
불테 3인방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상상도 못해본 고통과 공포가 밀려왔 다. 무엇보다 저들이 하는 말들이 가관이 었다. 남의 사지를 부러뜨리고선 약해서 재미없다고 씨부리다니! 하지만 토해내려 고 하자 입에 주먹이 들어와서 틀어박혔 다 뿌거적!
뿔테 3인방의 얼굴과 몸이 피로 얼룩지 며 엉망진창이 되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었다. 또한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고통이 반복이 되 니,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한시라도 빨 리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럴 수 만 있다면 진짜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너희도 알다시피 내가마법사잖아. 힐 링.”
“.2하
마력이 훑고 지나간 뿔테 3인방은 기 겁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한 번으로 끝날 거, 여러 번 반복하게 생겼다
“참고로 자율의지가 아닌지, 시험하는 겸 선로에 놓아둘 거야.”
악운의 반진력을 맞고 싶지 않으면 자 율의지를 발휘하라는 협박이었다. 막말로 선로에 있다가 진짜로 열차에 치여 버리면 사방으로 사지가 찢겨져 나갈 것이다.
그들은 정우의 치밀함과 사악함에 몸서 리를 쳤다
사람 잘못 건드렸다는 말이 이다지도 와 닿는 경우도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지 상 최강의 악마다. 저 악마를 상대로 저주 를 걸었다니, 제 발등을 찍고 말았다
“?…할게!”
“무...조건!”
“맹?세해!”
양용익 부단주와 혹금단은 아쉬운 기 색이 완연했다. 이렇게 쉽게 항복을 하면 안 되었다. 저 가벼운 주둥이가 나불거리 기 전에 한번 더 뭉개 주었어야했다. 그래 야 며칠 동안 당한 악운의 분풀이가 되었 다 이놈들 때문에 뜻하지 않은 편지를 쓴 대가를 치러주어야 했다.
“진심을 다해서?”
“물론입니다!”
말투까지 조심스러워졌다
피식!
정우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익명성 의 대가치고는 가혹하다고 생각할지도 모 른다 그러나 다른 이의 의견 따위는 의미 가 없다. 저들은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 고, 그 대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무료 봉사는 아니다. 145만 원 의 월급과 하라를 지척에서 볼 수 있는 영 광을 줄 것이다.
‘훌륭한 능력이기도 하고.’
주술 따위에 영향을 받을 거라고는 생 각조차 못했다. 그 어떤 주술이나 저주도 현천공을 넘어서진 못한다고 자신했었건 만,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설령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대단치는 않더라도, 거슬 렸다는 점은 크게 다가왔다 그렇기에 혹금단은 물론 흑막까지 동원 해서 주변을 이 잡듯이 뒤졌다
‘굳이 마물에게 쓰지 않아도.’
뿔테 3인방의 유니크로서의 전투수행 능력은 일반인과 별 차이가 없다. 속성이 높다 해도 이를 활용해봤자 돈벌이를 위 한 무속인이 되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이 들의 독특한 고집이 만들어낸 속성 스킬 은 꽤나 요긴하다. 좀 더 가다듬고, 단련 을 시킨다면 효율적인 제재수단이 될 수 있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굳이 직접 찾 아와서 주술과 각인까지 걸어가며 회유하 지는 않았다
‘보물이 넝쿨째 굴러들어왔어. 크크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