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46화 (146/500)

제1 장 윤정비사 (4)

“아빠는 큰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았 어.”

“구차한 변명일 분이야 네 어머니를 사 랑했다면 이혼을 했어야지. 선후가 중요하 지 않을 때가 있으나, 남녀 간의 문제는 따 져보。]야할 일이잖아”

루크의 어머니와 이혼 후, 윤정의 어머 니를 만났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재산 분할이나, 기타 여러 가지 문제는 부수적 인 차원이었다. 하지만 윤정의 아버지는 이혼도 하지 않고 만남■을 지속했으며, 애 까지 낳았다 이런 상황에서 루크보고 윤정에게 좋 은 감정을 가지라는 건 가혹한 처사다 차 라리 치열한 경쟁상대가 오히려 낫다. 우 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심력 소비 할 필요가 없다. 가족이라서 서운하고, 무 조건 이해할 바에는 경쟁을 해 확실히 우 위에 서서 통제하는 게 속편하다.

“네 말은 엄마가 잘못했다는 거야?”

“넌 어떻게 생각을하는데?”

정우는 답을 주는 대신 윤정에게 되물 었다

가문에서 정한 정략결혼은 핑계이자 변 명에 불과했다 죽기보다 싫었으면 주어졌 던 모든 혜택을 버리고 뛰쳐나왔어야 했 다. 물론 놓고 싶다고 맘처럼 놓을 수 없도 록 강요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현실을 택 했고, 그 안에서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 행했어야 했다. 견디지 못한 책임을 주변 에 전가한들, 누구도 좋게 보지 않는다 재 벌가의 후예가 정략결혼을 강?요한다고 앙 탈을 부리면 그럴 수도 있다고 보는 사람 거의 없다

“나보고 얼음공주라고 하는데, 네가 나 보다 더치가워.”

“현실적인 거지. 그리고 어쭙잖은 위로 는네겐 사치야.”

윤정의 언행은 이율배반적이다.

루크의 말대로 가문을 부정하고 싶으면 골든타워의 마나컨트롤을 익히지 말았어 야 했다 그녀의 성취도로 봤을 때 루크의 입장에선 위협으로 다가왔올 것이다. 나 이를 감안해도 윤정의 자질과 능력은 뛰 어난 축에 속했다. 루크가 윤정을 지속적 으로 괴롭히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비 루하고, 초라한 능력이었다면 애초에 신경 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쓰레기와 심력 낭 비할 만큼 어리석은 자도 아니고.

“너무해!”

윤정을 게밥을 먹다 감정을 토해냈다. 엄마의 사랑을 치정으로 매도하면, 자신 의 존재 자체가 부정한 산물이 된다. 이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원하는 바는 크지 않았다. 아버지를 만나 예전으 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그러기 위해 가 문의 인정이 필요했다

“너무한건 너지.”

“화목한 가정을 바랐을 분이라고.”

“그게 바로욕심이야.”

“내가 뭘 그렇게!”

윤정은 루크와 다투고 싶지 않았다 좋 아하지는 않더라도, 엄마를 인정만 해주 면 되었다. 그게 그렇게나 욕심이라는 건 가? 한데, 정우는 욕심이라고 꼭 집어 말 했다. 엄마를 생각하면 부정해야 마땅하 다. 아빠와의 사랑은 숭고하고 아름다웠 다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아빠는 가정이 있었고,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팩트다

“루크의 어머니라면 어떨 것 같아?”

*.?≫≫

게장 정식을 먹다가 별 얘기를 다 하고 있으나, 정우는 독설을 괘념치 않고 퍼부 었다. 진정한 친구라면 칭찬만 해서는 안 된다 현실을 바로 알수 있도록 냉혹한말 도 서슴없이 할 수 있어야 했다. 다만, 두 번 다시 안 만날 각오도 해야 한다. 독설 을 받아들이고 반성을 한다면 계속 만남 을 유지해도 되나 비틀린 채로 화를 낸다 면 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듣기 좋은 말만 듣고 싶어 하고, 쓴소리는 신경질을 내는 자는 사귈 가치가 없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사랑 이라고 하잖아 왜 그럴까? 현실을 인정하 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

정우는 후벼 판 가슴에 대못을 받고, 땜질에 공구리까지 쳐 주었다. 직설적인 면에서는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달변가다

“꼭 그렇게 맘을 아프게 해야 직성이 풀 리겠어?”

“아 잠깐.”

정우는 윤정의 앙증맞은 붉은 입술의 옆에 묻은 밥풀을 떼어 주었다.

대화를 하는데, 빕?풀이 계속 거슬렸다. 나중에 남겨 가서 집에서 먹지 않올까 조 심스럽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물론 그 밥 풀을 먹고 싶다는 충동은 들지 않았다

“고마워.”

“별거 아냐, 계속하자”

토론을 해도 정우는 최선을 다해주었 다. 적아의 구분이 없이 전투적으로 임했 다. 그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 다. 약자라고 배려만 해주다 보면 버릇이 나빠진다. 강해질 수 있도록 모질게 굴려 주어야 했다. 낙오한다면 전적으로 본인 책임이지만.

“네 어머니보다 네 아버지의 잘못이 더 커. 그건 확실하지.”

“아빠를 매도하지는 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 아빠가 주도적으로 하기에는 가문의 힘이 너무 막강하잖아”

엄마를 버리다시피 하고 돌아가 버린 아빠지만, 윤정은 굳이 변호를 했다 자식 은 원망을 하는 게 당연해도, 남이 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특히 저토록 촌철 살인은 서슴없이 날려주면. 이쯤 되니 아 빠는 바람둥이에 아내와 자식을 버린 파 렴치한이 되어 있었다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는 윤정의 변화를 정우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족올 욕하면 열 받지.’

정우는 윤정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

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있을지언정, 부 리를 부정하진 않았다 그점이 중요했다

윤정은 가문과의 접점을 포기하지 않 고 있었다.

“거봐 욕심쟁이라니까.”

“하아네 말이 맞아”

윤정은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도, 아빠도, 가문의 비기까지 도.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는 삼박자가 맞 아떨어져야 했다. 셋 중 하나를 포기하면 파격과 불행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 그리 고 저 세 가지를 얻기 위해선 루크를 넘어 서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성립해야 한다. 가문이 인정한다 해도 루크는 절대 받아 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언제고 자신을 짓밟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을 게 분명하다 정우의 독설에 윤정도 사태를 냉철하게 인식했다. 알고 있으면서도 인정하기 싫었 던, 어쩌면 어리광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루크는 아냐.”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루크를 넘는 것으론 인정받기 힘들 거 다:’

“그럼 어떻게 하라고?”

순혈주의를 무시하면 곤란하다. 그들 만이 가진 세상을 구축하고 있다 그 안에 다른 피는 원치 않을 거다 그 피의 굴레마 저 벗어날만한 매력을 어필해야 한다.

“알다시피 너는 반쪽짜리에 불과해. 그 약점을 극복하려면 방법은 두 가지뿐이 야”

“두가지? 말해봐”

“하나는 알텐데.”

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으로서 위대한 업적을 개척한 대마법사; 매지션킹 에 도달한다면 가문에서도 인정하지 않고 서는 배기지 않는다. 대마법사의 효용 가 치는 값으로 매기기 어려울 만큼 엄청나 다. 설령 가문이 아니라고 해도 스스루. 마 탑을 세울 수도 있었다. 원하기만 하면 얼 마든지 지원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가문을 먹어 치우는 거 지.”

“가능한 일이라고 보는 거야?”

“그래서 네가 욕심쟁이라고 한 거야 둘 다 어렵기는 마찬가지야. 그런데 넌 화목 한가정을원하지. 어때?”

“앨런가의 무게는 네가 상상하는 것 이 상으로 거대해 말로 하는 것 이상이라 고!”

“철옹성도 결국은 무너졌지.”

정우는 방법까지 언급하진 않았다. 윤 정이 원하는 방식하고는 거리가 멀다 못해 안드로메다 급이다. 술은 새 잔에 담으라 고 했듯이, 기존의 썩은 부분은 원래 남김 없이 쳐 버리는 것이 효율적이다

‘피를 나누었다고 해서 가족은 아니지.’

사람을 죽이는 일은 꼭 힘이 필요하진 않았다. 죽이려고 작정을 한다면 얼마든 지 다른 방법을 구사할 수 있었다. 가장 깔끔한 방식은 루크와 그의 어머니를 죽 이는 거다. 이복남매는 깉은 피를 이어 받 았을 뿐 남보다 못하다.

다만 윤정의 성향상 그렇게 하진 않을 것이다. 냉철하게 생긴 외모대로 냉혈한이 라면 고민도 하지 않았겠지.

“시간이 많다면 메지션킹에 도전하는 게 좋겠지. 하지만 넌 그 시간을 활용하기 어려울거야”

“왜?”

“루크라는 자는 네가 그렇게 되도록 놔 두지 않을 테니까 그를 옹호하는 자들도 너의 성장이 거슬릴 테고.”

윤정은 루크와의 만남에서 실수를 했 다. 그를 완벽히 제압하지 못할 것 같으면 끝까지 스스로를 감추어야 했었다. 그런데 다만 윤정의 성향상 그렇게 하진 않을 것이다. 냉철하게 생긴 외모대로 냉혈한이 라면 고민도 하지 않았겠지.

“시간이 많다면 메지션킹에 도전하는 게 좋겠지. 하지만 넌 그 시간을 활용하기 어려울거야”

“왜?”

“루크라는 자는 네가 그렇게 되도록 놔 두지 않을 테니까. 그를 옹호하는 자들도 너의 성장이 거슬릴 테고.”

윤정은 루크와의 만남에서 실수를 했 다. 그를 완벽히 제압하지 못할 것 같으면 끝까지 스스로를 감추어야 했었다 그런데 적의를 드러낸 채로 본인의 실력을 까발린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는 분명 윤정의 성 장에 놀랐다. 그렇다면 대응은 뻔해진다. 간섭을 해올 테고, 막아내면 막아낼수록 더 심해질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 은 시기와 질투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물며 아버지를 빼앗아 간 여인의 딸 이다 집요한 성격일수록 루크의 괴롭힘은 악질적으로 변해가겠지.

“너는 실수와동시에 행운을 얻었어.”

“장황하게 설명하지 말고, 요점을 말 해.”

“실수는 가문에서 나온 것이고, 행운은

나를 만났다는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내 손을 잡는다면 네가 원하는 걸 들 어줄 수도 있으니까:”

“네가 대단한 건 알지만, 앨런가를 만만 히 보진 마.”

윤정은 정우를 알면 알수록 실체를 확 신하지 못했다. 만날 때마다 매번 달라졌 다. 아직도 드러내지 않은 비밀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 하나, 앨런가는 미국의 상징과 도 같은 가문이다. 앨런가를 장악하라니, 미친 소리로 받아들일 것이다. 한데, 그런 엄청난 발언을 간장게장 집에서 하고 있었 다.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 오히려 웃음이 나올 뻔했다.

“나야 친구로서 손을 내민 거고, 결정 은네 몫이야.”

“당장 결정해야 해?”

“선택은 빠를수록좋지.”

윤정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홀려 듣기에는 심상치가 않았다 루크는 포기하 지 않을 테고, 마찰은 피하기 어려운 숙명 이 되었다. 이젠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고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공산이 컸다

‘내 실수야.’

7륜에 올랐다 하여, 들뜬 나머지 루크 에게 전력을 드러내고 말았다. 감추려고 했다면 아까처럼 경계하지는 않았을 것이 다. 이로 인해 엄마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 었다. 물론 엄마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자들이 많지는 않다 아빠가 가문으로 돌 아가기는했어도, 영향력이 있었다.

‘손을 잡는다면 나쁘지 않겠지.’

정우는 루크와 마찰을 빚었다. 그가 물 러서기는 했지만 언젠가는 맞닥뜨리게 되 어 있었다 그때를 대비해 놓을 필요가 있 었다. 또한 앨런가는 구미가 당기는 먹잇 감이었다. 윤정이 아직은 반쪽짜리에 불 과하지만, 나머지 반을 채워준다면 얼마 든지 가능성이 있었다

‘구실이야 만들기 나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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