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43화 (143/500)

제’7장 때려줄까?

“어떻게 됐습니까’?”

“별다른 점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예상하고 계셨습니까?”

“그럴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적발의 사내는 보고를 마치고 정중히

물러났다. 그 모양새가 마치 주군과 수하 를 보고 있는 듯하다 자리에 앉아 있는 사내는 말끔한 스타 일이었다. 공부만 해온 반듯함과 예의 바 름으로 무장이 되었다. 그럼에도 주위를 지배하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그가 머물고 있는 방 안만 봐도 그의 성 향을 짐작케 해준다. 뭐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제자리에서 단 1mm도 벗어나지 않 았다.

그는 일련의 상황을 반추해 의문점을 찾아냈다.

“감을 잡기가 어렵군.’

근래에 들어 학교를 뒤숭숭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요사이엔 잊힌 사건이 되 어 가고 있으나, 학생이 실종되고 죽었다. 단순한 사건으로 보지 않았다. 실종된 면 면을 살펴보니, 한 사람과 연관이 있었다.

“일우그룹의 후계자께서 어쩌자고.”

실종된 10명은 금속조종학과 6학년이 다. 이들의 공통점은 채현우와 연결된다 는 점이다. 좋지 않은 일이긴 하나, 돈을 받고 채현우의 뒤를 봐주고 있었다.

이를 파악할 수 있었던 건 그동안 수면 으로 올라오지 않은 사건과 연관성이 있 었기 때문이었다. 조사를 하는 도중 그 10

명이 채현우와 관련된 걸 파악했다.

“쓰레기 같은 짓을.”

그는 이런 자들을 경멸한다. 힘을 가지 고 있다 하여 약자를 억압하는 것을 그러나 죄를 지었다고 해도 적법한 절 차를 따라야 했다. 10명이 쥐도 새도 모 르게 실종되어 버렸고, 채현우는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무문과 길드의 대립으로 인해 벌어진 일치고는 이상하단 말이야.”

찾아낸 단서를 조합하면 딱딱 맞아떨어 진다. 그러나 채현우의 죽음과 10명의 실 종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중간에 뭔가가 빠져 있음을 직감했다.

“마법학과 2학년 하정우라”

대한그룹과 일우그룹의 협력을 위해 채 현우는 유하라에게 접근했고, 하정우와 마찰을 빚었다. 이후 채현우는 죽고, 금속 조종학과의 10명도 실종되었다 일전에 혹호문의 소혹호 박기호와도 다 툼이 있었다. 그때 위원회 소속 백경수의 일격을 막아냈다는 말을 들었다. 백경수 는 현재 7급의 유니크에 올랐다. 학생치고 는 굉장히 높은 등급이다. 갓 입학한 신입 생이 백경수의 화령장(火靈掌)을 막아냈다 니 놀라웠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신경이 쓰 이는 점은 박기호의 실종과 혹호문의 괴멸 이었다.

“우연일까‘?”

지나치게 공교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상식적으로 따져 보면 제아무리 능력이 있 다 하나, 개인에 불과했다 그 혼자서 혹호 문과 일우그룹, 다크니스 길드, 하북팽가 에 이르기까지 관련되었다고 하기에는 지 나친 억측이었다.

“조사해볼가치는 있겠지.”

그는 자신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소 홀히 하지 않았다. 학생이 죽고, 실종되었 으니 학생자율위원회에서는 보다 확실하 게 규명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이는 그를 봅아준 모든 학생들을 위한 일이었다. 지 나치게 꼼꼼해서 숨 막히게 하는 성향이 기는 하나, 그를 아는 자들은 존경을 표한 다 정우는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집에 대 해서 상의했다. 다 같이 모여살기로 결정 을 한 이상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는 비좁 았다 방범용으로 개는 안 키워도, 흑금단이 머물 장소도 필요하고.

“아파트가 편할 텐데.”

“잘만 지으면 단독주택도 괜찮을 것 같 아요.”

“어느정도나 생각하는데?”

“200평에 3층이면 적당하죠.”

“.2”

적당한 규모?

누가 들으면 축구단이 합숙하는 줄 알 겠다.

윤철과 김 여사, 수연은 정우의 스케일 에 마른침을 삼켰다. 말이 200평이지, 도 심 속에서 200평 규모의 집을 지으려면 가격이 만만치가 않았다.

그러나 함부로 돈 쓴다고 나무라진 않

았다. 정우의 불어난 재산을 보고 나니, 이 정도는돈지랄 축에 끼지도 못했다.

“짓는데 꽤걸리지 않을까?”

“빠르면 보름, 길면 1달을 예상하고 있 어요.”

“모래로 짓는 것도 아니고, 뭐가 그렇게 빨라!”

“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정우는 집을 손수 짓을 계획이다. 현천 공이 9단공에 올라서면서 심상구현이 가 능해졌다. 정교한 작업도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수행할 수 있었다. 노동력은 혹 금단을 동원하면 그만이었다. 실상 자재 값과 부동산만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위치는 어딘데?”

“여기서 멀지 않아요.”

배다리 뒤쪽 텃밭으로 활용되던 일대를 통째로 샀다. 전철이 근처에 지나가서 시 끄럽기는 해도 상관은 없다. 저택 주변에 방음마법을 걸어 놓으면 되니까. 집 안으 로 들어오는 곳곳에 기문진법과 마법트랩 은기본이었다.

“오빠 그럼 내 방은?”

“지금보다3배는 더 크겠지.”

“정말?”

“오빠 말잘들으면.”

“내가 오빠 사랑하는 거 알지, 나 오빠 랑 평생 살 거야!”

“그랬으면 좋겠구나.”

말을 뱉어 놓고, 수연은 움찔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오바의 그늘에서 평 생 벗어나지 못하는 수가 있었다. 그러나 좋은 걸 어쩌냔 말이다. 내 오빠지만 돈이 썩어나서 너무 좋다. 이런 게 부자로 사는 기쁨인가보다.

‘설계부터 시작해야겠군.’

정우는 집을 짓는 법을 배워야 했다 개 인적으로 건축사 3명을 소개받았다. 이들 과 함께 원하는 형태의 집을 완성하고 머 릿속에 채워 넣을 계획이다. 설계만 제대 로 된다면 나머지는 시간문제였다.

부모님과 상의를 마친 정우는 차를 몰 아 학교로 향했다.

랜덤 케이브와 팽가의 일로 20일간 학 교를 빠졌다

출석은 꼬박꼬박 했다. 혹금단 중 정우 를 대신해 학교 수업을 받는 대체 단원이 있었다. 이를 알고 있는 것은 하라와 윤정 뿐이다. 운이 좋게도 리차드 전임교수는 마법학회 세미나가 있어 영국에 갔다가 오 늘 돌아온다.

리차드 교수가 있었으면 변용을 한다 해도 들켰을 것이다. 마력 감지에 관해서 는 일가견이 있는분이시니.

교실에 들어섰다.

이른 시간이라 채윤정, 혼자만 교실에 앉아있었다

어?

정우를 본 윤정은 의아함을 느꼈다. 불 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우의 마력이 감 지가 되었다. 설령 감춘다고해도 마력의 향기까지 완전히 감추기는 어렵다. 그런데 지금은 그 어떤 마력도, 향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마법을 배우지 않은 보통 사 람과 같았다.

세상에서 제일 말 같지 않은 소리가, 보 통사람 정우다 이럴 경우 둘 중 하나다.

마력을 감추는 아이템을 착용했거나, 감지 범위를 벗어났거나.

정우가 평소 마법아이템을 착용하고 다 닌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윤정의 동 공은 경악을 담았다.

윤정의 마법은 현재 6륜의 극에 도달해 있었다. 곧 벽을 허물어 7륜에 올라서게 된다. 그런 그녀조차 감지가 불가능했다.

“벽을 넘은 거야‘?”

“간신히.”

“말도 안돼!”

“별것 아니니까, 쑥스럽게 놀라지 마 라”

쑥스럽다니, 어디가?

윤정은 10년이 넘도록 마법만 주야장 청 팠다. 그래서 겨우 이 자리에 올라왔다 그에 반해 정우는 마법을 배운지 고작 1년 밖에 되지 않았다. 이게 상식적으로 될법 한재능설정인가. 만화마저 초월했다.

“확인해 봐도 돼.”

“ 얼마든지.”

윤정은 정우의 무덤덤함에 기가 찼다.

마법사에게 륜의 확인은 자신의 모든 것 을 내어준다는 의미였다 그런데도 대수롭 지 않다는 듯이 확인해 보라고 내밀었다. 간은 원래 큰 놈이니, 마법을 얕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진짜잖아 그리고 이 마나컨트롤은 또 뭐야?’

심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선명한 7개 의 륜, 마력의 경이로움을 실감하게 해준 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마나 컨트롤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오피셜 컨트롤을 기반으로 한 아토믹 컨트롤의 변용이라 합일 되지 않은 불협 화음이 있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통합된 수준을 벗어나 전혀 다른 마나컨트롤이 되었다.

“뉴에이지 컨트롤이야.”

“그거 설마, 네가 만든 건 아니지.”

“정우 컨트롤이라고 불러도 된다.”

“?…거짓말!”

“네 마나와 어떻게 다른지 좀 알고 싶

다어때? 싫으면 말고.”

“?…아냐! 느껴봐!”

당황한 윤정은 평소와 달리 버퍼링이 있었다. 정우의 새로운 마나컨트롤은 기 존의 마나컨트롤과 달랐다. 더욱이 7륜의 마나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오히려 부탁을 해도 부족한데, 오락실 동전 넣는 것처럼 쉬웠다

‘홈, 완벽한 듯 보여도 미진한 점이 있겠 지.’

윤정의 놀람과 달리 정우는 냉철했다. 자신이 만들어낸 마나컨트롤과 윤정의 헥 시온 컨트롤을 대조해 개선점을 찾아냈 다. 그러기 위해서 마력동조를 시도한 것 이다. 단순히 능력을 자랑하려고 했다면 굳이 이런 식으로 수고하지 않아도 된다

‘20일간 모른척해준것도 있고.’

바른 생활 윤정으로서는 거짓말하는

게 가장 힘든 일이었을 텐데, 잘 견뎌 주었 다. 친구로서 우정을 지킨 윤정에 대한 선 물이기도 했다. 뭐, 나중에 하라한테도 알 려줄 심산이다. 딱히 뉴에지 컨트롤에 대 한 자부심은 크지 않았다. 현천공을 기반 으로 한 강해지기 위한 수단이자 과정일 분이었다.

‘?…굉장해!’

윤정은 정우의 륜을 경험하며 새로운 경지로 다가서고 있었다. 그간 헥시온 컨 트롤에만 의존했던 것 같다. 마력을 틀에 가두려고 하니, 나아가지 못한 채 정체되 었던 것이다.

‘천재마법소녀 윤정이군.’

정우는 윤정이 벽을 넘었음을 파악했 다

당장 큰 변화를 가져오진 않았다. 이미 닿았음에도 얻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정우는 주변의 소리와 진동을 차단하 고 온전히 체득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었 다. 때마침 교실에는 둘분이었다. 수업에 들어오려는 녀석들이 있기는 하나 무시하 고 문을 막았다. 두드려도 소용없는 짓이 다. 일단은 밖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조금만 더!’

윤정은 희열을 느꼈다. 발전하는 자신

을 관조하고 있었다. 멈추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마나의 새로운 경지에 도달 하려고 했다.

-거기까지.

궁극에 다다라 가고 있는 윤정을 일깨 운건, 정우의 심언(心言)이었다.

아!

윤정은 안타까움과 동시에 눈을 떴다. 그녀는 달라진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정우가 말리지 않았다 면 위험할 수 있었다는 것을. 준비한 범위 를 벗어나면 마나가 폭주할 수 있었다.

“축하한다”

“고마워.”

“어리둥절하지.”

“그렇긴 해.”

“원래 깨달음이라는게 그래.”

언제 어느 때든 대비를 해야 한다. 그 말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항상 자신을 갈고닦아' 토대를 닦는 것이 중요했 다 윤정은 정우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 마움을 느꼈다 벽을 쉽게 넘어선 것 같아 도, 그간 무던히도 자신을 괴롭혀 왔었다. 어떤 부탁을 한다고 해도 들어줄 수 있었 다. 인생에서 정우를 만나지 않았다면 더 노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 고마 웠다.

“밥이나 사라”

“나 그렇게 쪼잔한 여자 아니거든.”

“밥 먹고 싶어서 그래.”

“양심에 찔려서 안 되겠어, 곰곰이 생각 해서 말해.”

윤정은 7륜에 올라섰다. 이걸 밥으로 땡 친다면 도둑 년 소리 들어도 할 말 없 다. 그녀는 염치없는 여자는 되고 싶지 않 았다. 받은 게 있으면 반드시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그녀의 지론이 다

오전 수업이 끝났다.

윤정은 밖에 나가서 밥을 사 주겠다고 했다. 오전 내내 수업은 안 듣고 맛집을 찾 고있었다. 그열정에 정우도두손두발 다 들었다. 마법사라 그런지 일단 몰두하 면 집중력 하나는 끝내주었다.

막 마법학과 건물의 입구를 나서는데.

멈칫!

금발의 사내를 본 윤정이 걸음을 멈춰 세웠다

부르르!

정우는 윤정의 몸이 떨고 있는 걸 봤다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는 겁에 질린 걸 본 적이 없었건만. 정신마저 놓고 있었다. 7륜에 오른 상급 마법사답지 않은 행동이 었다.

“윤정아”

...

불러도 대답하지 못한 채 넋이 나갔다.

씨익!

금발의 사내가 윤정을 보고 웃었다. 그 러자 윤정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면서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 마치 과거로 돌아 가버린 사람처럼.

정우는 시발점이 저 사내에게 있다는 걸 파악했다. 냉철한 윤정이 이렇게까지 흔들린다면, 결코좋은 사이는 아닐 거다 그렇다면 상식적인 대답을 해주는 수밖 에.

“ 때려줄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