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장 기반을 다지다 (2)
주춤, 주춤!
정우의 접근에 20마리의 철괴는 어기 적거리며 물러섰다. 달려들지도 도망치지 도 못하고 있었다. 3형제와 혹금단이 철괴 를 물샐틈없이 포위했다. 침 좀 뱉어본 동 네 형님처럼, 자세들이 가관이다.
강천은 머뭇거리는 철괴를 닦달했다.
“마물이면, 마물답게 행동하라고. 눈치 를 보고 있냐!”
“살고 싶대잖아, 막말로 너 같으면 정우 한테 달려들고 싶겠냐!”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팩트다. 철괴왕 은 등급 8의 무시무시한 마물이다. 이 자 리에 정우가 없다면 고전으로 끝나지 않 았을 것이다.
“ 뭐하려고‘?”
“고철을 옮겨야지.”
“?…헐!”
정우는 철괴를 버리지 않았다. 철괴는
순도분만아니라강도, 경도, 연성, 원래대 로 돌아오는 회복력까지 갖추었다. 녹이 슬지 않는다는 것도 최고의 장점이다. 현 재 고철 값이 폭락했다 해도 철괴는 금과 비교를 해도 부족하지 않다. 활용만 잘한 다면 막대한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
“다돈이다 인마”
“돈도 많은 놈이 할 말을 잃게 만드네.”
고철도 옮기려면 기계와 인력을 써야 한 다 직접 해도 되는 일이지만, 철괴가 남아 있었다. 마물의 본능을 제어해 철괴를 옮 기는 데 쓸 계획이다.
‘귀여운것들, 후후후’
정우는 겁에 질려 있는 철괴의 심약한 정신을 파고들어 강력한 세뇌와 마법 각 인을 새겼다. 현천안으로 공포를 새기고, 마법으로 유혹하여 정신을 옭아 멨다. 정 신무장을 하고 있었다면 꽤나 번거로운 일이지만, 전의를 잃은 철괴는 정신적으로 빈틈이 많았다
“뭐가 이렇게 쉬워, 벌써 세뇌된 거야?”
“겁에 질린 마물 정도야 껌이지. 코어도 내손에 있고.”
케이브 코어와 에너지 스톤, 광물, 마물 의 사체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했다. 어느 하나도 소홀히 다루지 않았다 인천대학교 에서 때려잡은 외눈 도깨비도 고가에 거 래되었다. 마물이 가지고 있는 마기만 정 제하면 고기까지도 식용이 가능했다. 마 물의 사체라는 점 때문에 꺼려지기는 해 도, 통조림용으로 쓰면 아무도 모른다.
“거래를다시 해야할거 같다”
“인정머리 없는 자식, 그만큼 했으면 됐 잖아!”
“거래는 거래고, 인정은 인정이야.”
“사람 나고 돈 나지, 돈 나고 사람 나 냐?”
강천은 인간관계에 돈을 엮지 말라고 주장했다. 참으로 인간다운 의리로 뭉친 발상이었다.
정우는 그 점을 높이 치하한다.
“일전에 꿔간돈이 얼마더라”
“?…왜 이래?”
“그냥 그렇다고.”
머니를 세는 정우의 손가락에 강천의 동공이 흔들렸다.
의리냐, 돈이냐?
어려운 문제였다
“그러니까 말함부로 하는 거 아냐.”
“너만큼은아닐걸.”
“협상에 인정이 끼면 서로 피곤하게 되
어 있어.”
상급 케이브가 오픈되면서 위험도가 높아졌다 인적, 물적 피해가늘어났다 반대로 상급 케이브에서 얻는 수익률이 족히 10배는 더 성장했다. 광물의 양과 순 도에서 차이가 벌어지면서 위험이 큰 대신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였다 정우와 김 총관은 케이브와 수익사업 을 연관시켜 본격적으로 자금을 불리고 있는 중이다. 단순히 케이브에서 얻어낸 코어와 에너지 스톤, 광물을 기업에 파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미래의 신 성장 동력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안주는 변화하는 세상에서 도태를 의미한다. 끊 임없이 노력과 성장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돈독이 올랐네.’
강천은 정우의 수익을 얼핏 본 적이 있 었다. 보고서 눈이 휘둥그레졌었다. 한 달 에 벌어들이는 순수익이 10억이 넘는다. 그것도 다 보여줬다고 보기 어렵다.
한 달 150만 원으로 생활하던 자신과 비교하면 빈부의 격차가 어마어마했다. 그 런데도 만족하지 않다니, 돈독 제대로 오 른 전귀(錢忠가 따로 없었다.
정우는 스스로의 가치를 허술하게 매기 고 싶은 생각 눈곱만큼도 없다. 적당히 만 족하고 넘어가면 될 거란 마음가짐부터가 잘못된 거다. 현실은 주장하지 않으면 아 무도 챙겨 주지 않는다. 남이 챙겨 주기를 바라선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상급 마법사의 효용성을 감안하면 거 저지.”
“있는 놈들이 더한다더니, 잠깐! 상급 마법사라고? 언제?”
“좀 전에 올랐다”
“괴물 같은 자식, 다 떨어지고 있는 판 국에 너만 오르는 게 어디 있냐!”
정우는 금강문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 기는 하지만, 공적인 관계에서는 끊고 맺 음을 확실하게 했다. 친하다고 해서 봐주 고, 친하지 않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지도 않았다 물론 상대가 불친절하게 행동한다면, 지나온 과정에 해답이 있었다 정우는 상급 마법사의 범주에 올라섰 다. 중하급 마법사와는 가치가 다르다. 상 급 마법사부터는 마력을 부여해 등급을 높이는 무구나 아이템을 완성할 수 있다.
중하급의 마법사도 아이템을 완성할 수는 있지만 위력 면에서 차이가 컸다 속 성을 보좌하는 마법무구의 가치를 감안해 도 지금보다 높은 급여와 성과급을 받을 수 있었다
“며칠 있으면 FA거든.”
“네가 야구 선수냐, 혹시 배신하는 건 아니지? 그럼 너 다신 안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우는우정에 연연하지 않는다. 강천 을 보지 않아도 상관없다. 친구가 떠난다 고 세상이 망하는 것도 아니고, 마음이 아 프지도 않다. 그리고 살아보면 알겠지만 인생은 원래 혼자 왔다, 혼자 간다. 누군 가에게 의지하는 것부터 잘못이다. 함께 노력할 생각을 해야지, 덤으로 사는 인생 은허무할따름이다
“보고 안 보고는 총관님의 성의에 달려 있겠지.”
“우리 집을탈탈 털어 먹는구나!”
“가치가 있으면 잡고, 없으면 버리는 거 지.”
“그런 말은 원래 고용주가 하는 거라 고.”
고용주 입장에서 노동자가 쿨하게 나가 주면 땡큐다. 반대로 노동자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다. 여론은 제 일 아니라고 쉽게 떠들지만 당사자는 피가 마른다 반면 정우와 금강문의 관계는 갑과 을 이 바뀌었다. 아쉬운 건 금강문이고, 정우 는 혼자 해도 잘 먹고 잘 사는 부류였다. 행여나 정우가 다른 문파나 길드와 손을 잡으면 손해였다. 금강문의 숨겨진 비밀과 취부를 알고 있으니, 버려서도 안 되는 존 재다.
“다행인 줄 알아 선심 써서 6대 4로 마 무리 지을생각이니까.”
“고양이 쥐 생각 해주는 것도 아니고.”
“원래는 5대 5였어, 이만하면 감지덕지 지.”
“예에, 여부가 있겠습니까, 호법 나리!”
“비꼬지 마라 맞는다.”
정우는 금강문에서 나오는 코어와 스
톤, 채취한 광물을 아버지의 하이퍼 팩토 리, 대한그룹과 연계할 계획이다. 상급 케 이브가 자주 열리면서 위험등급이 상승한 만큼, 가치도상승했다.
‘독점은좋지 않지만, 대가리가 누구냐 에 따라서 다른 법이지.’
경쟁을 통한 독식과 독점을 목표로 세 웠다 대부분은 독점을 좋게 바라보지 않 는다 극단적인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정우도 인정하는 바다. 그러나 당장의 현실은 이상을 구현하기 어렵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처럼, 너무 많 은 걸 바라다가는 죽도 밥도 되지 않았다.
‘분배는 그다음에 해도늦지 않지.’
사람들의 착각 중에 하나가 민주주의 를 만능으로 보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개 념 그 자체는 이상적이다. 하지만 발전을 이루지 못한 세상에서 민주주의는 같이 망하자는 뜻과 같다. 분배도 발전이 선행 되어야 가능하다
‘일한만큼 받는거지.’
현실은 희생을 했음에도 공평한 분배 가 이루어지지 않기에 불만이 쌓이는 것 이다. 발전을 한 이후 분배만 형평성에 맞 게 이루어진다면 누구도 정우의 독점과 독식을 타박하지 못한다.
‘그러려면 토대부터.’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했다. 토대를 완성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확장을 하기에 는 무리다. 모든 일은 건실한 기반을 바탕 으로 해야 추진력을 받을 수 있었다.
규모만 키우다 망하는 케이스가 허다했 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조선이 망한 이유를 살피면 알수 있다. 기술력을 키우지 않고, 수주 물량을 늘이는 데만 혈안이 되다가 중국에 밀리면서 곤두박질쳤다 이를 세금 으로 살리느냐, 마느냐를 놓고 갑을논박 이 벌어지고 있는 걸 보면 기반의 중요성 을 여실히 드러냈다.
건실한 토대를 세우고, 규모를 확장해 독점적 시장을 형성하는 데 주력할 것이 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했다. 누구에게도 속내를 털어 놓지는 않았다.
“네 말이 맞다.”
“형님은 이해가 빠르네요.”
강현은 금강문을 위해서라도 정우를 붙잡아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령 6이 정우라고 해도 들어주어야 한다. 정우의 유무에 따라서 금강문의 권위가 달라진 다 정우는 영혼을 제압한 20마리의 철괴
에게 케이브를 정리하도록 명하고, 밖으로 나왔다
이호극에게 전화를 걸었다.
_왜?
“끝냈습니까‘?”
-당연하지.
“ 인터뷰는요?”
-언제까지 내입을막을거냐?
“아직은 때가아닙니다.”
정우가 케이브를 정리하는 동안, 이호 극도 다른 구역에서 랜덤 케이브를 처리했 다. 가급적 랜덤 케이브는 이호극에게 맡 기고, 활약상을 외부에 오픈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정리 후 가장 먼저 확인을 하는 건, 이호극의 주둥이였다. 입만 열만 확! 깨는 스타일이라 단도리(단속)를 잘해 야 했다. 지금은 외부적으로 신사적인 이 미지를 심어주어야 하는 시기다.
-수상해, 내가바본줄 알아
“하고 싶으면 하세요, 저도 하고 싶은 대로할겁니다”
이호극은 받아주면 한도 끝도 없는 인 간이다. 강하게 나가야 할 땐, 강단 있게 밀어 붙어야 했다. 그것이 협상이든, 협박 이든 구분은 무의미했다
-협박하는 거냐!
“서로 윈윈 하자는 거지요.”
-윈윈은 개불! 그게 협박이다, 인마! 나 답답해서 죽는 꼴 보고 싶은 것도 아니고!
“말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분이 하실 말 씀은 아닌 줄 압니다만.”
-내가 언제?
“일일이 나열해 드릴까요? 아니면 영상 으로 보실래요?”
이호극은 입을 다물었다. 말로도 주먹 으로도 정우를 못 당했다. 괜히 말했다가 본전도 못 뽑고 있었다. 게다가 전번의 전 투에서 패하는 바람에 당분간 두말없이 따르기로 약속을 한 상태다. 사나이 체면 에 한 입으로 두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