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장 윤정비사 (1)
-천한 피가 어디 가지를 않는구나.
-그 얼굴로 또 누굴 홀리려고!
-너 때문이야 너만아니었으면.
과거의 아픈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 나갔다. 혈통을 중시했던 자들, 변종의 피 를 타고났다고 하여 온갖 트집을 잡고 멸 시했다. 가문의 혈족으로서 인정받기 위 해 노력을 하면 할수록 저들과는 다르다 는것을 깨달았다.
과거는 윤정에게 쓰라린 상처의 나열이 었다. 유일하게 기댈 공간은 엄마분이었 고, 그 울타리마저도 견고하진 않았다 가 문의 압박으로 쫓겨나다시피 한국으로 와 야했다
‘잊은줄알았었는데.’
유니크 전문학교에 입학해 친구를 만나 고, 훈련을 받아 아물었다 여겼건만 그를 보자 과거의 잔상들이 오늘 일처 럼 생생하게 다가왔다. 특히 그와는 사이 가좋지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사사건 건 교묘한 괴롭힘의 대상과 가해자로 나 뉘었다 그의 겉과 다른 이중성이 피를 마르게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아가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버려지다시피 한 엄마의 지위를 찾아주기 위해서.
- 윤정아!
윤정의 상념을 깨우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과거의 상처가 깊어 한 귀로 듣고 흘 렸다. 그러나 이어서 들려온 목소리는 흘 려듣지 못했다
-때려줄까?
누굴?
목표지점은 확실했다. 싸움이 일어나면 무조건 대형 사고는 예약이다. 자신을 향 해 걸어오고 있는 대상은 건드려선 안 되 는 위험한 인물이다 그럼 정우는?
윤정이 봐온 정우도 배경에 혹하거나, 두려워하는 소인배하고는 거리가 멀다. 비 교를 당하면 오히려 반발하는 용수철과 같았다. 이후에 불러올 파장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은 곤란했다.
무엇보?다.
이 일은 자신과관련이 있었다.
윤정은 손을 들어 나서려는 정우를 만 류했다.
“부탁이야.”
“알^으니, 침착해.”
정우는 윤정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러자 잘게 떨리던 윤정의 육체가 거짓말 처럼 평정심을 찾았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어야 할 마법사가 시작도 하기 전에 감 정을 드러내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고마워.”
“별말씀을.”
정우는 그제야 물러섰다. 평소의 윤정 은 침착함의 대명사다. 좀처럼 감정의 변 화를 읽기 힘든 타입으로 고고한 장미의 가시처럼 날카롭다. 작금의 윤정은 냉철 하지도, 날카롭지도 않았다. 무뎌져 버린 낡은 철검인 양 방향을 잃고 헤맸다 해서 과격하기는 해도 무리수를 살짝 두었다
‘얼추, 예상가능한상투적 시나리오일 까나?’
금발의 사내와 윤정을 보면 답은 나와 있었다. 남녀의 차이일 뿐, 비슷한 얼굴형 을 지녔다. 시간이 흐르면서 분위기만 바 뀌었다고 볼 수 있었다. 환경에 지배를 받 은 인간의 양면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저벅, 저벅!
그는 걸어와 윤정과 마주 섰다
감정이 담기지 않은 무심함 속에 날카 로운 편린이 숨어있다 호의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사내의 이름은 루크, 성은 앨런.
윤정에겐 엄마가 다른 배다른 오빠다
“오랜만이구나.”
“그러네요.”
루크의 나이는 30세, 윤정과는 열두 살 의차이가있었다.
혼들리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기를 쓰며 버티던 계집이 그려졌다. 시간 이 지나 강인해 지기는 했어도, 자신 앞에 선 어린 시절과 다르지 않았었다 한데, 분 위기가 그때와는 미묘하게 차이가 있었다. 조금 전까지 흔들렸으면서 금세 안정을 찾 았다 마법사로서의 본분은 잊지 않았다
“성장했군.”
“과거에 얽매일 순 없으니까요.”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구나.”
“당신도 달라지지 않았네요?”
루크의 안면에 실금이 살짝 훑고 지나 갔다
어머니가 다르다 하나, 같은 아버지를 두었다 그런데도 오빠가 아닌 당신이라 지 칭했다. 가족으로 여기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이었다. 그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하 나, 윤정이 먼저 선을긋자 탐탁지 않았다.
‘인정받기 위해 애를쓰던 주제에.’
윤정이 익힌 헥시온 컨트롤은 가문과 연이 닿은 골든타워(황금마탑)를 대표하는 마나컨트롤이다. 가문의 후인이 아니고서 는 마나컨트롤을 전수받지도 못했을 것이 다. 가문과 연을 끊고 싶다면 마법사가 되 지 말았어야했다
“네 어미처럼 가식을 떠는구나”
“엄마를모욕하지 마요.”
“그 천한 피는 어디를 가지 않아”
“그만하지 못해요!”
윤정은 끓어오르는 화를 억눌러야 했 다. 자신을 욕하는 건 참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엄마를 들먹이며 천하다 비난하다 니, 응어리져 있던 한이 폭발할 것 같았다
‘후후.’
루크는 윤정의 분노에 희열을 느꼈다. 고고한 척 위장을 해 봤자 부정하고 삿된 피는 변하지 않았다. 그 더러운 피를 이어 받은 주제에 가문의 마나컨트롤을 익히고 있다는 것마저 가증스러웠다
“못하겠다면‘?”
“싸우자는 건가요?”
“네가내 상대가될것 같으냐”
“길고 짧은건대봐야 알겠죠.”
윤정의 들끓었던 분노가 한순간 차갑 게 식어 버렸다. 저자는 과거와 다르지 않 았다. 여전히 자신을 천한 피를 가지고 태 어난 하찮은 계집으로 여겼다. 그리고 자 신도 어린 시절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 했다는 걸 감정적으로 느꼈다.
‘괘씸한 년!’
루크는 윤정이 분노로 가득 차 달려들 기를 바랐다. 그래야 잔인하게 짓밟아줄 명분이 생긴다. 그런데 분노를 조절했다. 대단치 않게 볼 수도 있으나, 어린 시절에 각인된 극복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를 이겨 낸것이다.
‘ 잠깐.’
루크는 윤정의 마법이 달라졌음을 깨 달았다. 가문 내에서도 마법 속성을 타고 나는 확률은 3분의 1이다. 속성의 각성 시 확률의 전체를따지면높다고볼수 있 으나. 대마법사의 자질을 타고난 자는 희 박했다
‘벽을 넘었다는 건가? 그럴 리가!’
상급마법사의 벽은 견고하다. 벽을 깨 고 대마법사로 가는 길올 여는 마도사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루크조차도 상급마법 사의 벽을 넘은 시기가 스물다섯 살 때였 다. 반면에 윤정은 열여덟 살에 매지션킹 에 다가설 준비가 되었다 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천한 피를 타고난 계집이 자신과 비교되는 것도 짜 증이 치미는데, 넘어서다니 있을수 없는 일이다 스윽!
루크는 치미는 화를 성급히 토해내진 않았다. 빌미가 필요하다 그의 시선이 윤 정이 아닌 정우에게 향했다. 그리고 다시 윤정을 바라보았다
“잘 어울리는구나”
“무슨 말을 하는거죠?”
“천한 것들끼리.”
“말씀이 지나치군ar
“그렇다면 발끈할 필요 없지 않나.”
윤정은 루크의 성향을 어린 시절부터 겪어 와서 잘 안다 그는 자신을 도발해 빌 미를 제공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꼬임 에 당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완 전히 참아내기는 어려웠다. 그는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 있었다. 지금도 아무도 듣 지 못하도록 마나의 벽을 쳐 소리를 차단 했다 듣고 있는 대상은 자신과 그뿐이다
“말한번예브게 하네.”
분노를 억누르고 있던 윤정이 예상하지
못했던 타이밍이었다 익숙한 목소리가 치 고 들어왔다. 그 대상이 정우라는 사실에 허탈함이 밀려왔다 움찔!
루크는 한 발 물러서고 말았다.
조금 전 윤정과의 대화 시 사일런트 (Silent) 마법을 걸어 놓았다. 자신과 윤정 을 제외하고 들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 치 처음부터 다 듣고 있었다는 듯이 치고 들어왔다. 문제는 치고 들어오는 타이밍 에 있었다
‘잡히지 않았어!’
마법사는 습관적으로 원거리를 지향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속성 능력에 비해 마법은 원거리에 취약한 편이다. 마 법의 경지가 높아질수록 거리의 제한이 사라지기는 하나, 같은 등급으로 놓고 본 다면 격차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다음으로 마법사는 항상 철저한 준비 를 한다. 평상시에도 위험한 상황을 염두 에 두었다 즉, 돌다리도 두드리는 걸 넘어 콘크리트까지 쳐 바르고야 움직인다. 한 데, 좀 전엔 마력이 제 위력을 발휘할 최적 의 거리를 가분히 무시해 주었다. 마법의 제공권이 허무하게 무너져 버린 꼴이다
‘3급?’
황급히 놈의 등급게이지를 확인했다. 보통 놈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건만, 등급 쓰레기였다 그렇다 하나 우연으로 치부하 여, 방심하진 않았다. 간혹등급을 무시하 고 괴물의 반열에 드는 자들이 있었다 잠 재등급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않았다
“그말 취소해 줬으면 하는데.”
“싫다면 어쩔 테냐?”
정우는 최대한 정중히 대해 주려고 했 다. 어차피 말투야 미국사람이니 존대를 하진 않아도 되리라 주관적인 판단을 내 렸다. 이쯤에서 사과를 해주면 신상에 이 로울 거란 협박은 묵음 처리했다
한데, 이놈이 도발을 해주신다. 가만히 있는 사람 천한 쌍놈으로 만들고 사과도 하지 않다니, 예의를 똥구멍으로 처먹은 놈이 아닌가. 정의구현, 친구사랑을 위해 서라도 나서주어야 했다. 물론 주둥이엔, 입으로 대응을 해줘야 제맛이다
“천한 걸로 따지면 너도 만만치 않지 않 아.”
“내가 누군 줄 알고 그런 망발을 하는 것이냐!”
“너? 양키잖0E”
≪.2”
윤정비사 (2)
“알아듣네.”
정우는 못 알들을 줄 알았다. 실상 양 키는 미국인을 뜻하는 단어일 분이다. 야 구단도 양키즈가 있는데, 욕을 썼겠나. 그 러나 대한민국에서 양키는 미국인을 비하 하는 단어가 된다 이를 알고 있다는 것은 루크가 한국인의 정서를 조금은 배웠다는 의미가 되었다.
“한류가 꽤세구나.”
우리나라의 다양한 비속어도 수출을 해야 했다. 풍부한 비속어와 뉘앙스는 외 국이 따라오지 못할 만큼 완벽하고, 저급 하다. 같은욕을 해도 단어의 이질감에 의 해 여러 가지로 나뉘는 걸 감안하면 영어 는 따라오지 못한다. 영어에서 욕이라고 해봤자 구분이 별로 없다 아!
루크와 정우의 언쟁에 윤정은 안절부 절못했다 사일런트 마법을 깨고 들어와서 비속어를 날렸을 때부터 공황장애가 왔 다. 설마 했건만, 루크를 상대로 양키라고 하다니. 상식을 가뿐히 초월해 버렸다.
“죽고싶은 것이냐!”
루크의 전신에서 퍼져 나온 마력이 공 간을 장악했다. 단숨에 제공권을 확보해 버리는 것을 봐선 상당한 수준의 마법사 다. 상급마법사의 위용을 유감없이 과시 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무력시위다. 쫄리 면 뒈지라는.
‘윤정이보단 위군.’
마법사로서의 자질은윤정이 더 뛰어나 지만 루크에게는 시간이라는 연륜이 있었 다. 세월의 힘을 넘어서기엔 아직은 덜 여 물었다
단순히 친구 간의 의리 때문에 윤정의 일에 개입한 건 아니다. 루크의 행태가 거 슬린 게 한몫했다. 동방예의지국의 후손 으로서 예의를 널리 전파할 의무가 있었 다 그러나 예의란 원래 코에 걸면 코걸이 고, 귀에 걸면 귀걸이다. 정중하게 대해도 기분이 나쁘면 예의를 차렸다 할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싸가지 없는 것들은사 라지질 않아’
씨가지 보존의 법칙이라도 있는 모양이
다. 하긴 평화로운 세상에도 악인이 존재 하는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따질 건 따져볼 필요가 있었다
“먼저 사과부터 해야지.”
루크의 날카로운 안광이 토해졌다. 제 공권을 마력으로 제압해 놓았다. 이런 상 태에서 태연한 것부터가 말이 되지 않았 다. 이쯤 되니 섣불리 상대할놈이 아님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등급게이지만 믿고 있 다가는 곤란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
“네놈은 누구냐?”
“호오, 만만치 않은데.”
수양이 부족했다면 게이지에 설정된 등
급만 보고 성급하게 달려들었을 것이다
마법사라 그런지, 루크는 제공권올 장 악하면서 정우의 대응을 신중히 살폈다. 마법을 파고 들어왔을 때를 염두에 두어 사태를 보다 냉철하게 판단했다. 배다른 오빠라고 해도 윤정과 같은 아버지를 두 었으니, 냉철함은 타고난듯하다.
“귀하신 양키라면 본인부터 소개하는 게 예의지 않나?”
천박한 놈이라 예의를 모른다고 대놓고 말하고 있는 와중, 너도 같은 놈이 되기 싫으면 어서 신상정보를 공개하라는 정우 의 압박이었다 바르르!
명백한도발
루크의 닫힌 입 안에 과도한 압력이 가 해지고 있었다. 맘 같아서는 주변 상황을 배제하고 놈을 처리하고 싶은데, 그러기가 용이치 않았다
‘이놈도.’
마법사도 무인과 마찬가지로 본인보다 등급이 낮으면 경지를 읽어낼 수 있다 루크는 정우의 마력을 체크하지 못했 다 마법을 익히지 않았다면 모를까, 마나 의 향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마법사 가 분명한데도 디택트(Detect)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는 상대의 경지가 예사롭지 않 다는 반증이었다. 제압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더라도, 고레벨의 마법을 사용해야만 했다.
그리되면 소란이 커진다. 루크로서는 원치 않은 상황이다
“나는 앨런가의 루크 앨런이다:”
“이런, 미국의 잘나신 5대 가문의 후손 이셨군.”
미국을 대표하는 유명한 가문이라고 해도 한국 사람이 알고 있는 경우는 절반 도 많았다 자기 일 하기도 바쁜데, 우리나 라도 아니고 남의 나라 가문까지 챙기진 않는다.
세계 각국을 내 것처럼 챙기는 정우의 넓은 식견이었다.
“이제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 고 있겠지.”
“배경으로 협박하는 거면 실망인데.”
정우의 노골적인 언행은 멈추지 않았 다. 윤정마저 이번에는 침착하기 어려웠 다. 하지만 본질을 들어가 보면 아니라고 반박하기 힘들다. 가문을 들먹였다는 것 부터가 내가 이렇게 어마어마한 가문의 후손이니 알아서 기라는 의미가 되었다 꿈틀, 꿈틀!
루크로서는 생경한 대접이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라면 이해는 간 다. 하지만 앨런가를 알고 있었다 아는 놈 이 저런 식으로 대응을 하다니, 기가 찰 따름이다 앨런가는 미국을 지탱하는 5개의 축으 로 부의 축적에 관해서는 최고라고 자부 한다. 신대륙이 발견되고, 미국이 개척할 당시부터 200년의 세월을 지탱해온 가문 이었다: 앨런가의 입김이면 세계 경제가 휘 청거린다는 소문이 있올 만큼 엄청난 영 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의 대통령도 앨런가의 가주 앞에서 고개를 조아려야 했다 하물며 한국을 대표하는 것도 아닌, 이제 갓 유니크가 된 애송이가 앨런가를 개 무시하고 있었다
“끼리끼리 논다더니, 천박한 데다가 실 성까지 한 미친놈이구나!”
“멀쩡한 사람 정신병자 만들지 말고, 차 분히 따져 보자는 거잖아”
대화도 정상적인 사람과 해야 했다
루크는 이쯤에서 마무리를 짓고 싶었 다. 이놈과 말싸움을 해 봤자 득이 되지 않았다.
정우는 물러서는 루크를 잡아끌었다.
‘안되지.’
들어올 땐 네 맘이겠지만 나가는 건 정 우맘이었다.
멋대로 나가지 못하도록 옭아맸다.
“천박하다며? 하긴, 양키가 보기에 난 옐로우 몽키, 즉 황색 원숭이에 불과하겠 지.”
“아니 다행이구나:’
“한데, 말이야. 천한 걸로 따지면 양키 가 더하지.”
동양인을 천박한 황인종으로 매도하겠 다면, 정우도 얼마든지 같은 급으로 놀아 줄 수 있었다. 이런 싸음은 원래 사회적으 로 잃을 게 없는 사람이 유리하다. 미국 대 선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경선을 보면 답 은 나와 있다 평판이 좋을수록 흠집을 두 려워한다.
“네놈이 앨런가를 기만하는 것이냐!”
“미국의 역사를 봐도 영국에서 쫓겨난 추방자일 뿐이잖아 높고 낮음을 따져서 거슬러 올라가면 피의 우열이 어디에 있을 까.”
미국의 역사는 200년이 겨우 넘었다. 현 세계의 최강국임은 인정하지만 천한 걸로 따지면 미국은 고귀함과는 거리가 멀 었다. 순혈주의를 맹신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 인종의 집합체로 잡종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물론 현시대는 속지주의를 기반 으로 다인종, 다문화를 지향하니 허물없 이지내는것이 올바르?다.
빠직, 빠직!
의도치 않게 역사 공부를 하게 된 루크 의 안면에 실금이 선명하다.
딱히 반박을 하지 못하도록 맥락을 얄 밉도록 콕콕 짚었다. 미국의 콤플렉스라 고 할 수 있는 것이 짧은 역사다 영국에서 추방된 청교도, 프랑스의 이민자들을 비 롯한 유럽의 연합이 뭉쳐져서 완성되었다 짧은 시간 이룩한 업적을 놓고 보면 대단 하다 할 수 있겠으나. 순혈주의를 거론한 이상반박이 어렵게 됐다.
그뿐이랴
‘이놈이!’
꼬박꼬박 양키를 열창하고 있었다
루크의 심기를 지속적으로 건드렸다. 똑같이 옐로우 몽키를 외친들 같은 급이 되어 버린다:
‘자칭 혈통을 중시하는놈들의 치명적 인 약점이지.’
타인과는 다른 고귀한 피를 이어 받았 다는 순혈주의에 입각한 사고방식은 우월 성에 기반을 한다. 상대의 저급한 행위를 반드시 가문에서 지정한 빙식으로 갚아주 어야 했다. 같이 진흙탕에 뒤엉켜 싸우지 않는다
그에 반해 정우는 높고 낮음을 혈통으 로 구분하지 않는다. 위아래의 구분은 현 재 가지고 있는 역량으로 판단했다. 능력 만 있다면 인종과 국가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말 안 들으면 각오는 해야 할 거다.
“나를 능멸하고도 네놈이 살 수 있을 거라 보느냐/
“뒤통수를 치시겠다 그럼 본인 스스로 치졸하다고 증명하는 꼴인데 괜찮겠어?”
루크는 당장에라도 손을 쓰려고 했지 만, 주변의 시선이 몰리고 있었다. 남의 학 교에 와서 마법을 발휘하면 수습하기 어려 운 상황이 된다. 학생 간의 다툼이라면 경 고로 끝나기도 하나, 유니크가 개입을 해 버리면 파장이 커진다:
-뭐하는 거야?
-싸우려는 모양인데.
-일반인이 저래도 돼?
-되지, 잘생겼잖아!
-뭔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야
-돼지는 아닥해라! 삶기 전에!
루크와 윤정의 외모는 눈에 확! 띈다. 금발머리에 선명한 이목구비, 발달된 신 체는 주변의 시선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 다. 평소 얼음냉기를 풀풀 풍기고 다녀서 접근을 못했을 뿐이지. 다들 맘은 이미 수 작을 걸고 있을 것이다 상상은 자유니까
-잰 또 누구야?
-어디서 본 것같기는한데.
-그러게, 기억이 안나네.
- 봤을걸.
-덩치는 좋네.
정우의 인지도는 여전히 무명을 벗어나 지 못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인기 없는 마 법학과인 데다가 유명세를 타기에는 2% 라 부족한 외모였다. 잘생기지도, 못생기 지도 않은 훈훈한 외형을 갖추고 있었다.
훈남이 대세긴 해도, 조각 같은 외모와는 비교가 되었다. 일전에 일으켰던 풍파도 이젠 익힌 과거가 되었다. 소혹호가 누군 지도 모른다. 그때 싸웠던 정우도 흐릿해 진, 유명무실해졌다
‘아주 훌륭한 얼굴이지.’
정우는 딱 이 정도가 좋았다. 지나치게 잘생기면 오히려 귀찮고 피곤하다. 무인에 게 있어 평범한 외모는 신이 내린 축복이 랄수 있었다. 어디를 가도, 어디에 있어도 주목받지 않으니 암술이나 암계를 펼치기 에 딱좋다?
“운이 좋구나.”
“가시게? 관중도 모였는데 시원하게 한 판뜨지 그래.”
손가락을 까딱거려 주었다 그러면서도 결코 먼저 손을 쓰지 않는 정우였다 정당 방위임을 증명해 주려면 후발제인(後發制 人)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맘먹으면 뒤늦게 날려도 카운터할 수도 있지만.
“흥곧 밟아주마”
“관중이 없어야 힘을발휘하는 타입이 구나. 그럼 따로 약속을 잡든가:”
“후회하게 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