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행운의 편지 (4)
“누가이기나 해보자!”
뇌력광마신공을 끌어올린 강천은 속성 까지 개방했다. 힘을 아끼기보다는 전력으 로 부숴버리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진형 깊숙이 파고들어가 허니퀸을 죽일 수 있다면 허니맨의 전력을 절반 이 하로 떨어뜨릴 수 있었다
꽈아아앙!
광뇌인을 발동한 강천이 치고 나가자, 쉴드가 겹겹의 방어공간을 만들어 내며 진형을 갖추었다. 쉴드와 강천이 티격태격 하긴 해도, 전투에선 협업이 잘 이루어지 는 편이었다. 창과 방패의 모순이, 하나가 되면 강력한 병기로 변한다 강천이 공격에만 집중하고, 쉴드는 방 어에만 주력했다. 공수의 조화를 이룬 쉴 드와 강천의 활약은 눈부셨다 퍼퍼펑!
뇌격이 허공을 칠 때마다 허니맨이 격
살당해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럼에도 허니맨의 수효는 거의 줄지를 않고 있었다. 이해가 안 되겠지만, 수효는 정말로 줄어들지 않았다 왜냐고?
“저건심하잖아.”
“그러게.”
강천의 허탈함에 쉴드도 동의했다
수효불변의 법칙은 허니퀸의 생산력이 있었다. 거대한 육체를 가지고 있는 허니 퀸의 엉덩이에서 끊임없이 허니맨이 생산 되어 나왔다. 알을 낳고, 부화를 하기까지 시간이 걸려야 정상이건만. 허니퀸이 생산 한 허니맨은 곧장 투입이 가능한 성체였 다
순풍, 순풍:
쉴드와 강천은 허니퀸의 말도 안 되는 생산력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를 줄여 가다 보면 언젠가는 허니퀸을 죽일 수 있을 거라고 봤건만, 이대로는 안 되겠 다 싶었다 전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허니퀸의 생 산력보다 빨리 허니맨을 죽여야 한다. 그 도 아니면 허니퀸을 먼저 죽여야 하는데, 허니맨이 겹겹이 층을 두르고 있었다. 전 력을 기울인다 해도 뚫어낼지 미지수였다.
“한번 해보자”
“우리가 도울게.”
강천은 뇌력광마신공을 증폭시켜, 단 숨에 토해내보기로 했다. 일단 그러기 위 해서는 뇌력을 중첩시킬 시간이 필요하다
‘저럴수가?’
기를 모으던 강천은 보았다
하라와 노가리를 까며 대충 주먹을 뻗 고 있는 정우를. 귀찮은 날파리를 쫓듯, 탁탁! 쳐내고 있었다.
푸앗!
일격일살(一擊一殺)?
아니다:
일격몰살(?擊沒殺) 이다.
‘주먹에 분쇄기를 달았나?’
살짝 친 것 같은데 허니맨은 공중분해 되어 버렸다. 저래도 되나 싶을 만큼 간단 한 최후의 연속이었다 순식간에 2천에 가 까운 허니맨을 때려잡았다 끄응; 끄응!
찰나에 2천의 공백이 생기자, 허니퀸이 배에 힘을 더 주어 생산속도를 높이는 데 애를 썼다. 정말 싸지르는 데는 최강의 마 물이 아닐 수 없었다
‘젠장!’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
다고 하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다 장난치는 놈을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즐기고, 자시고 괴물의 영역에 들어간 정우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노력으 로 가늠할 수 있는 범주하고도 거리가 멀 었다
‘잰 대체 뭘 먹고 저리 강해지는 거야?’
이해 불가해의 영역이 있다면 바로 정 우의 전투력 상승이었다 강천은 아직도 그 비밀을 밝혀내지 못 해 미스터리로 남았다. 나이라도 다르면 이해라도 하지, 같은 나이 때에 평범한 가 정에서 태어나 저토록 강해진 걸 보면 확 실히 난놈이었다
‘질 수없지!’
장난치는 놈보다 못하다는 건 죽어도 인정하기 싫은 강천이었다 최소한 정우의 지근거리에서 제 역할을 하고 싶었다 강천이 의욕을 불태우자, 쉴드도 각오 를 새로이 다졌다
‘역시주군이야’
‘그러나이대로는 안돼!’
‘더 강해지겠어!’
쉴드와 강천이 한 호흡이 되어 의지를 활활 불태웠다 휘
파삭!
정우는 그런 와중에도 달려드는 허니 맨을 가루로 분쇄했다 무형격살의 원리를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주먹질이었다 속도 를 늘려 일격에 다살(多殺)이 가능했다
‘그래야지.’
정우의 무관심함은 의도된 바였다.
강천과 쉴드의 경쟁심과 강해지겠다는 의욕을 불어넣기 위한 무성의다. 예상대 로 강천과 쉴드의 전투력이 좀 전과는 판 이하게 달라졌다
‘이 느낌은 뭐지?’
정우의 계산에서 약간 어긋나 있는 부
분이 있었다. 원래의 목적지는 허니맨의 머리통이었다 한데 살짝 핀트에서 벗어나 서분쇄가된다
‘좀 더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소린 데.’
평소와 다르지 않은 컨디션이었다
그렇다면 케이브의 환경이 외부와 달라 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마치 느슨하 게 걸어둔 거미줄에 걸린 기분이 들었다. 대단치는 않아도 귀찮은 느낌이었다.
음
성에 차지 않은 정우의 안색에 하라 는 의아한 기색이었다. 누가 보면 허니맨 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있는 줄 알겠 지만, 현실은 몰살당하고 있었다. 차라리 쉴드와 강천을 상대하는 편이 그나마 현 실적이었다 주변에 얼쩡거리는 짓은 섶을 지고 달려드는 부나방에 지나지 않았다.
“표정이 왜 그래?”
“제대로 맞추지 못해서.”
“죽은 마물이 네 말을 들었으면 억장이 무너지겠다”
“그건내알바아니지.”
하라의 눈에 보인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정우가 손을 휘휘 저을 때마다 날아 들어오던 벌떼가 비명횡사했다. 신안의 범 주에 들어왔던 벌떼의 마지막 상념도 자 신과 같았다
- 뭐지?
라는 잔념(殘念)만 남은 채 가루가 되었 다
느긋하게 데이트를 즐기자는 정우의 한 가로움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확실하게 체감했다. 내 남자친구라서 하는 말이 아 니라 정말 강하다 그런데도 만족을 못하 는걸 보면 무공중독이다
“여하튼이거 꽤 귀찮은데.”
“말같지 않은소리 좀그만해.”
“오늘따라예뻐 보인다;
“언제는 안예브고?”
“항상 예뻤지.”
“당연하지만, 받아줄게.”
정우의 헛소리 작렬이었다 헛소리하지 말라기에 청개구리인 양 계속 해 봤다. 하 라가 좋아하는 것 같아 다행이기는 했다. 그러고 보니 여자들의 심리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어느 장단에 맞춰줘야 할지 판 단이 서지 않을 때가많다.
‘복잡해.’
연애를 경험해 보지 못한 정우의 남다 른 고민 중에 하나다 전생엔 연애가 아닌 일방통행만을 강요
했었다. 여자의 마음은 안중에도 두지 않 았다. 오로지 자신의 목적과 욕구만을 채 웠을 뿐이다. 그럼에도 당연하게 생각했 고, 여자도수긍을해야했다
‘그래서 그런가:
수긍과 인내가 여자의 미덕인 줄 알았 었다. 하지만 여자도 사람인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된다 감정이 있고, 원하는 것이 있 었다. 그것을 채워주지 못하면 연애 고자 란말을듣는다.
‘진도를 나가?’
육체관계는 자신이 있는 편이긴 하다. 능수능란하다고 했었다. 하지만 요즘 들 어 그것마저도 진짠지, 헷갈릴 때가 있었 다
‘아니지.’
육체의 쾌락보다 정신적인 교감을 먼저 이루어야 한다고 책에서 봤다.
‘화를부르는 여자의 변덕’이란 책에 적 혀 있다. 내용적으로 공감이 되었다. 그런 상황이면 나 같아도 빡쳐서 뒤집어엎었을 지도 모른다는. 여자의 심리에 통달하고 현실적인 감각도 뛰어났다.
한데, 작가는남자다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쾌락이 먼절까 정신이 먼절까?”
다들 정신적인 교감이 먼저라고 표현을 한다 그런데 왜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 어질까?
의문을 진지하게 털어놓자 하라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
“후후!”
정우는 피식거리고 말았다. 하라는 열 여덟 살이다. 인생 상담을 하기에는 나이 도, 연륜도 부족하다 연애 고자 소리를 듣 기는 해도 정우는 수백 년의 전생을 경험 했다 인과를 따져보면 결과는 뻔히 나와 있
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역으로 되돌리면 답이 나온다. 그리고 당 황해 하는 하라를 보고 있자니, 입이 근질 거린다:
“그만큼 속궁합이 중요하다는 의미겠 지‘?”
“?저질! 그런걸 왜나한테 물어!” 그러면서 속옷은 왜 챙겨 온 거야?
정우는 따져 묻지 않았다. 아까부터 하 라의 큰 가방이 신경 쓰이긴 했다 인간이 동물과 구별이 되는 가장 중요 한 이유는 이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지능이 높아지고, 사회적인 규범이 완성될수록. 특히 유교적 사상이 지배하는 동양에선 성에 관해서는 탁하 고, 부적절하고, 비윤리적으로 묘사를 해 왔다 하지만 인간의 근원도 결국에는 동물 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성은 생명 탄생의 가장 숭고한 행위였다. 이를 배척 한다면 과연 인간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 을까?
“그럼 누구한테 물어? 윤정이한테 물을 까?”
“미쳤어!”
속궁합이 비속어도 아니고, 사귀게 되
면 자연히 겪어야 할 통과의례다. 그리고 당사자는 여자친구가 되어야 한다. 남한테 백날물어봐야 답이 나오지 않는다.
쩌어어엉!
상기된 하라를 구해주는 굉음이 울렸 다
쉴드와 강천이 두목여왕을 잡은 것이 다. 허니퀸의 배때기를 관통시켰다. 이어 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뇌기가 허니맨을 격살해 나갔다.
수효가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했다
헉헉!
지구력 테스트의 끝장판이다
쉴드와 강천의 온몸은 땀으로 번들거렸 다. 그럼에도 냄새는 좋은 편이다. 허니맨 이 폭발하면서 터져 나오는 액기스는 벌꿀 과 비슷한 향을 풍겼다 케이브 내에 벌꿀 냄새가 진동을 했다 우웅
정우는 일전에 포획한 철괴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케이브에 넣어 놓고, 필 요할 때마다 꺼내 썼다. 철괴는 참으로 건 실한 노동력이었다. 따로 식량을 챙겨 주 지 않아도 되고, 철임에도 녹이 슬지 않아 내구성과 지구력이 뛰어났다. 잘만 활용 하면 우리나라 3D업종의 트렌드를 바꿀 수 있었다.
착
철괴는 신속히 4열종대로 헤쳐 모였다
“처리해.”
말은 하지 못해도 알아들었다
왜냐고?
모른 척한 동료의 최후를 목격했기 때 문이다. 산 채로 찌그러지면서 녹아 버리 는 광경은 잊지 못할 충격을 선사해 주었 다 그래서 그런가, 철괴들은 정우의 말이 라면 껌벅 죽는다. 용광로를 향해 달려들 라고 해도 주저하지 않았다.
“조금 전 파동 신안과 비슷하잖아”
“마물의 사념파와 너의 신안에 착안한 수법이야.”
정우는 여왕개미와 허니퀸의 사념파를 경험했고, 하라의 신안을 꿰고 있었다. 이 를 복합적으로 살펴서 필요한 파동을 만 들어 낸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고민을 한 결과다 단 신안과달리 각마물의 파장에 따라 서 효과가 극대화되거나, 저하될 때가 있 었다. 이점은 지속적으로 보완을 해야 할 취약점이다
‘그 전에 신경 쓰이는 것부터 해결을 하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