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48화 (148/500)

정우는 오랜만에 방 안에서 동생과 몸 과 몸의 대화를 해주기로 했다 기량 점검 차원에서 대련은 필수였다. 물론 일방적인 동생의 몸부림이 되겠지만, 그 몸부림을 보는 것이 낙이다 제 2장 행운의 편지 (2)

하。}; 하아!

거칠어진 호홉 붉게 상기된 얼굴, 온몸 에 번지는동생의 땀방울.

발악의 증거물들이었다

탁탁!

정우의 손가락이 가볍게 허공을 몇 번

두들길 때마다 수연의 몸이 거칠게 출렁 출렁거렸다. 보기에는 제풀에 허수아비처 럼 바람에 휘날리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 르다. 6단공을 전력으로 개방하고 있는 상태였다.

‘괴물 같은 더 강해졌네!’

내 오빠지만 너무한다 싶었다.

오빠는 말하신다, 네 나이에 6단이면 괜찮은 성취라고. 그럼 오빠 나이에 9단 은? 프로 바둑 기사도 저 나이에 9단이 되 기는 어렵다고 하던데.

수연은 9단의 위엄을 체감하고 있었다. 6단에 오르면서 7단이 얼마나 어렵고 힘 든 고비인지를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하 물며 9단이라니, 내 오빠지만 신이 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섬뜩함이 뇌리를 스쳤다

‘오빠가 신이 되면?’

재앙이다.

“속성을 써라”

“애나가오빠 무섭대!”

“나 그렇게 무서운 사람 아니다”

“웃기시네.”

이 오빠가 자꾸 말로써 동생을 웃기고 지랄이었다.

수연은 현재 속성을 각성해 정령을 다 룰 수 있었다. 또한 하나가 아닌 3원소의 복합정령소환이 가능했다. 이만하면 어디 다 내놔도 부족하지 않은 정령술사였다. 하지만 정령을 소환해봤자 오빠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상대는커녕 무섭다고 벌벌 떤다.

그도 그럴 만도 한 것이 바람의 정령, 애명으로 붙여준 애나를 어찌나 달달 볶 았는지 오빠를 볼 때마다 애가 정신을 못 차린다. 정령마저 탈탈 털어 조교를 시키 다니, 보고서도 믿지 못할 광경이었다. 소 환될 때마다 오빠한테 달라붙어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그걸 보는 것이 탐탁지 않 다

“오늘은 이만하자”

“하고싶어도 못해.”

사람을 곤죽으로 만들어 놓고, 또 할 심산인가?

수연은 죽어도 못했다.

“그런데만날하고 싶다.”

“날 죽이려고?”

단 5분

수연은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온몸은 땀으로 번들거린다.

오빠의 동생이 극한직업임을 깨닫게 하 는 현실이다. 내가 동네북도 아니고. 아무 래도 오빠는 훈련을 빙자하여 동생을 패 는 것을 낙으로 여기는 게 분명하다

그러면서 30만 원을 챙겨주는 꼼꼼함 까지. 손에 쥔 30만 원과 오빠의 거만한 얼굴을 보자니 부들거리지 않을 수가 없 다

“추궁과혈 해줄까?”

“위해주는 척하지 마시지. 오빠는 악마 야!”

“너는 악마의 방에 제 발로 들어온 거 고.”

“내가 내 발등을 찍었네!”

꾸준히 개그를 업그레이드 시켜, 동생 의 대화 퀄리티를 높여주는 센스를 발휘 했다 이쯤 되면 어디를 가서도 꿇리지 않 는 말발이 가능하다 어쨌든 동생과의 훈훈한 만담은 끝을 냈다. 곧 김 여사께서 밥 먹으라고 할 것이 다. 준비하고 내려가서 적당히 보조를 맞 춰주어야 한다.

김 여사의 음식엔 타박이 존재하지 않 는다.

“오빠 이거 뭐야?”

“아, 그거. 학교 사물함에 꽂혀 있더라 고.”

1통의 편지가 사물함에 꽂혀 있었다. 바빠서 읽지 않고 가지고 왔다. 게다가 수 신자만 있고, 발신자는 적혀 있지 않았다

“혹시 러브레터.”

“왜, 하라한테 이르게?”

“오오, 척하면 척이지.”

“사생활에 간섭하겠다면 나야 좋지.”

수연이 멈칫했다

지금도 사생활 간섭이 엄청 나다. 북한 공산당보다 더한 압제에 시달릴 수가 있었 다. 즉, 이 편지를 오빠의 허락 없이 찢어서 봤다가는 사상 교육을 강제로 받는 수가 있다. 차라리 아오지 탄광에 수용당하고 말지.

“오빠 먼저.”

“오냐;

정우는 봉투를 뜯어서 내용물을 확인 했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하 여…… 3일 안에 손으로 쓴 200통의 편 지를 보내지 않으면……. 200년 동안 우 연을 가장한 악운이 그대를…… 등등 오늘의 요리사, 김 여사의 만찬이 식탁 에 올려졌다. 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 만, 20년의 연륜이 깃들어 있었다.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내공을 가지고 계셨다. 단순하면서도 식구들의 입맛을 고려한 요 리다

“하하하하하 너무웃겨!”

수연이 배꼽을 두 손으로 잡고 고개를 전후로 왕복하는, 다분히 의도된 행위를 취했다 근래에 들어 이토록 빅스마일(Big-Smile)을 준 적 있었나 싶을 만큼 큰 웃음 이었다. 장군감이라고 해야 하나, 호탕하 기가 이를 데가 없다.

홈!

정우의 미간에 그러진 세로 줄의 주름 이 좋지 않은 감정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한 방 제대로 먹고 말았다

“뭐가그렇게 재밌니? 아빠도 좀 알자”

“오빠가 편지를 받았거든, 러브레턴 줄 알았는데 웬열! 그게 행운의 편진 거 있지. 그뿐이면 말을 안 해, 200통이나 보내야 된다고 팔에 쥐나겠다. 오빠의 인색한 인 간관계를 감안하면 불가능할걸. 아니지, 보내면 다들 지옥 갈 거야 아마.”

수연이 깔깔거리며 없는 사실까지 더하 자, 아버지도 오랜만에 통쾌한 미소를 지 으며 받아주고 계셨다. 김 여사께선 행운 의 편지는 미신이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어깨춤을 추고 계셨다.

정우는 가족의 배신에 잠시 고민을 했

-동생한테 1통

-아빠한테 1통.

-엄마한테 1통.

3통을보내고, 197통부터 시작해볼까

하아

정우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본인이 생각해도 유치하고 한심한 고민이었다 예 전에는 이런 유치한 일로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전생에서도흔치 않다 그래도 오랜만에 가족에게 웃음을 주 었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나름 가족들에 게 비타민처럼 활력소를 제공해 준 것 같 아 뿌둣하다

살면서 웃을 일 많지 않으며, 웃는 얼굴 에 침 못 뱉는다 했다 정우는 곱씹으며 밥을한술 떴다.

빠드득!

입 안에서 어마어마한 소리가 토해져 나왔다. 식탁의 시선이 정우에게 쏠렸다. 밥알과 섞인 작은 돌멩이가 잘게 부서져 있었다. 정우는 오복(五福)의 하나인 치아 가 아주 건강했다. 돌을 가루가 되도록 빻 았음에도 이가 멀쩡하다 빠드득, 빠드득!

한 번이면 그나마 다행인데, 연이어 바

스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돌솥밥이라 주장 했다.

정우의 치아가 금강불괴이기에 망정이 지, 아니었다면 건치라도 박살나기 딱 좋 은 케이스였다. 어쨌든 운이 더럽게도 없 는 악운의 연속이다.

요즘 시대에 밥을 먹다 돌을 씹는 일은 흔치 않았다. 예전처럼 도정기술이 발달하 지 않은 시대도 아니고.

정우의 밥을 제외한 식구들의 밥은 멀 쩡했다. 돌 알갱이를 몰빵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실이다: 얌얌!

수연은 밥을 아주 얄밉게 드셨다. 오빠 의 치아를 걱정하기는커녕, 김 여사를 안 심시켜 주었다. 진짜로 대수롭지 않게 여 기고 있었다.

“오빠는 돌도 씹어 먹을 나이잖아”

“맞아, 그렇다고 들었어.”

“무쇠도 괜찮을거야?”

“아무리 그래도 쇠는 심했다.”

돌도 심하거든요.

정우는 밥을 먹다 체할 뻔했다. 모녀의 궁합이 찰지다. 남의 이라고 막말을 서슴 없이 하고 있었다. 물론 수연의 말대로 돌 멩이 따위에 치아가 부서지진 않는다. 그 러니 화를 내기도 애매하기는 했다.

“수연아”

“왜 오빠”

“수련에 미음법칙을 적용하면 뭐가 되 는 줄아니?”

“미음법칙? 그런 말도 있어?”

아파서 먹는 미음(米飮)에도 법칙이 있 다는 말인가?

수연의 예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우 는 하고자 한다면 말을 지어내는 것도 서 슴지 않았다. 냉철함과 상반되는 비논리 의 집합체, 풀어 말하면 제멋대로다

“두음법칙의 반대말이란다”

“잠깐, 적용하면 수련이 아니라 수 연?…? 망할!”

“오랜만에 제대로 해보자”

“그런 말 깉지도 않은!”

두음법칙(頭音法則)의 반대가 미음법칙 (尾音法則)이라니.

분명 말이 안 되는 일인데, 오빠는 강행 할 것이다. 행운의 편지를 받은 오빠의 불 운에 기분이 좋은 나머지, 잠시 잊고 있었 다.

뒤끝 심하게 작렬하는 오빠의 성향을

“아버지도 출근하셔야지요.”

“ 일요일인데?”

모든 일의 주범인 김 여사는 슬그머니 그릇을 들고 설거지를 위해 싱크대로 향 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사이 주부의 역할에 충실하셨다. 치고 빠지는 타이밍 에 예술이었다. 이래서 김 여사는 무시하 지 않았다.

‘가정주부는 위대하다더니.’

하라와는 일주일 만이다

스케줄 탓도 있지만, 정우의 무성의함 이 한몫했다 그나마 하루에 한 번씩은 전 화를 해서 욕은 덜 먹고 있었다. 그 전처 럼 보름간 전화 1통 없이 잠수를 탔다가 는 두고두고 설거지 당할 사안이었다.

연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라며 1시간 동안 전화를 부여잡고서는 만나서 얘기하 자고 했을 때 정우는 멘붕이 왔었다.

1시간도 지은 죄가 있어서 받고 있었건 만

하라의 귀환을 반기는 쉴드다. 훈련과 전투를 제외하고 남는 시간은 하라가 나 온 방송 영화를 꼬박꼬박 챙겨보았다. 오 타쿠 적인 기질이 다분한 녀석들이 하라 의 팬층이었다. 심히 걱정이 된다.

“주모를 뵙습니다.”

“그냥이름 부르라니까.”

쉴드는 천부당만부당한 얼굴들이었다 . 주모라 부르는 것도 황송했다. 마음 같아 서는 여신으로 추앙해 백팔 배를 올리고 싶다

“절대안 됩니다!”

“답답하다, 정말.”

그럼 존대라도 그만두라고 하고 싶으나, 하라는 하지 못했다. 왜냐고? 주모한테 반 말을 하면 어감이 이상해진다. ‘주모, 안 녕!’ 딱 봐도 술파는 아줌마 같잖아 존대 를 해야만 어감이 그나마 양호하다. 아무 래도 계획적인 것 같아 찝찝했다

“야! 너희들!”

“왜?”

“그걸 몰라서 물어. 하라한텐 존대하고 나한테는 왜 반말하는 거야? 사람 차별하 는것도 아니고!”

“그건 우리 맘이지. 아니면 서로 존대를 하던가.”

딱히 틀린 말이 아니기에 강천은 반박 하지 못했다.

이 똥자루 같은 새끼들이 사람을 약을 올리는 데는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다. 다 들 억울하게 생긴 데다가 자기 주관이 없 어 보여 더 그렇다. 반에서 하나씩은 있을 법한 왜소하고 억울한 인간군상들. 굳이 괴롭히지는 않겠지만, 나대니까 꼴 뵈기가 싫다. 게다가 하는 짓도 왜 이렇게 짜증이 나게 하는지. 오래 마주하고 있으면 자신 도 모르게 울화가 치밀어서 평정심을 유지 하기 어렵게 한다.

화를 부르는 면상과 언행의 집합체.

그것이 쉴드다

‘이 자식들이 그마저도 이용하고 있으 니 더 짜증이 난단 말이야’

강천은 쉴드를 생긴 대로 무시하진 않 았다

하라는 찬양하고, 나한테는 반말을 찍

찍하는 게 거슬리기는 해도. 전투능력은 굉장히 뛰어났다. 성장 속도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굉장했다 게다 가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전투를 하다 보면 평정심을 잃게 만드는 요상한 재주가 있었다.

쉴드의 페이스에 한번 말리게 되면 그 때부터 전투는 꼬일 대로 꼬인다. 평소와 는 다르게 군더더기가 생기고, 불협화음 이불거진다.

‘두고보자.’

강천은 쉴드의 약점을 파악했다. 뭉쳐 다니는 놈들의 취약점은 분명하다. 단체 의 힘이 개인의 힘인 양 설치면 비참한 결 과를 가져올 것이다

“너희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으르렁거린다고 우리가 쫄 거 같아?”

쉴드의 기세 등등에 정우는 격세지감 을느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쳐다만 봐도 땅바닥에 부침개가 되었던 인간 군상들이 많이 컸다. 좀 더 가다듬으면 충분히 방패 로서의 효용 가치가 있을 것이다. 나름 첫 시도라서 불안한 측면도 없지 않아 있었건 만, 성과가 있어 다행이었다. 앞으로는 좀 더 강도 높은 훈련을 병행해 방패의 견고 함을 다듬질할 계획이다.

‘네가 정말 유용하구나.’

정우는 강천의 의도를 읽고 있었다. 그 래서 쉴드의 옆에 붙여 놓은 것이다 쉴드 와 강천은 개와 고양이처럼 상극이었다-

생긴것도 정반대고.

쉴드는 상성을 이용한 협업으로 상승효 과를 보는 반면, 강천의 개인의 역량을 강 화하는 데 주력했다. 전혀 맞지 않는 성향 과 지기 싫은 경쟁심은 전투력을 끌어올 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는 쉴드와 강 천, 둘 모두에게 해당이 되었다

‘잠재력만큼은 3형제 중에 발군이니

까.’

정우는 강천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있 었다. 쉴드와의 무승부 이후로 급성장했 다. 지금은 강현에 비해서는 부족하지 않 았다. 무엇보다 뛰어난 점은 단단함과 의 리다. 한 번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키는 성 향과, 부서지지 않는 내구력은 칭찬을 받 아 마땅하다. 강천을 볼 때마다 무식한 철 마가 상기되기는 했다

‘강화해주마’

지옥 훈련은 막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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