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45화 (145/500)

자존심이 상한 루크는 정우의 뒤에 선 윤정을 노려본 후 돌아섰다. 한국에서 해 야할 일이 있었다. 방문한 김에 윤정을 확 인할 겸 찾아왔다. 사달이 확대되어 사람 들의 입방아에 오르락내리락한다면 업무 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었다 개인사를 가 문의 행사보다 우위에 두진 않았다. 자칫 할아버지의 눈 밖에 나기라도 한다면 곤 란한상황이 벌어진다 제1 장 윤정비사 (3)

“진짜가네.”

정우는 루크의 빠르고, 단호한 결단을 높이 샀다.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려 사리 분별 못하는 놈들과는 비교가 되었다 그 렇다면 루크는 개인적인 일로 한국을 방 문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복동 생이 밉겠지만, 그보다는 가문의 일을 우 선시한 것이다:

‘뭘까‘? 궁금하네.’

현시대는 과거의 냉전시대처럼 무조건 적인 우방국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의 아군이, 내일은 뒤통수를 칠 수도 있었다

‘ 앨런가라:’

미국은 초강대국이다

표면적으로는 중국에 밀리는 듯 보의 나, 내실을들어다 보면 여전히 미국이 위 에 있었다. 세계 경제의 흐름을 좌지우지 하는 10개 그룹 중에 8개가 미국이었다. 미국을 만만히 여기고 뻗대던 중국과 러 시아가 휘청거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 목이다.

정우도 미국을 우습게 여기지 않는다. 짧은 세월 미국이 이룩한 역량은 역사의 그 어떤 강대국보다 강력하다. 그런 미국 을 지탱하는 5개의 기둥이 앨런가다 경제 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앨런가는 타의 추 종을 불허했다.

‘꿍꿍이가 있을것 같은데.’

목적이 있다면 대비를 해야 하고, 친선 방문이라 해도 경계할 필요성이 있었다 현시점은 금강문이 비상을 하고 무문연 합을 합일해야 하는 때다. 앨런가의 관점 에서 보면 한국이 대단치는 않겠으나, 선 발대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했다. 미국에서 중국으로 정부의 방향추가 기울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목적도 고려해볼 필요는 있었다: 비틀!

윤정은 루크가 떠나자 다리에 힘이 풀 렸다. 그를 대할 때면 언제나 이랬다. 앞에 서는 당당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심력의 소모가 컸다.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숙제 임을 직시했다 우웅

윤정을 정우가 멈춰 세웠다

당연히 손으로 터치하지는 않았다. 허 공을 격해 육신을 잡아채 팽팽하게 만들 어 주었다. 속성 중 꼭두각시의 술을 얼추 비슷하게 운용해 봤다. 허공섭물과 꼭두 각시의 술을 잘만 활용하면 여러모로 유 용했다 헐

윤정은 상식을 벗어나는 정우의 행동 에 헛웃음이 홀러나왔다. 나름 상심이 커 서 위로를 해줄 줄 알았던 듯싶다. 그렇다 고 받쳐주지 않은 것도 아닌, 미모한 상황 전개였다

“오해는사고 싶지 않아서.”

“너답다”

대중의 시선은 항상 본인이 보고 싶은 마음을 대변해 준다. 그렇기에 원하는 방 향과 엇나가면 팬에서 안티로 돌변하는 것이다. 정우에게 여론은 목적을 위한수 단이었다. 수단에 이용당하는 건 원치 않 는다

-내가준 것만 받아먹어라.

정우 나름의 친절한 배려다. 물론 여론 이 좋지 않다고 해서 영향을 받을 성향과 는 거리가 멀다. 사실 떠들어 댄다고 해도 피해만 없으면 담담한 편이다 하나, 피해가 조금이라도 온다면 발상

지를 찾아 발본색원할 것이다. 일일이 찾 아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테니, 알아 서 판단 잘해야한다 귀찮아서 설마 찾겠 어, 라는 안일한 생각은 정우에게 통용되 지 않는다

“가자”

“어딜?”

“밥 산다며.”

“아! 그랬지.”

“하라불러도 돼?”

..

윤정은 무사태평한 정우를 보자 화낼 기력도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조금 전 자 신이 한 짓을 되돌아보면 분명 편히 잠을 못 자야 정상인데, 무쇠 심장도 아니고. 자신을 얼음공주로 부르지만, 철혈의 냉 혈인은 정우일지도 몰랐다 차라리 감정이 없는 로봇이라면 이해라도 홍}지, 알면 알 수록 기상천외한 인간임을 직시하게 해주 었다 윤정이 찾은 맛집에 도착했다

‘ 헐!’

정우는 편견이 작용했음을 인정하지 않 을 수 없었다 평소 문화적 상대성을 존중 하는 편이긴 해도, 180도 수정해야 했다.

-철수네 간장게장.

영희는 껌뻑 죽습니다.

국어책에서도 사라져 버린 ‘철수와 영 희’를 여기서 다시 찾게 될 줄이야 그보다 윤정이 간장게장올 먹는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반은 한국인이라 고 해도, 첫인상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스 테이크를 썰게 생겼다. 윤정의 외모는 엘 프가 환생을 했다는 설이 있을 만큼 완벽 하다. 남자의 로망과 환상을 좀 더 보태면 윤정은 이슬만 먹고 똥도 안 싼다고 해도 믿을 것이다

‘밥도둑을 알줄이야.’

밥도둑 중에서도 유명한 밥도둑

겨울철 간장게장이야말로 진정한 밥도 둑이라고 할수 있었다 게 눈감추듯 밥공 기를 비워내기에 최소 3공이 기본이었다. 잘 먹는 사람은 5공까지도 가능했다 부장 아재는 5공쯤 되면 제5공화국을 외쳤겠지, 신입사원은 견디기 어렵다. 과 장이나 대리쯤 되어야 간신히 버틴다.

윤정은 능수능란하게 방을 찾아 들어 가서 자리를 잡았다. 방은 칸막이가 되어 있어 은밀한 밀담을 나누기에 적합해 보였 다. 사일런트 마법을 사용하면 더욱 조용 하고 아늑해질 수 있었다 둘 만의 오붓함을 즐기기에는 간장게장 만한게…….

턱이 있나

간장게장은 진짜 친한 사람이 아니면 같이 오지 않는다. 게장을 깨끗하게 먹는 방법은 세상에 없었다 손과 입에 묻고, 튀 고 벌창을 해놓기 때문이다

“미한하다, 널 과소평가했어.”

“괜찮아 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어쩌다게장에 빠지셨나?”

“안 빠질수가없짆아”

“하긴, 니코틴 중독만큼이나 강력하긴 해.”

간장게장에 빠져 버리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 특히 짜지 않고 담백한 간장의 맛 에 게살의 신선한 알과 내장이 밥알과 두 루두루 섞여 있으면 입 안에 침이 절로고 일 수밖에 없다. 외국인의 경우 로열젤리 닮아서 혐오스럽게 보기도 하나, 한 번 맛 보면끊기 어렵다.

드륵!

방으로 종업원이 들어왔다

“뭐로하실래요?”

“철수와 영희 특 게장정식으로 주세 요.”

종업원이 나가고 15분후에 게장정식이

차려졌다 밥은 소형 돌솥에 갓 지어서 가 지고 왔다. 반찬이 식탁의 빈 공간을 채우 고 중앙에 간장게장이 자리를 했다. 살이 토실토실하게 오른 게장의 비주얼이 끝장 났다. 보기만 했는데 군침이 벌써부터 입 안을 헹군다

“ 먹어.”

“잘 먹을게.”

비닐장갑을 끼우고 간장게장을 분해해 갓 지은 따끈한 밥에 올려 맛을 보았다. 이 집은 메인인 게장분만 아니라 곁가지 반찬도 맛이 좋았다. 맘 같아서는 돌솥 밥 을 미리 주문해서 5분마다 가져다 달라고 하고 싶을 지경이다. 최소 6돌(솥밥)은 먹 어치울 수 있을 만큼 맛이 좋다

“오늘좀 그랬지.”

“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는 거지, 괜찮 아”

“말못해서 미안해.”

“알고 싶지 않았으니까 전혀 부담 갖지 않아도 돼.”

윤정은 게밥 먹다가 뿜을 뻔했다.

‘풋! 앤, 진째’

상식적인 평범한 대답하고는 거리가 멀 었다. 차라리 서운했다고 하면 납득이라 도 하지, 빈말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것이 정우의 매력이었다. 자기 일을 제외 하고는 남 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 점 때문에 친구가 되었는지 모른다. 어디를 가도 항상 가족에 대해 궁금해했다. 외모 부터 차별이 되니, 당연한 일이었다

“말해줄게.”

“안해도 돼.”

“말한다니까:”

“알았어, 화내지 마:”

“화안 났거든.”

게밥 먹는데, 신경을 집중하던 정우는 건성으로 답할 뿐이다.

윤정은 개의치 않았다. 그 편이 말하기

엔 부담이 적었다.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 지 않지만, 자신으로 인해 정우는 루크와 관련이 되었다 대외적으로 루크는 신사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작은 흠집도 용납지 않는 완벽주의자다. 아마 어떤 식으로든 보복 을가해올 것이다.

윤정은 정우의 무시무시한 전투력을 인 정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최소한의 방비 를 하려면 자신과 루크의 관계를 알고 있 어야 했다

“가문의 명령으로 아빠가 방황하실 때 엄마를 만났어.”

幻투적이네.”

정우는 간간이 호응을 해주며, 묵묵히 들었다 지나친 간섭은 좋지 않았다. 적당 히 끌어낼 수 있는 만큼만 들었다

‘앨런가의 비화군’

윤정의 아버지는 앨런가의 둘째다

첫째가 의문사를 당하는 바람에 장자 가 되어 앨런가의 후계자가 되었다. 당시 윤정의 아버지는 원치 않은 정략결혼을 해야 했고, 버티다 결국 가문을 뛰쳐나왔 었다 우연히 케이브에서 윤정의 어머니를 만 났고, 사랑에 빠져 결실을 맺은 것이다. 참 으로 지지부진한 발전하지 않는 재벌 가 문의 비화다.

‘드라마로 만들었다가는 욕먹기 딱 좋 은 컨트롤(Ctrl) 브이(V)네.’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에 익숙한 사람 들이 대다수라 잘 먹히지 않을 내용이기 도 했다. 지나치게 상투적인 면이 없지 않 아 있었다. 다들 또 재벌이야, 또 이혼이 야 또 배다른 형제야 라고 한다 정우의 식상함에 윤정의 예쁜 얼굴이 찡그러졌다.

“그 반응은 뭐야?”

“아냐.”

너무 졸린 나머지 하품이 나오는 것을 정우는 간신히 참았다 남의 가슴 아픈혹 역사를 지나치게 무관심하게 듣고 말았 다 이미 나온 드라마와 홉사해서 굳이 더 들을 필요가 없기는 했다. 스토리 라인만 들으면 나머지는 알아서 자동적으로 완성 이 되었다.

그렇다 해도 팩트는 점검하고 넘어가야 했다

말을 하는 내내 윤정은 서운함을 내비 쳤다 본인 딴에는 최대한 감정 소모를 하 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만, 가문의 매정함 이 한으로 남아 있었다.

“사이좋을 리가 없잖아”

“그래도 나는 사력을 다해 노력했다고.”

“노력하는 것도 눈꼴실걸.”

“그래서 어떡하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여, 그리고 네가 목표 한바를 혼들리지 말고 가: 정우는 위로하지 않았다.

이복남매가 사이가 좋다는 설정은 납 득하기 어렵다. 설령 좋다고 해도 허울뿐 인 유명무실한 관계다. 루크의 입장에서 윤정은 아버지를 빼앗아 간 여인의 딸일 뿐이다 좋아지려고 노력을 한다고 사이가 진전이 될까? 더욱이 앨런가는 평범한 가 문이 아니다. 혈통을 중시하며, 자기들만 의 세상을 구축해 놓았다 주변과 다른 독 립적인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순혈주 의를 택한 것이다. 백인도 아니고 동양인 의 피를 그들이 납득해 줄까? 꿈보다 해몽 이 좋은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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