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142화 (142/500)

금강문과 팽가의 거래는 모두에게 경각 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근래에 들어 금강 문의 행보는 예전과 많이 달랐다. 또한 파 격적이기는 해도 맞물리듯 돌아가고 있었 다. 머리를쓰는 자가금강문에 있을 가능 성이 컸다. 다크니스 길드를 해산할 때의 공적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6장 기반을 다지다 (6)

“전번에 마무리 짓지 못한 논의를 시작 해봅시다.”

말문이 트인 이호극이 회의를 주도해 나 가기 시작했다. 회의실의 금강병풍(金剛w 風)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었다 이는 임시로 무문연합의 수장을 맡고

있는 천무문주에게 위협이었다.

“공적을 점수로 환산해서 단주를 결정 하자고 했지요, 아마! 혹시 내가 잘못 들 은겁니까?”

“결정 나진 않았던 안건입니다.”

“이건 다들 찬성한 걸로 아는데, 나만 빼고.”

“크흠.”

신 무력단의 단주와 부단주를 공적이 높은 후기지수에게 맡기자는 의견이다.

이호극은 이에 대해서 적극적이지 않았 다. 반면 각 무문은 공적포인트제에 대해 찬성했었다. 하지만 이리되면 이호극의 아 들, 강현에게 유리한 방향이었다. 그럼에 도 다들 뱉어 놓은 말이 있어 접착제를 발 라놓은듯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죽써서 개준꼴이군.’

각 무문의 공통된 생각이다

정우와 3형제는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대기실 벽면에 부착된 대형 스크린 TV 로 영화를 감상했다. 200인치 대형 TV임 에도 종이처럼 접는 방식이었다. 화질도 실제와 다르지 않고, 마치 살아서 움직이 는 것처럼 생생하다. 동작센서를 켜면, 직 접 주인공이 돼서 움직이는 것도 가능하 다

“영화는 역시 블록버스터야.”

“그렇지, 행성 정도는부숴줘야지.”

“영화는 영화로 봐라”

미국의 영화제작사인 버블-유니버스 (Bubble-Universe)에서 완성한 시리즈는 근 30년간 유행을 타고 있었다. 여태 나오지 못한 영화가 순번대로 대기 중이었다.

영화스케일은 점점 커져서 지구에서의 전투는 식상하게 되었다. 최소한 우주를 배경으로 행성 1개 정도는 파괴해야, 블록 버스터로 인정을 받는다.

“형, 적색 트롤하고 녹색 트롤이 싸우

면 누가 이길 것 같아?”

“녹색이 이기지 않을까?”

“적색이 등급이 더 높잖아.”

“또 시작이다 애들처럼 왜 이래!”

독립적인 영화의 주인공을 합쳐 놓으면 서 생긴 의견 충돌이었다. 누가 더 세다, 만화보다 너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경 우도 있지만. 영화에서 만화처럼 우주를 탄생시키고, 파괴시킬 수 있는 생성-소멸 이 등장하면 답이 안 나올 수밖에 없다. 강현도 버블의 광팬이라 거품이 상당이 끼어 있었다. 버블 사이에서 자체적으로 매긴 제논 등급에 따르면 적색 트롤이 D 등급으로 도등급인 녹색 트롤보다 더 높다

“내가 너의 고조할아버지다. 희대의 명 대사지.”

“미친 자식! 막갖다붙이지 마”

“그런데 순수 인간의 능력만으로 지구 를폭파하는 일이 가능할까?”

강천의 원초적인 질문에 강현, 강우의 시선이 정우에게 향했다.

정우의 강함은 여전히 물음표(?)였다. 전력을 드러내지 않아서 어디까지인지 감 응이 오지 않는다. 남들이 지구 스케일로 전투를 벌일 때 정우는 우주스케일로 전 투를 벌이고 있었다. 자신들이 수단 방법 을 가리지 않고 합공을 펼쳐도 손짓에 나 가떨어지기 일쑤였다.

“흐”

T3.

심각하게 고민하는 정우의 모습에 강 현, 강우, 강천은설마 했다.

장난으로 물어본 거다.

이걸 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지랄이 야

무섭게.

피식!

정우는 시선을 고정한 3형제를 보며 웃 었다. 하도 영화를 보며 떠들기에 장난기 가 발동했었던 것이다.

“될 리가 없잖아”

“그렇지, 아무리 너라도 그건 좀 심해!”

강천, 강우, 강현은 본인 일도 아니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실제로 가능하다면 정우는 걸어 다니는 중첩된 핵폭탄이라는 의미가 된다. 정우가 인간의 영역 안에 있 어 줘서 다행이었다. 너무 멀리 갔다면 따 라가기도 벅찼을 것이다.

‘안 될 건 없지.’

정우는 능력의 한계를 규정짓지 않았 다. 지구를 부술 수도, 더 나아가 탄생과 소멸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봤다. 선을 긋고 한계를 인정하는 순간, 발전하지 않 고 정체할수밖에 없었다.

또각 또각!

실내정숙과 무관한, 힐을 신고 복도를 한껏 소리 내며 걷는여인.

그녀는 영화에 몰두해 있는 3형제와 정 우에게 다가왔다 부르르!

3형제의 동공이 지진이 난 듯 흔들렸 다

일반 직장 여성이 입고 다니는 여성정 장임에도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마력 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히고, 라인이 끝내주었다. 언뜻 보이는 가슴골 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딱히 드러내지도 않았는데, 드러낸 것보다 더 흐뭇하다.

화천문의 꽃, 염화 권우화였다.

스마트하게 차려입고 나니, 분위기가 또 달랐다. 붉게 타오르던 머리카락도 검게 염색을 해서 안정되고 차분해 보인다. 일 전의 염화가 염기(謝W를 잔뜩 부리는 화 려한 장미라면, 지금은 옅은 화장으로 인 해 한 떨기 수줍은 수선화 같다.

여자의 변신을 무죄라더니, 그 말 틀리 지 않았다.

휙!

그녀가 정우의 앞에서 한 바퀴를 매끄

럽게 돌며 포즈를 취했다.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샴푸의 원초적인 향기가 3형제의 마초적인 콧구멍을 강타했다. 무의식적으 로 변태처럼 킁킁 거리게 한다. 포즈가 정 말 예술이었다. 염화가 7대 무문에서도 손 에 꼽히는 미인으로 분류가 되는지를 여 실히 증명해주었다

“어때?”

“좋네.”

“빠질 것 같지?”

“임자 있다니까”

“실망이야, 오늘은 자빠져줄 수도 있었

는데.”

노골적인 유혹.

누가 보던 상관하지 않는 대범함을 갖 추었다

강현, 강우, 강천 형제들은 과정을 뻔히 목도하고 있었다. 가공할 염기에 정신마저 혼미해졌다. 그나마 강현은 여자를 만나 본 적이 있고 헤어져도 봐서 그런대로 버 틸 만은 한데 강우, 강천에게는 감당하기 벅찬 유혹이다. 콧구멍 속 점막이 부풀어 서 터질 것만 같다 스윽!

염화가 정우의 몸으로 밀착해 귀에 대 고 속삭였다. 미사일을 탑재한 가슴이 정 우의 가슴과 이미 조우를 해 정상회담 중 이다

“나 원래 기분이 별로인 날은 속옷 안 입어.”

“그런데?”

“오늘 좀 별로야”

“그래서?”

강현, 강우, 강천 형제의 귓구멍이 그 어 느 때보다 민감하게 작동했다. 작게 속삭 인다고 해도 거리가 가깝다. 도청 불가능 한 지역이 아니다

‘어쩐지 가슴에서 파도가 치더라!’

‘이걸 어떻게 버티지?’

‘고자냐, 나나줄 것이지!’

강현, 강우, 강천 형제는 사내로서 질투 심이 폭발했다. 이건 임자가 있고, 없고의 문제와는차원이 다르?다.

염화가 자빠져 준다고 미리 선수를 쳤 건만

오늘 기분도 별로라잖아

위로를 해주어도 시원치 않을 텐데, 그 래서라니! 안쓰럽지도 않나.

이 천하의 몹쓸 인간.

한데, 형제에겐 다행이었다. 여기 위로 를 해줄 혈기 충만한 사내가 셋이나 있었 다. 주변에서 유심히 관찰하고 있던 사내 들까지 감안하면 수는 더 많았다 퇴짜 맞 은 염화를 위로하며 밤새 같이 있어줄 의 향이 있었다.

언제든지 우린 프리패스니까.

“저, 누님!”

“키집은 별로야.”

강천이 용기를 냈다가 경직됐다. 원체 단단한 녀석인데, 더 단단해졌다.

‘왜 나만!’

따지고 보면 정우도 어리기는 매한가지 다. 하나, 정우의 신분은 혹금단의 단주로 26살 전호경이다. 18살의 자신과는 무려 8살의 차이가 있었다 맘 같아서는 까발리 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후환을 감당하기 어렵다

정우는 염화의 분탕질에도 내색하진 않았다. 그녀의 유혹은 다분히 고의적이 었다. 강현, 강우, 강천 형제의 성향을 파 악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 그나마 강현이 대공자답게 체면을 지켜주었을 뿐

“장난칠때가아닐텐데.”

“장난이라니, 여러모로난 진지하다고.” 염화는 과도한 몸짓을 하며 부정했다. 너하고 잘 해보고 싶어 순수하게 꾸몄다 고 주장했다. 연기를 아주 잘한다고 볼 수 는 없었다. 하라의 연기와 비교하면 갭이 있다. 그러나 강천과 강우는 껌벅 넘어갔 다 오해하지 말라며 정우를 타박하기까지 했다.

“화천문의 대공자께서 이런 자리를 마 다하고 동생한테 양보하다니, 그 사이에 아량이 넓어지기라도 했나 봐.”

청초한 몸짓과 화사한 미소를 보였던 염화,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타오르는 불 의 기운과 싸늘하게 식은 눈빛이 교차했 다

“역시 알고 있었구나.”

“능력이 출중하면 여러모로 피곤하지.”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잖아.”

“그럴 거면 산속에 처박혀 살아야지.”

“지독한 자식!”

“너는 더지독해져야할거다.”

분위기 반전에 강현의 눈빛은 가라앉았 고, 강우와 강천은 어리둥절했다. 좀 전까 지만 해도 끈적끈적해서 꿀물에 담가 놓 은 듯했는데, 냉기가 풀풀 날린다 더욱이 정우와의 날선 대화는 당장 칼부림이 일어 나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오빠는 그럴 사람이 아냐.”

“등에 칼이 꽂히고도 그리 말을 한다면 인정해주지.”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흥분한 듯 소리치는 염화였지만, 정우 는 꿰뚫고 있었다. 그녀는 똑똑하고, 영리 하며 독심을 가졌다. 오빠의 성향을 모른 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또한 화천문의 지 낭(智囊)으로 만족할 그릇이 아니었다.

‘연기는 그만하지, 떠볼 만큼 떠봤으면 됐지 않나.’

돌아선 염화는 흠칫하다 계속 걸어갔 다. 그녀는 확인을 해 보려고 했을 뿐이다 그리고 결착을 냈다.

‘네 뜻대로되진 않아’

그런 염화를 정우는 태연히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네가 나온 이상 풍파는 벗어나기 힘들 지.’

화천문이 내부적으로 문제가 극대화되 는 그때, 나서면 된다. 염화가 비록 출중한 능력을 지녔다 하나, 여성이라는 한계는 발목을 잡기에 충분하다. 양성평등에 여 성상위 시대라 해도 무림은 또 다른 세상 이었다.

1시간이 지나고, 회의가끝이 났다.

정우는 문주와 형제를 차에 태우고 금 강문으로 향했다.

“어떻게 됐습니까’?”

“몰라서 묻는거냐?”

“아니요.”

“알면서 왜물어.”

금강문이 잘 나가는 이상, 견제는 당연 했다. 팽가와의 일을 거론하며 물고 늘어 질 테고. 은연중에 나서는 문파가 있을 거 라예상했다

“새로운 단체는 신룡단이고, 단주는 대 회를 열어서 뽑자고 하더라”

“공적포인트제는 물 건너갔군요.”

“처음에는 말도못 꺼내더라 지들도 양 심에 찔린 거지.”

공적포인트제의 도입으로 이득을 볼 금

강문을 간과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뱉어 놓은 말이 있어 머뭇거리기는 했어도, 합 의가 끝나지 않았기에 뒤엎었다. 물론 아 예 없던 걸로 치부하진 않았다. 금강문의 강현, 강우, 강천 형제의 공을 인정은 해주 었다. 허울뿐인 공치사이긴 해도 현재 금 강삼룡(金剛三龍)으로 불리고 있었다.

“무림대회라, 아련하군요.”

“꼭해본놈처럼 말하네.”

전생에서 정우는 무림대회를 많이 열진 못했다.

무림대회라는 것이 안정권에 접어들어 서 화목을 다지기 위해서 열리는 축제 같 은 거잖아 진강백 이 망할 놈이 다 된 밥 에 재를 부리는 바람에 몇 번 열어보지도 못하고 끝났다.

‘첩자는 치사하잖아’

무림대회를 열기만 하면 진강백 그놈이 꼭 첩자를 꼭 보내왔었다. 그럴 때마다 기 밀이 유출돼 곤란한 적이 많았다.

“예선전을 치르지 않아서 편하긴 하겠 네요.”

“내 아들들이다, 인마”

3형제가 정우한테나 주식(主食)과도 같 은존재지, 밖에 나가면 천재 소리 듣는 인 재였다. 또한 이호극에게도 소중한 아들 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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