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51화 (151/500)

정우는 약간의 껄끄러움을 좌시하지 않았다 하라는 대수롭지 않은 듯 받아들 였으나, 극한에 다다를수록 이런 사소한 반목이 발목을 잡을 때가 있다. 흔치 않다 해도 목숨이 걸린 위급한 상황일 때는 크 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제 3장

익명성의 최후 (1)

“어째서지?”

“이해가 안돼.”

“보낸 거 맞아?”

“보냈다고.”

솥뚜껑 같은 머리 모양에 크고 동그란 불 때 안경을 쓰고 있는 3명의 사내.

왜소한 체격에 어딘지 모르게 음습해 보인다. 굴곡과 어둠이 덕지덕지 쌓여 있 는 외형이다. 그뿐이 아니다. 목소리도 굉 장히 독특해서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다

“아닌 척하는 거아닐까?”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이상하네.”

“다시 보내야하나?”

“그럼 오히려 상실된다고.”

뿔테 안경 사내들의 주변은 책과 캘린 더를 비롯한 각종 아이템들이 쌓여 있었 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내들의 공간과는 거리가 멀었다 생긴 것과 달리 의외로 깔 끔하게 잘 정리가 되어 있기는 했다

“만만치가 않아”

“그런것 같아”

“조짐이 있어야하는데.”

이해는 되지 않았다 여태 이 방법을 써 서 떨쳐 내지 못한 적이 없었건만, 보통 상 대가 아니었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일상생 활을 영위하는 걸 봐서는 강적은 분명했 다. 이쯤 되면 사건사고와 연결되어도, 벌 써 되었다 끈덕지기가 바퀴벌레보다 더 질 기고 독했다.

“각자 속성올 최대한으로 짜내보자.”

“이대로 빼앗길수 없어.”

“정성과 마음을 담아야 해.”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진의를 담자 검 붉은 기운이 물결처럼 퍼져 나온다. 음산 하고 강력한 마이너스 파동이었다.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악운이 달라붙어 재수 옴 붙은 날이 될 것만 같은, 그런 기운의 복합체다. 이 형언하기 어려운 기운의 범 주는 연결된 무형의 실타래를 따라 홀러 가고 있었다 응?

반응이 없다

이제는.

한 번 발휘된 속성은 원칙을 지키지 않 는 이상,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는 말은 법칙을 지켰다는 의미가 되는데. 그럴 가 능성은 희박했다.

“악운이 사라졌어.”

“말도 안돼!”

“우째, 이런 일이!”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속성의 결합이었다. 혼자서는 어려웠던 걸, 3명이 모이니 가능하게 되었다. 그런데 셋이 함 께 해서 처음으로 실패를 경험하고 말았 다 뜻하지 않은 결과의 연속에 당황했다 뿔테 3인방의 리더가 친구들을 다독였

그들에게 실패는 병가지상사가 아니라 늘 있어야 왔던 일상이었다:

“괜찮아 언제는성공만했냐.”

“그렇지, 다시 하면 돼.”

“이번에는 제한을 풀자”

“반진력이 만만치 않을텐데.”

“여신을 위해서야”

“그렇다면 해야지.”

그들이 가진 속성은 작용 반작용의 원 리원칙이 지배를 받는다. 자신들이 만들 어낸 원칙임에도 어기게 되면 타격을 받는 다. 그러나 삿된 구정물이 여신을 더럽히 려하고 있었다

딩동

초인종 소리가들렸다.

좀처럼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 그들만의 공간이다. 그러나 다행히 올 사람이 있기 는 있었다 주문을 해야만 오는 사람이.

“물건시켰어?”

“어, 저번에 캘린더 새로나와서.”

“뭐하고 있어, 어서 열어드려.”

“알았어.”

그렇다고 함부로 열어 주지는 않았다. 택배인지 확인을 하고 나서야 문을 여는 소심하고, 꼼꼼한 면이 있었다. 며칠 전에 주문한 택배와 물건도 일치했다. 3중으로 잠가 놓은 열쇠를 차분히 열고 살짝 필요 한만큼만열었다 크크크!

문올 열기가 무섭게 대문의 렌즈에서 봤던 택배기사는 사라지고, 호랑이보다 사납게 생긴 상처투성이의 사내가 서 있 었다.

헉!

뿔테 안경은 급히 문을 닫으려고 했다. 저 사내가 들어와서 떡 하나 달라고 하면 서 내 목숨을 노릴지도 모른다는 급박한 위기감을 느꼈다 탁!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구두가 문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다행이라면 철 고리로 연결된 잠금장치가? …?

뜨득!

다행이긴 개뿔

너무나 손쉽게 잠금장치가 찢겨져 나가 면서 문이 열려 버리고 말았다. 이어서 문 고리를 잡고 있던 몸까지 당겨져 날아갔 다 몸이 이다지도 가벼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현실이다. 누가 보면 종잇장 을 문고리에 단 것으로 착각할 수 있었다.

꽈당!

문고리를 놓으면서 벌러덩 넘어졌다

우르르!

검은 선글라스에 양복을 입은 사내들.

집 안으로 파도처럼 몰려 들어왔다. 다 급하게 친구들에게 침입 사실을 알리려고 했으나, 사내들이 더 발빨랐다.

주둥아리를 솥뚜껑만 한 손으로 잡아 채자.

대롱대롱!

의리 따위는 내팽개치고 베란다로 도주 하려던 뿔테 2명은 어느새 사내들의 손에 잡혀 발바닥이 허공을 바동거리고 있었 다. 어찌나 빠른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바람이 휙휙! 지나기가 무섭게 사람이 나 무젓가락 인 양 들어 올려졌다

“이..게 무슨짓이에요?”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우리나란 엄연히 법이 있는 나라다. 대 낮에 깡패보다 더 무섭게 생긴 사람들이 허락도 없이 남의 집에 들어와서 행패를 부리면, 불법 가택 침입과 물리적 피해에 대한 법적인 처벌올 받는다 남의 일에 관 심 없는 이웃사촌도 소음에는 민감하게 행동했다. 어서 신고해 주기를 바라고 바 랐다 .크.크.크크!

선글라스 거한들은 경찰을 두려워하기 는커녕 웃고 있었다: 웃는데 절대 웃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 다

“이분들이 신고하신 댄다.”

“어휴, 무서워라”

“이거 완전 옛날생각난다.”

“그러게, 그때가좋았지.”

아니 왜 남의 집에 와서 과거를 주억거 려

안경 뿔테들

장기영, 박재신, 민홍기는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힌 상황에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 다. 게다가하는 말들이 너무 무섭다. 김장 철도 아니고 사람 담그던 과거를 상기하며 호기롭게 자랑을 하고 있었다. 누가 더 잘 담갔는지 내기하는 듯하다. 이러다가 진짜 로 소금과 고춧가루에 담기는 거 아닐까?

‘죽는다!’

좀 전까지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던 쥐 똥만한 용기는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 았다. 이대로 땅속에 파묻혀 버릴지도 모 른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우리한테 왜 이래? 사채 쓰지 않았 다고요.”

“편지는 썼짆아”

뿔테 3인방은 되묻고 말았다.

“예?”

“너희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개고생했

는지 알아!”

갑자기 편지 얘기가왜 나와?

여기서 나와서는 안 되는 이야기다. 그 리고 미치지 않고서야 저 사람들에게 편 지를 쓴 기억이 없었다. 조직깡패한테 뭣 때문에 편지를 쓴단 말인가. 남의 집에 들 어와서 이유 없이 행패를 부리는 것 같았 다 그럼에도 대들진 못했다.

조폭들의 눈빛이 지나치게 사나웠다. 당장에라도 생으로 사람도 잡아먹을 흥악 함이 뿜어졌다. 호랑이도 저 얼굴들을 보 면 무서워서 오줌을 질질 쌀지 모른다 어 디서 이런 험상궂은 얼굴만 모집올 해왔 는지, 사채업자의 능력에 혀를 내두르게 한다. 만화에서도 이런 캐릭터로만 그려 놓으면 쌍욕을 먹을 것이다

“원래 4통이잖아. 200통은 너무한 거 아니냐!”

U..후”

양용익 부단주 이하 혹금단은 평소 하 지도 않은 편지를 200통이나 보내야 하 는 수고를 해야 했다. 갑자기 단주의 호출 을 받아 가봤더니, 각자 1통씩 편지를 받 았다 월급인 줄 알고 봉투를 뜯는 순간 200 통의 편지를 써야 했고, 양용익은 하는 수 없이 내리 사랑을 해야 했다. 무시하려고 했는데, 하는 일마다 재수가 없고 불똥이 튀었다. 무공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걸어 가다 새똥이 떨어져도 피하기 마련인데, 피하다가 개똥을 밟고 말았었다

‘…이런 미친!’

뿔테 3인방은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 미친놈■이 자신들이 건 속성 편지를 조폭에게 보낸 것이다. 200명의 조폭이 편지를 받고, 밤새 썼을 걸 상기하니 화가 뻗칠 만도 했다. 조폭이 언제 편지를 써봤 겠어, 학창 시절에 반성문이나 썼겠지. 그 것도 쓰기 싫어서 학교를 그만두었겠지만.

‘꿀꺽, 우린 죽었다!’

‘엄마 아빠!’

‘제사는지내줘요!’

육신이라도 성하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자가 한을 품으로면 오뉴월에 서리 내리 는 것으로 끝나지만 조폭이 한을 품으면 생체해부, 아니면 생매장이었다 우리의 장기들은 아마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위해 널리 전파가 되겠지.

문을 열고 단주가 들어왔다

흑금단원이 재빨리 단주가 앉을 의자 를 가지고 왔다 집 안에 없을 때를 대비해 서 휴대용 의자를 꼭 챙긴다. 단주의 품위 유지는 혹금단의 사활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었다 조금의 소홀함도 용납되지 않 는다. 언제 어디서든 단주가 원하면 대기 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설령 사막에서 얼음을 달라고 할지라도.

정우는뿔테 3인방의 면면을살폈다.

“자; 눈떠.”

죽기 직전에 들린 목소리에 뿔테 3인방 은 간신히 눈을 떴다. 살포시 동공을 가린 살가죽이 올라가며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 러났다

“만나서 반갑다”

“?.너는!”

“대면은 처음이지, 아마”

불테 3인방은 붕어인 양 입만 뻥끗뻥끗 했다. 맘 같아서는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 르고 싶으나, 주변에 호안을 지닌 조폭들 이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입이라도 잘못 나불거리면 진짜로 저세상을 구경하는 수 가있다

“쫄거 없어, 편하게 말해도돼.”

분위기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편하게 말을 하라니.

불테 3인방으로선 기차찰 노릇이었다

조금 전까지 자신들의 아늑한 보금자리 였던 공간이 이젠 피가 마르는 혈옥이 되 어 버렸다. 어디를 돌아봐도 흉포한 인상 의 사내들이 있었다. 또한 지은 죄가 있어 안절부절못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보다.

‘어떻게 알았지?’

그것이 의문이었다

편지에 발신자를 적어 놓지 않았다. 그 런데도 찾아왔다. 아니라고 변명을 해 봤 자 소용없는 짓이었다. 이래서 뱉어 놓은 말은 주워 담지 못한다는 속담이 나온 것 이다. 발뺌도 해 본 사람이 한다고, 익숙하 지 않은 탓도 있었다 설마 편지를 추적해서 찾아올 줄 누가 알았으랴? 게다가 조폭한테 200통이나 보내는 무식한 놈일 줄 알았으면, 속성을 쓰지도 않았다

‘대체 얼마를 줘야 이런 사람들을 고용 할수있는 거야?’

뿔테 3인방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한 달 150만 원의 박봉에 정년 퇴임은 저승길임을 안다면 과연 어떨까?

혹금단은 먹고 자는 것을 제외하고 여 유 돈이 없다. 카드가 있긴 한데, 쓰면 모 두 단주의 핸드폰으로 직통한다. 또한 월 급은 단주가 맡아서 보관하고 있으며, 나 중에 정년이 되면 퇴직금 면목으로 주겠다 고한다.

저승 갈 때 노잣돈이라나.

“찾는 데 애 좀 먹었으니까, 눈알 돌리 지 않아도돼.”

정우는 감각을 극대화해서 주변을 샅 샅이 뒤졌었다. 누가 지켜보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걸리는 부분은 다 른 쪽에 있었고, 불테 3인방은 논외 대상 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뿔테 3인방의 존재감은 제로에 가까웠다. 이전의 쉴드 못지않은 투명인간들이다 그러니 감각 레이더 센서 에 포착되지도 않았다. 차라리 적의라도 가지고 있으면 그나마 찾아내기가 수월한 데 그런 것도 아니고.

‘하라의 남자친구도 극한직업이군.’

뿔테 3인방의 공간

하라의 캘린더와 앨범, VOD, 서적으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없는 살림에 부모가 부친 돈으로 쓸데없는 데 낭비한 것이다 정우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취미다. 스 타에 열광하는 건 이해하겠지만 생산성 이 없는 행위들이었다. 그런다고 하라와 교제할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주변 의 보통 여자애들과 평범한 만남을 지속 하는 편이 효율적이었다.

어쨌든 인과는 분명해졌다. 뻔한 사실 을 놓고 달리 생각을 하는 것도 심력 낭비 다 그러니 본론으로 건너뛰었다

스윽!

움찔!

찔끔거리는 뿔테 3인방의 신상 내력은 파악됐다.

-이름 ; 장기영, 박재신, 민홍기.

-학과; 주술학과4학년.

주술학과는 동양의 마법학과라고 보면 이해가 빠르다. 기문술, 둔갑술, 주술, 저 주 등을 주로 연구하고 훈련하는 학과다. 토속적으로 무당이 이 분야에 들어가기 는 하는데, 인기가 많지는 않다 요즘 세상 에 누가 주술이나 무당에 집착을 할까. 유 니크로서도 전투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마물을 상대로 주술을 건들, 잘 통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속성등급은 꽤 높 은 축에 속한다. 활용성은 떨어지고 등급 만 높은 그야말로 속빈 강정 취급을 받는 다 그렇다고 해서 미래가 없다고 볼 순 없 다

무속인이 되어 점집을 차리면 꽤 짭짤 한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종종 무속인들 이 주술학과에 찾아와서 자질이 유망한 녀석을 스카우트했다 하지만 그것도 올해 까지다 일전 MT에서 또다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바람에 폐지 학과 1순위에 올라가 있었다 현재는 다음 학기 정원을 받지 않았다. 남아 있는 소수의 학생들이 항의를 해 봤 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깽판을 친다 한들, 힘이 미력해서 계란으로 바위를 치 는 격이었다. 사회적인 이슈로 몰아가기에 도 주술학교의 이미지가 좋지는 않았다. 무속인을 키워봤자 아무런 득도 없기 때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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